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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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영국 문학의 제왕 줄리언 반스의 첫 예술 에세이. 제리코에서 들라크루아, 마네, 세잔을 거쳐 마그리트와 올든버그, 하워드 호지킨까지 낭만주의부터 현대 미술을 아우르는 17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순수한 황홀감, 그 자체다"라고 한 워싱턴 포스트의 평처럼 우아하고 방대한 지식을 갖춘 이 에세이들은 미술사학자의 책도, 예술가의 책도 아닌, 그저 예술을 감상하는 사람의 책이다. 다만 소설가로서 그는 눈앞에 펼쳐진 그림을 두고 작품의 배경이 된 사건과 그것이 그림이 될 때까지의 과정, 그를 거쳐간 손길과 화가의 삶, 그 앞에 섰던 다른 이들의 감상까지 집요한 조사와 정교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리드미컬한 한 편의 드라마를 엮어낸다.

탁월한 안목으로 독창적인 컬렉션을 선보이는 "아주 사적인" 이 책은 그림 구석구석과 공명해 수많은 이야기를 주고받는 줄리언 반스만이 쓸 수 있는 가장 지적이고도 인간적인 그림 안내서다.

<인터넷 알라딘 서점>

 

 

 

 

플로베르는 한 예술 형식을 다른 예술 형식으로 설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명화는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믿었다. 브라크는 우리가 그림 앞에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아야 이상적인 경지에 도달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경지에 이르기란 요원한 노릇이다. 우리는 뭐든 설명하고, 의견을 내고, 논쟁하기 좋아하는 구제 불능 언어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림 앞에 서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재잘거린다. 프루스트는 미술관을 둘러보며 그림 속의 인물들이 실제로 누구와 닮았는가 촌평하기를 좋아했다. 아마 그것이 직접적인 심미적 대립을 능숙하게 피하는 방법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충격이나 설득으로 우리를 침묵 속에 빠뜨리는 그림은 드물다. 그런 그림이 있다 해도 침묵은 잠시뿐, 우리는 바로 그 침묵을 설명하고 이해하기를 원한다. p16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이 그림은 역사의 닻줄을 풀어 던지고 자유로워진 것이다. 그러니 더 이상 〈메두사호의 뗏목〉은커녕 〈난파 장면〉도 아니다. 우리는 그 운명의 뗏목에서 일어난 잔인한 고통을 그저 상상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고통받는 그들이 되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그들이 우리가 되는 것이다. 이 그림의 비밀은 에너지의 패턴에 있다. 다시 한 번 그림을 들여다보자. 점처럼 작은 구조선으로 손을 뻗는 저들의 근육질 등을 통해 솟아오르는 격렬한 용오름을 보라. 그 모든 안간힘을 보라. 그것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대부분의 인간적인 감정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듯이, 우리는 이 그림의 모든 게 집중된 저 용오름의 몸부림에도 아무런 형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희망뿐 아니라, 모든 짐스러운 갈망, 그리고 야심과 증오와 사랑(특히 사랑). 이 같은 희로애락의 감정을 느낄 만한 대상을 만나는 일이 얼마나 드문가? 우리는 얼마나 절망하여 신호를 보내고, 하늘은 얼마나 컴컴하며, 파도는 얼마나 높은가 말이다. 우리는 모두 바다에서 길을 잃고, 파도에 쓸려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가고, 우리를 구조하러 오지 않을지도 모를 무엇을 소리쳐 부른다.
재난은 예술이 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축소의 과정이 아니다. 자유롭게 하는, 확대하는, 해명의 행위다. 재난은 예술이 되었다. 결국, 재난의 쓸모는 거기에 있다. p54~55


낭만주의 화가 들라크루아가 낭만주의에 맞지 않는 기질을 지녔다면, 사실주의 화가 쿠르베는 참된 낭만주의자의 병적인 자기중심주의를 지녔다. 여기서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사명이다. 1855년, 〈화실〉과 〈오르낭의 매장〉이 만국박람회에 전시되지 못하자 쿠르베는 직접 전시회를 기획해서 데뷔했다. 이에 대해 보들레르는 “무장 폭동의 난폭함 그 자체”였다고 기록했다. 그때부터 쿠르베의 인생과 프랑스 미술의 미래는 서로 구분하기 어려운 것으로 여겨진다. “나는 내 자유를 얻고 있다. 나는 예술의 독립을 지키고 있다.” 그는 그렇게 썼는데, 뒤의 말은 마치 그저 앞의 말을 공들여 다시 표현한 것 같다. p93


