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완득이>
최근에 읽은 책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소설이다. 아이들이 모두 등교한  후 읽기 시작한 완득이는 아무도 없는 적막강산인 우리집에서 아무때나 툭툭 튀어나오는 큰~~ 웃음 때문에 오전 특유의 고요한 적막이 깨지기도 했다. 그렇다고 웃음만 있는것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감동이라는 글자가 샘솟듯 내마음을 적셔준다. 그저 뭉클한 감동과 큰 웃음 뿐이었냐고 묻는다면 그 또한 아니라고 하고싶다. 글로 표현할 수 있는 만큼만 이 책을  표현해본다면 꼭 한번 읽어보라고 할수밖에~~ .  독서하며 이런 몰입을 언제 해봤는지 모를정도로 한번 책을 잡으면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까지 놓을수가 없었다. 심지어 잠깐 자리를 옮길 때마저 책장을 펼친채 눈으로 읽어야했으니 참 대단한 흡입력을 지닌 작품이었다. 

김려령... 이 작가는 이름이 생소했다. 완득이는 2008년에 청소년과 현대소설 두 분야에 동시에 출간되었는데 2007년 1회 ’창비 청소년문학상’을 받았다. 청소년 문학으로 출발을 했지만 일반 성인들도 두루 읽어보면 좋을것 같아  독자층을 넓혀 양장본 현대소설로도 출간되었다.  완득이를 읽은 독자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마구 웃고싶을 땐 이 책을 보라고.. 이와 비슷한 글귀를 여러 리뷰를 통해 보았지만 당장 급한 책들로 인해 이제야 읽게되었는데~~  아이고..완득이와 똥주 선생님이 이렇게 내 마음을 사로잡을줄 알았다면 진작 읽어볼걸~ 일찌감치 읽고 또 읽고~ 그러면서 한바탕 웃어볼걸~

오묘한 몰입은 첫장부터 시작된다. 옥상 위의 옥탑방.. 비슷한 구조의 주택이 서로 마주보는 컬러사진이 처음 반기며 소설은 시작된다. - 1부 , 제발 똥주 좀 죽여주세요. 이번 주 안에 안 죽여주면 나 또 옵니다. 거룩하고 전능하신 하나님 이름으로 기도드리옵니다, 아멘.  - 본문의 시작을 알리는 자그마한 글귀를 눈여겨보며 앞으로 펼쳐질 내용이 사뭇 궁금증을 자아낸다. - 똥주한테 헌금 얼마나 받아먹으셨어요. 나도 나중에 돈 벌면 그만큼 낸다니까요. 그러니까 제발 똥주좀 죽여주세요. 벼락 맞아 죽게 하든가, 자동차에 치여 죽게 하든가, 일주일 내내 남 괴롭히고, 일요일 날 여기 와서 기도하면 다 용서해주는 거예요? 뭐가 그래요? 만약에 교회 룰이 그렇다면 당장 바꾸세요. 그거 틀린 거예요. 이번 주에 안 죽여주면 나 또 옵니다, 거룩하시고 전능하신 하나님 이름으로 기도드리옵나이다, 아멘’ - 

똥주는 누구이며 하느님께 죽여달라고 기도를 하고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리고 네컷짜리 만화가 등장하는데 후즐근한 남자와 또한사람이 마주보는 옥상위에 대치하고 있고 한쪽에서는 야, 이 xx야! 라는 막말이 튀어나온다. 뭐 xx가 욕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누구이길래 상대를 향해 욕을 퍼부을까? ㅎㅎ 똥주 선생님, 정말 재미있고 매력적인 분이다. 물론 처음에는 선생님의 매력을 발견할 수 없고 그저 막말하는 선생님의 툭툭 던지는 말들이 유쾌해 크게 웃기만 했지만 완득이와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흘러가며 점점 똥주라는 캐릭터가  아주 마음에 든다.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살며 누가 대화를 시도하지 않으면 하루종일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열일곱의 소년. 춤꾼 난장이 아빠와 함께 살며 캬바레를 제집 드나들듯 보냈던 어린시절. 어린 완득이가 귀엽다며 캬바레 기도 아저씨들이 가르쳐준 싸움의 기술 덕분에 누구에게도 지지않는 싸움 기술을 보유한 완득이, 그리고 지적장애지만 훤칠한 외모의 춤꾼 남민구 삼촌은 서울 변두리 주택에 이사를 오면서 서서히 완득이의 생활이 괴로워진다. 

