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미술관 3 - 가볍게 친해지는 서양 현대미술 방구석 미술관 3
조원재 지음 / 블랙피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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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탄 출간 이후 8년 연속 베스트셀러를 차지하며 예술 교양서의 새 지평을 연 책 《방구석 미술관》이 5년 만에 3탄 ‘서양 현대미술’ 편으로 돌아왔다! 45만 명 이상의 독자를 미술에 ‘입덕’시킨 저자 조원재는 이번 3탄에서 또 새로운 시도를 감행한다. 바로 19세기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마네, 모네, 드가, 세잔, 반 고흐 등 근대미술가들의 미술에만 익숙했던 독자들에게 20세기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현대미술가들의 전위적이고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작품 세계를 소개하며 신선한 지적 충격과 미적 쾌감을 선사한다.

특유의 감칠맛 나는 스토리텔링으로 미술 이야기를 유쾌하게 전하는 저자는 이번에도 미술계 거장들을 ‘방구석’으로 불러내, 그들의 사생활부터 명화의 숨은 뒷얘기까지 탈탈 털어낸다. “피카소까진 알지만, 그다음부터는 모르겠다!”, “현대미술? 그거 애들 장난 같은 미술 아니야?” 하는 독자들이라면 한 번만 더 믿고 따라오시라. 끊임없이 진화한 ‘미술계의 찰스 다윈’ 피트 몬드리안부터 ‘황금 빗줄기’를 보겠다는 욕망 하나로 달려온 초현실주의자 살바도르 달리, ‘복제 머신’이자 ‘질투의 화신’이었던 팝아트의 황제 앤디 워홀까지, 예술가들의 실체를 낱낱이 파헤치는 사이, 난생처음 현대미술의 재미에 푹 빠져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총 130여 점의 도판을 수록했다는 점에서 역시 《방구석 미술관》이 《방구석 미술관》 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저작권 때문에 그간 대중 미술서에서 쉽사리 다루지 못했던 현대미술 작품들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으니, 미술관 가기가 망설여지는 독자들이라면 이 책으로 먼저 ‘현대미술’과 가볍게 친해져보는 것은 어떨까?

<인터넷 알라딘 제공>

네덜란드인 몬드리안이 회화를 탐구하는 것은 곧 선배 네덜란드 화가들이 300년간 샇아온 '네덜란드 특유의' 풍경화를 탐구하는 것이었습니다. 20~30대 시절 내내 풍경화가들의 DNA를 계승해 네덜란드 동서남북 전역을 돌아다니며 자연을 흠뻑 음미하며 탐구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그렸죠. 당시 그가 그린 풍경화 <달밤의 헤인 강면 동쪽 풍차>를 보세요. 네덜란드인만큼 풍차를 핵심소재로 택한 것이 유독 눈에 띄는군요. P24~25

대학에서 퇴학하던 1926년. 처음으로 파리여행을 떠난 달리는 파리 미술계를 휘어 잡은 살아 있는 전설, 피카소를 만나며 최신 입체주의 회화를 직접 확인합니다.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장 프랑수아 밀레의 작업실을 찾아 가슴 설레어도 보고, 내친김에 벨기에 브뤼셀에 들어 요하네스 베르메르와 피테르 브뤼헐의 원작을 두 눈과 마음에 한껏 담아봅니다. 그렇게 대학생활과 첫 파리 여행을 마친 달리, 의미 심장한 그림 한점을 그리는데요. 그것은 <빵 바구니>였습니다. P91

이런 환영속에서 신들린 몸은 붓을 빌어 물감과 함께 무아지경의 춤을 추었고, 그 결과 <벽화>가 탄생합니다. 하룻밤 새 제작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초록, 노랑, 빨강, 검정, 하양 각양각색의 색선이 만들어내는 거칠고 저돌적인 리듬감이 시각을 강타하며 압도하는 벽화, 폴록 특유의 절대 길들여지지 않는 야성적 에너지가 화면 전체에 넘실거리는 이 작품을 보면 화가 내면에 사정없이 휘몰아치는 심리 상태가 무엇이었을지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짐작이 갑니다. P223