언젠가 그는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머리를 문처럼 그려. 누군가의 머리가 흥미로우면 난 그것을 아주 크게 그리지.” 한편, 그의 그림에는 ‘개성’을 넘어선 무언가가 있었다. “영혼은 그리는 게 아니야.” 세잔은 투덜거리곤 했다. “몸을 그려야지. 젠장, 몸을 잘 그리기만 하면, 영혼은-몸에 그런 게 깃들어 있다면-사방에 저절로 드러나게 되어 있어.” 단체브가 현명하게 지적했듯이, 세잔이 그린 초상화를 보면 실물과 닮았다는 점보다는 인물이 거기 실제로 있다는 기분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데이비드 실베스터는 세잔을 가리켜 “우리가 실제로 사람을 만날 때 느끼는 밀도의 재현에 있어서는 최고”라고 평했다. p164~167


피카소가 자신의 인간 동료들을 대한 방식에 관한 글을 읽으면 “인간 동료들”이라는 말이 과연 적합한 용어인지 고개가 갸우뚱해질 때가 있다. 피카소는 맹렬한 귀재에 신적 존재로서 고집과 허영심을 겸비한 사람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는 고대 그리스신화의 올림포스산에 거주하면서 인간사에 불쑥불쑥 개입하던, 극히 이기적이고 농간에 능한 장난기 많은 신과 같았다. 상대가 친구나 연인이면 그들이 치러야 하는 대가는 더 크기만 할 뿐이었다. 프랑수아즈 질로가 말했듯이 “그의 가장 비열한 장난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을 위하여 특별히 따로 예비되어 있었다”. 브라크는 질로처럼 피카소에게 저항할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p299



지난 3월,

김수정 작가의 신작 '미술 경험치를 쌓고 있는 중입니다'를

읽던 중 예술책 독서모임에 들어가고 싶어지게 만든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이 책은 책의 두께도 있거니와 그림에 대한 놀라울 정도로

상세한 작가의 설명에 쉽게 진도를 내지 못하고

다 읽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


 



화사한 꽃정물화를 그리는 화가로만 알고 있던 르동

그래서인지 푸른빛이 감도는 르동의 <책 읽는 카미유 르동 부인>은 좀 낯설다.


남자는 그의 친구나 처를 보면 그 됨됨이를 알 수 있다. 여자를 보면 그여자를 사랑하는 남자를 알 수 있고, 그 반대도 성립한다. 남자를 보면 여자의 인격을 알 수 있고, 그 반대도 성립한다. 남자를 보면 여자의 인격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남녀를 관찰하고도 그들 사이에 은밀하고 미묘한 연관성이 많다는 사실은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는 드물다. 나는 가장 깊은 행복은 반드시 가장 깊은 화합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p195 


책읽는 모습이 좋아 그림구경하다가 옆 페이지에 있던

르동이 아내 카미유 팔트를 만나기 9년전에 썼다는

위의 글에 급 반성모드가 되었다.

블로그에서 심심치않게 김씨이야기를 쓰고 있는 나로썬

갑자기 훅 가슴을 파고든 이 글을 그냥 넘기기 어려웠다.

결론은 앞으론 나부터 잘하자!.... ㅠ.ㅠ




또 다른 한작품 발로통의 <거짓말>

따라 그려 보고 싶었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을을 그린다는 발로통의

 '우아한 노을, 주황과 보랏빛 하늘'을 기억하고 있는데

작가가 작고 강렬한 유화라고 표현한 이 작품이

나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아크릴 물감을 시작하며 수채화하고는 또 다른

강렬함을 캔버스위에 담아 보고 싶다는 마음 때문일찌도...


충격이었던  론 뮤익, 프로이트의 작품

15장 이것은 예술인가이후는 내게 좀더 어렵게 다가왔다.


당대 최고 화가들의 그림 구석구석과 공명하며

캔버스 뒤에 숨은 그림자를 들여다본 집요하고도 흥미진진한 기록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훗날 이책에서 만난 화가들의 전시회는

이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작품을 보게 될 것 같다.


