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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부는걸 보니 정말 가을이 온게 실감이 납니다.


계절이 바뀔때마다 몸살을 앓는 편이에요. 다들 건강 챙기시고 추석 연휴 잘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 인문학자 8인의 절망을 이기는 인문학 명강의   

강신주 외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8월 



 

8명의 인문학자가 들려주는 현재의 인문학 이야기 책입니다. 강신주, 강준만, 고미숙, 노명우, 문태준, 이현우, 정병설, 정여울이 바라본 한국 사회는 어떨까요. 그들이 들려줄 이야기가 너무나 궁금해집니다.






우리는 소박하게 산다

세실 앤드류스 & 완다 우르반스카 엮음, 김은영 옮김 / 오후의책 / 2014년 8월




소박한 삶을 지향하기에 유난히 관심히 가는 책입니다. 이 책은 소박한 삶을 실천하며 사는 사람들의 글입니다. 실제 현실에서 소박한 삶을 어떻게 추구하며 사는지 글을 통해 살펴보고 싶습니다. 







모든 것은 소비다

볼프강 울리히 지음, 김정근.조이한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8월




책 소개에선 소비미학이라는 용어가 낯설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사람들이 소비를 하는지, 어떤 의미로 소비품을 구입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풍요한 빈곤의 시대

김우창 외 지음 / 민음사 / 2014년 8월





 2014년 한국은 분명 풍요한 빈곤의 시대입니다. TV로 펼쳐지는 화려한 세상과 마주하기 싫은 빈곤의 현실이 공존하죠. 그런 시대에 대해 여섯명의 전문가가 자신의 시각으로 현실을 진단합니다. 그들이 바라본 현실이 궁금합니다.






노동에 대한 새로운 철학

토마스 바셰크 지음, 이재영 옮김 / 열림원 / 2014년 8월






갈수록 노동은 삶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일을 하지 않는 시간조차 마음은 노동에 얽매여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책을 통해 역사 속 노동의 정의를 살펴보고 다시금 노동을 바라보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총 다섯권의 책입니다.

언제나처럼 새로운 신간들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네요.

책과 함께하는 9월, 다들 행복 가득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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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파마피아]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피파 마피아
토마스 키스트너 지음, 김희상 옮김 / 돌베개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피파 마피아

토마스 키스트너 지음 │ 김희상 옮김 │ 2014. 06 │ 돌베개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스포츠가 '축구'인 만큼 피파(FIFA)라는 이름은 참 친숙하다. 피파는 국제축구연맹으로 세계 축구 경기를 총괄하는 국제단체다.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월드컵이나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여자월드컵 등 9개의 국제대회를 직접 주관하고 국제경기를 지원 및 관리하는 곳이기도 하다. 스포츠에 무관심한 사람이라면 피파가 단순히 세계적으로 축구 경기를 관장하는 협회 정도로 알 것이다. 나 역시 피파, 월드컵, 그리고 국가별 축구협회에 대해 관심이 없었기에 축구를 그저 스포츠로만 봐왔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이면을 낱낱이 보여준다. 피파가 어떻게 월드컵을 개최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국가 및 거대회사를 상대로 노름을 벌이는지를 구체적으로 담아낸다. 저자인 토마스 키스트너는 스포츠 정치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알려진 탐사보도 전문 기자다. 그가 말해주는 방대한 인물 정보, 사건 자료들을 읽고 있으면 피파라는 조직체가 어떻게 '마피아'로 변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피파의 시작엔 '아디다스'가 있다. 특히 아디다스를 창립한 아돌프 다슬러의 아들 '호르스트 다슬러'는 피파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선수들에게 무료로 운동화를 제공하면서 광고로 활용하거나 돈봉투를 줘가며 유명 선수 및 팀들을 적극 후원한 그는 탁월한 마케팅 덕택에 떼돈을 벌게 된다. 당시 경쟁사인 퓨마가 있었지만 갖은 편법을 동원해 아디다스라는 브랜드를 세계에 알리게 된다. 축구경기 및 올림픽에서 스포츠 브랜드가 노출될때마다 전세계 사람들의 지갑이 열렸기 때문에 그는 피파와 돈독한(?) 관계를 맺으려 노력한다. 그렇게 축구협회의 회장, 부회장, 사무총장 등 임원들을 매수하고 자신의 이익에 유리하도록 인사를 개편하는 등 그의 비리는 죽을때까지 끊이지 않는다. 어쩌면 이런 노력으로 자신의 편으로 만든 수많은 제 2의 호르스트 다슬러가 지금까지 피파를 부패한 집단으로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피파라는 집단은 스포츠를 가장한 마피아 조직이다. 피파의 임원들은 스포츠를 사랑하고 축구를 사랑한다 열변을 토하지만 정작 관심있는건 '돈' 뿐이다. 뇌물을 받아가며개최지를 선정하고 글로벌 기업들에게 광고를 미끼로 천문학적 숫자의 돈을 요구하는가 하면 국가별 축구협회 회장들에게 돈주머니를 꽂아줘가며 임원투표를 부탁한다. 호르스트 다슬러가 피파에 심어놓은 인물들은 그가 죽은 뒤 현재에도 피파를 움직이는 거물이 되어 있다. 74년부터 24년간 회장직을 독차지해온 주앙 아벨란제가 그렇고 그를 이어 현재 피파 독재를 펼치는 제프 블라터도 그렇다. 이들은 회장 선출권이 있는 각국의 축구협회 회장들에게 뇌물을 주고 몇십년간 회장을 해왔다. 그러는 동안 피파의 재정상태는 나빠지고 부패는 심해졌다.


