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저녁, 당신은 평온한가요?
오늘따라 유난히
당신이 보고 싶었습니다
환할 땐 그나마 덜했는데
저녁이 되어 어둠이 내리니
물감 번지듯 번져오는 당신 생각에
나는 가만히 있지를 못합니다
베란다에 나가 보았습니다만
하나 둘씩 켜지는 불빛들을 바라보다
기어이 나는 현관을 나섭니다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만
어디를 걷고 있는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당최 알 수 없는 그 길을
그저 걷고 또 걸었는데
당신이 그립다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내가 걷는만큼 보고 싶었다는 것만
걷다보니 점점 깊어지는 어둠처럼
온전히 당신에게 둘러싸이고 싶었다는 것만
외로움이 나를 흔들고
쓸쓸함이 나를 세울 때
어느덧 당신과 자주 함께 했던
카페 문 앞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당신도 어쩌면 나처럼 어딘가를 서성이고 있을까요
서성이다 서성이다 저절로
여기까지 오게 될 것은 아닐까요
이 저녁에 나는 간절히 바랐습니다,
당신도 나처럼 흔들리기를
당신도 나처럼 평온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