맨부커상 수상작이라는 줄리언 반스의 장편소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북카트에 넣어 두었다.

곧 읽어 볼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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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웃게 하는 것들만 곁에 두고 싶다 - 오늘의 행복을 붙잡는 나만의 기억법
마담롤리나 지음 / 허밍버드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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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그림으로 사랑 받는 일러스트레이터 마담롤리나의 첫 번째 에세이다. 마담롤리나는 예민한 감각 덕분에 섬세한 그림을 그리지만, 예민하기 때문에 깊은 좌절과 우울의 밑바닥을 경험했다. 이후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별것 아니어도 미소를 짓고, 박수를 치며 즐거워하는 순간이 우울과 무기력함에서 벗어나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마담롤리나는 의도적으로 웃는 순간을 보존하고 기억하기로 다짐했다. 웃음이 피어나는 순간, 주변의 풍경이 한층 밝아지는 것처럼 무채색 같던 일상에 색이 칠해지는 순간들을 그려 담았다.

이 책에는 일상을 좋은 날로 만드는 마담롤리나의 다양한 다짐들이 담겨 있다. 내가 처해 있는 현실을 바꿀 수 없다면, 웃는 순간을 모아 하루를 좋은 날로 바꿔 보는 것은 어떨까. 인생은 거창한 목표가 아닌 잘 보낸 하루들이 모여 만들어지니까. 다짐뿐만 아니라 나를 미소 짓게 했던 확실한 일상의 행복들도 구체적으로 그려져 있다. 그를 따라 나를 기쁘게 하는 것들을 떠올리거나, 웃을 거리를 찾아 스스로 행복을 준비해 보자. 기억해 둔 행복들이 잊히지 않는 단단한 하루를 만들고, 오늘의 소소한 기쁨들을 찾는 태도가 훗날 나를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인터넷 알라딘서점>

 

 

우리는 무엇이 '나'를 기분 좋게 만드는지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나를 다년가 지켜본 결과, 샤워하기 싫은 날 욕실에 크게 음악을 틀어 두면 흥이 솟아 저절로 씻게 된다거나, 제철에 따라 메뉴가 바뀌는 디저트카페의 문을 여는 즉시 행복해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스스로를 잘 파악할수록 나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우울할 때, 실망했을 때, 외로울 때의 나를 위해 각각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기분 전환의 메뉴얼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p21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면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영영 계속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마냥 행복할 때도 방심할 수 없고, 절망 속에서도 한 번만 더 힘을 내자고 마음먹게 된다.

굴곡 없는 인생을 살고 싶지만 쉽지 않다. 대신 출렁이는 변곡점의 파도를 탈 때마다 그만큼의 경험과 지혜들이 착실히 쌓인다고 믿는다. 고된 시기를 겪을 때는 지ㅌ친 날개를 접고 둥지에서 쉰 날을 기다린다. 힘든 시기를 이겨 내고 아늑하게 보낼 시간에 대한 기대가 차오른다. 오늘도 그날을 상상하며 견딘다. p111


걱정은 하면 할수록 부피와 힘이 커진다.

걱정을 걱정하는 것으로는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

작업비가 계속 입금되지 않아 고소장을 쓰기로 결심하고 손이 먼저 나갔던 것처럼, 큰 문제가 닥치면 그때그때 몸을 움직여 해결하면 될 일이다.

프리랜서인 지금은 여전히 불안에 떨면서도 다음에 일어날 일이 궁금해 셀레는 삶을 살고 있다. 만약 걱정하는 최악의 상황들이 실제로 벌어지더라도 의연하게 해결해 나가며 아몬드처럼 단단해지고 싶다. p187


나를 열렬히 사랑하지 않는 내가 못 미더울 때가 있었다. 자기애사 부족하면 제대로 된 관계를 맺기 힘들다는 심리학 서적을 읽은 후 거울 앞에서 "나는 나를 사랑해!"라고 소심하게 외쳐 보기도 했다.

하지만 흉내에 불과한 노력들은 소용이 없었고, 결국 억지로 '스스로를 사랑하는 나'로 바꾸기보다 자의식 과잉과 결핍 사이에 서 있는 지금 이대로의 나를 받아 들이기로 했다.

좋아할 만한 점이 생기면 좋아하고, 싫어하는 부분이 있다면 혐오 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마음을 다스리기로.