저자 토마스 키스트너는 호르스트 다슬러가 피파와 만나면서부터 벌어진 부패의 역사를 책 한권에 무겁게 담아낸다.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피파 마피아의 비리가 궁금하다면 이 책 한 권으로 충분하다. 남아공 월드컵 당시 경기 티켓과 숙소 가격을 뻥튀기해 전세계 축구팬들이 얼마나 불편함을 겪었는지, 왜 2018, 2022년의 월드컵 개최지 선정을 동시에 했는지, 코카콜라는 어떻게 월드컵 마케팅에 뛰어들게 되었는지 등 피파를 둘러싼 월드컵의 내막이 두루 소개되어 있다. 책 속에 소개된 수많은 피파 관련 인사들은 읽는 속도를 더디게 했지만 다 읽고 난 뒤 이것만은 확실해졌다. '피파'는 마피아 집단이다. 스포츠라는 이름을 팔아 큰 돈을 주무르는 국제적 마피아 집단이다. 그래서 혹여나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피파의 실상을 확인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야만 이들이 축구를 빙자해 구축한 마케팅에 속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그래야만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이용해 돈을 긁어모으려는 부패한 집단을 심판할 수 있다.


by 슈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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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의 오후]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독신의 오후 - 남자, 나이듦에 대하여
우에노 지즈코 지음, 오경순 옮김 / 현실문화 / 201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독신의 오후

우에노 지즈코 지음 │ 오경순 옮김 │ 2014. 06 │ 현실문화




나이듦에 대해 생각해볼 일이 있을까. 이 책을 펼치기 전까지 한번도 남자의 나이듦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굳이 남자가 아니어도 '나이듦'에 대해 생각해본 경우가 없다. 그 이유는 괜시리 우울해지기 때문인 것 같다. 오늘날을 살아감에 있어서 나이가 든다는 건 슬프고 서글픈 일이면서도 고단함을 의미한다. 싱그러운 젊음이 그리워지고 몸이 약해지는 것도 안타까운데 거기에 경제적 문제로 중년 이후의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TV와 드라마에선 부유하고 화려한 노후생활을 보여주며 환상에 젖게 하지만 실제 삶도 그렇게 될지는 의문이다. 이에 대해 여성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는 일본 남성이 나이를 먹으면서 겪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 남성 중에서도 '홀로' 살아가는 남성들이 어떻게 인생의 오후를 보내게 되는지를 담기 때문에 갈수록 비중이 높아지는 싱글들에게 진지한 고민을 던져주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일본과 한국이 초고령사회라는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기대수명은 점점 더 높아지고 출산율은 떨어지는건 기본적인 사회 흐름이지만 여기엔 '싱글족'의 강세도 두드러진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30대가 넘어서면서 결혼을 거부하고 혼자사는 비중도 많아질 뿐더러 결혼한 뒤에도 이혼을 하거나 배우자와 사별하는 경우도 높기 때문이다. 자신이 원해서건 어쩔수 없는 상황에서건 홀로 사는 문제는 언제나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고령사회일수록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내고 혼자 사는 노인의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그렇기에 나이가 들고 그 이후의 삶은 깊은 고민과 진심어린 준비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쫓기듯 사는 인생 속에서 홀로 살아감을 생각하는 건 쉬운일이 아니다. 더욱이 '남자'의 경우 문제가 심각하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렸다면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의무에 매달리기 때문에 자신의 노후를 준비할 시간이 없다. 이혼을 했거나 홀로 사는 남성의 경우에도 준비가 되지 않은채 외로움을 느끼고 결핍을 겪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사회학자이기 때문에 이러한 다양한 사회 현상을 책 속에서 제시한다. 남성이 혼자가 되는 사례들, 거기서 오는 문제점 및 실질적 어려움들이 여러 갈래로 자세하게 다뤄지기 때문에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도 제공한다.