흑과 백, 하나와 둘, 같음과 다름, 포괄적과 배타적, 작용과 반작용, 뜨거움과 차가움, 순응과 저항, 전진과 후퇴, 따스함과 냉정함, 온화함과 잔인함, 기쁨과 슬픔, 미소와 눈물, 행복과 불행, 신뢰와 배신, 평화와 전쟁, 삶과 죽음, 공존하기 어려운 세상의 모든 양면성이 로스코의 회화 안에서 어쩔 수 없이 만나 요동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생생히 살아 있는 일촉즉발의 비극적 형국입니다. 저는 이렇게 로스코의 화면에서 비극의 향연을 감각합니다. P297

말복이 지난지도 한참이 된 듯 한데 언제쯤 시원해지려는지?... ㅠ.ㅠ

어제, 혈액검사를 하고 결과를 듣기 위해 집을 나섰는데

아침부터 햇볕과 더위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시원한 병원 대기실에서 땀을 식히고, 결과를 들었다.

예상한데로 중성지방, 당화혈색소 증가!

한동안 빵이며 아이스크림을 멀리했었지만

이번 여름 워낙 날씨가 덥다보니 밥먹기도 귀찮고해서

밥대신 야금야금 먹었던 간식들로 모든 수치가 증가한듯하다.

그나마 다행인건 3개월 유예를 받았다.

다시 건강관리하고 3개월후에도 검사결과가 안좋으면 그때

조치를 취하는걸로... >.<

지금은 약국을 들려 별다방에 와서 구입한지는 오래되었으나

현대미술을 다뤄서인지 예전책과 다르게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던

'방구석미술관3'를 읽고 있다.

피트 몬드리안, 마크 로스코, 살바도르 달리, 잭슨 폴락...

아는 작품들이 더러 보이긴하나 크게 관심이 없던 현대미술이다보니

살바도르 달리까지가 내 한계였는데...

며칠전, 여고시절 이과반이 유일하게 한 반밖에 없었던 탓에

3년내내 같은반이었던 친구 애리가 다녀갔다.

그간에 워홀중인 딸도 볼겸 런던과 파리의 미술관을 섭렵하고 왔다는데

장시간 여행과 작품얘기로 시간가는 줄 몰랐다.

내게도 파리에 한달쯤 머물며 미술관투어를 하는 꿈을 갖고 있기에

더 부러웠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셜록홈즈의 키링과 루브르박물관의 마그넷,

마리 로랑생의 작품이 담겨 엽서를 선물로 받았는데

요며칠 여행가고 싶은 마음에 마음이 콩닥콩닥...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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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25-08-24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구석 시리즈 덕분에
현대미술 재미있게 읽게 되었네요.^^
 
청춘의 독서 (특별증보판)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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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탁한 정국마다 명료한 통찰을 전하며 ‘신경안정제’ 역할을 해준 우리 시대의 지식인 유시민.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2009년 처음 출간되어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청춘의 독서』가 고급 양장 제본의 특별증보판으로 독자들과 새롭게 만난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에 관한 이야기와 특별증보판 서문이 추가됐다. 문장도 전체적으로 손봤다.

