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구
김이환 지음 / 예담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절망의 구>
한 ~~ 열페이지쯤 읽었을까 싶었을 때 문득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가 생각났다. 비슷한듯 하면서도 다르고, 다른듯 하면서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게 만드는 무엇 때문에 <눈먼 자들의 도시>가 지속적으로 떠올라 서로다른 두  작품이 겹쳐지는 이상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초반에 그런 이상한 느낌으로 시작을 했지만 나름대로 재미있고 독특한 상상을 경험했다. 400p가 넘는 꽤 두터운 분량이  느린듯 하면서도 빠르게 전개되고, 빠른듯 하면서도 느리게 흘러간다. 절망의 구라 이름붙여진 정체불명의 검은 구가 나를 향해 점점 다가드는듯한 상상을 하게끔 만드는 것은 작가의 대단한 노력이리라. 지금까지 세상에 없었던 불가해한 에너지의 집약체라 생각되는 검은 구는 사람을 흡수한다. 

서른두 살의 남자는 담배 한갑 사러 대문을 나섰을 뿐인데 골목 입구를 틀어막고 서서히 굴러오는 물체를 목격한다. 온몸을 휘감는 불길함에 남자는 일단 도망을 친다. 사람이 검은 구에 닿는 순간  사람을 흡수하고 ,흡수되기 직전 사람들의 절망스러운 모습을 본 남자는 충격에 휩싸여 그길로 차를 몰고 서울을 떠난다. 남자의 집앞 골목에서 처음 발견된  검은 구는 오직 사람만을 목적으로 살아있는 생명체마냥 사람 사냥을 시작하고 그것은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그것을 처음 본 남자는 왜 최초 목격자가 되었던 것일까? 다른 사람보다 죄를 많이 지었기 때문에 그 남자의 눈에 처음 비춰진 것일까? 가까운 사람들의 안부가 걱정되었지만 부모님이 걱정되어 무작정 차를 몰고 부모님이 살고계신 도시로 향한다. 날이밝아 검은 구의 정체를 알게된 시민들은 혼란에 빠졌고 군대는 이를 통제하려 나선다. 하지만..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무기로도 부술 수 없기에 우왕좌왕 하던 중 하나였던 검은 구는 두개로, 세개로,, 끊임없이  늘어나기에 이른다. 

한국의 서울에서 최초 발견된 검은 구는 이제 전 세계의 도시에서 발견되고 인류의 안위가 걱정되리만치 세상의 흔적을 하나씩 하나씩 흡수해나간다. 신의 무기인가, 블랙홀인가, 인간이 만들어낸 첨단 무기인가를 놓고 사람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어느 누구도 진실은 알지 못한다. 오직 한사람, 구의 최초 목격자인 남자는 검은 구에 흡수되지 않는데 왜 그는 검은구에 흡수되지 않았던 것일까.?

흡수된 사람이 어찌 되었는지는 끝부분에 가서야 밝혀지는데 그 또한 경악스럽다. 경악스럽기는 하지만 생경스럽지는 않았고, 독특한 결말을 내었지만 색다른 결말은 아닌듯했다. 아마도 초반에 생각났던 어떤 이상한 현상 때문에 그리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지만 결말 부분이 약간..아주 약간 싱겁다는 느낌이든다. 쫓는자와 쫓기는 자의 숨막히는 대결 구도가 아닌 정체불명의 물체를 피해 도망치는 남자의 길고 긴 이야기의 시작에서 <눈먼 자들의 도시>가 떠올랐다면 <절망의 구>에서의 결말 부분은  <눈먼 자들의 도시> 후속편인 <눈뜬 자들의 도시>가 또다시 겹쳐지는듯 느껴진다. 어디, 어느 부분이  겹쳐졌느냐고 묻는다면 가끔씩 등장하는 설정이 그러했고, 느낌이 그렇다고 밖에 말할 수 없겠다. 두 작가의 문체도 다르고 , 전개되는 상황도 다르지만 <절망의 구>는 사라마구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시작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마무리를 했다. 사라마구의 작품이 생각나기는 했지만 대단한 수작이었고 흡입력 또한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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