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버리다 -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가오 옌 그림, 김난주 옮김 / 비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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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일본 문학 특유의 사소설풍 서사와는 다소 거리를 두어온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가장 사적인 테마 즉 아버지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제목 그대로 아버지와 바닷가에 고양이를 버리러 간 회상으로 시작하는 <고양이를 버리다 :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유년기의 입양과 파양, 청년기의 중일전쟁 참전, 중장년기의 교직 생활, 노년기의 투병 등 아버지 '무라카미 지아키' 개인의 역사를 되짚는 논픽션이다.

이를 통해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존재론적 근간을 성찰하고 작가로서의 문학적 근간을 직시한다. 작가는 시종 아무리 잊고 싶은 역사라도 반드시 사실 그대로 기억하고 계승해야 한다고 설파한다. 그리고 자랑스럽지만은 않은 아버지의 역사를 논픽션이라는 이야기의 형태로 용기내어 전한다. 글 쓰는 사람의 책무로서.

번역을 맡은 김난주가 "곳곳에서 작가의 머뭇거림이 느껴졌습니다. 쉼표도 많았고, 접속사 '아무튼'이 몇 번이고 등장했죠"라고 작업 소감을 밝혔듯, 무수한 망설임과 조심스러움이 묻어나는 글이다. 100페이지 남짓한 길지 않은 책으로 완성되었지만 이야기의 중량감과 여운은 결코 가볍지도 짧지도 않다.

 <문예춘추>(2019년 6월호)에 처음 공개되어 그해 독자들이 뽑은 최고의 기사에 수여하는 '문예춘추독자상'을 수상했고, 수정·가필을 거쳐 삽화와 함께 단행본으로 출간, 아마존 재팬, 기노쿠니야, 오리콘 등 각종 도서 차트 1위를 석권했다. 묘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13컷의 삽화는 타이완 출신 신예 아티스트 가오 옌의 작품이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오래전부터,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해 언젠가는 문장으로 정리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좀처럼 시작하지 못한 채 세월이 흘러갔다. 가족에 대해 쓴다는 것은(적어도 내게는) 상당히 부담되는 일이고, 어디서부터 어떤 식으로 쓰면 좋을지 그 포인트가 잘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목에 걸린 가시처럼 그 짐이 내 마음에 오래도록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고양이를 버리러 해변에 갔던 기억이 떠올라, 그 이야기부터 쓰기 시작했더니 의외로 문장이 술술 자연스럽게 나왔다.
내가 이 글에서 쓰고 싶었던 한 가지는, 전쟁이 한 인간―아주 평범한 이름도 없는 한 시민이다 ―의 삶과 정신을 얼마나 크고 깊게 바꿔놓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내가 이렇게 여기에 있다. 아버지의 운명이 아주 조금이라도 다른 경로를 밟았다면, 나라는 인간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역사라는 건 그런 것이다―무수한 가설 중에서 생겨난 단 하나의 냉엄한 현실.
역사는 과거의 것이 아니다. 역사는 의식의 안쪽에서 또는 무의식의 안쪽에서, 온기를 지니고 살아있는 피가 되어 흐르다 다음 세대로 옮겨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에 쓰인 것은 개인적인 이야기인 동시에 우리가 사는 세계 전체를 구성하는 거대한 이야기의 일부이기도 하다. 아주 미소한 일부지만 그래도 한 조각이라는 사실은 틀림없다.
하지만 나로서는 그 말을 ‘메시지’로 쓰고 싶지는 않았다. 역사의 한 모퉁이에 있는 이름 없는 한 이야기로서, 가능한 한 원래 형태 그대로를 제시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리고 과거 내 옆에 있었던 몇 마리 고양이들이 그 이야기의 흐름을 뒤에서 조용히 떠받쳐주었다. p96-98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간 소식을 듣자마자 북카트에 넣어 두었던 책으로

마음의 여유가 없는 탓인지 통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한참을 미뤄두었다가 이제야 구입해 읽었다.

그사이 더 따끈따끈한 신간 일인칭 단수가 또 나왔다는... ^^;


이 책 고양이를 버리다를 읽다보니

상실의 시대, 먼북소리 등 비교적 잘 읽혀지는 그의 책을 읽다가

태엽감는 새를 읽으며 전쟁과 짐작과는 다르게 전개되는 서사에

당황스러우면서도 다음 또 다음책이 궁금해졌던 기억이 났다.


아버지의 역사...

곧 우리시대의 역사이기도 한 아버지의 이야기가

단편소설처럼 전개된다.


처음으로 털어놓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시간들...


영화 이웃사촌을 보며 친정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었는데

고양이를 버리다 역시 그랬다.