『청춘의 독서』는 유시민이 ‘청년 시절 읽었던 고전을 다시 읽어보면 어떨까? 시대도 변하고 나이도 들었으니 뭔가 다르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손때 묻은 책들을 다시 펴보면서 시작되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서재에서 우연히 발견한 『죄와 벌』, 침침한 스탠드 불빛 아래 엎드려 몰래 읽었던 『공산당 선언』,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슴 아픈 마지막을 떠올리게 한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뜨게 한 『역사란 무엇인가』 그리고 21세기가 된 지 한참이 지난 지금 다시 자유의 가치를 떠올리게 한 『자유론』까지. 누구보다 뜨거웠던 청년 유시민을 만든 원천이자, 오늘의 유시민이 자신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에 대한 답을 품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왜 모두 부자가 되고 싶어 할까?”, “인간은 원래 이기적인 존재일까?”, “내 머리로 생각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사실은 어떻게 왜곡되는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 문명의 역사에 거대한 이정표를 세운 15권의 위대한 책들. 그 안에는 앞서 살다 간 이들의 고민과 답이 담겨 있다. 『청춘의 독서』를 통해 그들이 남긴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오늘을 사는 지혜를 배우고 더 나은 내일을 그리는 가슴 벅찬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이것은 문명의 역사에 이정표를 세웠던 위대한 책들에 대한 이야기이며, 위대한 책을 남긴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그 책들에 기대어 나름의 행로를 걸었던 나 자신과 그 과정에서 내가 본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달. 지금까지 내 삶에 깊고 뚜렷한 흔적을 남겼던 이 책들은 30년 세월이 지난 지금 그때 내가 들었던 것과는 무척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p9

그런데 우리는 이 시를 그렇게 좋아할까? 나도 읽으면 가슴 밑바닥에서 잔잔한 파도가 밀려드는 느낌을 받는다. 어쩌면 일제강점기 때 누군가 일본어로 번역한 것이, 사는 게 노엽고 슬펐던 조선 민중의 마음을 울렸는지도 모른다. 푸시킨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썼든, 누군가의 시가 다른 시대 다른 민족에게 큰 울림을 줄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차르의 학정과 일제의 압제는 똑같이 '힘든 날'이며 '슬픈 현재'였다. 우리의 선조들의 푸시킨의 시에서 큰 위안과 격려를 받았던 듯 하다. p98~99

진화론은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그렇지만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삶의 진실을 노출시켰다.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다. 그러나 이타적 행동을 하는 이기적 동물이다. 인간이 이기적인 동물임을 과소 평가하면 현실적으로 도달할 수 없는 이상향에 빠져들 위험이 있다. 그러나 인간은 또한 이타주의와 자기 희생이라는 고귀한 도덕적 재능을 진화시켜온 존재다. 이를 망각하면 세상을 벌거벗은 탐욕과 아귀다툼이 판치는 살벌한 야만으로 몰고 갈 위험이 있다. p222~223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의지와 노력일 것이다. 그러나 인생이 그것만으로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그 누구의 삶에서든 행운 또는 불운이 남긴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나도 예외가 아니어서, 수많은 행운과 불운을 만나며 살았다. 스스로 '지식소매상'이라고 이름붙인 직업에 입문하는 과정에서,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부터 수천 년 전 역사책을 썼던 지식인에 이르기까지, 실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의 도움을 거저 받는 행운을 누렸다. p301

꼬맹이가 이틀,

큰 아이가 하루...

이번 주말은 딸들이 집에 와서 함께 보내어서인지

몸은 피곤하지만 비교적 잘 지낸 듯 하다.

매일 쓸고 닦고 버려도

다음날, 특히 월요일 아침엔 주말을 보낸 흔적들과 함께

분리수거할 물품이 산더미다.

집안일을 어느 정도 끝내고,

은행도 들려야해서 겸사겸사 가방을 챙겨 별다방에 와있다.

해마다 여름이면 책꽂이에 잠자고 있는 추리소설전집에

먼지도 털어줄겸 읽어봐야지 하는데 매번 결심만 할 뿐

고전읽기처럼 손에 쥐어지지가 않는다.

이젠 책꽂이가 또 포화상태라 당분간 책을 들이지 않겠노라 다짐했음에도

기어이 '청춘의 독서'를 구입했다.

생각해보면 나의 책읽기는 국민학교 시절부터였는데

저자처럼 학교 도서관에는 더 이상 읽을 추리소설이 없어

그시절 괴도루팡 전집을 구입했다는 친구네집을

한동안 매일 놀러 갔던 기억에 더해

자유교양대회에 참가하며 책읽기는 좋아했으나

독후감 쓰기는 영 별로 였던 어린시절 그리고

문고의 추억까지...

