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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방으로 들어간다
니콜 크라우스 지음, 최준영 옮김 / 민음사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어느날 문득 기억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야 한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내가 알고있는 모든 것에서 한발자욱 물러선채 모든것이 생경스럽게 펼쳐진다면 그 소용돌이 가운데 서서 방향감각을 상실한 채 머뭇거리며 아무일 없었던 듯 나의 삶이라 여겨지는 모든 것들에게로 돌아갈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가끔 기억을 상실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영화나 책으로 보았지만 타인에게 일어난 일이라 별 뜻없이 안타까운 심정으로 바라만 보았다. 어느날 내가 살아왔던 발자취 조차 물음표로 남겨진채 제삼자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듣게 된다면 얼마만큼 답답할까.. 이 책은 열두살 이후로의 기억을 상실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 남자가 기억의 고리를 찾아 방황하고 또 방황하는 <남자, 방으로 들어간다>는 심리적 묘사가 뛰어난 작품이었다.
삼십대의 매력적인 영문학 교수 샘슨은 어느날 사막 한가운데서 기억을 잃은채 발견되고 머릿속에 종양이 발견되어 수술하기에 이른다. 수술을 마친 후 열두살 이후의 기억은 사라져 버리지만 그의 곁에는 그의 아내라 여겨지는 아름다운 아내 애나가 있다. 젊은 샘슨은 자신이 처한 상황이 너무나 낯설게만 느껴진다. 다른 누구라도 어느날 샘슨교수 처럼 기억이 사라진다면 방황하리라.. 부부, 자녀, 친구들, 모두가 나를 알고있지만 정작 스스로는 그들이 만들어가는 삶과 삶의 고리에서 동떨어져 자신의 존재를 느낄 수 없을 때의 절망감....내가 잃어버린 것들이 무엇인지 조차도 기억나지 않을때의 고독감...
내 삶의 터전으로 돌아왔지만 마치 타인의 집에서 다른 사람의 옷을 걸치고, 낯선 사람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가야 한다. 기억을 잃어버렸지만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속에 머물며, 예전의 그사람이기를 바라는 세상은 그의 마음을 옥죄이고 열두살 시절의 기억속에 여전히 살아계신 어머님은 이미 돌아가신 분이라는 것을 그가 사랑했던 여인 애나의 입으로 듣지만 자신의 기억속에는 없는 일들의 혼란스러움에 그는 애나와 잠시동안의 별거를 선택한다.
사랑했으므로 결혼을 했고, 두사람이 한 가정을 이루며 알콩달콩 사랑을 나누며 지나왔던 순간들은 기억 속에서 사라졌고, 사랑했던 사람과의 새로운 사랑이 형성될 수 있을까.. 사랑할 수 있을까.. 정신과 치료를 받던중 그에게 다가온 과학자 레이는 기억에 관한 실험 대상자로 접근하고 다른 사람이 겪었던 전쟁의 참상에 충격을 받아 결국 그곳을 뛰쳐 나와 이미 돌아가신 어머님의 유해가 묻힌 옛집을 찾고 잃어버린 기억과, 잃어버린 삶, 존재의 의미를 깨닫고 자신의 운명과 만나게 된다는 이 책은 남자의 기억상실을 빌미로 작가는 다른 여러가지를 말하고 싶었다고 느껴진다. 사랑,상실, 존재의 의미,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