<최숙빈의 조선사> 드라마를 잘 시청하지 않지만 요즘 방영되는 월화 드라마 '동이'를 비롯한 사극은 꼭 챙겨서 보는 편이다. 희대의 악녀이자 여장부라 알려진 장희빈의 이야기는 수없이 많은 세월동안 역사극의 단골 메뉴였기에 그녀의 이름은 자못 친숙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영조의 어머니이자 장희빈과 맞수였던 최숙빈은 어떠한가. 미천한 출신임에도 아들을 왕위로 올릴 수 있었던 그녀의 정치적 선택은 어떠했을까. 장희빈의 일생은 너무나 자세히 알려져있는데 반해 최숙빈은 그 출생부터 살아온 세월까지 알려진 사실이 미미하다. 그나마도 아들이 왕위에 즉위한 뒤 회고한 사실과 아들이 세웠던 신도비, 야사에나 간간히 등장할 뿐 그 사실의 진위를 확인할 길이 없다. 당대 역사의 한 획을 그었던것은 분명하지만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 최숙빈. 그녀는 누구인가. 그녀에 대해 알고있는 사실은 얼마나 되는가. 영조의 어머니로서 출신이 보잘것 없었다는 것 정도가 그녀에 대해 내가 알고있는 전부인가보다. 그래서 알고싶었다. 최숙빈의 조선사를 통해 그녀를 느껴보고 싶었지만 워낙 알려진 사실이 없기에 여기에서도 그다지 그녀를 느끼지 못했다. 현종의 적장자로서 왕위계승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인물. 남인과 서인. 노론과 소론으로 갈라져 치열했던 당파싸움. 그 안에서 아무런 뒷배 없는 최숙빈과 사랑해 마지않는 그녀의 아들들을 지켜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고심했던 숙종. 숙종의 승은을 입어 내명부 최고의 지위에 오른 여인, 영조(연잉군)의 어머니, 어머니 (최숙빈)의 비천한 출신 때문에 왕이 된 후 52년의 긴 재위기간 동안 열등감을 안고 살아야했던 왕 영조, 인현왕후, 장희빈. 사실 숙종대에는 장희빈과 인현왕후가 가장 두드러지게 알려져있고 최숙빈에 관한 내용은 역사책에도 모호하게 기록되었을 뿐 그 출신이나 출생, 부모,형제까지 어느것 하나 제대로 알려진바 없이 그저 실록에 기록된 전후 상황과 아들 영조의 회상에 의해 추측할 뿐이다. 이 책의 제목이 <최숙빈의 조선사>라고 되어있는데 최숙빈의 일생을 주축으로 숙종 시절의 정치적 상황을 그려냈다기 보다 숙종의 아버지인 현종대의 정치적 상황을 시작으로 숙종과 장희빈의 아들 경종의 재위기간에 이어 영조가 왕이 되기까지 전체적인 조선시대 정치 상황을 말하고 있다. 그러니 책 제목만 보고 영조의 어머니 최숙빈과 아버지 숙종의 이야기라 섣부른 짐작은 하지 않는게 좋겠다. 또한 책 제목 이외에 부제로는 - 왕을 지켜낸 어머니 최숙빈, 그녀를 둘러싼 여섯 남녀의 이야기- 라 적혀있는데 이 부제 또한 적절치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최숙빈을 둘러싼 여섯 남녀의 조선사라기 보다 숙종 이전의 선왕 부터 시작되어 영조에 이르기까지의 조선사 이야기라고 해야 적절치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