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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소년의 꿈
요시이에 히로유키 지음, 남도현 옮김 / 양철북 / 2004년 3월
평점 :
<불량 소년의 꿈>
불량 소년이었던 저자가 모교의 교사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그려내고 있는 자전적 에세이로 참 다양한 색을 지닌듯하다. 학생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자신들의 울렁이는 마음속을 속시원히 꼬집어줄 수 있으며 희망의 메시지 전달도 가능해 보이고, 부모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볼 수 있으며 가족이라는 울타리 저 너머의 깊은 곳까지 차분히 되새겨볼듯하다. 한 핏줄로 태어났지만 서로 다른 위치에서 서로의 삶을 바라보고,자신을 바라보고 가족 구성원을 바라보게 만드는 책. 교사에게는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볼 수 있으며 읽는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 생각들이 넘나들것같았다.
청소년들의 일탈은 간접적으로 들어왔고, 거리를 지나다 보면 자주 눈에 띄고 ,뉴스를 시끄럽게 장식하는 폭주족이며 마약,가스,시너,본드,음주,흡연,폭력... 가슴이 덜컥덜컥 내려앉을만한 사건들을 보면서 때론 눈쌀을 찌푸리기도 하고 제 자신을 내버리듯 행동하는 비행 청소년들을 향해 속으로 삭일 수 밖에 없는 질칙도 해봤다. 제 자신을 내팽개쳐 얻는것이 무엇인가. 환경이 그러했다면 그러한대로 자신을 챙기고 아껴가며 다독여야지..하는 질책어린 마음도 불쑥불쑥 고개를 들었지만 돌아서면 비행의 길로 나설 수 밖에 없었을것만 같은 아이들의 외로움이 느껴져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그런데 요시이에의 비행과 일탈은 지금까지 보았던 비행보다 훨씬.. 훨씬 더 적나라했기에 읽기에 조금 힘들었다. 타인의 이야기라 여기면 그뿐인것을, 다른 환경의 아이라 여기며 그래왔구나..하고 읽어버리면 그만인데 왜 이리 가슴을 찌르는 통증이 동반되었던 것일까... 부모의 이혼과 강압적인 아버지의 그늘에서 귀여움을 독차지했던 배다른 형제를 따돌리고 때릴 수 밖에 없었던 자라지 못한 어린 아이가 눈에 밟혀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 생각해 보면, 그 때까지 내 인생에는 부정만 있었다. 가족에 대해서,학교에 대해서, 교사에 대해서, 사회에 대해서... 긍정은 있을 수 없었고, 가능하지도 않았다. 결국 나는 무엇인가를 상실한 채 그곳에 있었던 것이다. 헤겔의 변증법을 이런 나에게 적용시키자 솔직히 그런 느낌이 들었다. ’ 긍정하지 않고서는 부정 그 자체를 부정하고, 좀더 고차원의 긍정을 손에 넣지 않고서는’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 71p-
마음 좋은 양부모를 만난 뒤 어렵사리 편입한 호쿠세이 고등학교에서의 생활은 전국에서 몰려든 불량 학생들의 잔치처럼 알록달록한 꽃을 피우고 소년 또한 자신의 색깔을 버리지 못한 채 지난날의 습관화된 화는 참을 수 없는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여러차례... 이 학교가 아니면 갈 곳이 없어진 소년은 엎질러진 물을 주어담고 행해졌던 과거의 순간을 되돌리기 위해 스스로 자신의 발톱을 뽑아내어 속죄해야만 했던 아이들 사이의 불문율, 때리고 치고,맞고,터지면서까지 마지막 노선인 호쿠세이를 떠날 수 없었던 소년이 피워내었던 삶을 향한 강한 내음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흔히 사람들에게는 세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고 한다. 그 기회를 잡으면 한단계 성장하는 것이고 기회를 알아보지 못하고 외면한다면 있는 그자리의 제자리 걸음일텐데 다행이 요시이에 교사는 뒤늦게 찾아온 기회를 온몸으로 잡아두었고 기회가 줄 수 있는 양분을 뽑아 자신의 담금질하고 단단하게 만들기에 이른다. 어린 소년이 혼자서 사회라는 거대한 틀에 섞여들어 살수는 없었으므로 양부모와의 만남과 호쿠세이 고등학교로의 편입은 그의 삶에 찾아온 첫 번째 기회였고 아다치 선생님과의 만남은 두 번째 기회였다.
- 호쿠세이 고등학교에서 생활하면서, 점점 이런 말에 공감하게 되었다. 사람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변해 간다. 그 누구도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약한 존재다. 동료를 신뢰하며 더불어 관계를 심화하고, 힘을 합친다면 지금까지 정체됐던 문제들이 담숨에 해결될 것이다. 그리고 자기 자신 또한 크게 변할 것이다. 누군가에 의해 계몽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의 체험 속에서 체감했을 때의 그 사실이 내 속에서 확신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 10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