삽화도 그렇고 책내용은 좋았지만

너무 작고 얇아 깜짝 놀랐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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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자에게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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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시선과 위트 있는 문체로 인간의 보편적 불행과 슬픔을 보듬는 작가 김금희의 두번째 장편소설. '우울이 디폴트'인 일상을 견디게 해주는 찬란한 순간을 날렵하게 포착해내는 김금희의 소설은 무심한 듯 다정한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따뜻한 장면들을 다채롭게 그려내며 수많은 독자의 신뢰와 사랑을 받아왔다.

평단의 끊임없는 지지와 더불어 2015년 신동엽문학상, 2016년 젊은작가상 대상, 2017년 현대문학상, 2019년 우현예술상, 2020년 김승옥문학상 대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연달아 수상한 김금희는 이제 '언제나 믿고 읽는' 독보적인 작가가 되었다.

첫 장편 <경애의 마음>(2018)에서 모든 이들의 마음의 안부를 물었던 작가는 <복자에게>에서 한 사람의 인생을 꺾이고 무너지게 만드는 '실패'에 대해 쓴다. 부모의 사업 실패로 가세가 기울어 제주의 한 부속 섬으로 이주해야 했던 소녀 '이영초롱'이 훗날 판사가 되어 또 한번 제주로 좌천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서 이영초롱과 그 곁의 소중한 사람들은 미처 봉합하지 못한 과거의 상처를 아프도록 선명하게 마주한다.

그러나 김금희의 인물들은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과 섬사람들의 강인한 생활에 서서히 녹아들면서, 어떤 실패들에 걸려 넘어졌던 마음을 다시금 일으켜세울 수 있도록 스스로를 치유해나간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사람을 한번 만나면 그 사람의 삶이랄까, 비극이랄까, 고통이랄까 하는 모든 것이 옮겨오잖아. 하물며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언제나 억울하고 슬프고 손해보고 뭔가를 빼앗겨야 하는 이들이야. 이를테면 판사는 그때마다 눈을 맞게 되는 것이야. 습설濕雪의 삶이랄까. 하지만 눈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으려면 빨리 털어내야 한다고.”p39


나는 한 계절 몇 달 만에 그렇게 멀어져버린 그곳에 대해 슬픔을 느꼈다가 따귀를 갈기듯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이를 꽉 물고 그런 마음을 내리눌렀다. 그리고 복자처럼 바닷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꼿꼿이 서 있으려고 노력했다. 도시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몸 자체를 쥐고 흔드는 바람의 세기에 적응하고 싶었다. 그 힘을 맞으면서도 눈을 감지 않는 것, 에워싸이고도 물러서지 않는 것, 바람이 휘몰아쳐도 야, 야, 고복자! 이렇게 이름을 부를 수 있는 것, 춥거나 햇볕이 따갑다고 엄살떨지 않는 것. p86~87


특히 섬의 오래된 신과 보리밭에, 해녀들에게, 고양이를 닮은 돌과 어설픈 낚시찌는 도무지 물지 않는 물고기에게, 뿔소라 껍데기로 장식된 담장과 설운애기들이 잠들어 있는 무덤에게, 온전히 걸어야만 이동할 수 있어서 좀 화가 난 관광객들과 태풍이 불면 보름쯤은 모두 사라졌다가 가장 작은 개체부터 나타나 다시 삶을 시작하는 갯강구들에게, 아무리 잘 빗어놓아도 머리를 다 흩뜨려놓는 바닷바람과 부두에 정박한 배들에게, 오늘도 끊이지 않는 민원들을 해결하느라 스쿠터를 타고 바쁠 미혜씨와 꿈의 변경이 용인되어 섬으로 돌아와 있는 오세에게, 그리고 다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이라도 냉동고에 넣으면 얼마든지 다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것이 된다고 말할 줄 알았던 현명한 나의 친구, 복자에게 p236~237

 

 

카페회원님중에 김금희작가를 좋아하시는 분이 계시다.

책가도도 작가의 책들만 모아서 그려놓으실 정도로

그 사랑이 각별하신...


그래서 더 궁금해진 복자에게...


젊은 작가(?)의 책은 나와 정서가 맞지 않을꺼라는 편견

그 편견은 책을 읽기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아 바로 깨졌고

아주 오래전 신경숙작가의 책을 처음 읽었던 그때처럼

작가의 다른 책을 바로 이어서 읽고 있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제주도여행을 떠나게 되면

가방에 가장 먼저 이 책을 넣게 될 것 같다.