저마다 맞는 각자의 방식으로 스스로를 긍정하면 되는 것이다. p193


나를 미소 짓게 하는
확실한 행복의 조각들.


* 아침에 마시는 따뜻한 커피
* 듣기만 해도 흥이 솟아나는 플레이 리스트
* 제철에 따라 메뉴가 바뀌는 디저트 카페
* 기분이 좋아지는 칭찬과 응원의 말
*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고양이들
* 말이 잘 통하는 친구와의 피로감 없는 수다
* 반려 식물의 여리고 부드러운 새잎
* 주말 오후의 달콤한 낮잠
* 옷 안으로 불어드는 초여름의 신선한 바람


"당신을 웃게 하는 것들은 무엇인가요?"



제목에 끌려 구입한 책

'나를 웃게 하는 것들만 곁에 두고 싶다'

이책은 일러스트레이터 마담롤리나의 첫 번째 에세이라고 하는데

표지부터 알록달록 넘 예쁘다.^^


책장을 넘기며

겁도 없이 그림일기로 100일 위젯미션을 시작해서인지

웃는 순간을 보존하고 기억하는 수단으로 선택된 그림, 

자신의 생각을 시기적절한(?) 색채로 표현하는 작가가 부러워진다.



"나를 웃게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 아침일과후 마시는 차가운 아이스커피 한 잔

* 비오는 날 듣는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음악들
* 시간마다 다른종류의 식빵을 구워내는 동네빵집

* 기분이 좋아지는 이웃들의 공감과 댓글

* 느긋하게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는 시간
* 말이 잘 통하는 친구와의 여행
* 반려 식물의 여리고 부드러운 새잎
* 해질녘의 석양과 시원한 바람

* 아직도 "엄마~"하며 뛰어와 안기는 꼬맹이


 

좋은 일만 기억하기로 했다.

스스로를 더 사랑해 주기로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귀엽고 멋진 할머니로

늙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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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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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사상가 모리스 리즐링은 말한다. “결국 인생은 우리 모두를 철학자로 만든다.” 하지만 인생이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우리는 수시로 깨닫는다. 여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을 하고 답을 찾기 위해 평생을 바친 철학자들이 있다. 그들에게 삶에 도움이 되는 조언을 받는 것은 어떨까?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부터 몽테뉴까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철학자들을 만나러 떠나는 여행기이자, 그들의 삶과 작품 속의 지혜가 우리 인생을 개선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답을 찾아가는 책이다. 매력적인 글솜씨로 “빌 브라이슨의 유머와 알랭 드 보통의 통찰력이 만났다”는 평가를 받는 에릭 와이너가 이 여행의 동반자로 나선다.

[알라딘 제공]


우리는 우리가 원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가 정보와 지식을 원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는 지혜를 원한다. 여기에는 차이가 있다. 정보는 사실이 뒤죽박죽 섞여 있는 것이고, 지식은 뒤죽박죽 섞인 사실을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지혜는 뒤얽힌 사실들을 풀어내어 이해하고, 결정적으로 그 사실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영국의 음악가 마일스 킹턴은 이렇게 말했다. "지식은 토마토가 과일임을 아는 것이다. 지혜는 과일 샐러드에 토마토를 넣지 않는 것이다." p6


우리는 명백한 것은 좀처럼 질문하지 않는다. 소크라테스는 이런 간과가 실수라고 생각했다. 명백해 보이는 문제일수록 더 시급하게 물어야 한다. p57


쇼펜하우어는 사람을 멍하게 만드는 소셜미디어의 소음을 미리 보여준다. 소셜미디어 안에서 진정한 소리는 새로움이라는 소음에 묻혀 들리지 않는다. “가장 최근에 쓰인 것이 늘 더 정확하다는 생각, 나중에 쓰인 것이 전에 쓰인 것보다 더 개선된 것이라는 생각, 모든 변화는 곧 진보라는 생각보다 더 큰 오산은 없다.”p178


나는 이것이 노년의 최종 과제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물길을 좁히는 것이 아니라 넓히는 것. 꺼져가는 빛에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그 빛이 다른 이들의 삶 속에서 계속 타오를 것임을 믿는 것. 카이로스의 지혜. 모든 것에는 알맞은 때가 있다. 심지어 물러나는 것에도. p474




인생에서 길을 잃는

수많은 순간마다

이 철학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간절히 여행을 떠나고 싶은 때이여서일까

6월이 시작되며 읽을 책을 고르는 내게

가장 먼저 눈에 띄인 책은

표지에 마치 만화같은 기차그림이 그려져 있던

철학이 우리 인생에 스며드는 순간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였다.


