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의 돌
아티크 라히미 지음, 임희근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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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의 돌>
"당신 알지, 그 돌을 앞에 놓고...그 앞에서 모든 불행, 모든 괴로움,모든 고통, 모든비참한 이야기...이런 걸 다 탄식하며 털어놓는...마음에 담은 것,남들에게 차마 말 못할 이야기, 모두 털어놓는 그런 돌..."..." 그 돌에게 이야기하고, 이야기 하고.그러면 그 돌이 이야기를 듣고 그 말을, 비밀을 모두 빨아들이다가 어느 날인가 탁 깨지는 거야. 산산조각 나는 거야.. 그렇게 되는 날, 이야기한 사람은 모든 고통에서, 모든 괴로움에서 해방되는 거야.." ( 118p~119p 중..) ..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 마을은 파괴되어 정신과 육신이 모두 피폐해지고, 어긋나간 총알 하나로 인해 식물인간이 되어 돌아온 남편의 곁에 머물며 그를 간호하고, 알라신의 이름을 부르며 남편의 회생을 기원하는 이 이성은 어린 두 딸과 함께 좀더 안전한 곳으로 피신을 하지도 못하고, 자유를 찾아 훨훨 날아갈수도 없는 상황에서 자신도 미처 알지 못했지만 사랑을 갈구하고 있음을, 행복을 추구하고 있음을  그녀에게 있어 인내의 돌이 되어버린 남편에게 쏟아놓으며 점차 자신의 내면에 잠재하고 있는 인간의 본질적인 쾌락,사랑,희망, 열정을.. 인내의 돌에 한마디 한마디 새겨 넣으며 독백처럼 울려퍼진다. 여인들의 온몸을 차도르로 가리듯, 마음 조차도 꺼내어 볼 수 없는 곳에 밀어두어야만 했던 전통과 사회 통념 속에 가두어 버린 여성의 내면이 자조어린 슬픔의 항아리 속에 메아리치는 속절없는 외침이라 할지라도 그녀에게 있어 말(言)이란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움직일 수 없는 남편의 신체를 닦아내고 , 두 눈을 부릅뜨고 위를 바라보고 있지만 무엇을 보는지, 무엇을 생각하는지 모르는 퀭한 두 눈에 안약을 두방울씩 넣어주고 , 설탕물과 소금물로 이루어진 영양분을 남편의 입속에 흘려 넣어주는 반복된 일상에서 남편에게 쏟아내었던 소나기의 향연은 독백으로 허공에 울려퍼지고 허공에서 맴돌던 말의 그림자는 그녀를 다시 감싸며  점차 자신의 내면을 말이라는 거울에서 투영하듯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는데 ,이 소설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녀는 무엇 때문에 오열하고, 속삭이며, 화를내고, 히스테릭한 웃음을 지으면서도 남편의 곁을 떠날 수 없는가를 가장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흡사 한편의 모노드라마를 관람한 기분이 든다. 동적인 움직임 없는 정체된 집이라는 공간과 빗나간 총을 맞아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남편은 그녀의 내면을 엿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하나의 도구 역할로 소설의 전체는 쉬우면서도 아릿하고, 아릿하면서도 분노가 치솟아 올라 종주먹을 쥔 채 하늘을 향해,  수많은 이슬람 여성들의 내면에 존재하는 분노를 쾅쾅..내리치듯 그렇게 울려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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