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의 등
아키모토 야스시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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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의 등>
-나는 죽는 것일까? 왜 나만 반년 밖에 살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너무 불공평하지 않은가? 마음 깊은 곳에서 누구에게도 따질 수 없는 분노가 솟구쳤다. 이렇게 내 얼굴을 바라본 것이 얼마 만일까? 여드름이 덕지덕지 났던 중학생 시절 이후 처음이 아닐까? 남자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 거울이 아닌 사건을 통해서 자신의 얼굴을 보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큰 고독은 어느 누구도 내가 고독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 아닐까? - 16p- 

죽음을 선고받은 마흔 여덟의 한 남자가 있다. 이 남자에게 남아있는 육개월을 눈으로 살펴가며  나도 그와 함께 걷고, 동행하는동안 소설을 소설로 읽어내지 못하고 내 삶에 적용시켜보는 것은 아마도 오래된 습관 때문인가보다.  당신이 살아왔던 마흔 여덟해의 삶은 잘못된 삶이라고 짓밟아주고싶은 때도 있었고 그가 느껴갔을 죽음의 공포를 가만가만 보듬어주고도 싶어지기도 했다. 그가 살아왔던 삶의 방향보다 더 깊이 나를 누르는 것은..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목표를 잃어버린 길잃은 공포였다. 

주어진 삶에 충실하고 순탄치 못한 세월을 숙명처럼 살아내셨던 내 어머니. 숙명이려니 받아드리며 삶이 던져주었던 갖가지 일들을 온몸으로 껴안으셨던 분.  내 어머니 역시 어느날 암 선고를 받고 6개월의 시간을 선고받으셨었는데 그때도 몰랐던 어머니의 삶을... 마음을 <코끼리의 등>을 통해 느껴본다. 어머니의 삶의 무게를... 내게 남아있는 삶의 무게를 ,, 주변을 차근차근 되돌아보게 되었다. 

바쁘게 걸어왔던 일상은 느릿한 걸음으로 한걸음 뒤로 물러나 다가온 죽음에 때론 분노를 터뜨리지만 느릿하게 걷는다고 삶이라는 시곗바늘이 천천히 돌아가는 것도 아니기에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삶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진다. 나라면 어땠을까..가끔 이런 생각을 해보는데 나 역시도 이 남자가 선택했던 육개월의 삶을 그대로 따르리라. 

폐암 말기의 후지야마는 가족에게 알리지 않은채 앞만보고 달려왔던 시간들을 되돌아  잃어버린 세월을 찾아나서고 연락이 끊겼던 오랜 친구와 재회를 한다. 첫사랑을 만나 하지 못했던 고백을 하고 시시한 말다툼 때문에 31년간 연락이 두절되었던 친구를 만나며 지난날을 되살려낸다.  유서를 작성하듯 살며 관계를 맺었던 이들에게 이별을 고하는 의식속에서  잊혀지지 않기를 바라는 한 남자의 외로움이 느껴져 글로는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통증이 읽는내내 동반되기도 했다. 그리고 내게 남아있는 시간들을 헤아려보며 나의 삶을 하나씩 되돌아본다. 

-" 나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알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적어도 나머지 시간을 소중히 사용할 수 있으니까. 너하고 있는 시간도 소중하게 사용하고 싶어. " -

-인생이란 지금 여기에 있음으로써행복을 느껴야 한다. 나는 반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선고를 받고 나서야 비로소 그 사실을 깨달았다 - 29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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