마주보고 있는 옥탑방에 살고있는 완득이의 담임이자 사회선생은 아침이고 저녁이고 할것없이 옥상 위에서 동네가 떠나가라 완득이를 불러댄다. " 완득아! 완득아 새끼야!~~ 새끼가 왜 이제 나와, 햇반 하나만 던져! ~ 왜 백미밥이야? 그저께 흑미밥 나왔잖아! " ~~ 기초수급자 완득이의 수급 물품을 매일같이 빼앗아먹는 담임. 걸걸한 욕은 말할것도 없고 아이들을 대하는 말 한마디도 곱게 하는 법이 없다. 그리고 똥주 선생님의 부르짖음 덕분에 매일같이 선생님과 대립하며 ’ 어떤 씨불놈이 시끄럽게~~ "를  입에 달고사는  동네 아저씨 또한 소설을 맛깔스럽고  풍성하게 해준다. 없어서는 안될 양념같은 역할을 맡은 앞집 아저씨  때문에 한참을 웃고 또 웃었지만 외로움을 친구삼아 살아내고 있으며 마음속에 가득찬 울음을 소화할 수 없었던 완득이의 이야기를 함께했다. 읽어보지 않고는 말할 수 없는 감동.. 완득이와 동화되지 않고는 느낄 수 없는 고독, 똥주 선생님에게 빠지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는 기괴한 행위들이 서로 톱니처럼 얽혀가며 소설을 이끌어간다. 

- 2부 : 정윤하가 울었다. 손수건을 꺼내 코를 풀고, 코를 푼 손수건을 반 접어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가방에 넣었다. 안 버리고 또 쓸 생각인 모양이다. 생각보다 더러운 애다. -63p-  ㅎㅎ

- 아버지를 난쟁이라고 놀리지만 않았다면 싸우지 않았다. 그건 싸움이 아니었다. 상대가 말로 내 가슴에 있는 무언가를 건드렸고, 나도 똑같이 말로 건드릴 자신이 없어 손으로 발로 건드렸을 뿐이다. 상처가 아물면 상대는 다시 뛰어다녔지만 나는 가슴에 뜨거운 말이 쌓이고 쌓였다. - 122p

- " 한 번, 한 번이 쪽팔린 거야. 싸가지 없는 놈들이야 남의 약점 가지고 계속 놀려먹는다만, 그런 놈들은 상대 안 하면 돼. 니가 속에 숨겨놓으려니까, 너 대신 누가 그걸 들추면 상처가 되는 거야. 상처 되기 싫으면 그냥 그렇다고 니 입으로 먼저 말해버려." 
" 뭐가요!"
" 그 ’뭐’말이야, 새끼야. 니 나이 때는 그 뭐가 좆나게 쪽팔릴텐데, 나중에 나이 먹으면 쪽팔려한 게 더 쪽팔려져. 나가, 새기야. 나 졸려."  
몰라도 될 걸 알아버린 인간들이 얼마나 너저분하게 구는지 정말 몰라서 저따위 말을 하는 거야? 남의 약점을 가지고 즐거워하는 싸가지 없는 놈들이 지천에 깔렸다는 걸 정말 모르는거야? 그렇게 태어나서 그런 모습일 수밖에 없는 아버지에게 사람들이 어떤 시선을 던지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야? 발톱이 빠지고 인대가 늘어나면서까지 연습하며 진정한 춤꾼을 꿈꾼 아버지를 변두리 캬바레로 내몰고 웃음거리로 전락시킨.... 이 세상이 나만 당하면 돼, 해서 정말 당당해지는 세상인가? 남이 무슨 상관이냐고? 남이 바글바글한 세상이니까! -136~ 137p- 

-눈이 꽤 내렸다,. 눈은 내리는데 엄마는왜 안 오시나요, 하는 해님달님 오누이처럼 어렸을 때도 안 기다려본 어머니를 열일곱 살 먹은, 해가 바뀌었으니 열여덟 살 먹은 내가 기다린다. 인터넷에 보면 인물 좋은 베트남 여자도 많던데 어머니는 안 그렇다. 앞니까지 심하게 벌어져 심히 촌스러운 얼굴이다. 이래저래 쪽팔린 상황이지만 어머니라는 말 은근히 마음에 든다. 한 달에 두 번 쉬는 식당이 어딨어. 빌어먹을 식당 주인. - 18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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