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고아가 된 것처럼 느껴질 때,삶이라는게 목에 가래가 낀 것처럼 답답하게 느껴질 때, 라이터와 이 시집을 빌리고 싶다
죽은 친구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순간 느낀다.생(生)에 너무 많은 주석들이 붙었다고.-36쪽-
삶보다 가까운 데서 차오르는 슬픔에 배가 부를 때, 생이 가장 쉽다. 사(死)는 건 그 다음이다. -47쪽-
혼자 남아..... 지나온 시간 어디에다 비유해도 좋을친구들이 남기고 간 술을, 훌짝이고 있을 때약속이나 했다는 듯이 누군가 앞자리에 털썩 주저 앉으며"살아보라고, 살아보라고.... 그래서 살아보려고, 살아보려고... 형씨에겐 살아서 봐야 할 게 있습니까?"우리는 신(神)이 이 세상에 흘려 쓴 낙서라는 걸, 서로 한 눈에 알아보았고-84쪽
“상징”이라는건 어떻게 보면 사소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상징이라는건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부여한 의미가 아닌가? 고슴도치가 크리스트 교에서 악한 사람, 악한 일을 상징한다고 하는데, 고슴도치라는 생물체의 특성에서 악하다는 상징적 의미를 끌어낸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멋대로 부여한 의미가 아닌가? 굳이 이런 책을 읽는게 도움이 될까?’ 라는 사소한 의문이 들 수 있다.하지만 이러한 상징적 의미들이 오랜 시절부터 전해져내려온 전통, 종교, 문화에서 유래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인위적으로 붙인 의미라고 폄하할 수 없다. 상징적 의미를 알음으로써 그 문화권 사람들이, 그리고 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았는지를 알 수 있으니 문화, 종교를 해석하고 이해하는데 있어서 매우 유용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종교학, 신화학 그리고 인류학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흔히 프랑스 혁명을 생각할때, 제1,2신분 대 제3신분 사이의 갈등으로 생각하곤 한다. 특권을 누리는 제1,2신분과 그들에 의해서 억압받는 제 3신분, 그리고 그들 사이의 갈등의 골이 깊어져 결국 프랑스 혁명이 일어났다는 것이 흔히들 생각하는 프랑스 혁명의 모습이다.하지만 이 책은 그런 성급한 일반화는 잘못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프랑스 방데 지역에서는 귀족, 성직자들과 농민 사이의 유대감이 깊었다. 혁명정부는 다른 지역에서와 마찬가지로 귀족들을 체포하고 선서 거부 신부들을 선서 신부들로 교체할려고 했으나 곧바로 농민들의 반발에 부딪힌다. 이러한 반발은 결국 방데 전쟁으로 이어졌고 이 전쟁은 방데 주민 인구의 1/3인 20만명의 희생자를 냈다.이 책에서는 도망가지 않고 농민들과 함께 용감히 정부군과 싸우는 귀족들, “국왕 만세”를 외치는 농민 등 우리가 알고 있는 프랑스 혁명의 모습과 사뭇 다른 모습들이 묘사되어있다. 프랑스 혁명사에 관심 있는 이들, 그리고 프랑스 혁명에 대한 통념을 깨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