이 책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부터 몽테뉴까지 

열네명의 철학자들을 만나러 떠나는 여행기로

그동안의 읽었던 철학책들처럼 무겁게 다가오는 책은 아니었음에도

책의 진도가 좀처럼 나가지 않아 책을 다 읽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우리의 인생에 도움이 될 철학자들의 이야기중

내가 가장 공감되었던 섹션은 13장이다.


"꺼져가는 빛에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빛이 다른 이들의 삶 속에서 계속 타오를 것임을 믿는 것."


1. 과거를 받아들일 것

"추억에는 일종의 마법, 나이에 상관없이 느낄 수 있는 마법이 있다."

"현재 나는 내 삶을 회복하려 하고 있다. 잊어버린 기억을 되살리고, 지식의 불안전한 조각들을 다시 읽고, 다시 보고, 깍아 내고, 간극을 메우고, 모호한 것을 명확히 하고, ㅅ한산이 흥터져 있는 요소들을 하나로 붙이고 있다.


2. 친구를 사귈 것

"보브아르는 마치 모든 것을 잊기로 한 것 같았다. 그녀는 우리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 관계가 삶을 즐길 수 있게 해주었다고, 살아갈 이유를 주었다고, 살아갈 이유를 주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난 너를 위해 살지는 않지만 너 덕분에, 너를 통해서 살아.' 우리의 관계는 바로 이런 것이었다."


3. 타인의 생각을 신경 쓰지 말 것

나이가 들면 특이하고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더 이상 다른 사람의 생각에 신경 쓰지 않게 되는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애초에 다른 사람들은 내 생각을 안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4. 호기심을 잃지 말 것

여행을 통해 보부아르는 계속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보부아르는 여행길에서 평화를 느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영원을 품은 순간을 산다. 나 자신의 존재도 잊어 버린다."


5. 프로젝트를 추구할 것

"노년이 이전 삶에 대한 터무니없는 패러디가 아닐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기 존재에 의미를 부여해주는 목표를 추구하는 것, 즉 개인과 집단에, 대의명분과 사회적.정치적.지적.창의적 작업에 헌신하는 것이다."


6. 습관의 시인이 될 것

"하루의 리듬과 내가 하루를 채우는 방식,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보면 나의 하루는 언제나 비슷하다. 하지만 나에게 내 삶은 침체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7. 아무것도 하지 말 것

활동을 위한 시간이 있다면 게으름을 피우기 위한 시간도 있다. 카이로스다. 우리 문화는 후자가 아닌 전자만 중요시 한다.


8. 부조리를 받아들일 것

스므살의 시지포스는 어쩌면, 어쩌면 이번에는 돌이 언덕 아래로 굴러 내려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놓지 못한다. 일흔다섯 살의 시시포스에게는 그런 환상이 없다.


9. 건설적으로 물러날 것

"더 넓고 덜 사적인 것으로 만듦으로써 자아의 벽이 조금씩 약해지도록, 자신의 삶을 점점 더 보편적인 삶에 어우러지도록 할 것을 제안한다."


10. 다음 세대에게 자리를 넘겨줄 것

프랑스의 평론가 폴 발레리가 시에 관해 한 말은 우리 삶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우리 삶에는 결코 끝이 없다. 그저 포기할 뿐. 끝마치지 못한 일은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이 세상에 끝마치지 못한 일을 남기지 않고 떠나는 사람은 삶을 온전히 살아낸 것이 아니다.



요즘들어 부쩍 자주 잘 늙어야겠다는 고민을 하는 중이어서인지

'보부아르처럼 늙어가는 법'은 많은 생각과 함께

이런저런 다짐을 하게 만들었다.


오늘 실천할 일은 '7. 아무것도 하지 말 것'이다.