고고리섬에서 이름처럼 반짝였던 이영초롱과

누구보다 당차고 현명했던 복자를

곧 다시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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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80가지 습관 - 잘 벌고 잘 쓰고 잘 관리하는
무천강 지음, 이에스더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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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별로 쓴 것도 없는데 월급이 바닥났을 때, 열심히 아끼고 모았는데 그 고통에 비해 모아진 돈이 적을 때, 원하는 것을 사고 싶은 데 가진 돈이 턱없이 부족할 때 그렇다. 그럴 때는 푸어족의 머릿속에 위의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집값은 계속 올라가고 월급은 늘 제자리걸음이다. 물가상승률을 뛰어넘지 못하는 월급으로는 오늘의 안락함도 보장받기 힘들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데 티끌을 쓸어 모았더니 겨우 티끌 덩어리에서 끝나고 말았다. 결국 내일을 즐길 수 있는 자본을 모은다는 것은 자신에게 가당치 않다는 것을 체감할 뿐이다.

이 책에는 80가지 과학적인 자산관리 방법이 들어 있다. ‘부자 되기’라는 장기전의 토대를 다지는 돈을 불리는 방법, 가정 재정을 ‘거짓 건강’ 상태에서 벗어나게 하고 오히려 ‘양성 채무’는 대담하게 짊어지는 방법, 나의 소득에서 저축과 소비를 지혜롭게 하는 방법, 소비할 때 ‘호구’가 되지 않는 방법, 수입과 지출의 평행으로 풍요로운 삶의 질을 누리는 방법, 다가올 경제위기에서 안전하게 재산을 지키는 방법 등 모호한 개념이 아니라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구체적이고 상냥한 조언으로 가득하다.

금융 전문가 조지 소로스는 “자산관리는 간단한 기술이 아닌 하나의 사고방식이다.”라고 했다. 이 책은 주로 하버드 출신 명사들이 말한 자산관리 지식과 80가지 과학적 돈 관리법을 총망라해서 다루고 있다. 많은 독자가 이 책을 통해 잘못된 자산관리에서 벗어나 돈의 노예가 아닌 주인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인터넷 알라딘 제공>

 

지갑을 열때와 닫을 때를 구분하라.

자산관리를 하는 최종목적은 최대한 개인의 소비수요를 만족시키고 생활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우리의 소비목표는 지금의 자금으로는 실현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돈을 모아 실현하고자 한다. 하지만 돈을 모으기만 하고 소비하지 않으면 자산관리의 목적을 빗나가는 것이다. 적당한 소비는 가정생활의 질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자신에게 먼저 투자하라

현대의 대다수 사람들은 일의 압박이 크고 여가 시간이 없다.육체적 정신적 몸이 '최악의 건강' 상태에 놓여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선으로 생각해야 할 것은 자신의 건강이다. 몸을 관리하는 데 투자할 수 있다면, 자신의 체력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좋은 체력으로 업무의 도전에 맞설 수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자면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다. 몸이 축나면 그 어떤 성공과 부도 의미가 없다. 우선적으로 건강에 투자하고 적극적으로 몸을 관리하는 것. 이 역시 다른 측면에서의 자산관리다.



잘 벌고 잘 쓰고 잘 관리하는 돈 버는 80가지 습관


휴가도 안다녀왔는데 이번달 카드 대금이?!... @.@

강의도 쉬고 있는데 이게 웬일인가 싶어 카드앱을 열었더니

친절하게도 지난달보다 병원비를 많이 썼다고 알려준다.

아! 그랬지...

MRI검사와 특수치료를 받는데 쓴 카드대금...

이렇듯 월급쟁이로 살다보니 카드대금을 신경 안 쓸 수가 없다. ㅠ.ㅠ


신혼땐 그래도 가계부도 열심히 쓰고 내집 장만을 위해

나름 열심히 노력했던 것 같은데 아이들이 커가고

두녀석 교육비가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할 무렵부터는

부끄럽지만 빚만 지지말자로 생각이 바뀌었던 것 같다.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려보자는 마음으로

저자가 알려주는 과학적인 자산관리 방법들을

읽기 시작했는데 점점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동안 넘 돈 관리를 못하고 산 것 같아서...


모두 내 삶에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80개의 방법중 내게 적용 가능한 몇가지

하버드 명사들의 자산관리 비법들을 메모하며

9월부터는 다시 가계부를 써볼까 한다.


계획에 없던 나가는 돈을 막아라


매달 월급의 범위 안에서 지출계획을 세우고,

세심하게 각각의 사용처에 돈을 분배하는 습관을 들이자.

당신도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자산관리 고수가 된다.

사실 매월 지출계획을 세우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동전 하나를 사용하는 것에 민감할 필요는 없지만

돈을 쓰는 학문은 반드시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

계획 아래 지출되는 돈은 돈을 버는 일이 된다.


