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투를 빈다 - 딴지총수 김어준의 정면돌파 인생매뉴얼
김어준 지음, 현태준 그림 / 푸른숲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딴지일보 총수인 김어준님의 색다른 책. <건투를 빈다. > 사람들은 누구나 말못할 고민이나 터놓고 싶은 고민이 한두가지 있기 마련이다. 나 역시도 어디에 내놓고 이해를 구하거나 상담을 바라지 못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 잠재워 놓은 고민이 있다. 깊은 곳에 침식된 것들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순간순간 답답함이 밀려올 때마다 후련하게 방향을 제시해 줄 수있는 상담, 혹은 답변을 바래보지만 쉽게 꺼내지 못하는 무엇 때문에 질식할 것 같은 희뿌연 안개의 미로속을 거닐고 있는듯 답답과 조급증이 함께 동반되며 가슴앓이의 시간을 보낸다.  내가 선택한 것이 내 인생의 행로를 결정하고, 방향을 정한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을 때가 막 스무살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선택하여 길을 걸어가다 이 길이 아니다 싶을 때 출발지점으로 되돌아 오면 되는 일도 있지만 한번의 선택으로 인해 삶의 방향이 바뀌기도 하기에 어른이 된다는 것, 내가 선택한 이 길이 내 삶의 모습이라는 무게 때문에 이십대의 시절이 무척 힘겹기도 했다. 어린 선택의 시간을 건너 한결 여유로움을 느끼는 지금도 여전히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선택은 어려움의 연속이다.

<건투를 빈다> 이 책속에는 많은 이들의 사연이 담겨져 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채 가슴앓이를 하고있는 20대의 파릇한 청춘, 40대의 주부, 10대의 학생, 남녀노소를 떠나 모두다 행복하고 싶기에 더 나은 선택을 하고자 여기저기 안과 밖으로 문을 두드려 봤을것이다.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어려운 취업의 문을 뚫었지만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고민하는 사람에게 김어준 총수 특유의 답변이 재치있게 펼쳐진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김어준 총수가 해 주는 답변은 듣기 어려울듯하다. 정곡을 찌르고 무너질 곳을 찾아내어 옆구리를 콕콕 찔러주며 질문자가 아파할지, 가려워 할지, 울고싶을지를 먼저 판단하여 미화시키지도 않는다. 한마디로 시원한 답변. 만약 질문자가 나였다면 어떨까.....그때도 시원하다 여겨질까...

책을 읽던 중 비교적 첫 부분에 실려있는 학생의 글이 눈에 띄어 페이지를 따로 표시해 두었다. -  중고등 시절에 공부 잘 하는 모범생으로우쭐했고, 얼떨결에 특목고를 진학해 가족들의 기대는 눈덩이처럼 불어만 갔다. 특목고에 입학해 열심히 공부하는 모범생이었지만 이 학생은 가끔 내가 뭘 위해서 이러는가 싶은 고민에 빠져들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서라 되뇌이며 가족들의 큰 기대속에 수능시험을 치뤘지만 실패하고 , 재수를 했지만 또다시 실패했다. 명문대를 위해 삼수를 권하는 가족들의 권유를 마다하고 거리가 먼 대학에 입학했지만 가족, 친척, 선생님, 주변 사람들의 실망에 두려움을 느끼는 학생. 자신이 하찮은 사람같고, 누군가를 의식하고 마음에 들게, 칭찬받게 행동해야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학생의 질문 - 22p

김어준 총수의 답변 - 엉아 맴이 아프다. 웬만해서 남의일로 마음 안 아파주시는 성정인데 말이다. 왜냐. 당신은 영문도 모르고 징집되어  진군가에 홀린채, 목적도 모르면서, 남의 전장에서 싸우다, 어느날 낙오해버린 인생 학도병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우리나라에 너무 많기 때문이다~~~ 생략 ~~~~ 당신은 여태 부모를 비롯한 다른 누군가의 욕망을 위해 당신 인생 대부분을 소비하고 있었다는 거다. 그게 다 자신의 욕망인 줄 알고, 말하자면 엄마의 욕망을 욕망한 아이였던 거지. 특히 우리나라는 10대에게 요구하는 게 오로지 학교 성적밖에 없는 야만적인 사회인지라 당신처럼 성적이 좋은 학생일수록 그 마인드세트를 벗어나기가 대단히 여럽다 .

~~ 생략~~ 물론 부모 욕망에 응답코자 하는 건 모든 아이의 숙명이다. 그리고 거기에 부응하지 못한 자책감으로부터 완벽히 자유로운 자도 없고, 거기까진 정상이다. 사실 인간은 평생을 그렇게 누군가의 욕망에 호응하느라 부산하다. ~~ 생략~~ 우리나라엔 남의 욕망에 복무하는 데 삶 전체를 다 쓰고 마는 사람들, 자기 공간은 텅텅 빈 사람들, 너무나 많다. 당신만의 노선을 찾고 그리고 거기서 자존감, 되찾으시라. 시간이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 ~~ 생략~~ 남의기대를 저버리는 연습을 하라는 거. 남의 기대를 저버린다고 당신 하찮은 사람 되는 거 아니다. 반대다. 그렇게 제 욕망의 주인이 되시라. 자기 전투를 하시라. 어느 날 , 삶의 자유가 당신것이 될지니..

위의 학생의 이야기는 아이를 둔 부모와 아이 모두가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할 문제라 여겨진다. 나 역시 아이들의 부모로써 성적과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를 바라지만 나의 욕망에 아이의 삶 전체를 소비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내려놓는 연습을 해야할듯하다.  <건투를 빈다> 는 나, 가족, 친구, 직장, 연인 으로 크게 나뉘어 많은 사람들의 상담과 명쾌한 김어준 총수의 답변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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