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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의 오후 - 남자, 나이듦에 대하여
우에노 지즈코 지음, 오경순 옮김 / 현실문화 / 201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독신의 오후
우에노 지즈코 지음 │ 오경순 옮김 │ 2014. 06 │ 현실문화
나이듦에 대해 생각해볼 일이 있을까. 이 책을 펼치기 전까지 한번도 남자의 나이듦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굳이 남자가 아니어도 '나이듦'에 대해 생각해본 경우가 없다. 그 이유는 괜시리 우울해지기 때문인 것 같다. 오늘날을 살아감에 있어서 나이가 든다는 건 슬프고 서글픈 일이면서도 고단함을 의미한다. 싱그러운 젊음이 그리워지고 몸이 약해지는 것도 안타까운데 거기에 경제적 문제로 중년 이후의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TV와 드라마에선 부유하고 화려한 노후생활을 보여주며 환상에 젖게 하지만 실제 삶도 그렇게 될지는 의문이다. 이에 대해 여성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는 일본 남성이 나이를 먹으면서 겪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 남성 중에서도 '홀로' 살아가는 남성들이 어떻게 인생의 오후를 보내게 되는지를 담기 때문에 갈수록 비중이 높아지는 싱글들에게 진지한 고민을 던져주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일본과 한국이 초고령사회라는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기대수명은 점점 더 높아지고 출산율은 떨어지는건 기본적인 사회 흐름이지만 여기엔 '싱글족'의 강세도 두드러진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30대가 넘어서면서 결혼을 거부하고 혼자사는 비중도 많아질 뿐더러 결혼한 뒤에도 이혼을 하거나 배우자와 사별하는 경우도 높기 때문이다. 자신이 원해서건 어쩔수 없는 상황에서건 홀로 사는 문제는 언제나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고령사회일수록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내고 혼자 사는 노인의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그렇기에 나이가 들고 그 이후의 삶은 깊은 고민과 진심어린 준비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쫓기듯 사는 인생 속에서 홀로 살아감을 생각하는 건 쉬운일이 아니다. 더욱이 '남자'의 경우 문제가 심각하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렸다면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의무에 매달리기 때문에 자신의 노후를 준비할 시간이 없다. 이혼을 했거나 홀로 사는 남성의 경우에도 준비가 되지 않은채 외로움을 느끼고 결핍을 겪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사회학자이기 때문에 이러한 다양한 사회 현상을 책 속에서 제시한다. 남성이 혼자가 되는 사례들, 거기서 오는 문제점 및 실질적 어려움들이 여러 갈래로 자세하게 다뤄지기 때문에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도 제공한다.
저자는 여성과 다르게 남성이 더 노후에 부담과 어려움을 느끼는 건 '자립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본다. 경제적으론 돈을 벌기에 자립한다고 볼 수 있지만 가사일을 모두 여성에게 맡기거나 돈으로 해결해온 사람이라면 '자립'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스스로 요리를 하고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며 생활을 지켜낼 줄 알아야 한다. 사회 구조적 문제로 적은 생활비로 살아가는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고 생활을 꾸려갈 줄 알아야 한다. 저자는 나이가 들수록 의존성이 높아지는 일본 남성들을 이야기하며 '자립'하지 않으면 남자의 나이듦은 우울함과 슬픔뿐이라 강조한다.
책의 마지막에선 '죽음'을 다룬다. 홀로 사는 남성이 어떻게 '죽음'을 준비하고 맞이할 것인지를 이야기한다. 여기서 흥미로운건 '나 홀로 죽음'과 '고독사'를 구분해놨다는 점이다. 보통 홀로 죽음을 맞는걸 고독사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저자는 나 홀로 죽음은 그와는 다르다고 말한다.
" 나 홀로 죽음은 고독사와 완전 다르다. 고독사는 혼자 고립되어 쓸쓸하게 생을 마치는 죽음인 데 반해 나 홀로 죽음이란 홀로 살아온 인생의 연장선에서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뿐이다. 싱글의 삶이 결코 고독하지 않은 것처럼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단지 병구완을 할 사람이 없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죽음은 누가 대신해줄 수도 없는 일이며 홀로 완수해야 할 사업, 누군가 입회해주지 않으면 저세상으로 갈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이제 혼자 살던 사람이 홀로 죽는 것을 가치 판단을 배제하고 '내 집에서 나 홀로 죽음'이라 부르기로 하자. 그런 각오만 있으면 싱글 생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 260 261
저자는 책을 통해 '삶'이 결국 나 스스로에 맞춰져야 함을 강조한다. 죽음 역시 그렇다. 누가 대신 준비해주지도, 대신 죽어주지도 않는 죽음이기에 스스로가 나 홀로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 나 홀로 죽음을 준비한다는 건 현재 내 삶을 더욱 자립적으로, 그리고 혼자서도 생활을 지켜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제대로 죽기 위해선 스스로 건강도 챙길줄 알아야 하고 자신의 삶을 돌아볼 줄도 알아야 한다. 고령의 경제적 문제를 야기하는 사회 구조에 문제를 던지고 저항할 줄도 알아야 하고 주변의 소중한 사람 한명 한명을 챙길줄도 알아야 한다. 그렇기에 책 '독신의 오후'는 결국 어떻게 남성이 지금 이 순간 제대로된 삶을 살아나갈 수 있는지 실마리를 던져준다. 가정을 위해, 혹은 돈을 위해 자신의 삶을 버리고 저당잡혀 사는 많은 남성들이 이 책을 통해 진지한 고민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by 슈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