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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에게 ㅣ 처음어린이 2
이오덕 지음 / 처음주니어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이오덕 그림 동시집- 철이에게...
옛날~ 옛날~~ 어린시절이 문득문득 떠오르게 만드는 그림과 정겨운 시가 함께하는 동시집.!
어른들은 맡을 수 있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맡을 수 없는 그런 빛바랜 산과 들의 내음..!
나는 그렇게 한편 한편의 그림과 시를 읽어내려 갔지만 아이들에게는 그 무엇도 느껴지지 않는가보다.
봄아, 오너라
먼 남쪽 하늘
눈 덮힌 산봉우리를 넘고
따스한 입김으로 내 이마에
불어오너라.
양지쪽 돌담 앞에
소꿉놀이하던 사금파리 밑에서
새파란 것들아, 돋아나거라.
발가벗은 도토리들
가랑잎 속에 묻힌 산기슭
가시덤불 밑에서 달래야,
새파란 달래야, 돋아나거라.
종달새야, 하늘 높이
솟아올라라.
잊었던 노래를 들려다오.
자연과 어우러진 어린이의 참모습을 담아내고 싶으셨던 선생님의 그림 동시집 속에 나의 어린시절도 한자락 숨어있지 않을까..산과 들로 뛰놀며 아카시아 꽃송이를 한가득 입에 머금어 주르륵 주르륵 입속에 털어넣고 향긋한 꽃내음을 혀끝으로, 코끝으로 맛보던 어린시절이 생각난다. 이웃집 담장아래 피어있는 민들레 꽃송이로 밥을 만들고, 뿌리내린 흙을 퍼담아 곱게 갈던 소꿉놀이, 해가 기울어 산너머로 자취를 감추어도 폴짝폴짝 갈래머리 흔들며 동무들과 뛰놀던 새까만 고무줄 놀이를 요즘 아이들이 알고는 있을까...세월이 흘러 놀이도, 문화도, 언어도 변해가지만 옛날에 피었던 개나리가 피어나고, 새싹이 어느덧 또다시 돋아나고 피어나는 이 봄에 꼭 어울리는 자연과 어우러진 그림 동시집 한권은 주름진 할아버지, 할머니의 목소리로 귓가에 아스라이 들려온다.
산을 바라보는 아이
산을 바라보는아이는
그 가슴에 커다란
바위가 있다.
바위 밑에서 맑은 샘물이
솟아나오는.
산을 바라보는 아이는
그 마음에 정정한
나무가 있다.
온갖 새들이 가지에 앉아
노래하고 있는.
산을 바라보는 아이는
떡 벌어진 어깨
확 트인 가슴
세상의 바람을다 맞아도
끄떡도 않는다.
산같이 말이 없고
그 눈은 하늘빛
귀는 먼 바다의
파도 소리를 듣는다.
하늘에 안겨
온몸에 빛을 거느리고 있는
그 아이는
하늘 높이 솟은 산이다.
문득,, 현대적인 언어에 익숙한 눈으로 읽다보니 조금은 투박한 질그릇의 느낌으로 다가왔던 그림 동시집이었지만 자꾸만 눈길이 머무는 것은 살아 생전에 이오덕님이 품고있었을 자연을 닮은 어린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이 느껴지기 때문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