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태엽 오렌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2
앤소니 버제스 지음, 박시영 옮김 / 민음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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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버지스의 시계태엽 오렌지>
제목이 참 독특하다. 독특한 제목만큼 내용 또한 특별하다. 초반에는 십대 청소년의 일탈을 넘어선 반 인륜적 행위와  폭력의 정교한 묘사가  조금? ^^; ( 많이 ) 거슬리기도 했고 주인공 알렉스의 행위를 통해 작가는 독자들에게 무엇을 암시하고자 했음인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절반을 넘게 읽다보니 전체적인 스토리를 비롯해 작가의 오묘한 뜻이 어느정도 정리가 좀 되어간다.  십대 소년들의 엽기행각,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늘 일어났던 밤거리, 60년대 밤거리 뿐만 아니라 지금도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을법한 청소년의 일탈행위, 잘못을 잘못이라 여기지 못하는 미성숙한 아이들의 반항어린 몸짓들을 봐야한다면 영상이 아닌 글로서만 읽고 상상해보는 것이  더 나을듯하다. 

1962년 발표된 <시계태엽 오렌지>는  1971년 스텐리 큐브릭의 영화로 더 유명해졌으며 원작에 충실했던 폭력,폭행,강간,살인,방화,범죄의 난무는 당시 사회에 큰 논란거리를 가져왔으며 그 시대가 아니더라 하더라도 논란의 상황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나는 어떤 책이든 본격적인 읽기에 몰입하기 전에 작가의 약력을 비롯해 표지의 문구, 앞뒤에 쓰여진 짧막한 내용들을 충분히 읽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훑어보는 편인데 영화에 관한 내용도 작가의 약력 속에 나와있기에 문득 시각적인 자극을 받는것과 눈으로, 마음으로,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읽어가는 것중 이 책은 어느쪽이 더 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읽기 전에는 그런 생각을 했지만 다 읽고나니 영화보기에는 내 비위가 좀 약할것같아 절대로, 우연한 기회일지라도  영화쪽은 아예 볼 생각을 하지 말아야겠다. 

시곗바늘을 움직이기 위해 감아주어야 하는 태엽, 장난감을 움직이기 위해 등 뒤에 붙어있는 나비모양의 장치를 손으로 감아주어야하는 태엽은  커다란 괘종시계를 연상하게 만들었다.  지금이야 태엽을 감아야하는 시계를 비롯한 장난감은 자취를 감추었지만 무생물을 한시적이나마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태엽장치는 이 소설속에서 불량 소년이 겪어가는 일상과 선택의 갈림길,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위해 필요한 자유 의지를 외부 압력에 의해 강제당하는 것으로 표현되고 독자로 하여금 질문 하나를 품게 만든다.  소수자의 잘못된 선택과 잘못된 자유 의지는 다수를 위해 억압하는 것이 옳은가?

- 우리의 임상 대상은, 여러분도 보다시피 강제적으로 착한 일을 하게끔 되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나쁜 일을 하도록 강요당해서 말입니다. 폭력적으로 행동하려는 의도에 동반해서 육체적 괴로움을 강하게 느끼게 됩니다. 이 고통을 물리치기위해서 임상 대상은 극적으로 정반대되는 태도를 취하게 되는 것입니다. - 150p- 

 - " 나. 나. 나. 도대체 나는 어쩌라고요? 난 여기서 뭐란 밀이야? 내가 무슨 짐승이나 개란 말이야? 내가 무슨 태엽 달린 오렌지란 말이야? " - 

폭력은 나쁘다. 나쁘다는 것을 알지만 미성숙한 소년에게는 그저 즐거운 유희에 불과했고 그 반사회적 유희를 중단시키기 위해 국가는 태엽을 감아야만 움직일 수 있는 수동적인 인형 즉,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아닌 나쁜것을 보았을때 자동적으로 불쾌한 감정을 비롯해 몸이 아픈 증상이 동반될 수 있도록 물리적인 힘을 가해 갖가지 폭력에 반응할 수 없는 조건반사 기법을  어린 알렉스에게 실험 한다. 자유 의지가 아닌 태엽을 감아야만 움직일 수 있는 수동적 인간을 만들어내는 것. 사회의 평안을 위해 ,자신들의 정치에 걸림돌이 되는 사상범을 더 많이 철창속에 가둬놓기 위해 범법자들에게 태엽을 감아주는 일이 과연  옳은 일인가를 진지하게 묻고있다.  인간의 선택권 자체를 박탈하여 선함을 유지시키는 일이 평안한 사회를 위해, 그들의 권력을 위해 과연 실행되어야만 하는 일인가. 평범한 사람들인 우리는 모두 범죄가 없는 사회를 꿈꾸지만 이렇듯 자유 의지가 아닌 강제되는 사회는 어떠한지 섣부른 판단은 유보해야 할듯하다. 

- " 이 사악하고 교활한 현 정부가 다음 번 선거에서 다시는 복귀하지 못하게 만들기 위해서 넌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어. 현 정부의 제일 큰 자랑은 지난 몇달 동안 시행한 범죄 통제 정책이지. 야만적인 어린 깡패들을 경찰로 모집한 것, 사람을 무력하게 만들고 의지력을 갉아먹는 조건반사 기법을 도입하는 것 말이야.  저들은 자신의 아들들이 너처럼 불쌍한 희생양이 되기를 원할까? 현 정부는 무엇이 범죄인지 자의적으로 결정하고 자기들을 언짢게 만드는 사람들이면 누구든 생명력과 용기와 의지력을 빼앗아버리려고 하는가?"  - 187p-

죄질이 극악무도한 범죄자 뿐만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는 어쩌면 등뒤에 감춰진 태엽이 내재된 상태는 아닐까.  누군가에 의해 감겨져야만 움직일 수 있는 수동적 인간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설령 자유 의지로 인한 선택을 했다고 믿는 지금도 외부의 수많은 자극들이 우리들을 움직이게 하고,선택하게 하고, 비판하고,동조하고,찬성하고,반대했던 일들 모두가 외부 자극에 의해 교묘히 감추어진  태엽을 감아주는 장치는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정당의 이름들은 아무 의미가 없어. 자유의 전통이 무엇보다 중요해.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이게 사라지게 내버려 둘거야. 암 그렇고말고. 사람들은 보다 더 평안한 삶을 위해서라면 자유를 팔아버릴거야. 그게 바로 사람들이 자극을 받아야 하는 이유지. - 18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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