여전히 가까이 하기엔 먼

사회와 역사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을 담은

고전들과의 해후에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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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 관하여 수전 손택 더 텍스트
수전 손택 지음, 김하현 옮김 / 윌북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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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지성의 목소리. 『해석에 반대한다』, 『은유로서의 질병』 등 현대사에 가장 강력한 저작을 남긴 작가. ‘지성계의 여왕’, ‘텍스트힙의 원조’로 불리며 새로운 감수성과 사유의 시대를 연 수전 손택의 대표작과 국내 초역 에세이들을 소개하는 시리즈 [수전 손택 더 텍스트]를 선보인다. 현대적 감각의 정확한 번역, 견고하면서도 아름다운 디자인, 깊이 있는 전문가 해제까지. 모든 면에서 완성도 높은 만듦새로 독자들을 찾아간다.

시리즈의 첫 권인 『여자에 관하여』는 손택 사후 20년이 지나 처음으로 출간되어 국내 초역으로 소개하는, 숨겨진 보물 같은 에세이집이다. 손택이 “내가 평생을 따라다닌 주제”라 말한 ‘여성’에 관한 흥미로운 에세이와 인터뷰 7편을 엄선해 수록했다. 여성이 나이 들며 느끼는 수치심, 아름다움과 외모에 대한 강요된 강박, 욕망과 섹슈얼리티, 영화와 페미니즘, 그리고 파시즘에 이르기까지. “지금의 한국 사회와 정면으로 맞닿는((정희진 서문)” 공감할 수 있는 주제들 속에서, 손택은 ‘이 세계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의 진실을 명료한 언어와 지적인 유머로 풀어낸다. 작가가 마흔이 될 무렵,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던 1970년대에 쓴 이 글들은 ‘손택 스타일’ 특유의 물 샐 틈 없는 사유와 매혹적인 문체, 깊이 있는 통찰의 정점을 보여준다.

작가 비비언 고닉이 “손택의 탁월한 재능은 독자에게 곧 선물”이라고 말했듯, 이 짧고 강력한 책은 독자에게 생각하는 일 자체의 흥미진진함을 선사한다. 우리 삶과 경험의 외연을, 사유의 깊이를 확장해줄 지성의 스펙터클, 수전 손택을 만나볼 시간이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이 사회에서 여성의 본분으로 간주하는 아름다움은 여성이 예속되는 장이다. 여성의 아름다움에는 오직 소녀의 아름다움이라는 한 가지 기준만 허용된다. 여성은 반드시 아름다워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적어도 여성은 추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중압감에 짓눌린다. 남성은 이런 압박을 느끼지 않는다. 여성에게는 주어지지 않는 여러 방식으로, 남성은 아무 불이익 없이 나이 드는 것을 ‘허용’받는다. p38

여성에게는 또 다른 선택지가 있다. 여성은 그저 친절한 것이 아니라 현명해지기를 염원할 수 있다. 그저 쓸모 있는 것이 아니라 유능해지기를, 그저 우아한 것이 아니라 강해지기를 원할 수 있다. 그저 남자와 자녀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야심을 품을 수 있다. 여성은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나이들며 이 사회의 나이 듦의 이중 잣대에서 비롯된 통념에 적극적으로 불복하고 저항할 수 있다. 가능한 한 오래 소녀로 살다가 굴욕적으로 중년 여성이 되고 그러다 불쾌한 노인 여성이 되는 대신, 더욱 일찍 여성이 되어 계속 능동적인 성인으로 남을 수 있고, 여성은 얼굴에 자신이 살아온 삶이 드러나게 해야 한다. 여성은 진실을 말해야 한다. p52

