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속물들
오현종 지음 / 뿔(웅진)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아무 생각없이 제목이 특이하고 재미있어 보여서 읽기 시작 했는데 생각보다 더 특이하고 재미있었다. 재미라고 표현한다면 좀 그럴라나....? 재미있었다 라는 느낌이라기보다.. 미쳐 나는 이러이러한 생각을,, 마음을,,,표현하고 살아오지 않았지만 분명 내 속에도 들어있을 법한 내용이었기에 쓴물이 새록새록 입안에 고여만간다. 속물이 아닌 사람들이 어디 있을까 ? 누구를 향하든 있는 그대로, 느낌 그대로, 생각 그대로,,, 거짓없이 포장되지 않는 속마음이 모두 보인다면 아마도 정상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소수에 가까우리라... 

읽으면서 나를 생각했고, 또 한페이지 넘기면서 친구를 생각했고,,, 중반을 넘어서면서 형제자매를 생각했으며 지금은 계시지 않는 부모님이 생각났다. 나는 속물이다. 이렇게 소리내어 결론 내린적 결코 없지만 내안에서 맴돌았던 수많은 생각들은 내가 속물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나는 지금까지 속물이었으며 앞으로도 속물 근성이 사라지지 않을것을 생각하니 또 한방울의 쓴물이 입안에 고인다. 속물이어서 쓰다기 보다...속물임을 인정하지 않고 살아왔기에 쓰디쓴 약을 한모금 삼킨 기분이다.

친구에게 권해줄까 싶었고, 형제들과 돌아가며 읽어볼까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말로써 권함을 대신해본다. 내가 몇일전에 이러이러한 책을 보았는데... 이러이러한 생각이 들었어... 라며 운을 떼었는데 찾아 읽어볼지 스쳐 지나는 가벼운 대화로 남겨질지는 그들 몫이며 일부러 권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든다. 내 주변 사람들도 이책을 읽으며 나처럼 생각하면 어떻게 할까,,, 나와 같은 마음이었음을 고백받는다면 나는 어떨까.. 

책 한 권을 읽으며 너무 깊은 수위까지 느껴야만 했나.. 그도 아니면  내 마음이 그날따라 그렇게 침체되어 있었던 것일까 .. 잘 모르겠다. 모르겠지만 여러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기도 하고... 권하고 싶지 않기도 하다. 주인공들이 살아가는 삶과 느낌, 생각과 표현되지 않았던 내용들이 각자의 삶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기안에 머물고 있는 속마음을,,, 알고는 있었지만 인정하지 못했던 느낌들을 재발견할수는 좋은 기회는 될수있을듯하다. 

- 과 친구이자 고교 때 옆 반 학생이기도 했던 명이 너무 돈이 많아 고상한 속물이라면, 나는 너무 돈이 없어서 비루한 속물이고, 지은은 그냥 원래 속물이다. - 9p

사회 복지학과 재학생인 명과 지은,기린은 속물이다. 철저한 속물이 되지 않으면 세상에게 뒤통수 맞을 수 밖에 없다는 이치를 일찍부터 깨우친 그녀는 철저한 속물이 되기로 작정한다. 얼핏 사회복지학과라 함은 사회의 일원이지만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소외계층을 돌아보고 공감하고 안타까워할 수 있는 사람들이어야 하지않을까 생각하기 쉽지만 여기 등장하는 속물들의 행보는 보여지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그럴 수 있다고 단정지을 수 있을만큼  쉽게 생각할 그 무엇이 아니었다. 

돈이 없어 비루한 속물인 기린은 수입 생수병에 정수기 물을 받아 가지고 다니면서 과외를 몇개씩 해야하는 형편이지만 돈이 많은 속물 친구들을 놓고싶어하지 않고 , 할아버지의 재산 때문에 벌어지는 명의 가족행사는 가족 구성원들이 펼치는 속물들의 소리없는 전쟁이며 , 자기 스스로를 속이며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속물이었던 지은의 이야기 또한 편치많은 않다.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속물들의 일상이 담담하게 펼쳐지는데 이 속물들의 일상은 어쩌면 우리의 모습과 너무 흡사하지 않나 싶은 생각에 흠칫 놀라기도 한다. 속물이 되고 싶지 않아 경멸하던 사람도 결국 속마음은 속물을 경외하고 부러워하고 있다는 쓰디 쓴 현실. 순진하게 살다가 뒤통수맞지 않기 위해 철저한 속물이 되기로 작정한 기린의 성장통은 어쩌면 속물이 되어야만 하는 세상에 놓여진 파릇한 청춘들에게 자기성찰의 기회를 만들어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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