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보이 - 아주 특별한 친구에 대한 상상 마르탱 파주 컬렉션 2
마르탱 파주 지음, 배형은 옮김 / 톡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마르탱 파주의 아주 특별한 친구에 대한 상상: 컬러보이>


심플한 디자인과 알록달록 예쁜 무늬를 화려한 옷처럼 입고있는 소년이 그려진 표지를 본 첫 느낌은 봄내음이 가득한 화사한 행복을 안겨다주었지만 독서하는 동안 화사하고 따뜻한 행복감은 급격히 떨어져버리고 안타까움과 연민,속상함,불편한 진실이 내 안에 무겁게 내려앉았다.. 예쁘고 화려하고, 심플하고, 살짝 미소를 머금은듯한 시몽의 편안한 웃음뒤에 가려진 진실의 커튼을 빠른 속도로 밀어젖히고 싶었지만 차근차근 클레망스와 유령 오스카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내 주변에 있을수도 있는 일일지도 모르고 어디선가 많이 보아왔던 장면들이기에 시몽이 겪어내었을 삶의 짙고도 아픈 고독을 어렴풋이 느껴보며 아주 특별한 친구에 관한 상상을 감각적으로 풀어낸 마르탱 파주의 작품세계로 빠져본다. 

<컬러보이>를 이끌어가는 클레망스의 부모님은 세계적인 예술품 전문 도둑으로 낮보다는 밤이 익숙하고, 열려진 문 보다는 잠겨진 문이 더 그립기에 언제나 집에 머물시간이 없다. 여기저기를 떠돌던 부모님과 클레망스는 몇 년 전 이 고저택을 털다가 유령 오스카를 만나고 둘도없는 친구가 되어 함께 머물게된다. 물론 부모님은 언제나 밤거리를 헤메느라 바쁘기에 클레망스와 늘 함께있는 존재는 유령이고 어느것에도 관심이 없는 사춘기 소녀는 일상의 평화로움이 지겹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날 온몸에 알록달록 예쁜 무지개가 그려진 소년 시몽이 전학을 왔고 학교를 비롯해 온 마을 사람들은 소년의 얼굴을 보기만 해도 행복감에 젖어든다. 

너도나도 앞다투어 전학생 시몽의 눈길을 끌려는 몸짓으로 학교는 술렁이고 행복하고 따사로우면서도 성스러운 평화로움에 물들었지만 단 한사람 클레망스는 시몽의 몸에 그려진 무늬로 인해 빗어진 행복감에 의문을 품고 그를 관찰하기 시작한다. 보여지는 피부에 새겨진  노랗고 붉으며 초록의 무늬들을 관찰하던 중 클레망스는 생각지 못했던 시몽의 삶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학교에 기부금도 많이 내고 교양있어보이는 시몽의 부모님에게서 잔혹한 두얼굴을 발견한 소녀는 오스카의 도움을 받아 진실을 밝히려 하지만.... 세상은 소녀의 말에 귀기울여주지 않는다.  모두에게 사랑받는 존재, 누구나 시몽의 친구가 되고 싶어 안달하는 상황,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함을 전해주는 알록달록한 무늬를 온몸에 두르고 있는 시몽의 미소가 우리에게 전하는 의미는 무엇인가..

<컬러보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가파른 긴박함으로 전개되는가 싶었는데  어느순간 급격한 방향의 선회를 해버린다.  이러이러한 일이 발생할 것이다~ 라는 예상을 뒤집어 여러가지 사건을 하나로 묶어내는듯 싶지만 끝은 여러갈래로 나뉘며 하나로 귀결되지 않는점이 이 작품의 매력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또한 시종일관 시니컬한 클레망스가 시몽의 내면에 잠자고 있는 아픔을 함께 아파하고 공감하고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모습들이 곳곳에 드러나는데 보이지 않으려는 그녀의 까칠함 때문에 인간의 내면에 기본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따뜻함이 더욱 더 두드러졌고 행간의 의미를 파악해야만 하는 깊이있는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쉽고 편안하게 다가왔다.

-파리의 거리를 사랑하는 낭만파 청년. 철학과 예술과 역사가 마술적으로 어우러진 언어로 이야기하는 파주는 , 프랑스 문단이 주목하는 젊은 작가 중 한 명이라고 한다. 대중적일뿐만 아니라 감각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글쓰기로 전 세계 독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파주는 1975년 파리 태생이다. 야간 경비원,페스티벌 안전 요원, 기숙사 사감 등 이색적인 이력을 지니고 있는 그는 대학에서 심리학,언어학,철학,사회학,예술사 , 인류학,음악을 전공했다.-(책표지 저자의 약력에서 발췌 ). 보통 한두가지 전공을 택해 쭈욱 걸어가는 것이 보통일텐데 마르탱 파주는 그의 이색적인 전직 만큼이나 학구열 또한 여러 방면으로 관심이 많았나보다. 

마르탱 파주의 작품으로는 어제 읽어본 <초콜릿 케이크와의 대화>를 시작으로 <컬리보이> ,<나는 지진이다> ,< 나는 어떻게 바보가 되었나>, < 사람들은 세상의 종말에 익숙하다> ,< 비는 사랑에 빠진 것처럼 내린다> 등이 있다. <컬러보이> 와 <초콜릿 케이크와의 대화> , <나는 지진이다> 는 [마르탱 파주 컬렉션 ]으로 묶여 동시에 출간되었는데 쉽고 빠른 흐름에 비해 깊은 여운이 남는 작품이라는 것을 그의 두 번째  작품을 읽으며 느껴본다. 첫 작품은 쉬우면서 어려웠고, 어려우면서도 쉬웠던 야릇한 느낌이었기에 그다지 크게 다가오지 않았는데 왜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있는가를 이번에 느껴본다.  감각적이고, 철학적이면서도 누구에게나 편안히 다가올 수 있으며, 쉬우면서 긴 여운이 동반되는 그의 글을  읽게되어 행복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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