남성해방은 여성이 맡을 과제가 아니며, 먼저 여성이 스스로를 해방해야 한다. 즉, 당장 화해라는 꿈에 회유되지 않고 대립의 원인을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여성은 변화가 남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하지 않고 스스로를 바꿔야 하고, 서로를 바꿔야 한다. 오로지 여성이 자기 자신을 생각하고 무엇이 남자에게 좋은지를 망각할 때만 여성의 의식이 변화할 것이다. 남성과 협업해서 이러한 변화에 착수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여성 투쟁의 범위와 깊이를 축소하고 하찮게 만든다. p64

모든 중요한 도덕적 진리가 그렇듯 페미니즘은 다소 단순합니다. 그것이 바로 페미니즘의 힘이자 한계입니다. 인생 이야기가 늘 죽음의 필연성과 인간 소망의 덧없음을 성찰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듯이, 인간 역사에서 발생한 비통한 사건은 사실상 전부 페미니스트의 개탄을 반복할 소재가 됩니다. 그러니 구분이 필요할 수밖에 없고, 모든 것을 페미니즘의 맥락에서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진실에는 온갖 노력이 필요합니다. 나는 신중하게 여러 가지를 구분했고, 내 에세이의 장점이 있다면 아마 그런 구분에 있을 겁니다. p173

나는 많은 여성과 남성이 우리 사회의 언어와 행동, 어디에나 존재하는 성차별적 고정관념을 지적하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말하는 페미니즘 비평이 이런 뜻이라면, 그런 비평은 언제든, 아무리 어설플지라도 늘 어느 정도 가치가 있어요. 그러나 나는 페미니스트 지식인들이 동료 여성들에게 변절자라고 비난받을 위험 없이 여성혐오와의 전쟁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제 역할을 하고 자기 작품에 페미니즘적 함의를 남기거나 내포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나는 정치적 노선을 좋아하지 않아요. 지적 단조로움과 나쁜 글을 낳거든요. p185


오늘은 친구와 미술관 나들이를 하기로 했었는데

호우소식에 약속이 미뤄져서 별다방에 와있다.

비도 내리고 내일은 꼬맹이가 온다고해서 청소하고

밑반찬이나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리모델링 하는 이웃집 소음으로

집에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고

튼튼한 우산을 골라 집을 나섰다.

점심시간대지만 삼복더위의 소란함은 아니다.

오히려 춥게 느껴지는 에어컨 바람에 혹시나 하고 가방에 넣어던

얇은 점퍼를 걸쳐입고 수전 손택의 '여자에 관하여'를 읽고 있다.

편딩소식을 들을때부터 관심이 있던 책으로

20대에 쓴 에세이지만 나이듦에 관하여부터 환갑이 지난 내가 읽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책이다.


책을 읽다가 문득 옛날 일이 떠올랐다.

결혼을 하고 얼마 안되어 마늘을 까던 날이었다.

모처럼 걸려온 친구의 전화에 수화기를 목과 어깨에 끼고는

마늘을 까고 있음을 고백하던 순간,

친구가 박장대소하며 "네가?!..." 했던 일이...

페미니스트는 언감생심이지만 친구들에게 비쳐진 나는

결혼도 안하고 혼자 지잘난맛에 살꺼라 생각했던 것 같다.

비교적 결혼도 일찍했고 3대가 모여사는 시집살이에

마늘을 까고 있는 나를 상상하기가 힘들었으리라.

그랬던 내가,

조선시대 남자 김씨를 만나 지난 30여녀간

현모양처를 흉내내며 살아왔으니.... ㅠ.ㅠ

이제는 중년보다는 노년이 더 익숙한 나이든 여자...

아름다움보다는 아직은 현명하고 멋지고 싶은 여자...

저자는 상대방 남자를 바꾸려면 내가 먼저 바뀌고 서로를 바뀌어야 한다고 한다.

