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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되기 5분 전 ㅣ 마음이 자라는 나무 20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양억관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오래전 나의 친구 하나가 떠오른다. 발음이 부정확했던 그 친구가 책을 읽을 때면 명확하지 않은 발음 때문에 몹시도 귀에 거슬렸었고, 알아들을 수 없었기에 불편하기도 했다. 그렇게 2년을 보내던 어느날 우리는 함께 교실에 남았고, 친구가 되었다. 내가 원치 않았을 때에는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던 친구만이 가지는 매력을 느껴가며 우정을 만들었지만 만화책 이외의 주된 관심사가 달랐던 그 아이와 나의 우정은 어떻게 이어져 왔었을까 생각해 본다. 학창시절을 떠 올려보니 서로가 공유할 수 있는 부분들을 가진 친구들끼리 몇몇의 그룹으로 나뉘어 똘똘 뭉쳐 하나의 소규모 사회를 만들어 간다. 모두에게 속해있어야만 하는 작은 사회...학교, 회사, 동네, 어디를 둘러봐도 소규모의 그룹은 존재한다.
우산 하나로 시작된 불행에서 에미와 유카의 우정을 그린 <친구가 되기 5분 전>은 아이들이 생활하는 학급의 모습 그리고 어른들의 세계에서도 유사한 광경을 볼 수 있다. 어른이 된 후에도 ’모두’ 에 속해야만 마음이 편해지는 것. 그것이 바로 ’모두’가 가진 맹점이었음을 알고있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룹에 속하지 못했을 경우의 불편함이란 아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왕따의 심정이 아닐까 . ’모두’란 그룹이다. 영원히 한마음으로 ’모두’ 함께갈 수 없듯이 ’모두’에 속박당하는 자신을 느끼는 순간 불행의 씨앗이 움트고 있나보다. 스스로 키워가고 있나보다. 사람을 가리켜 사회적 동물이라 한다. 사회란 ’모두’ 가 속해있는 거대한 그룹이고, 그 거대한 그룹속에 또다른 ’모두’의 그룹을 만들어 그물처럼 이어지고 역여져 있는 것이 삶인가보다.
아이들 사이에서도 별다른 이유없이 ’모두’ 속에서 배출당하는 일이 있듯이 어른들 사이에서도 그런 일들은 종종 발생한다. 모두에 속하려 희생양을 만들기도 하고, 친구의 시선을 의식해 때론 옳지 않음에도 옳다는 표면적인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우산 하나로 시작된 불행으로 교통사고를 당한 후 언제나 퉁명스럽고, 쌀쌀맞은 에미와 신장병을 앓고있는 느리지만 착한 유카, 그리고 에미의 어린 동생 후미와 모토는 ’ 모두’에서 벗어나 그들만의 우정을 만들어 나아간다. 중학교를 마지막으로 유카는 세상을 떠났지만 에미의 마음속엔 언제나 복슬강아지 구름처럼 유카가 자리하고 있겠지..
265p "난 ’모두’를 싫어해. ’모두’가 ’모두’로 있는 동안은 친구가 아니야. 절대." 에미의 말에 공감을 느껴본다.
277p ’후미는 져도 분하지 않은 상대, 이녀석이라면 져도 괜찮다고 생각되는 상대..그래서 더더욱 지고 싶지 않은 상대였다.’ 에미의 동생 후미와 그의 친구 모토의 우정이 눈부시다. 서로 격려하고, 서로 받들며, 인정하고, 물러서고, 용서할 줄 아는 친구.. 삶을 살아가면서 에미와 유카, 후미와 모토가 나누었던 우정 하나쯤은 만들고 싶어진다.
에미와 후미의 어린시절을 제삼자의 눈으로 서술하고 있는 <친구가 되기 5분 전>에는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에미의 학교 친구들, 후미의 학교 친구들, 그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듣고 써내려간 에미의 약혼자. 그들의 이야기는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에게 많은 것을 남겨줄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