마지막 80번째 자신에게 먼저 투자하라도 마음에 새겨두기로 했다.

무엇보다 우선해야 하는것이 건강이라는 것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몸을 관리 해야한다는 것

이번에 아프고 나니 더 많은 공감을 하게 되었다.


'티끌 모아 티끌!'이라며 저축하는데 게으르더니

코로나19로 좋아하는 여행도 쇼핑도 못하게된 탓에 

이제야 저축과 주식에 관심을 갖게 된 꼬맹이가 읽으면 좋을 것 같아

슬며시 꼬맹이 방에 가져다 놓으려 한다.


이 책을 계기로 자신의 상황에 맞는 자산관리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티끌 모아 태산!'이 되는 멋진 경험을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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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가장 큰 축복 - 성석제 짧은 소설
성석제 지음 / 샘터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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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성석제의 짧은 소설 모음집으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동안 문화교양지 월간 샘터에 ‘만남’을 주제로 연재했던 원고 중 40편의 글을 선정해 다시 다듬어 내놓은 초단편 소설집이다. 가볍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하여 기존 단편소설 문법의 틀을 벗어나 한 편 한 편의 글들이 예상을 벗어나는 결말로 마무리되는 것이 특징이다.

작가는 형식의 제한이 덜한 초단편소설을 통해 삶의 다채로운 단면을 드러내 보이며, 일상의 길목에서 마주친 다양한 인간군상을 특유의 해학과 풍자의 문장으로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때로는 익살맞고 의뭉스럽기까지 한 인물의 행동 하나, 짧은 대화 한 마디만으로도 ‘언어의 연금술사’라 불리는 성석제 작가 특유의 해학과 익살, 풍자와 과장의 문장이 살아 숨 쉬는 걸 느낄 수 있다.

 

<출처 : 인터넷 알라딘 제공>

 

 

 

중학생 때에도 빵과의 악연은 이어졌다. 내가 전학을 간 서울의 중학교가 하필이면 당시 제과업계에서는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던 '삽립식품' 빵 공장 바로 옆에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기 전, 거의 정확하게 말하자면 3교시와 4교시 사이의 어느 시점, 당시 인기리에 상연된 <나바론 요새>라는 2차대전 당시의 전쟁영화 속 포신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공장 굴뚝에서 빵 냄새가 포연처럼 무차별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구수하고 고소하고 잘 발효되고 잘 구워진 빵 특유의 냄새에 전교 3개 학년 4천명 가까운 중학생들은 합창을 하듯 배에서 '꼬르륵' 소리를 쏟아냈다. 선생님들은 분필을 여기저기로 발사하며 수업분위기를 잡으려 애를 썼지만 애를 쓴다는 것 자체에 만족해야 했다.p239 



 

이 책은 샘터에 5년동안 연재했던 40편의 글을 다듬어 실은 짧은 소설집이라고 하는데

소설이라고 하기엔 너무 현실감있는 이야기 진행에 그의 위트까지 더해져

넘 재미있게 읽었다.


그 시절,

우리들만 아는 이야기...


지난책도 반쥴을 비롯한 종로통의 기억들을 소환시키더니

이번에도 추억나들이를 제대로 했다.

빵과 나1은 엄마가 생각나서 쉽게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기도 하고...ㅠ.ㅠ

제목만 보고는

나두 빵 좋아하는데~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삼립식품' 이 상호를 보는 순간 마음이 쿵...


학교에 양호선생님이 상주해 계시듯

국민학교시절 엄마는

삼립식품의 근로자들의 건강을 돌보는

보건관리자로 근무하셨었다.

엄마가 퇴근 하실 무렵이면 집앞 계단에

세자매가 나란히 앉아 엄마를 기다리곤 했는데

엄마가 반가운 것도 사실이지만

또하나

엄마손에 들려 있던 아직 포장 전의 빵꾸러미도

그 시절 우리들에겐 큰 기쁨이었던 것 같다.


지금도 가끔이지만

보름달이며 크림빵을 사먹곤 하는데

그때마다 엄마 생각이 나곤 한다.



당시 인기리에 상연된 <나바론 요새>라는 2차대전 당시의 전쟁영화 속

포신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공장 굴뚝에서 빵 냄새가 포연처럼 무차별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마침 주말에 김씨와 나바론 요새를 보며

나바론이 어디있는 줄 아냐는 둥

너 이영화보며 코 흘릴 때

자긴 대학생이었다는 둥

작은 소란(?)을 겪은 탓에

이 한구절에 또 깜빡 넘어갔다.^^


축복


"작가님, 앞으로 몸에 좋은 거 많이 드시고,

오래오래 살아주십시오.

