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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세상을 날다
소피 라구나 지음, 황보석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엄마가 떠나버린 후 아빠와 함께 살고있는 십대 소년이 느끼는 애증과 갈증, 우정을 그린 <소년, 세상을 날다.>...
엄마의 기억은 오로지 물에 젖어버린 모직물 냄새라는 것..젖은 모직물 냄새..십대의 소년이 표현해 낼 수 있는 그리움과 상실의 표현이 젖은 모직물 냄새로 책을 읽어가는 내내 코끝에서 맴맴..돈다.
자신 때문에 엄마가 떠나버렸다고 믿는 십대의 버드는 어느날 마트에서 우연히 보게된 새에관한 책자에 온통 마음을 빼앗긴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묘한 끌림에 책자를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에 숨겨두고 결국은 그 책자를 구입하면서 어디든 마음껏 날아갈 수 있는 새와 책자의 작가에 관해 그림으로 그리움을 표현하기에 이른다. 한편 버드의 아빠는 생계를 위해 언제나 옷에 기름 범벅이 되어 열심히 일을 하지만 아들과의 소통이 생각대로 되지 않음에 버드의 가정은 언제나 조용하다. 어느 누구보다 아들을 사랑하는 아빠지만 표현의 부재는 아이에게 또다른 갈증을 느끼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사랑을 표현하는 것을 쑥스럽게 생각하고 말하지 않아도 알수있으리란 가족애를 바탕으로 애정 표현을 건너뛰며 표현하기를 두려워 하는데 사랑은 표현하므로써 한층 더 자라나고 밀착되는 것이 아닐까..
무엇인지 모를 갈증에 허덕이던 버드에게 슈거는 단짝친구로 다가온다. 두사람 모두 다른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으며 오로지 둘만의 단단한 아성을 쌓았지만 어느날 슈거의 전학소식을 듣게된 버드는 또다시 자신을 버리고 떠나버린 엄마를 생각하며 슈거를 기피하기에 이른다. 자신을 두고 혼자 떠나버린 엄마와, 언제까지고 곁에 있어줄 것만 같았던 단짝의 전학소식은 버드를 현실에서 도망치게 만들고 버드는 <새들, 들판의 안내자> 에 쓰여져 있는 블루 마운틴으로 떠나게 된다. 넓은 도시 어딘가로 떠나면 새들의 보호구역인 블루 마운틴에 도착할 것이고 버드는 그곳에서 새들을 보살피며 살고싶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무작정 길을 나서지만 버드의 앞길에는 험란한 여정만이 남아있다. 세상밖으로 한발자욱도 나서본 적 없는 버드에게 넓은 도시는 무서운 괴물이었지만 아빠와 삼촌, 가족의 사랑을 다시한번 깨닫는 계기가 되어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아빠의 품에 돌아오게 된다.
일반 성장소설에 비해 두드러진 십대의 격동적인 묘사는 없었지만 묘하게도 한번 책을 손에 잡으면 계속해서 노란색의 이 책이 생각나는 <소년, 세상을 날다>는 절친한 친구와 가족, 사랑, 외로움과 애증의 관계를 어디든 마음껏 날아갈 수 있는 새를 통해 표출해낸 섬세한 청소년 성장소설이라 읽혀진다. 한부모 가정의 십대아이가 가지는 상실과 그리움의 소용돌이를 소피 라구나 작가님은 섬세한 필치로 자연스럽게 그려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