그저 내가 참으면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그녀의 또 다른 책,

'사진에 관하여'를 다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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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 혁명 - 인체 원리에서 신약 개발까지, 바이오 시대를 이끄는 새로운 과학
김성훈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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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과학계는 인간 생로병사의 비밀을 풀 열쇠로 단백질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25년 사이 노벨 화학상 수상의 약 40퍼센트가 단백질 관련 연구였으며, 2024년 노벨 화학상 역시 ‘단백질 구조 분석 인공지능’ 분야 연구자들에게 돌아갔다. 뿐만 아니라 단백질은 ‘기적의 다이어트약’이라 불리는 위고비와 오젬픽을 비롯해 질병 치료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단백질이라는 작은 분자가 세상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바이오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김성훈 교수가 『단백질 혁명』을 집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암, 면역, 대사질환 등에 관여하는 각종 신기능 단백질을 발굴했고, 세계적 과학 학술지 《셀》 《사이언스》 등에 270여 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단백질 연구에 평생을 쏟은 그는 이 책에서 단백질이 세상을 어떻게 바꿔나가고 있는지, 얼마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지 탐구한다.

단백질에 대한 이해는 이제 과학자들만의 몫이 아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함께 탐구해야 할 지식이자,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공유해야 할 교양이다. 『단백질 혁명』을 통해 독자들은 단백질의 놀라운 비밀은 물론 바이오 시대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생명의 첫 번째 암호인 유전자의 비밀을 밝히고, 유전자를 새롭게 만들거나 유전자 일부를 바꿔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해왔다. 그리고 이제 과학계의 시선은 생명의 두 번째 암호인 단백질을 향하고 있다. 왜 과학계는 단백질에 주목하는가? 단백질은 우리의 생명 및 건강과 직결된 가장 중요한 생체 분자이기 때문이다. DNA(데오시리보핵산)의 유전 정보가 RNA(리보핵산)를 통해 단백질 합성으로 이어지는 정보의 흐름은 생명체가 생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생명 활동이다. DNA구조 내에 저장된 유전자 정보는 메신저 역할을 하는 mRNA에 복사되어 세포질로 나간 후, 거기서 아미노산을 이용한 단백질 합성을 통해 형상화 된다. 이 과정이 지구상 거의 모든 생명체가 사용하는 '생명의 중심 원리'다. p6~7

최근 여러 연구에 따르면 BRCA1 유전자 변이를 가진 여성의 경우 유방암 발생 위험이 최대 80퍼센트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엔젤리나 졸리는 미리 유방을 제거함으로써 유방암 발명확률을 아예 없애버린것이다. 매우 극단적인 사례지만 이처럼 유전자 정보를 이용해 미래의 병을 예측하고 수술적 처치뿐만 아니라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을 바꿔 질병을 사전에 예방하는 예방의학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P29

특히 노인성 질환은 신체 기능이 쇠약해지면서 발병하는데, 신체 기능이 강건할 때부터 예방 차원의 관리를 통해 노쇠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런 예측, 예방적 신체관리를 일찍부터 할수록 노후의 유병 기간을 줄이고 장수라는 100세 시대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최근 과학자들은 스트레스 등으로 단백질의 구조가 변형되어 체내에 축적되면 이것이 원인이 되어 노화가 빨라지거나 질병이 발생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현상을 막아 노화를 조절하려는 연구들이 세계 각국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제는 신체 내 주요 단백질들의 나쁜 변형을 방지하는 것이 노화를 지연시키고 질병을 예방하는 데 매우 중요한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p53~54


'저기압일땐 고기앞으로!'

