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플 땐 아파서, 슬플 땐 슬퍼서, 기쁠 땐 기뻐서, 제일 먼저 생각나는 그리운 사람, 엄마, 엄마는 저에게 썰물이 아닌 밀물입니다. 아프디아픈 파도입니다. 부르면 금방 기도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수평선입니다. 수녀님의 사모곡 -엄마-의 첫 장에 나오는 싯구입니다. 곱게 피어있었을 예쁜 꽃을 책갈피에 말려 딸에게 보내는 편지글에 붙여서 보내셨다던 수녀님의 어머님을 잠시 생각해 봅니다. 정겹움과 그리움이 묻어있는 엄마의 시는 이제 저의 사모곡이 되었습니다... 어머니 그리울 적마다- 눈물을 모아 둔 항아리가 있네 들키지 않으려고 고이고이 가슴에만 키워 온 둥글고 고운 항아리 이 항아리에서 시가 피어나고 기도가 익어 가고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빛으로 감싸 안는 지혜가 빚어지네 이눈물 항아리는 어머니가 내게 주신 마지막 선물이네...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을 읽었습니다. 가슴 저 깊은 곳에서 하얀 화선지에 먹물 한방울 흐르듯이 어느새 나의 가슴은 먹빛으로 변해갑니다.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못난 딸자식의 마음으로 돌아가고, 어린시절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한번도 사랑한다 말을 어머니께 전하지 못했던 못난딸은 어머니가 계시지 않는 세월만큼 어머님을 향한 그리움에 홀로 아파하고 있습니다. 수녀님의 싯구처럼 어머니 그리울 적마다 눈물을 모아둔 항아리를 꺼내어 봅니다. 까만밤에 홀로 앉아 바라보는 액자속의 어머님이 몹시도 뵙고 싶습니다. 엄마 비슷한 이를 보면- 길을 가다 엄마 닮은 이가 지나가면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봅니다 하늘나라에 전화를 걸고 싶어집니다 엄마와 목소리가 비슷한 이를 만나면 형제들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그런 일이 있었다고 엄마가 더욱 그리웠다고 전해 줍니다... 어머니가 계시지 않는 세월만큼 어머님의 사진을 보며 속살거려 봅니다. 어머님 계실적에 애틋한 사랑고백 한번 해 보지 못했음을 자책하며 마음아파 하는 못난딸은 여기 이 자리에서 어머님의 사랑과 믿음과 희생을 먹고 이렇게 잘 자랐습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차디찬 곳에 누워계신 어머님을 생각하며 오늘도 이렇게 애틋한 사랑고백을 해 봅니다. 엄마... 사랑해요....수녀님의 시집을 읽으며 어머님을 향한 그리움에 한글자 한글자 적어 봅니다. 그리움의 감기- 엄마 꺼나신 후 그리움의 감기 기운 목에 걸려 멈추질 않네 내 기침 소리 먼 나라에 닿아 엄마가 아주 잠시라도 다녀가시면 좋겠네 더 이상 중요한 것도 없고 더 이상 욕심이 없어진 세상 엄마와의 이별로 마음은 더 맑고 깨끗해졌는데 이토록 오래 쓸쓸할 줄이야 엄마라는 그리움의 뿌리가 이토록 길고 깊을 줄이야... 엄마를 향한 이해인 수녀님의 사모곡이 담겨져 있는 시집은 이제 나의 사모곡이 되었습니다. 엄마가 만들어 주신 고운 소품들과 고운 향기가 묻어나는 편지글은 꽃씨를 타고 살포시 내려앉아 눈시울을 적시게 만듭니다. 지난해에 작고하신 어머님을 그리며 완성된 시들은 세상모든 딸과 자식들의 가슴에 두고두고 아련함을 남길것 같습니다. 눈 내리는 벌판 위에- 하늘나라 어머니의 편지처럼 희게 희게 내리는 눈 눈 내리는 벌판 위에 새 한 마리 앉아 있다 나를 빤히 바라보며 더 많이 노래하란다 이제는 그만 울고 더 많이 행복하란다 엄마라는 그 이름 흰 눈을 닮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