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박물관 1 민음사 모던 클래식 27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오르한 파묵의 순수 박물관 1>지독한 사랑.
프랑스 최우수외국 문학상을 받았던 <내이름은 빨강>을 비롯해  매번 오르한 파묵의 책을 읽으려 했지만 
당장 읽어야할 책이 쌓여 뒤로 뒤로 밀려나 아직까지 손도 못대고 있던차에  
한 남자의 평생에 걸친 사랑이야기가 출간되었고 드디어 1권을 읽어버렸다. 
절반의 느낌으로  그를 모두 알 수 없겠지만 오르한 파묵이라는 사람의 글은 대략 이런 느낌이었겠구나~ 
이런 분위기의 글을 쓰는구나~ 하는 감은 잡힌다.   

한 작품이  마음에 들면 작가의 이전 작품을 찾아 읽는 오래된 습관이 있는 나에게 
<순수 박물관>을 읽은 후 ’오르한 파묵의 또다른 작품을 꼭 찾아 읽어봐야지 ’ 라는 강하고 빠른 이끌림보다 
시간이 조금 흐른 후 사랑 이야기가 아닌 다른 내용은 어떨까 싶기도 하고.. 
갈팡질팡 내 마음이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하겠다. 
1권의 느낌이 이렇다면 2권을 읽은 후 그의 또다른 책에 무심코 손이 가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순수 박물관 1권 초반의 첫 느낌은 안개였지만 서서히 한권을 읽어가면서 참 여러가지 느낌이 차근차근 다가온다. 
첫 느낌이 안개였다면 
두 번째 느낌은 사랑이었으며 
세 번째 느낌은 욕망이었고 
네 번째 느낌은 고통이었으며 
다섯 번째 느낌은 배신이었고 
여섯 번째 느낌은 상실이었으며 
일곱 번째 느낌은 한숨이었고 
여덟 번째 느낌은 세상 모든 색이 혼합되어 고유의 색을 잃어버린것 같은 집착이었고 
아홉 번째 느낌은 표현할 수 없을것만 같았던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이었으며
열 번째 느낌은 사랑의 열병과 모순이었다.

이런 느낌들은 책을 읽어가며 순간순간 떠오르는 단어들을 내 책상위에 흩어진 영수증 종이위에 무심코 끄적여두었던 것을 옮겼을 뿐인데 쭈욱~ 나열하고 보니 <순수 박물관> 1권의 내용이 차례차례 흘러간다. 2권은 어떤 느낌들로 채워졌을까.. 몇가지 색을 지니고 있을까.. 얼른 읽어봐야겠다. 1권을 읽어가며 몇번의 한숨이 내게서 새어나왔는지 세어보지 못했지만  많은 횟수였으리라.

                                 

-각별히 주의하고 조심스럽게 처신하며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그녀에게 느끼게 해 준다면, 퓌순이 평생 내게서 떠나지 않을 것임을 깨달았다!  신이 일부 특별한 종에게만 , 즉 나의 아버지, 나의 삼촌들에게 많은 고통을 안겨 준 후 쉰 살 정도에야 그나마 약간 허락해 주었던 비도덕적인 남성의 행복을, 그러니까 한편으로는 교육과 문화 수준이 어울리는 현명하고 아름다운 여성과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아름답고 매력적이며 야성적인 여자와 비밀스럽고 깊은 사랑을 경험할 수 있는 행운을, 내 나이 겨우 서른에 그다지 고통을 겪게 하지 않고 거의 아무런 대가없이 제공해 주었다는 의미였던 것이다. - 195p - ^^;;

-우리가 처음 사랑을 나눌 때 조심스럽게 시계를 올려놓았던 탁자가 옆에 있었다. 퓌순이 비벼 끈 담배꽁초의 끝을 , 상처를 조심스레 소독하는 다정한 간호사처럼, 내 볼에, 눈 밑에, 이마에, 목에 살짝 갖다 대 보았다. 이제 퓌순이 오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받아들인 후 겪었던 고통이 날이 갈수록 사그라들자, 그녀의 부재에 서서히 익숙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절대,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나는 단지 물건들이 만들어 주는 행복으로 시간을 때우고 있었던 것이다. - 256~257p- 

- 퓌순을 떠올리게 하는 물건들은 고통을 감소시키기 위해 필요했을 뿐 아니라, 고통이 잦아든 후에는 다시 나의 병을 떠올리게 하여 이 물건들과 그 집에서 도망치고 싶게 만들었기 때문에 나의 고통이 가벼워졌다고 낙관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293p-

- 그녀가 모든 삶을 보낸 이 집의 구조,벽과 너덜너덜 벗겨진 벽지를 사랑을 다해 내 기억에 새겼다. 벽지의 가장자리를 크게 찢어 가져왔고, 퓌순이 썼을 거라고 생각했던 작은 방의 문손잡이도 그녀가 그 손잡이를 십팔 년 동안 만졌을거라고 생각하며 주머니에 넣었다.  혼자 남았을 때 이것에서 위안을 받을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졌다. - 30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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