그래야 저 같은 사람이 읽을 책을 더 많이 쓰시죠."p282


제마음도 이와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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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위안
송호성 지음 / 화인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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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독서의 효용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좋은 책은 읽는 이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특히 고전은 “사고의 보고”이다. 고전을 읽음으로써 우리는 일상에서 볼 수 없었던 인류 역사의 장대한 파노라마와 삶에 관한 풍부한 에피소드와 의미 깊은 사상을 접할 수 있는, 일종의 특권을 누리게 된다.

책을 읽는 목적은, 우선은 자신의 식견과 안목을 높이는 데 있고, 궁극적으로는 정신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쿨cool해지는 데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여기서 ‘쿨해진다’는 것은 냉정해진다기보다는 냉철해진다는 의미로, 세상을 등지는 게 아니라 세상과의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는 걸 뜻한다. 그렇다면 독서는 일종의 ‘구도 행위’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이처럼 저자는 구도 행위와도 같은 독서를 통해, 깊은 감명과 인상을 받은 12명 철학자들의 언어를 함축적으로 요약해 <독서의 위안>을 펴냈다.

 

<출처 : 인터넷 알라딘 제공>

 

 

“악한 사람은 결과만을 탐낸다”고 세네카는 말했다. 그러나 선한 사람은 결과만큼이나 과정을 중시한다. 동기動機의 명분도 따져 봐야 하고, 상대방의 입장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양심良心이라는 정서情緖가 대두된다. 독서와 사색이 누구에게나 양심을 심어 준다고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양심에 따라 자신을 설득하는’ 능력만큼은 얼마든지 키워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아우렐리우스가 말한 것처럼, “인간이라는 인형人形의 줄을 잡아 당기는 누군가가 우리 마음속에 숨어 있다는 점을 명심하라. 그것은 설득의 힘이고 생명이며, 말하자면 바로 그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그 무엇이다.” p157


개성이라 일컬어지는 ‘존재의 가능성’을 밝혀내는 일은 단순한 이해理解의 문제를 넘어서는 생존生存에 관한 문제이다. 왜냐하면 개성을 나타낸 이후에 인생은 운명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예수와 공자와 소크라테스의 삶은 확연히 달랐다. ‘차이의 구별’이 사라질 때, 아마도 우리는 최악의 현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만일 어느 한 순간부터 우리 모두에게 베토벤 교향곡 9번이 에어로빅 배음背音과 같은 음音으로 들려오게 된다면, 종말은 이미 우리 곁에 다가온 거나 다름없다. 종말은 거창하고 요란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종말은 조용히, 그러나 강력하게 우리를 잠식해온다. p165

세월은 인간에게 일종의 ‘고백’을 요구한다. 늙음이란 스스로를 노출하는 것이며, 보다 심각하게는 스스로를 폭로하는 것이다. 40대는 30대보다, 그리고 30대는 20대보다 자기 자신을 더 많이 노출하게 되는데, 살아온 세월이 오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나라한 ‘자기 노출’은 자신의 무능을 드러내는 것이고, 더 나아가서 ‘자기 폭로’는 인간성을 부정否定하는 것이다. 예컨대 살인범이나 강간범 등은 여과 없이 자신을 폭로함으로써 주위를 긴장시키는 극단적인 경우이다. 그리고 다수의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탐욕도 함께 커가고, ‘때가 되면’ 자신의 추한 모습을 노골적으로 폭로한다. p189



제목에 이끌려 데려온 독서의 위안...


책을 읽는 일외엔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이 없어서

올한해는 틈날때마다 책을 읽었다.


내 블로그에 가끔 들린다는 친구가 한마디 한다.

'요즘은 거의 다 책얘기더라?!~' ^^;


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야한다고 생각하는 1인이니

영화 포스팅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고

여행도 못하고

심지어 이젠 카페에서 멍때리는 것도 못하고

바빠도 주기적으로 한 번씩 만나는 친구들을

지난 연말이후 못 보고 있으니

한동안은 책얘기를 더 하게 될꺼야... ㅠ.ㅠ


읽은 책들이

다 재밌고 좋고 맘에 드는 건 아니었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한 두 구절이라도 맘에 와닿는 내용을 메모하고

그것들이 쌓여 조금씩 단단해지는 나를 느낀다.


오랜만에 읽는 철학자들의 메세지가

쉽게 읽혀지진 않은 책이었으나

다 읽고 난 후 묵직하게 와 닿는 울림이 있는

책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독서의 위안

언어만이 줄 수 있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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