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의 눈 ㅣ 새로고침 (책콩 청소년)
게리 D. 슈미트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고래의 눈>
관심있던 책이 도착했기에 한달음에 읽기는 읽었는데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 좋을지 갈피를 못잡아 두어시간 간격을 두고 주인공 터너가 보았다던 바닷물에 젖은듯한 고래의 눈이 자꾸 생각난다. 마음여린 터너는 고래의 눈을 통해  보아야 할 것은 보았고 지켜야 할 신념은 지켜내며 용기를 얻었지만 사랑하는  아버지와 소중한 친구 리지를 잃었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목사가 되리라는 자신의 미래를 잃었으며, 말라가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다.  강건너 백인마을 사람들은 쇠락해가는 조선업을 대신할  관광지 계발에 힘쓰고 말라가 섬 주민들을 정신병원으로 이송한 뒤 휴양지를 만들려던 잘못된 선택은 역사에 오점을 남겼으며 그 오점은 고래의 눈을 통해 용기를 배우고 성장하는 터너의 눈으로 다시 우리에게 보여진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과 상황들은 작가의 손에서 태어난 허구지만  핍스버그 주민들과 말라가 섬을 둘러싼 고통의 세월은 사실에 근거한 미국의 슬픈  현대사였기에 아픔으로 오래오래 기억될듯하다. 마을의 이익이라 외치지만 결국 개개인 자신을 위해 아무 힘 없는 약자를 몰아낼 수 있는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세상, 지금도 자행되고 있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되풀이될것만 같은 세상앞에 홀로 선 터너. 마음 여린 소년 곁에서 함께 울고 웃었던 해맑은 흑인소녀 리지, 조상 대대로 살아왔던 삶의 터전에서 내몰기 위해 위협을 가하는 강 건너 마을 주민이자 백인 목사의 아들임을 알면서도 터너의 방문을 환영하는 섬 주민들...  

- 터너는 목사의 아들로 행동해야 하는 게 정말 싫었다. 셔츠 깃을 풀고 신나게 달리며 마구 소리를 질러 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한다. 터너는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내 것이 아니야. 몸도 , 마음도, 나에 대해 아버지에게 일러바치기 좋아하는 핍스버그의 모든 교인들 거야. (본문 69p 에서 발췌) -

리지와 함께하는 시간들은 풀을 빳빳하게 먹인 터너의 새하얀 셔츠깃에 숨을 불어넣고, 언제까지나 목사의 아들이기에 흐트러짐 없는 행동을 바랬던 핍스버그 주민들의 감시의 눈길에서 벗어나  아이만이 가지는 자유로움을 터너에게 선사한다.  바람이 터너의 등뒤에서 까불거리며 말라가 섬 저편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터너의 마음을 말라가 섬으로 실어나른다. 그렇게 두 아이들의 우정은 있어서는 안되는 금기사항일지라도 맞서고 터너를 통해 마을 사람들은 하나씩 변화되고 터너는 서서히 성장한다. 언제나 자신을 이해해주는 어머니와 함께 까다로웠던 콥 할머니 댁에서... 

-자신은 어딘가로 떠나기만을 바랐지 보호해 줄 집을 갖는 일은 그렇게 절실히 바라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본문 222p에서 발췌) 핍스버그 마을 주민들의 강요에 못이겨 말라가 주민들은 하나둘씩 떠나고 터너는 마을 번영이라는 명목하에  삶의 터전을 떠나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섬 주민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게된다. 도시 미관을 헤친다고 쫓겨나야만 하는 사람들.. 그곳에 외부 관광객을 위한 호텔을 지어 마을의 번영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믿는 잘못된 믿음. 흑인과 한 마을에 살 수 없다는 사람들의 의식, 인종차별...

터너와 리지의 우정은 위에서 잠시 언급한 내용보다 훨씬 아름다운 그림처럼 펼쳐지고 핍스버그 주민들을 통해 보여지는 내용들은 인간의 추악함을 한껏 드러내고 있지만 그 추악함 못지않게 마을 사람들이 변해가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그려졌다. <고래의 눈>은 전체적으로 담담한듯 느껴지면서도 거친 파도같은 느낌으로 다가왔고, 거친듯 하면서도 찬란한 햇빛을 머금은듯 안정감있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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