백신 접종한 김씨 보호자(?)로

유난히 고단했던 주말을 뒤로 하고

오늘은 아무것도 안하고 쉬는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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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허밍버드 클래식 M 6
브램 스토커 지음, 김하나 옮김 / 허밍버드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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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음악과 함께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예술. 그 중에서도 오늘날 우리가 특히 사랑하는 뮤지컬과 오페라의 상당수가 고전 문학을 원작으로 한다. 이에 그러한 고전 문학을 엄선하여 〈허밍버드 클래식 M〉으로 선보인다. 고전 작품을 읽는 새로운 시선을 제안하는 시리즈는 작품 고유의 품격을 충실히 살린 텍스트와 모던한 클래식 감성을 담은 표지로 완성됐다.

시리즈의 여섯 번째 작품은 《드라큘라》. 트란실바니아의 성에서 ‘죽지 않는 자’로 살고 있는 드라큘라 백작, 그를 물리치려는 반 헬싱 교수와 동료들의 이야기를 서간체 형식으로 완성한 이 작품은 ‘흡혈귀 문학의 원조’라고 일컬어질 만큼 후대에 큰 영향을 끼쳤다. 《드라큘라》의 독창성으로 완성된 캐릭터와 설정, 탄탄한 내러티브, 결코 가볍지 않은 메시지는 시대를 초월해 수많은 독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호텔 안주인이 어찌나 불안해하는지 아무리 안심시키려 해봐도 소용이 없었다. 급기야 그녀는 무릎을 꿇더니 가지 말라며 애원하기까지 했다. 정 가야겠으면 적어도 하루 이틀있다가 가라고도 했다. 말도 안되는 일이었지만 나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나는 맡은 일이 있었고,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없었다. 나는 그녀를 일으켜 세우며 가능한 차분한 말투로 걱정해주는 것은 고맙지만 맡은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안주인은 일어서서 눈물을 닦고는 목에 걸고 있던 십자가 묵주를 내밀었다. P19


이곳에 온뒤로 늘 뭔가 찜찜했는데, 백작이 가까이 있으니 그 불편한 느낌이 배가 됐다. 거울을 통해 면도칼에 베인 상처가 눈에 들어 왔다. 상처에서 난 피가 턱으로 흘렀다. 나는 면도칼을 내려놓고 반찬고로 쓸 만한 것을 찾으려고 반쯤 돌아섰다. 순간 백작이 내 얼굴을 보고는 난데없이 내 목을 움켜쥐었다. 그의 눈은 광기 어린 분노로 이글거렸다. 내가 뒤로 물러서자, 내 목에 걸려 있던 묵주의 구슬이 그의 손에 닿았다. 그러자 삽시간에 그가 본래 모습을 되찾았다. 분노가 어찌나 빠르게 사그라드는지 그가 조금 전 분노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P59~60


그녀가 힘겨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이 동쪽 하늘이 밝아오며 세상이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하커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 동안 밝아지는 세상과 달리 그의 안색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아침 첫 햇살이 방 안에 스미는 순간, 나는 깨닫지 못하는 사이 그의 머리칼이 하얗게 셌다는 걸 알아차렸다. 하얗게 센 머리칼이 대비되어서인지 그의 안색이 유독 어두워 보였다.

우리는 다음 행동을 취할때까지 한명씩 돌아가며 하커부부를 지키기로 했다.

이것만큼은 확신한다. 저 태양이 오늘은 절망에 빠진 우리를 비췄으나, 앞으로 다시는 그런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다!P619~620


기적과도 같은 장면이었다. 숨 한번 들이 마시는 사이에 우리의 눈앞에서 백작의 몸뚱이가 먼지가 되어 무너져 내렸다.백작은 소멸하는 찰나 평안을 얻은 듯한 표정이었다. 그가 그런 표정을 지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그 표정을 확인했으니 내 남은 삶은 행복하리라.

붉게 물든 하늘 위로 우뚝 솟은 드라큘라 성이 보였다.

저물어가는 해를 등진탓에 부서진 성벽이 하나의 거대한 바위 같았다. P809~810



어지간한 책은 별다방에서 커피 한 잔과 함께 후딱 읽어내곤 했는데

이책 드라큘라는 책두께의 압박에 읽는데 좀 시간이 걸렸다. ^^;


어려서부터 익히 알고 있는 캐릭터였기에 잘안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드라큐라

창백한 피부, 송곳니, 입가에 피, 십자가, 마늘...