저자는 여성과 다르게 남성이 더 노후에 부담과 어려움을 느끼는 건 '자립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본다. 경제적으론 돈을 벌기에 자립한다고 볼 수 있지만 가사일을 모두 여성에게 맡기거나 돈으로 해결해온 사람이라면 '자립'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스스로 요리를 하고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며 생활을 지켜낼 줄 알아야 한다. 사회 구조적 문제로 적은 생활비로 살아가는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고 생활을 꾸려갈 줄 알아야 한다. 저자는 나이가 들수록 의존성이 높아지는 일본 남성들을 이야기하며 '자립'하지 않으면 남자의 나이듦은 우울함과 슬픔뿐이라 강조한다.


책의 마지막에선 '죽음'을 다룬다. 홀로 사는 남성이 어떻게 '죽음'을 준비하고 맞이할 것인지를 이야기한다. 여기서 흥미로운건 '나 홀로 죽음'과 '고독사'를 구분해놨다는 점이다. 보통 홀로 죽음을 맞는걸 고독사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저자는 나 홀로 죽음은 그와는 다르다고 말한다.


" 나 홀로 죽음은 고독사와 완전 다르다. 고독사는 혼자 고립되어 쓸쓸하게 생을 마치는 죽음인 데 반해 나 홀로 죽음이란 홀로 살아온 인생의 연장선에서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뿐이다. 싱글의 삶이 결코 고독하지 않은 것처럼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단지 병구완을 할 사람이 없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죽음은 누가 대신해줄 수도 없는 일이며 홀로 완수해야 할 사업, 누군가 입회해주지 않으면 저세상으로 갈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이제 혼자 살던 사람이 홀로 죽는 것을 가치 판단을 배제하고 '내 집에서 나 홀로 죽음'이라 부르기로 하자. 그런 각오만 있으면 싱글 생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 260 261


저자는 책을 통해 '삶'이 결국 나 스스로에 맞춰져야 함을 강조한다. 죽음 역시 그렇다. 누가 대신 준비해주지도, 대신 죽어주지도 않는 죽음이기에 스스로가 나 홀로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 나 홀로 죽음을 준비한다는 건 현재 내 삶을 더욱 자립적으로, 그리고 혼자서도 생활을 지켜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제대로 죽기 위해선 스스로 건강도 챙길줄 알아야 하고 자신의 삶을 돌아볼 줄도 알아야 한다. 고령의 경제적 문제를 야기하는 사회 구조에 문제를 던지고 저항할 줄도 알아야 하고 주변의 소중한 사람 한명 한명을 챙길줄도 알아야 한다. 그렇기에 책 '독신의 오후'는 결국 어떻게 남성이 지금 이 순간 제대로된 삶을 살아나갈 수 있는지 실마리를 던져준다. 가정을 위해, 혹은 돈을 위해 자신의 삶을 버리고 저당잡혀 사는 많은 남성들이 이 책을 통해 진지한 고민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by 슈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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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변덕스런 날씨가 계속되는 8월입니다.

알라딘과 함께 신간을 읽은지도 벌써 3개월이 흘렀네요.

설렘으로 신간을 고르는 일도, 그리고 어떤 책이 선정되었을까 궁금증과 함께 새로운 책을 받아보는 일도 참 행복합니다.

