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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의 바이올린 ㅣ 시소 10
야엘 아쌍 지음, 양진희 옮김, 세르주 블록 그림 / 시소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아우슈비츠의 바이올린>
참담했던 세계 2차대전 , 가스실, 유태인 학살, 잔혹하기로 악명높은 아우슈비츠 감옥, 푸른빛깔 줄무늬, 노란별,,, 이 모든 단어들과 동시에 떠오르는 인물, 히틀러와 전쟁에 관한 내용으로 이 책 또한 그 시절을 지나온 노년의 음악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다. 겪어보지 않았더라도 책으로 간접 경험을 할 수 있기에 그 시절을 이야기하는 책을 읽을때면 차디찬 냉수를 뒤집어쓴듯,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비릿한 피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이 책에서는 살떨리는 피냄새와 더불어 눈물과 진한 감동이 함께한다.
가스실에 가두어 사람을 대량 학살하는 장면과 음악은 왠지 어울리지 않았기에 <아우슈비츠의 바이올린> 이라는 제목이 가져다주는 울림을 처음에는 느낄 수 없었지만 본문을 읽다보니 같은 시대를 말하고 있는 다른 책들과 같은 크기만큼의 아픔과 떨림이 함께했다. 다만, 공포스럽고 힘겨웠던 시절의 현재진행형이 아니라 그 공포스러웠던 시절의 기억을 잃어버린듯 살아왔지만 언제나 생존자의 마음에 꽁꽁 숨겨둔 아픔이 음악을 사랑하는 소년에 의해 되살아나고, 치유되며 극복하는 과정을 담고있다는 것이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잔인하고 폭력적인 힘겨운 시절의 묘사는 없지만 충분히 느껴진다.
어린시절 바이올린 연주자였던 음악선생님 시몽 클라인과 아내 벨라는 전쟁의 참혹함을 온몸으로 견뎌내며 살아남은 유태인이다. 학생들의 천연덕스러운 장난을 견디지 못하고 해마다 돌아오는 9월의 새학기 첫날이 마냥 두렵기만하다. 교사로서의 권위도 잃어버렸고, 어른으로서의 권위도 잃어버린 늙은 음악교사는 올해가 지나면 정년퇴직을 하게되었고 마지막 남은 한해의 수업을 어찌 이끌어갈까 두렵기만한데 음악인의 길을 걷고 싶은 슈크리 형제중 말릭을 만나면서 부터 의욕없고 두려움에 가득찬 시몽의 삶이 변화하기 시작한다.
음악 때문에 남편이 죽었다고 믿어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음악을 금지시켰던 말릭의 할머니와 바이올린 연주자의 길을 포기할수밖에 없었던 시몽 선생님의 아픔이 같기 때문에 서로 다른 두 인물과 두 사건이 하나의 아픔으로 겹쳐진다. 아우슈비츠 감옥에 수용된 유대인의 줄무늬 옷 한쪽은 노동의 현장으로, 또 한쪽은 죽음의 공포가 가득차있는 가스실로 향해야하는 넓다란 감옥 마당 중앙에서 초췌하고 피곤에 절은 줄무늬 행렬을 재촉하듯 울려퍼뜨려야만했던 어린 시몽의 바이올린 연주. 두려움에 가득찬 어린 아이의 겁먹은 눈동자와 작은 손으로 잡아야만 했던 바이올린 연주는 아버지의 눈동자와 마주쳤고 아버지가 걸어가는 길에서 연주해야만 했던 아이..
그리고 여기서 살아나간다면 다시는 바이올린을 연주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고통의 시간을 건너 시몽은 연주하지 않는 음악 선생님이 되었고 천덕꾸러기 슈크리 형제들 중 막내인 말릭을 만나며 서서히 과거의 아픔과 마주할 수 있는 용기와 치유의 과정을 거친다. 그 험하고 힘겨웠던 세월을 지나 살아남은 사람들중 음악가의 삶도 있겠고 ,기능인도 있겠고, 지식인,학생,어른,여자,남자,아이들,,, 살아온 세월이 다르고 겪어갔던 내용들이 서로 다르기에 전쟁과 히틀러, 학살과 공포라는 굵은 줄기는 같지만 세세한 내용들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개인들의 다양한 삶 만큼이나 수천 ,수만가지 이야기로 다시 우리들에게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