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연
필립 그랭베르 지음, 홍은주 옮김 / 다른세상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악연>
- 이제 알것같다. 우리 우정의 진짜 모습을... - 
필립 그랭베르 장편소설 <악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큰 사건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건조한 문체로 소년에서 성인으로 자라는 동안의 평범한 일기형식도 아니었기에 읽기 시작하면 끝내 손을 놓을수가 없었던 끌림이 존재한다. 한 남자가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는 회고록 같기도하고 , 만나지 말았어야 할 인연에게 전하는 고백 같기도 하다. 그리고 건조한 문체가 전해주는 200p가량의 본문을 읽다보면 드문드문 악연이 되어버린 두 남자의 마음이 파놓은 커다란 구덩이가 있을것만 같아 그 깊이를 알수없는 구덩이를 피하고자 열심히 탐독하게 된다. 그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만들어놓은 구덩이에  빠지면 세상을 바라보는 삐딱한 눈이 생길것만 같고, 내가 맺은 인연의 고리들이 흔들릴것만 같은 느낌.. 그런 느낌이 독서하는 내내 나를 따라다녔다. 만나지 말았어야 할 인연이란 과연 어떤 것인가...? 

-진짜 우정이란 완전히 상대방이 되는 것이다. 우리 둘은 언제나 그랬고 죽을 때까지 그럴 것이며 저 세상에 가서도 그럴 것이다. -
-루는 줄곧 다른 데서 시간을 보낸다. 약속을 세 번 깨면 그와 결별이다. - 62p

-오랫동안 나는 만도가 만든 이미지에 나를 맞추려고 노력했다. 그것이 그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떄때로 느껴졌으므로 나는 그 이미지를 변절시키지 않으려고 애써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지쳤다. 나는 그에게서 점점 멀어지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어땠을까? 아마 샴쌍생아의 가슴을 가르는 메스가 와 닿는 감각을 느꼈으리라. 샴쌍생아는 수술 뒤에 한쪽만 살아남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살아남은 쪽은 다른 한쪽의 목숨과 자유를 맞바꾸었다는 죄의식으로부터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 - 118p 

놀이터에서 만난 이후 만도의 매력에 이끌렸던 어린시절에서 서서히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기 시작하는 시기였던 루는 절친했던 친구와 둘만의 관계에서  서서히 벗어나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려 하고 또다른 인연을 만들지만 만도는 루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세번 약속을 깨면 결별이라는 의미는 단순히 서로 만나지 않고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는 의미일까.. 보통 사람들은 그리 생각할 수 있지만 만도에게 있어 친구 루는 허약한 자신의 영혼을 세계를 지탱해주는 단 하나의 인연이자 의자 받침대였기에  그 인연의 고리를 필사적으로 붙잡고자 하고,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생각을 했으며 언제나 함께하리라 믿었던 자신의 반쪽이  더 넓은 세상으로 한발자욱씩 나아감을 느낀 만도는 자신의  영혼을 붙들고 있었던 연결고리를 놓아버린다. 그리고.... 루는 만도가 어린시절부터 꼼꼼하게 작성해놓은 일기장을 건네받으며 우정이라는 이름 아래 도사리고 있었던 인연이 결국   서로 만나지 말았어야 했을 악연임을 느끼게 되는데....

티비를 자주 보지는 않지만 마음에 드는 몇몇 프로그램은 꼭 시청을 한다. 그리고 <악연> 을 읽으며 요즘 방영되는 <신데렐라 언니>에서 엄마 (강숙) 과 딸 ( 은조)의 관계가 소설속에 등장하는 두 남자의 인연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쪽 인연은 서로가 서로를  선택하지 않았지만 부모와 자식 관계로 싫다한들 떨쳐낼 수 없는 하늘에서 맺어준 인연이고, 또다른 한쪽 인연은..햇빛이 강렬한 어느날 놀이터에서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이루어진친구 관계로 언제든 인연의 고리를 끊을 수 있었던  인연이었건만..왜 그들의 인연은 파국으로 내달릴때까지 이어져야만 끝이나는  만나지 말았어야 할 악연이 되었으며 그들이 나누었던 우정이라는 이름의 인연이  씁쓸함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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