그래서 즐거운 마음으로 7월 신간들을 살펴보고 싶네요 ^^




 사랑할 것

 강상중 (지은이), 이경덕 (옮긴이) / 지식의숲(넥서스) /

 2014년 7월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요즘 도쿄산책자를 읽던 중이었는데 신간 소식을 접하니 참 반갑네요. 강상중씨의 '사랑' 이야기가 참 궁금해집니다.








검은 피부, 하얀 가면

프란츠 파농 지음, 노서경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7월



 

 프란츠 파농은 흑인이면서 알제리 독립을 위해 싸웠던 인물입니다. 평론가, 정신분석학자, 사회철학자 등 프랑스에서 다양한 일을 해온 지식인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근원인 흑인과 아프리카라는 정체성을 위해 온평생을 싸웠습니다. 책 제목은 검은 피부지만 하얀 가면을 쓴 프랑스 상류층 흑인들을 의미합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마주하고 극복하려했던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책일 것 같습니다. 






 농사짓는 철학자 불편한 책을 권하다

 도은 지음 / 행성B잎새 / 2014년 7월




 농사와 철학은 어떻게 만날까요? 부제인 '낮에는 호미를 들고 밤에는 책을 들어 시대에 저항하다'가 강하게 울렸습니다. 개인적으로 불편해지는 것들을 좋아합니다. 불편하게 만드는 영화, 음악, 책들은 절 더 성숙하고 열린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이 책도 행복한 불편함을 한아름 줄 것 같은 기분좋은 예감이 듭니다.







 삐딱한 글쓰기

 안건모 지음 / 보리 / 2014년 7월



 


 작은책을 꾸리시는 '안건모'님의 글쓰기 책입니다. 생활 글쓰기의 매력을 알려주는 소중한 작가님이죠. 이분의 글쓰기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싶어집니다 !







 내릴 수 없는 배
 우석훈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 2014년 7월




 여전히 우린 아픕니다. 그리고 무섭습니다. 세월호 사고가 있은 후 제대로된 해결책도 나오지 않은 채 시간만 흘렀습니다. 결국 모두가 내릴 수 없는 배에 타고있는 셈입니다. 우석훈님은 이 비극적 사고를 어떻게 바라볼지 궁금합니다.







이렇게 총 다섯권의 책을 꼽아봤습니다.

이번 책들은 부담없이 접하면서도 삶에 큰 힘을 줄 것만 같습니다.

그만큼 와닿음이 가득한 책들이 될 것 같네요 ^^.

책과 함께 행복한 8월 보내시길 바랄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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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철학자들]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히틀러의 철학자들 - 철학은 어떻게 정치의 도구로 변질되는가?
이본 셰라트 지음, 김민수 옮김 / 여름언덕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히틀러의 철학자들

이본 세라트│ 김민수 옮김 │ 여름언덕 │ 2014. 05 




의심하고 경계해야 하는 이유


공부하는 삶은 배움의 즐거움을 아는 삶이다. 책이나 새로운 경험을 통해 사고를 넓혀가고 촘촘한 논리를 갖추는 과정이 공부이기에 인간은 죽을 때까지 공부와 함께한다. 너무나 간절히 알고 싶던 몰랐던 사실을 알았을 때 혹은 피상적으로만 접했던 사실을 논리정연한 글로 만났을 때만큼 전율과 감동이 느껴지는 경우도 없을 것이다. 공부를 통해 막연하게나마 내가 생각해왔던 것들이 구체화되고 힘을 얻을때 삶은 희망을 얻고 용기를 가지게 된다. 하지만 여기엔 가장 기본적인 공부의 덕목이 있다. 바로 '의심'이다. 공부는 단순히 그대로를 습득하고 앵무새처럼 암기하는데 있지 않다. 진짜 공부는 의심과 비판이 함께한다. 어떠한 것을 볼 때 맹목적으로 혹은 한가지 기준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 다양한 관점에서 거리를 두고 모든것을 의심하는게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제대로 공부하는 사람은 분별을 두지 않는다. 한 가지를 다방면으로 보는 안목을 가졌기에 극단에 치우쳐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고 피력하지도 않는다.


