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집
헬렌 킴 지음, 정영문 옮김 / 작가정신 / 2001년 11월
평점 :
절판


<엄마의 집>
엄마가 그리웠던 어느날 우연히 발견하여 읽기 시작한 이 책은, 독서하는  내내 엄마가 생각났다기 보다 그 옛날 아들을 낳지 못했던 한 여인의 한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 답답함을 안겨다 주었다. 요즘이야 아들을 그리 선호하지 않고 아들딸 구별없이 한둘만 낳아 키우지만 옛날에는 장손이니, 아들이니 하며 아들의 탄생을 축복하고 기원했기에 이런 내용의 책과 영화는 수없이 많다. 이 책은 저자님의 어린시절의 기억속에 자리잡힌 여인의 한과 넋을 어린이의 눈으로 풀어간다. 조금은 이기적이고 아버지의 잘생긴 얼굴과 할머니를 닮은 이기적인 큰언니 장희와 엄마의 외모와 강인한 성품을 그대로 물려받았지만 조금은 못생긴 둘째딸 준희, 마음여린 셋째 문희, 무엇이든 잘 먹고 준희와 비슷한 강인함으로 잘 울지않은 막내딸 기희가 <엄마의 집>에 등장하는 딸들이다. 이 책은 열한살 준희가 화자가 되어 풀어가고 있지만 결코 어린이의 시선으로만 읽혀지지는 않는다. 어쩌면 나의 윗 세대이신 어머님들의 삶이 이런것이 아닐까 싶었다. 겪어보지 못했지만 마음에 와닿는 것은 나 역시 여자이기 때문인가..

- " 몇 년이 지나 네가 누군가의 집으로 시집을 가, 아무도 얘기를 나눌 사람이 없게 될 때면 네 딸조차도 너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게 될 거다. 그리고 너한테는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본문 173p 에서 발췌)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엄격한 시어머니 아래서 제대로 된 자신의 의견을 한번도 말할 수 없었던 어머니와 가족의  삶 속에 어느날 홍수로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되어버린 남자아이 병수가 들어온다. 병수가 못마땅한 아버지는 양자로 들일 집을 알아보라 성화를 하지만 병수를 양자로 들이고 싶은 어머니는 이 집에서 자신의 위치는 어디에 있는지, 자신의 삶은 어디에 있는지를 마음으로 되물으며  케케묵은 먼지처럼 걷잡을 수 없는 불씨가 되어 조용한 반란을 꿈꾼다.손자를 원하는 할머니와 주변 인물들에 의해 딸들은 상실감을 안고 여느 아버지처럼 다른 곳에서 다른 여자와 다른 아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살아가던 준희와, 조용한 반란을 꿈꾸었던 어머니.. 한번도 자식들의 마음이나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려본 적 없는 아버지는 어머니의 가출을 계기로 가족에게 한발 다가선다. 민소매 원피스를 입고, 쪽진 머리를 잘라버리며 누구의 아내, 누구의 며느리, 누구의 어머니로서의 위치가 아닌 온전한 자신을 찾아가는 어머니의 반란은 무신경한 아버지를 가족의 품으로 되돌려 놓는다. 장희 언니가 만든 작고 튼튼한 성냥갑 집을 어머니만의 공간으로 명명하고 엄마의 집이라 생각했던 어린 준희는 어머니를 이해하고 그 공간안으로 들어가고자 애를쓴다. 삼년은 귀벙어리,삼년은 말벙어리,삼년은 눈벙어리인 채로 살아내어야 했던 우리 어머니들의 삶이 여기에 고스란히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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