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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 - 신달자 에세이
신달자 지음 / 민음사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마흔....삶의 절반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신달자님의 자서전을 보았다..딸같은 제자에게 편지하듯..써내려간 삶의 에세이....그분은 무엇을 마흔즈음에 배웠을까..삶의 걸음마를 배웠다는 것은 인생을 마흔즈음에 깨달았다는 것일까..? 흐르는 강물처럼 자신을 다독이며 마흔즈음 얻는 깨달음이 무엇일까..?..도전일까..? 마흔이면 불혹이라 불리우는 절반의 모습이라 알고있는데..무엇을 마흔즈음이면 배울수 있는것일까..? 중년으로 접어드는 길목의 마흔즈음 나는 무엇을 깨달을 수 있을까..? 낼모래면 내 앞에 다가온 마흔즈음.....수많은 물음표 꼬리를 붙여둔채 읽었던 책..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
신달자님 ..성공한 여류시인과 평화로움..갸냘픈 코스모스..그녀의 삶 전체가 서정적으로 흐를것만 같은데..그분은 상상할수 없을만큼 삶의 질곡을 뛰어넘고 계셨던 것을...피를 토하듯 절규했던 그분의 마흔여섯편의 싯구..가슴 저미는 절절한 그분의 주황색 시 들을 어찌 읽어야만 하는가...피를 토하듯 담아놓은 그분의 삶을 어찌 읽어야 할까....같이 가슴 아파하고..같이 피를 토하듯.. 읽어보려 했건만..어찌 그분의 아픔을 말로 다 할수 있을까...
뇌졸증으로 쓰러진 남편을 일으켜 세우고자...노력했고...기적처럼 일어선 남편의 고통도 고스란히 내게 전해져 오는 듯 하지만..나라면 그렇게 할수 있을까..?...나라면 그렇게 매를 맞는 육체의 고통과 마음의 부재..정신의 혼미함을 견뎌낼 수 있었을까..? 무엇이 그분을 그리 내몰았을까..? ...무엇이 그분을 참도록 강요하고 있었을까..? 모두가 위선이라는 그분의 말에 깊은 공감이 간다..울음도 위선이요..위로도 위선이며...눈물 또한 위선임을 나는 알고있다..그분처럼 나도 위선의 모습을 알아간다...슬픔은 타인의 의식과 스스로의 눈에 비춰진 위선임을..알아간다..내 마음의 위선을 깨달아간다..
생의 깊은 비밀이고 상처인 그분의 결혼생활...누구에게나 말해도 될것을 말하고 남들과 비슷한 것들만 골라서 말하게 되는 결혼생활..정말 하지 못할 말들은 꼭꼭 숨긴 채 말해도 될것만 말하는 결혼생활의 은밀함....이어질듯..끊어질듯..이어진 그분의 수십년 결혼생활 ...그 끝에 남편을 먼저 보내고 나서야 깨달아진 결혼과 빈자리..채워졌던 부분만큼 아파오는 빈자리의 부재를 알아야겠다..내리는 비를 함께 바라보며.,,, 찾잔을 함께 나눌수 있는 것..토닥토닥 건네는 말싸움..가려운 등을 긁어줄수 있는 손....돈을 달라고 항의하고 소리칠수 있는 사람....그분이 걸어왔던 아픔의 길위에서 나는 배워갈 것이다....남편은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좋은 것임을...나의 마흔즈음이면 무엇을 깨닫고 배울 수 있을까....나의 마흔즈음에는 무엇에의 도전을 할 수 있을까...나의 마흔 즈음이면...
인생이란 너무 눈부시게 살 필요는 없다..오히려 눈에 잘 뜨이지 않지만 내용이 들어 있는 삶을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그것은 결단코 남과의 비교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느끼고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야..그렇게 스스로를 만들며 살아가고 어딘가 빛을 만들며 사는 일...그것이 아름다운 삶이라 할 수 있지...35p
밭 하나를 한 번에 바라보지 마라.....큰 밭을 한 번에 바라보면 언젠가는 저 밭을 다 갈아 내는가 싶어 맥이 빠진다....도저히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주저앉게 된다..네가 누울 자리만큼만 봐라....바로 네 앞만 보고 그곳을 쟁기질하다 보면 어느새 밭을 다 갈아 놓았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157p
나는 그 안이 너무나 잘 보인다....그 가슴 썩는 냄새를 나는 안다..그 피투성이의 고름 솟는 가슴살을 안다..몇 번이고 죽고 다시 죽는 그들의 절망을 안다....누구에게도 솓아 낼 수 없어 소나기펑펑 내릿붓는 길에서 홀로 소리치는 그 호곡 소리를 나는 안다....나는 안다....소리 없는 총이 있으면 쾅 하고 쏘아 버리고 싶은 내면의 용광로 같은 광기를 안다.....그러다가 모든 걸 꿀껄 삼키며 입 단는 그들의 눈물겨운 침묵을 안다.....나는 그 처절하고 아프고외로운 침묵을 안다..19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