서두가 길었지만 이 책을 읽으며 어느때보다 공부의 기본을 되짚어보게 되었다. 책 '히틀러의 철학자들'은 히틀러가 나치즘을 만들고 유대인 말살정책을 펼치는데 공헌한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기서 일단 첫번째 내 편견이 무너졌다. 바로 '철학'이라는 학문 역시 의심하고 경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철학이 가진 아우라와 무게감으로 우린 곧잘 모든 사상과 주장을 맹목적으로 떠받들곤 한다. 하지만 이는 진정한 철학도 공부도 아니다. 그저 앵무새처럼 복제된 생각을 떠드는 것일테니까. 당시 히틀러의 곁에서 나치즘을 위한 법과 철학을 만들었던 수많은 학자들 역시 그랬다. 그들은 히틀러의 뒤틀린 생각을 뒷받침해줄 탄탄한 논리를 대학이라는 현장에서 떠들어댔고 대중들은 그에 열광했다. 의심과 비판없는 주입된 의식이 2차 세계대전이라는 대재앙을 낳게 도운 셈이다.


두번째로 공부는 합리화가 아님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었다. 히틀러는 민족주의를 내세워 게르만족의 위대함을 강조했고 이는 '유대인 대학살'이라는 극단으로 치닫는 계기를 제공했다. 그가 어떠한 죄책감도 갖지 못한채 무자비한 학살을 할 수 있었던건 바로 '합리화' 과정에 있었다. 과격한 정치행동으로 감옥에 갇혀있을 동안에도 그는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부지런히 책을 읽어나갔다. 당시 읽었던 칸트, 니체, 다윈의 사상들은 그의 극단적 사상을 뒷받침하는데 사용됐다. 19세기의 근대 독일철학이 민족주의, 반유대주의, 독재를 몰아가는데 사용된 것이다. 결국 그는 자신의 주장을 보다 매력적이고 타당하게 보일 수 있는 수단으로서 철학을 이용했다. 자기 주장의 합리화를 위해 사용된 당대의 사상들은 지금 보면 히틀러와는 정반대의 정신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유정신을 가진 초인을 말하는 '니체'를 히틀러가 열렬히 좋아했다는 건 이런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그래서 히틀러는 명민하게 철학을 이용했다. 그는 단순히 자신의 주장을 그럴듯하게 만들기 위해 공부의 힘을 빌리지 않았다. 히틀러는 군중 심리를 예리하게 꿰뚫고 있었다. 당대의 학자들에게 입김을 불어넣으면 대중들 역시 비판적 의식 없이 자신의 사상을 받아들일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당시 하이데거와 카를 슈미트와 같은 학자들은 과거 위대한 사상가들의 사상을 적재적소에 이용해 나치즘을 정당화한다. 철학사에서 종종 보았던 낯익은 학자들이 오히려 학문을 독재와 인종차별을 위하여 사용했다는 건 충격적인 일이다. 히틀러의 뜻에 따라 적당히 버무려진 사상은 당시 사람들에게 철학으로 여겨졌고 그는 철학적 지도자로 여겨지기조차 했다.


철학이 수단이 되버린 사회, 그리고 그것에 별다른 비판과 의심없이 다수의 의견이 모두의 의견이 되는 사회는 위험한 사회다. 자유와 사랑을 긍정하고 차별에 반대했던 수많은 철학들이 히틀러라는 사람을 거쳐 어떻게 변질되었는지 우린 그 과정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책에 소개된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은 이를 잘 보여준다. 특히 책의 후반부에 소개된 탄압받는 유대인 학자들의 이야기는 진정한 지식인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나치를 피해 도망다니면서도 끝까지 반대하고 뜻을 굽히지 않았던 발터 벤야민, 결국 나치에 의해 처형당했던 쿠르트 후버의 이야기는 책의 전반부에 실린 가짜 학자들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가짜 공부를 했던, 그리고 그와는 반대로 온몸으로 진짜 공부를 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책 속에서 만나보자. 그리고 어떤 길을 가야할 지 고민해보자. 그렇게 된다면 진짜 공부의 길에 한걸음 더 가까워져 있을 것 같다. 진짜 공부는 '의심'과 '비판'에서 시작된다.



by 슈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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