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씨 마을의 꿈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딩씨 마을의 꿈>
3일에 걸쳐 한권의 책을 읽었다. 읽다가 내 안에서 휘몰아치는 한숨을 몰아내고자 책장을 덮고, 먼 하늘을 바라보며 마음이 추스러질 무렵이면 또다시 책을 집어들고 읽기 시작했고, 격한 감정이 솟아오를 때면 더 나아갈 수 없어 또다시 책장을 덮어버리게 되었다. 충격이다. 있을 수 없는 일,허구의 일이 아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기에 충격이었고 충격으로 인한 깊은 한숨이,, 깊은 절망이,,함께한다. 초반을 읽을무렵 이런 생각이 들었다. 꼬리에 꼬리를 물어간다. 내 꼬리를 누군가 날카로운 이빨로 물어뜯고 , 물어뜯은 이의 꼬리를 또다른 누군가가 더 날카로운 이빨로 물어뜯어 결국은 내 앞까지  되돌아오는 형상.. 물고 물리고  또 물리고 물려 결국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는 상태.. 그때가 되면 사람들의 마음에 용솟음치는 욕망이 사라질까,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의지가 생겨날까, 욕심에 욕심을 더하는 상태에서 벗어나 함께라는 의미를 깨닫게 될까.. 결국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에 이르러,, 육신과 영혼이 분리된 다음에야 알게될까... 무에 이르러서야 욕망의 굴레를 벗어던질 수 있을까.. 

힘겹게 읽었지만 참 괜찮은 소설이다. 본문이 시작되기 전 옌롄커 작가의 말 중 이런 글이 우리를 맞는다. - 저는 중국에서 ’ 환영받지 못하는 ’ 항상 쟁의로 가득 차 있는 작가입니다. 저의 글쓰기는 대부분 모종의 메커니즘과 권리, 사상,의식,도덕 그리고 모두가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예술형식에 전혀 진입하지 못하고 항상 갈등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  지난 2008년 한국에 소개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아직 읽지 못했지만  2005년 중국에서 판금조치를 당했다고 한다. 왜 판금조치를 당하게 되었는지 제목에서 약간의 느낌을 받았고 책을 완독하므로써  판금조치를 당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어설프게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또한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작가의 말을 주의깊게 두 번 읽던 중 뒷부분에 실려있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져 있어 옮겨본다. 소설의 초반에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읽어내려가는 페이지 수가 늘어갈수록 작가의  손끝에서 몸부림쳤던  펜의 울음이, 마음의 울음이 진하게 퍼져간다. - 한 편의 소설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는 어떤 몸부림과 그 몸부림을 위한 울음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의 이런 울음은 피를 토하는 날카로운 외침이자 문학의 높은 가지에 엎드려 토해내는 잠꼬대입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비상하게 되었을 때의 노랫소리이자 천 리를 날아간 뒤에 죽음을 맞게 되었을 때의 재잘거림입니다. 또한 사실을 전하기 위한 몸부림이자 몸부림 속에서 던지는 글쓰기에 대한 질의며 탐구입니다. 이 작품을 읽기 전에 먼저 강한 심장을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새의 몸부림을 느끼고 몸부림에서 쏟아져 나오는 피울음과 잠꼬대를 조용히 경청하시가 바랍니다. - 옌롄커 - 

이 소설의 시작은 매혈이다. 국가에서 권장했던 매혈, 피를 팔아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고 삶을 윤택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정책은 한 남자의 삶을 뒤엎고 피의 왕으로 등극하게 만들었으며 피의 왕에서 관의 왕으로, 관의 왕에서 군림하는 위치로 끝없이 욕망을 향해 질주하는 딩후이와 그런 아들을 목졸라 죽이고 싶었던 아버지 딩수이양과 딩씨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는 독살당한 딩후이의 아들에 의해 시작되고 끝을 맺는데 읽기를 마친  후 하루가 지났지만  한참동안 딩씨 마을의 피냄새가 사라지지  않을것같다. 

- : 아시겠습니까? 아무리 퍼내도 마르지 않는 물처럼 , 피 역시 아무리 팔아도 없어지지 않아요. 피도 이 샘물과 같단 말입니다. 이게 바로 과학이에요.  다른 현들은 일찌감치 미친 듯이 피를 팔아 마을에 한 채 한 채 건물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의 딩씨 마을은 해방죈 지 수십 년이 지낫고 공산당이 지도한 지 수십 년이 지났으며 사회주의가 실행된 지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초가집이 이어져 있을 뿐이지요. " - 47p- 

- 매일 생선과 고기를 나눠준다면 그 돈은 어디서 나오느냐고 물었다. 여자는 그 자리에서 자신의 소매를 팔꿈치 위까지 걷어 올리더니 붉은 참깨처럼 팔뚝에 가득한 주사 자국을 드러내 보이며 아버지를 노려보았다. - 53p- 

- " 리싼런, 넌 감히 피도 팔지 못하지. 네가 그러고도 남자냐? 너 같은놈이 수십 년 동안 마을 간부를해먹었으니 가난해질 수밖에 없지. 수십 년 동안 딩씨 마을 처녀와 며느리들이 달거리 때가 되어도 그 종이 살 돈조차 없을 정도로 가난해진 것도 알고 보니 너 같은 놈이 촌장을 맡고 있기 때문이었어. 모든게 네 놈이 피를 한 병도 팔지 못했기 때문이었어. " - 112p- 

-" 반 평생 혁명을 했던 나도 이제 피를 팔기 시작했단 말이오." 이렇게 그는 피를 팔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 달에 한 번씩 팔다가 나중에는 이십 일에 한 번씩 팔았다. 그 다음에는 열흘에 한 번씩 팔았다. 그 뒤로는 피를 팔지 않으면 오히려 혈관이 부어오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혈관이 답답해서 뚫어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고, 혈관 안쪽에 있는 피를 뺴내지 않으면 저절로 밖으로 솟구쳐 나올 것처럼 느껴졌다. 11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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