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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킹 걸즈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6
김혜정 지음 / 비룡소 / 2008년 5월
평점 :
한권의 책을 읽다보면 끝끝내 할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손에서 놓을수가 없는 책이 있는데...하이킹 걸즈..이 책이 나에겐 그러했다...열일곱 소녀시절로 돌아간듯.....섬세하게 그려지고...열네살의 내 아이의 고민 또한 새로운 각도로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어른들에게도 열일곱의 어리지도 않고..어른도 아닌 시절이 있어왔고..그 나름의 고민들도 해 보았을것인데...막상 그 오묘한 시절을 거쳐서 부모가 되고나면...까맣게 잊어지는지 모르겠다...잊어지는 것은 아닐지언정....가슴 밑바닥에 잠재우고.....아이들에게 앵무새같은...고장난 라디오 같은 소리들을 반복적으로 쉼 없이 말할수 있는지...새삼스레 나의 모습과...열일곱의 모습이 겹쳐졌던 책이다....쓸떼없는 잔소리들..공부 하라는 소리들...아무리 말해도 청소년의 나이엔 귀에 들어오지도 않을 말들을 어제도 역시 반복했음을 자각한다...
학교의 싸움짱이자 문제아로 낙인찍힌 은성이와 어딘가 갸날파 보이는 보라는 소년원에 가야하는 상황대신 중국의 실크로드 도보 여행길에 오르게 된다...이 길위에서 아이들이 찾는 것은 진정 무엇이었을까...? 조금 힘들면 그만두고...조금만 어려우면 포기하는 요즘의 아이들...혹은 어른들은 실크로드 여행을 한번쯤 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언제부터인가...왕따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온다.....불과 몇달 전에도 여고생들의 잘못된 행각을 봤었고..가슴아파 했었는데....하이킹 걸즈의 은성이는 잘못된 행동을 잘못된 행동이라 인식하지 못한채 상황이 흐르는 대로 문제의 학생이 되었고...부모의 잘못된 고집과 아집....이 시대를 살아가는 학력.,학벌..의 고리에서 희생양이 되어버린 보라...두 소녀는 한없이 펼쳐진 열악한 상황속에서 자신들만의 비단길을 찾아가는 모습이 실감나게 그려졌다.
방황하는 아이들의 언어가 실려있고..고뇌하고..절규하는 두 아이의 모습속에 이미 오래전에 지나버린 나의 사춘기를 되돌아 본다.....130p 보라를 때리고 발로차는 일본 여학생들에게 보라는 아무 말없이 당하기만 하고...그 모습을 지켜보던 은성이는 결국 학교 짱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일본 아이들을 때려준다...그 후 은성이는 혼란에 휩싸이는데......(보라는 나를 원망하고, 미주 언니는 나를 문제아로 몰아세웠다..언니 말대로 내가 참았어야만 했던 걸까..? 그 상황에서 최선의 행동이라 생각했는데 헷갈린다..도대체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했고.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아무도 내게 답을 주지 않는다.....) 청소년 시절의 아이 시절이나...어른이 되고.,학부모가 된 지금의 상태에서도 삶에는 언제나 물음표가 지배적이다.
189p "훔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어..엄만 내가 좋아하는 만화 따윈 다 소용없는 거라고 그리지 못하게 했고, 내 만화책을 모두 찢어버렸어. 학교 애들은 툭하면 날 괴롭히고 때렸어. 돈도 없이 매점에서 물건을 사오라고 했고. 내 숙제 노트를 빼앗아서 찢어 버리고 , 곰팡이가 슬어있는 빵을 먹으라고 했어, 심지어는 교실에서 스트립 쑈도 시켰단말야......하기 싫었는데......걔네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내가 자기들을 무시한다고 생각할까봐 시키는 대로 다 했어...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날 더 괴롭혔어...아이들이 나를 괴롭히고 때릴 때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았어......누구에게도 말 못하는 심정이 어떤지 언니는 잘 모를 거야...어떻게라도 하지 않으면 미칠것 같았어......그럴 때마다 물건을 하나씩 훔쳤어....그래서 성공하면,,,,긴장감이 사라지면서 마음이 안정되.." 보라의 절규...
어른들,,,부모들은 항상 아이들을 가르치려 한다...대화를 함에 있어서도 그렇고...사랑해서 그렇고....모두다 너희들을 사랑해서 그렇다고 가면을 쓴다.......공부하기를 종용한다.....아이가 진정으로 원하는 꿈을 쉽게 짓밟아 버린다....아니라고..외치고 싶지만....사춘기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고..생각하고....그 시절을 다시 느껴보면.....가면을 쓴 현재의 모습이 보인다.........자유로운 대화끝에는 언제나 훈계조의 말이 포함되어있다.....교묘히 포장하고.....화려한 언변으로 감추고 있어서 나타나지 않을뿐......부모가 생각하는 성공자의 모습이란.......부모만의 욕심이 아닐까...??...부모의 행복이 아닐까?...아이의 장래를 위해..부모가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나 역시 교묘히 감추어진 두 얼굴의 부모의 모습에서 벗어나....사춘기의 아이가 되어 마음으로 읽었던 책이다.......지금도 귓가에...방울소리가 잔잔하게 들리는듯하다....
딸랑딸랑...낙타의 봉에서 비밀을 찾아낸 두 소녀들아......방울소리를 들어보렴......내일은 새로운 하이킹이 시작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