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상처도 꽃잎이야
이정하 지음 / 문이당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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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저녁, 당신은 평온한가요?

오늘따라 유난히
당신이 보고 싶었습니다
환할 땐 그나마 덜했는데
저녁이 되어 어둠이 내리니
물감 번지듯 번져오는 당신 생각에
나는 가만히 있지를 못합니다

베란다에 나가 보았습니다만
하나 둘씩 켜지는 불빛들을 바라보다
기어이 나는 현관을 나섭니다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만
어디를 걷고 있는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당최 알 수 없는 그 길을
그저 걷고 또 걸었는데

당신이 그립다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내가 걷는만큼 보고 싶었다는 것만
걷다보니 점점 깊어지는 어둠처럼
온전히 당신에게 둘러싸이고 싶었다는 것만
외로움이 나를 흔들고
쓸쓸함이 나를 세울 때

어느덧 당신과 자주 함께 했던
카페 문 앞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당신도 어쩌면 나처럼 어딘가를 서성이고 있을까요
서성이다 서성이다 저절로
여기까지 오게 될 것은 아닐까요
이 저녁에 나는 간절히 바랐습니다,
당신도 나처럼 흔들리기를
당신도 나처럼 평온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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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만 제국 시대의 무슬림-기독교인 관계 서울대 인문 강의 시리즈 9
이은정 지음 / 민음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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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만 제국 시대 무슬림-기독교도 관계는 어떠하였을까? 흔히들 오스만 제국이 순니파를 대표하는 이슬람 패권국가였으니 기독교도가 탄압받았으리라고 생각한다. 또는 데브시르메 제도를 통해 기독교도들이 예니체리나 고위관료가 되는 사례가 있었으니 매우 우호적이었으리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 양 극단의 주장 모두 지나치게 사실을 단순화시켜 이해했다고 말한다. 오스만 제국 내에서 무슬림과 기독교도는 서로 우호적이지 않고 심하게 배타적이지도 않은, 서로 공존하고 있던 관계였다. 오스만 제국 내에 비무슬림 인구가 40%에 육박했기 때문에, 오스만 제국은 이슬람 패권국임에도 기독교도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들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공존관계는 19세기 오스만 제국이 몰락하고 서구 열강의 침략이 시작되면서 깨지기 시작된다. 서구 열강의 침략에 오스만 제국 내의 무슬림들은 위기 의식을 느꼈고 기독교도들에 대한 의심도 커져갔다. 이러한 갈등은 아르메니아인 대학살을 일으킨 원인들 중 하나가 되었고, 또 오스만 제국 해체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주석을 제외하면 180쪽 가량의 짧은 책이지만, 오스만 제국 내 기독교 역사를 입문하기 위한 서적으로는 모자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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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재무제표를 읽으면 기업이 보인다
홍성수.김성민 지음 / 새로운제안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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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제표의 ABCD를 가르쳐주는 책입니다.
재무제표에 쓰여진 용어들이 어떤 뜻이고 그것이 가리키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잘 나타나 있습니다.
재무제표를 처음 배우는 저 같은 주식 초심자들에게 적합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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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고 하니까 나도 좋다 - 나태주 산문집
나태주 지음 / 서울문화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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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으로서의 저자의 자부심, 그리고 기성세대로서 젊은 세대에게 하고 싶은 말, 인생을 살면서 저자가 얻은 깨달음이 실려 있는 산문집이다.

출입구의 허름한 문짝에는 이런 문구도 적혀 있었다. ‘뜻을 이루었다면 몸을 낮추고 뜻을 잃었다면 고개를 들어라’ 그 아래에 티베트 속담이라고 쓰여 있었다. 창문 안을 들여다보니 이런 문장들도 보였다. ‘아홉 번 실패했었다면 아홉 번 노력했다는 것이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진다면 걱정이 없겠지’ 이 또한 티베트 속담이었다.
그 날 만약 길을 제대로 찾아서 갔다면 이런 좋은 문구들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길을 잘못 들었기에 이렇게 좋은 문장들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 잠시 인생에서 길을 잘못 들었거나 실패했다고 생각할 때도 그렇다. 그것이 내일의 새로운 길을 열어줄 좋은 계기가 될 것을 믿고 다시금 시작해보자. 당신이 지금 잘못 든 길, 그 길이 당신에게 새로운 길이 될 수도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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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 선집 나남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서양편 320
히포크라테스 지음, 여인석.이기백 옮김 / 나남출판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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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는 서양 의학의 아버지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히포크라테스와 그의 학파가 남긴 글들은 60여개에 이른다고 하며, 이 책에서는 유명한 선서(Orkos) 외에도 <공기,물, 장소에 관하여>, <신성한 질병에 관하여>, <전통의학에 관하여>, <인간의 본질에 관하여> 등 히포크라테스 학파의 대표적인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오늘날 의학의 관점에서 히포크라테스의 글을 보면 실망할 수도 있다. 히포크라테스 학파가 인간의 질병을 설명하는데 썼던 사체액설의 비과학성은 말할 것도 없고, 발작이 바람의 변화에 의해 생긴다는 구절은 우리를 아찔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그의 글들은 의사학(醫史學)적인 목적 외에는 가치가 없는 것일까? 비록 근대 과학의 발전 이전의 의학이라 지식들이 과학에 근거하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그들은 항상 지적 탐구를 위해 노력하였다. 그들은 모든 질병을 신의 탓으로 돌리는 태도를 경계했으며 그들 스스로 납득이 갈만한 이론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였다. 그들의 탐구 자세는 철학자와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있었다. 철학자들은 환자를 마주하지 않고 자신의 이론을 전개했지만, 히포크라테스 학파의 의사들은 직접 환자와 마주하고 그들의 고통과 죽음을 지켜보면서 쌓은 임상 경험을 토대로 이론을 정립해 나갔다.
비록 그들의 이론은 오늘날에는 폐기되어 쓰이지 않지만, 자연과 인간에 대한 탐구심, 그리고 인본주의적 탐구 자세만큼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그렇기 때문에 2500년 전에 쓰여진 이 텍스트들이 낡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는 고전(古典)으로 남게 된 것이 아닐까?

스키타이 남자 중 많은 이들이 성적으로 불구이다. 그들은 여자의 일을 하고 여자처럼 말을 하는데 이들을 아나리에이스(Anarieis)라고 부른다. 그 지역 사람들은 원인을 신에게로 돌리고 이런 사람들을 숭배하고 경의를 표하지만, 그것은 그들 각자가 자신이 그렇게 될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내 자신이 생각하기에 이 질병들은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신적이며, 어느 것도 다른 것보다 더 신적이지도, 인간적이지도 않고, 모든 질병은 다 유사하며 다 신적이다. 이러한 질병들 각각은 자연적 기원을 가지며 어떤 질병도 자연적 기원 없이 생겨나지 않는다.

어떤 의사들과 지자들은 인간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는 자는 누구든 의술을 알 수 없고, 사람들을 제대로 치료하고자 하는 이들로서는 그것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은 철학에 속하는 것이다.

(중략)

의술이 아닌 다른 어떤 것을 통해서도 [인간의] 본질에 관해 확실한 것을 알 수는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누군가가 그것을 알 수 있게 되는 것은 온전하게 의술 자체를 제대로 파악할 때이고, 그 전에는 결코 알 수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러한 탐구로 내가 뜻하는 것은 인간이 무엇인지, 어떤 원인에 의해 생겨나는지, 그리고 그 밖의 것들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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