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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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선생님의 글을 읽다보면 솔직함과 담백한 향기가 흐른다. 책속의 등장인물들도 어디서나 볼 수 있을법한 친근한 이웃집 엄마들의 모습, 할머니, 할아버지, 아이의 모습을 하고있고,  독자의 곁에서 살아 숨쉬는 인물과 그 속의 등장인물중 한사람의 마음, 어느 한구석은 나의 마음과도 너무나 흡사하게 닮았음을 느끼고는 훅~ 하고 숨을 멈추어본다. 책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마음이 나를 모토로 한것은 아닐진데, 나의 마음도 저러했을 때가 있었기에 더 깊이 공감하고 느껴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느껴질 만큼 평온했기 때문이리라.

잘 배웠지만 살림에 소질없는 까칠한 노인의 마음과 못배웠지만 살림꾼인 사촌동생이 함께 펼쳐지는  이야기를 읽을적에도 까칠함 뒤에 숨겨진 잔잔한 정을 한껏 나타내었고,  어려운 이웃들의 목욕봉사를 하는 모임에서  회원들 간의 질시와 암투, 편견과 오해, 이중적인 마음은 어쩌면 우리네가 엮어가고 있는 삶의 단편적인 모습이자 마음속에 꽁꽁 숨겨둔채 조금의 틈만 있으면 비어져 나올듯한 비뚤어진 마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또한 가지게 되는 마흔 아홉 살의 내용이다.

누구에게나 이중적인 가면의 모습은 한두가지씩 가지고 있으리라. 나 역시도 이중의 하얀 가면을 뒤집어 쓴채 보이고 싶은 부분만을 보이고 , 삶의 어두움 속에 감춰진 까만 가면을  두려움 속에 꽁꽁 숨겨두었을지도 모르겠다. 삶과 나.. 그리고 타인이란 결코 완전한 이해를 바탕으로 혼합되어 스며들 수 없는 관계 이리라.

" 모든 인관관계 속엔  위선이 불가피하게 개입하게 돼 있어. 꼭 필요한 윤활유야." 그럴지도 모르겠다. 모든 인간관계가 삐그덕 삐그덕 소리를 내어도 뒤틀리지 않고, 부서지지 않고,  흘러갈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윤활유!

노인이 된 부모의 이야기를 읽어갈 때는 가슴이 저려온다. 함께 살기를 원하지 않는 자식과 , 함께 살기를 원하는 부모는 아래 윗 동에 아파트를 장만하고 뒷 베란다에서 자식들의 귀가를 확인하는 노인의 뒷모습이 쓸쓸하게 확대되어 다가온다.

자신들의 귀가를 부모에게 알리지 않기위해 뒷베란다  밖으로 불빛을 내보내지 않지만 , 이웃집 여인의 대답으로 자식의 귀가를 확인한 노인은 씁쓸한 진실을 확인한다.....촛불 밝힌 식탁을 준비하는 노부부 의 모습 속에서 세월의 강을 건너버린 자식의 주름진 모습이 겹쳐진다. 언제나 젊을수는 없는데,,, 누구나 늙은 부모가 될것을...

딸과 사위를 모두 비행기 사고로 잃은 여인과 바깥사돈은 남겨진 손주들을 위해 동거아닌 동거에 들게되고,, 두사람의 이상한 동거에 말도많고 탈도 많은 주변 인물들..깊은 속내를 들여다 보기 전에는 알지 못하리라....한권의 책속에 다양한 삶의 모습과 마음을 담아놓은 친절한 복희씨...

삶이란 결국 이렇게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창밖으로 지나치는 수 많은 사람들의 인생은 어떤 모습으로 아로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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