소설속 드라큐라는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드라큘라와는 많이 다른 인물이었는데

여러명의 등장인물들의 일기를 통해 입체적인 드라큘라를 만나 볼 수 있는 시간...


섬뜻하고 비밀스런 낯선 존재의 상상을 넘어선 공포

인간만이 가능한 지치지 않는 용기

선과 악,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역사상 가장 도전적인 소설

- 드라큘라


더운 여름 읽기 딱 좋았던 책으로

호텔 여주인이 십자가를 건네주던 그 대목부터 긴장감이 일기 시작하더니 면도칼에 베이고 백작이 목을 움켜쥐는 장면부터는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뮤지컬에서는 어떻게 표현될찌 궁금해 관련기사를 찾아봤는데 뮤지컬은 400년이 넘는 세월동안 한 여인만을 사랑한 드라큘라를 보여주는데 더 집중하는 듯 하다.



드라큘라로 분한 김준수, 전동석, 신성록의 공연중 신성록을 선택했는데 

그가 사랑한 미나는 두도시 이야기 이후 오랜만에 만나는 임혜영을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맞질 않는다. 일단 신성록과 박지연 커플의 드라큘라를 먼저 보기로...

책으로 예습은 마쳤으니 이젠 뮤지컬 드라큘라를 만나는 일만 남았다.

엄청 기대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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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 아닌 선의 -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가장 작은 방법
이소영 지음 / 어크로스 / 2021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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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지만 누구도 타인의 고통을 내 손에 못 박은 채로 살아갈 수는 없다. 연민은 쉽게 지치고 분노는 금세 목적지를 잃는다. 이 책은 취약하고 불완전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 우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건넬 수 있는 위로와 공감의 순간들을 그러모은 것이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이 순간을 잊지 못할 거요.
이 고요함, 산딸기와 우유, 저녁놀에 물든 당신들의 얼굴,
수레 안에 곤히 잠든 미카엘, 류트를 타는 요프,
그리고 우리들이 나눈 이야기를 기억할 테요.
신선한 우유가 철펄 넘치는 그릇처럼 내 두 손에 조심스럽게
간직할 것이오.
이 기억은 나에게 커다란 충만함 그 자체가 될 것이요.

 


이 책을 읽는 그대가 책장을 넘기다 어느 구절에선가 자기 삶에 누군가가 새겨 넣었던 혹은 누군가의 삶에 자신이 선물해주었던 그런 반짝이는 한순간을 복기할 수 있다면 기쁘겠다. p9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자신에게만 고유한 의미를 갖는, 내가 살아 있음을 충만히 느끼게 해준 어떤 선율 어떤 장면, 어떤 냄새나 맛을. 생을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찾아들 때 그 기억이 수호천사처럼 그대에게 깃들어 다음 걸음을 떼어놓게 해주기를 빈다. p62

 


어느 일본 애니메이션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가시 많은 고슴도치는 가까워지고 싶어 다가가다 상대를 찌르고 자기도 마음에 피를 흘린다고, 성장한다는 것은 찌르지 않을 안전거리를 가늠해 유지하는 거라고, 그렇다면 가시 많은 자는 상처 주지(받지) 않기 위해 평생 데면데면 평생선을 유지  해야 하는 걸까. 마음 닫고 입 꼭 다물어야 할까. 그렇지 않음을 아니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안다.

이렇게 쓴다 하여 달라지지 않으리란 것 또한 안다. 내일과 모레 어제와 그거께 그랬듯이 엎어져 눈물을 터트릴지도 모른다. 질리게 만들어 자책하고, 반복 되어 마음 부서지고, 그러고도 다시 웃으며 마음을 열 수 있으면 좋겠다. 그때 쯤엔 주름진 얼굴의 할머니가 되어 있더라도 세상에 머무는 동안 서로 사랑하는 삶이 나에게 허락되기를 기도한다. p151

 


어두운 터널 끄트머리에 이르러서야 우리는 깨닫는 듯하다. 어떤 의미에서 그 터널이야말로 찬란했음을. 그리움에 사로잡혀 뒤돌아보던 우리 머리 위로 반짝이는 순간들이 하늘의 별처럼 가득했었다는 사실을. 이 역시 훗날 또 다른 그리움으로 남을 것임을.