온라인에서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 유행하는 밈중 하나다. 비슷한 밈으로 '우울할땐 고기앞으로', '인생은 고기서 고기'가 있다. 기분이 저기압인데 왜 고기 앞으로 가야할까? 사실 이 문구에는 매우 과학적 비밀이 숨겨져 있다.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는 세로토닌(serotonin)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있다. 이 세로토닌은 흔히 ‘행복 호르몬’이라고도 불리는데,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이나 불안 증세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세로토닌의 원료가 트립토판(tryptophan)이라는 아미노산이다. 그리고 트립토판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 대표적인 식품이 바로 돼지고기, 소고기 등 육류 단백질이다. P124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아스피린, 타이레놀 등은 화학 물질을 이용해 인공적으로 만든 합성의약품으로, 저분자 구조로 되어 있어 경구 투여가 가능하며 대량생산이 쉽고 생산 비용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생체 내에서 원래 타깃이 아닌 단백질과도 결합해 원하지 않은 부작용이나 독성이 발현될 수 있다는 한계도 있다. 이에 반해 바이오 의약품은 단백질이나 핵산 등 고분자 물질들로 만들기 때문에 경구 투여가 불가능하며 대량생산이 어렵고 생산 비용이 높다. 하지만 저분자 화합물들에 비해 비교적 작용 기전이 명확하고 타깃에 대한 결합 특이성이 높아 상대적으로 부작용과 독성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P157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유전자를 새롭게 만들거나 기존 유전자의 일부를 바꿔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생명체를 만들어내는데 집중해 왔다. 생명의 첫 번째 암호 유전자를 활용한 것이다. 이제는 생명의 두번째 암호인 단백질을 활용하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생명체가 단백질을 만드는데 사용하는 20개의 아미노산에 새로운 아미노산을 넣어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려는 시도다. P214


오늘은 중복!

삼계탕을 먹기로해서 법원근처 별다방에서 김씨를 기다리는 중이다.

'단백질은 어떻게 바이오 시대의 중심이 되었는가?'

단백질 혁명

얼마전 탄수화물과 단백질의 흡수를 돕는다기에

효소를 구입하긴 했지만 책을 읽기 전까지 내게 단백질은

삼계탕을 비롯해서 계란, 우유, 두부 등 외엔 크게 와 닿지 않은 단어였다.

유전자 지도에서 단백질 지도로에 따르면 세포내에서 만들어진 단백질들은

복잡한 3차 구조를 형성하면서 변형과정을 겪게 되고 다양한 모습으로 변형되어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치매나 파킨슨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내가 여러번 부작용을 호소했던 타목시펜도 유전자 정보를 활용해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좋은 치료제로 소개되었는데

이제 그만 미워하고 남은 3년 친하게 지내야 할까보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일론 머스크의 다이어트약 위고비!

모르는게 약이 아니라 알아야 약이다도 재미있게 읽은 섹션중 하나인데

약물 부작용이 새로운 용처를 찾아 활약하는 내용도 흥미로왔다.

'우울할땐 고기앞으로!'

밤이 괴로운 불면증...

트립토판을 많이 섭취하게 되면 우리 몸은 세로토닌을 많이 만들어

마음이 평온해지고 평상심이 유지되며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

앞으로 마음의 여유와 안정을 위해

꼬기 먹자고 김씨의 옆구리를 부지런히 찔러봐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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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장편소설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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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하고 2018년 <흰>으로 같은 상 최종 후보에 오른 한강 작가가 5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이다. 2019년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계간 <문학동네>에 전반부를 연재하면서부터 큰 관심을 모았고, 그뒤 일 년여에 걸쳐 후반부를 집필하고 또 전체를 공들여 다듬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다.

본래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2015년 황순원문학상 수상작), 「작별」(2018년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을 잇는 ‘눈’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구상되었으나 그 자체 완결된 작품의 형태로 엮이게 된바, 한강 작가의 문학적 궤적에서 <작별하지 않는다>가 지니는 각별한 의미를 짚어볼 수 있다.

이로써 <소년이 온다>(2014), <흰>(2016), ‘눈’ 연작(2015, 2017) 등 근작들을 통해 어둠 속에서도 한줄기 빛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의 고투와 존엄을 그려온 한강 문학이 다다른 눈부신 현재를 또렷한 모습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오래지 않은 비극적 역사의 기억으로부터 길어올린, 그럼에도 인간을 끝내 인간이게 하는 간절하고 지극한 사랑의 이야기가 눈이 시리도록 선연한 이미지와 유려하고 시적인 문장에 실려 압도적인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그걸 쓰려면 생각해야 했다.

