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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스트리트
산드라 시스네로스 지음, 권혁 옮김 / 돋을새김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망고 스트리트> 제목과 책 표지가 아주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알라딘의 요술램프에서 톡 튀어나왔을 듯한 램프? 혹은 주전자? 에서 하얀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며 달콤 쌉싸름한 소녀의 감성과 산뜻하고 쾌활한 내용이 펼쳐질것 같았지만 내용은 그다지 달콤 쌉싸름과는 거리가 있다. 맥시코 이주민이 모여사는 빈민가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망고스트리트는 이 책을 이끌어가는 소녀 '에스페란자' 가 자신들의 허물어져가는 집과 주변 인물들을 소녀의 눈으로 바라보는 이야기였다.
할머니의 이름은 물려받았지만 결코 할머니의 창가 자리는 물려받지 않겠다고 에스페란자는 결심을 한다. 남자들의 의지와 의견이 주축이 되어 거기에 순응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여인들의 삶을 거부하는 그녀의 강인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책을 읽어가다 보면 각각의 내용이 서로 다른듯 보여졌지만 결국은 에스페란자의 눈으로 바라본 빈민가인 망고리스트의 모습이다. 고향이 그리워 향수병에 시달리는 이웃집 여인의 모습과, 댄스홀의 화려함과 자유를 꿈꾸지만 남편의 억업에 억눌려 사방으로 꽉 막혀버린 집 안에서의 생활 모습은 동화속의 라푼젤을 떠올리게 만든다. 긴 머리채를 늘어뜨리는 라푼젤과 댄스홀을 꿈꾸며 길다란 줄을 늘어뜨려 아이들에게 먹거리를 부탁하는 이웃집 여인의 모습에서 에스페란자는 무엇을 생각할까?
망고리스트의 거리에 등장하는 여인들의 삶은 하나같이 그 무엇인가에 억눌려서 살아가는 고통이 함께한다. 아버지의 그늘속에 언제나 외톨이가 된 소녀, 고향이 그리워 향수병에 시달리는 이웃집 여인의 삶..그 속에서 현실의 벽을 뛰어넘을 수 없는 가난과 남자들의 억압을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그들의 아픔을 느끼며 성장하는 에스페란자는 자신만의 집을 마음속에 그리게 된다. 글을 통해 에스페란자는 망고스트리트를 떠나지만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것을 알고있다. 다시 돌아오기 위해 떠났다는 것을,,남겨 두고 온 그들을 위해, 떠날 수 없는 그들을 위해, 돌아오기 위해 떠났다는 것은,,, 모두가 가지고 있는 추억을 영원히 떼어낼 수 없음을 말하고 싶었나보다. 그것이 망고처럼 달콤한 추억이든, 빈민가의 너절한 추억에서 떠날 수 있지만 지워질 수 없는 추억, 기억..
'허름한 집은 안 된다. 뒷골목에 있는 공동주택도 안된다. 남자들을 위한 집도 안 되고 아빠의 집도 안 된다. 오직 나 자신만을 위한 집. 나를 위한 현관과 나만을 위한 베개와 예쁜 진홍색 페튜니아가 있는.........내 책들과 내 삶의 이야기들이 있는....... 침대 밑에는늘 내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고, 그 누구도 내 평화를 흔들어대지 않는..........따라다니며 주워야 할, 남들이 버린 너절한 쓰레기도 없는.............언제나 눈처럼 조용한 집...나만을 위한 공간....시를 쓰기 전의 깨끗한 종이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