나는 안다. 끝이라 생각해온 어느 지점은 끝이 아니다. 거기에 빛나는 것들이 새로이 채워 넣어질 것이다. 두근거리며 기다릴 무엇이 더는 남아 있지 않을 것만 같은 시기에도 우린 저마다 아름다운  시절을 하나 더 통과하는 중일 수 있다.

어쩌면 오늘도 그럴지 모른다. p241

 

 

 


별것 아닌 선의

 


새로 나온 신간을 살펴보다가 눈길이 멈춰선 제목,

아니 이 책은 표지가 먼저 눈에 들어 온 듯 하다.

 


어둠이 찾아온 시간,

낯선곳에서 길을 잃고 두려워 하는 내게 누군가 다가와

소리없이 다가와 내 갈 길을 밝게 비춰주고 있는 것 같은 그림에

이미 마음을 빼앗겼던 것 같다.

두고두고 고마워 할꺼야 하는 마음과 함께...

 

 

 

착한척...

모태신앙인 나는 주일이면 제일 깨끗한 옷을 찾아 입고

예배시간을 마치고도 온종일 교회에서 보내며

나도 모르게 말씀 속에 또 율법 속에 살았던 아이였다.

 


그래서일까?

난 이 책을 읽던 중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꼭지가

'조금 질리게 하는 데가 있어도'이다.

늘 주위의 눈치를 살피고 착한 척하느라 마음이 힘들었던

애어른 어린시절의 나와 마주했다.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여기까지 살아오게 해준 건 가족들 외에도

많은 친구들과 지인들이 있음을...

 


어느날 갑자기

내 든든한 버팀목이자 나를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해 주시던 엄마가 돌아가시고

그 상실감과 허전함에 꽤 오래 힘들해 하던 시간이 있다.

 


추운 겨울날 나 혼자 세상에 남겨진 것 같은 두려움...

창밖에  하얀 눈만 내려도 펑펑 눈물이 나고

수강생이 따뜻할 때 드시라며

어머님이 손수 만드셨다는 만두를 내밀어도 눈물이 나고

심지어 교실에서 멀리 보이는 굴뚝의 연기만 봐도

왠일인지 눈물이 나곤 했다.

 


별것 아닌 선의...

 


그렇게 며칠을 보내고

수강생 중 하나가 검푸른 바다로 나를 데려가 주었다.

산책을 하고 올테니 울고 싶은 만큼 여기서 실컷 울어도 좋다고...

파도 치는 바다를 바라보며 한동안 목놓아 서럽게 울고 나니

그제서야 마음이 좀 편안해진 듯 했다.

손 하나 까딱할 수 없이 마음이 힘들어도

홀시아버님의 밥상은 차려야했고

상을 치루자마자 직장으로 돌아가

강의를 해야만 했던...

그동안의 어쩔수없이 겪어내야 했던 힘들었던 마음과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그제서야 파도소리속에 잦아들었던 것 같다.

 


얼마후 돌아온 D는 차 뒷자석에서 포장해온 유부초밥과

따뜻한 캔커피를 내밀었다.

그날의 음식은 고마움으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있다.

 

 

 

“그해 겨울 입시학원 교무실이 생각난다. 〈반짝반짝 작은 별 변주곡〉이 귓가에 맴돈다. 가난했던 나는 그 미소한 배려들이 얼마나 세심히 마련되었을지 미처 헤아리지 못한 채 주는 대로 받아 가졌다. 받아 가진 자로서 무얼 하면 될지, 은혜 갚은 까치의 시점에서 골똘히 생각해본다. 생의 여정 중 맞닥뜨릴 고단한 이들에게 몸을 누일 열차 칸을 그때그때 내어놓는 것, 그리고 주는 대로 받아 갖는 누군가를 만나거든 나 또한 ‘그럼에도 재차 뭘 내미는’ 것. 이는 일생을 두고 행해야 할 작업이므로, 일단 오늘 밤엔 하늘의 별처럼 많은 고마움들 가운데 하나를 글로 옮겨 사람들과 나누기로 한다.”p26

 


 

'나 답게 살고 싶다'에 이어

베푸는 삶을 살고 싶어졌고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은혜 갚은 까치의 시점에서 고민했던 시간...

 

 

 

"착한 척한다고 비난하면 달게 받겠다.

나는(도) 냉소보다는 차라리 위선을 택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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