어디서부터 모든 게 부스러지기 시작했는지.

언제가 갈림길이었는지.

어느 틈과 마디가 임계점이었는지.

어떤 사람들은 떠날 때 자신이 가진 가장 예리한 칼을 꺼내든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안다. 가까웠기에 정확히 알고 있는 상대의 가장 연한 부분을 베기 위해.

반쯤 넘어진 사람처럼 살고 싶지 않아, 당신처럼.

살고 싶어서 너를 떠나는 거야.

사는 것같이 살고 싶어서. p17

눈은 거의 언제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 속력 때문일까, 아름다움 때문일까? 영원처럼 느린 속력으로 눈송이들이 허공에서 떨어질 때, 중요한 일과 중요하지 않은 일이 갑자기 뚜렷하게 구별된다. 어떤 사실들은 무섭도록 분명해진다. 이를테면 고통. p44~45

인내와 체념, 슬픔과 불완전한 화해, 강인함과 쓸쓸함은 때로 비슷해 보인다. 어떤 사람의 얼굴과 몸짓에서 그 감정들을 구별하는 건 어렵다고, 어쩌면 당사자도 그것들을 정확히 분리해내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p105

눈처럼 가볍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나 누넹도 무게가 있다. 이 물방울만큼. 새처럼 가볍다고도 한다. 하지만 그것들에게도 무게가 있다. 오른쪽 어깨 위, 스웨터 올 사이로 가칠가칠했던 아마의 두 발이 떠오른다. 내 왼손 집게손가락을 횃대 삼아 있던 아미의 가슴털은 따스하고 부드러웠다. 이상하다. 살아 있는 것과 닿았던 감각은. 불에 데었던 것도, 상처를 입은 것도 아닌데 살갗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그전까지 내가 닿아보았던 어떤 생명체도 그들만큼 가볍지 않았다. p109

모르겠다. 이것이 죽음 직전에 일어나는 일인지. 내가 경험한 모든 것이 결정이 된다. 아무것도 더이상 아프지 않다. 정교한 형상을 펼친 눈송이들 같은 수백 수천의 순간들이 동시에 반짝인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지 모르겠다. 모든 고통과 기쁨, 사무치는 슬픔과 사랑이 서로에게 섞이지 않은 채 고스란히, 동시에 거대한 성운처럼 하나의 덩어리로 빛나고 있다. p137~138

무섭지 않았어. 아니, 숨이 쉬어지지 않을 만큼 행복했어. 고통인지 황홀인지 모를 이상한 격정 속에서 그 차가운 바람을, 바람의 몸을 입은 사람들을 가르며 걸었어. 수천개 투명한 바늘이 온몽에 꽂힌 것처럼, 그걸 타고 수혈처럼 생명이 흘러들어오는 걸 느끼면서, 심장이 쪼개질 것같이 격렬하고 기이한 기쁨속에서 생각했어. 너와 하기로 한 일을 이제 시작할 수 있겠다고. p318

데려온지 한참이 지난 책,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 있다.

'채식주의자'가 내겐 너무 힘든 책이었던 탓인지

이번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으면서도 그때의 강렬했던 문장들과

피냄새가 나는 것 같아 몇번을 읽다가 덮었다.

마음이 힘든 책을 굳이 읽어야할까도 싶었지만

그 다음이 또 그 다음이 궁금해서 꾸역꾸역 읽어냈던 것 같다.

난, 그 시절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체류탄이 도서관에서까지 터지던 그날,

눈물, 콧물 줄줄 흘리며 학교를 빠져나오던 날도

나는 무관심으로 일괄했던 것 같다.

책때문은 아니겠지만,

요즘 잠 못드는 밤이 많아져서

따로 약처방을 받았다.

마음의 병

불면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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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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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만 하고 앞으로 당분간은 즐거운 책만 읽어야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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