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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말을 거는 여행의 장소
우지연 지음 / 행복우물 / 2024년 5월
평점 :
서울대 공간 디자인학 박사인 저자는, 여러 대륙을 거닐며 마주했던 ‘공간과 장소’의 이야기를 따스한 문체로 풀어낸다. 때로는 맑은 영혼의 여행자의 시선으로, 때로는 웅숭깊은 디자이너의 시선으로 ‘여행의 장소’를 바라보면 드러나는 세상은 투명하게 빛나며, 독자들과 함께 ‘여행’과 이국의 ‘공간‘들을 통해 자신의 존재 목적을 찾아가도록 이끈다. 그리고 어느새 ‘어떻게 한 명의 여행자가 한 도시를 잊지 못할 장소로 만들어 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닿게 된다.
책의 처음은 지인들에게 각자의 상황에 맞는 여행의 장소를 소개해 주는 이야기들로 열린다. 배신의 아픔에 고통받는 친구에게는 마음의 온도를 높여줄 따뜻하고 눈부신 햇살이 있는 곳을, 열등감에 힘들어 하는 친구에게는 내면의 평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곳을 소개한다. 그들의 기억과 작가가 여행 중에 들었던 내면의 소리에 관한 기록은, 마치 잘 짜인 태피스트리를 보는 듯 감상하게 해준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진지한 여행자들은 그저 '와우'하는 경탄에 그치지 않고,
언제나 그다음으로 나아간다.
여행을 할 때면 언제나
그다음 단계로 나아감을 꿈꾼다. 그것은,
자신의 미해결 과제에 대한 새로운 자각과 각성이 있기도 하고,
더 큰 세상에 대한 책임을 느끼기도 하며,
나의 '살아있음'의 의미를 재발견하기도 한다.
공간이 물리적인 환경이라면, 장소는 이 공간에 사람의 정신, 관계, 기억과 경험들이 깊숙이 배어있는 곳, 마음의 풍경이 담긴 곳이다. 우리의 여행지는 내가 그곳을 방문하기 전엔 지도상에 표기된 지역명을 가진 물리적 공간에 지나지 않지만, 내가 그곳을 방문해 머물며 내 인생 어떤 시기에 특별한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면…, 그곳은 어느덧 내게 특별한 ‘장소’가 된다.
히브리 속담에 ‘당신이 사는 곳을 바꾸면 당신의 운도 바뀐다’는 말이 있다. 매주 마주하는 장소에 변화를 주면 나의 운명이나 행동도 변할 수 있을 만큼, 환경의 영향이 크다는 말이다. 잘 안 가던 동네 카페에 가보는 것, 잘 안 먹던 음식을 시도해 보는 것, 잘 안 읽던 분야의 새로운 책을 읽어보는 것들이 우리에게 신선한 효과를 줄 수 있다고 한다. 하물며, 먼 이국의 낯선 환경으로 들어가 보는 것이란, 얼마나 신선하고 큰 변화의 시도인가! 혹 나의 삶을 새롭게 바라보게 할지도 모를, 얼마나 기대되고 흥미로운 일인가.
보이지 않는 욕망으로 내가 점점 어두워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면,
나를 어둡게 하는 것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떠나야 한다.
소란한 소음으로 내 머릿속이 가득 찬 것을 느끼고 있다면,
한없이 산만하고 복잡스러운 마음이 사라지게 하는 곳,
그 어려운 평화를 줄 수 있는 곳을 찾아가야 한다.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 사람들을 가엾게 여기는 사람들의 당.
고통과 고난을 외면하지 않고 담담히 받아들이는 숭고한 이들의 땅.
욕망이 멈추는 이상한 나라로 가야 한다.
그 땅이 작고 세미하게 내게 말하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각기 다른 문화를 가진 여러 도시를 많이 다니다 보면, 그 안에서 내 마음에 딱 드는 도시가 있음을 알게 된다. 음악이든 요리든 정원이든 그림이든 자신의 취향에서 비롯되는 여행들이 쌓여가면 특별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최상으로 존재하는 ‘나의 취향인 도시’들이 보인다. 그 도시의 감성 안에 곧 내가 있다. 딱 나 같은 도시, 딱 나 같은 마을이 있다.
오랜만에(?) 동네 별다방에 왔다.
거의 매일 기말시험을 핑계로 출근도장 찍듯 했었는데
e-Frequency도 투웨이 파우치로 일찌감치 수령했고
이런저런 미뤄놓은 볼일을 보다보니 한참만에 방문이다.
울동네 별다방엔 덩달아 기분을 좋게 하는
늘 하이텐션의 웃음을 잃지 않는 명랑한 직원과
작은 일에도 친절을 잃지 않는 매니저가 있다.
비교적 여유있던 오늘,
감사의 인사를 전했더니 오히려 고객님 덕분이라고 한다.
누구 덕분이면 어떠랴
덕분에 방문객도 직원도 한바탕 웃을 수 있었으니 그걸로 됐다.
여행을 사랑하는 이들을 더 깊은 여행으로 인도할 책
인생의 전환기에 새로운 꿈을 찾는 이들에게 선물할 책
'내게 말을 거는 여행의 장소'
이번에 고른 책은
저자 공간과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감성 넘치는 사진과 함께 풀어내는
여행에세이이다.
무려 9일이나 된다는 김씨의 여름휴가 결정으로
베트남을 비롯해서 제주도 등 여러곳을 알아봤는데
골드시즌이라 여행경비가 어마무시하다.
결국 고민끝에 김씨에겐 미안하지만 집근처 맛집투어하며
방콕(?)하기로 결정했다.
그과정에서 더 미안했던 일은
연말에 동생들과 동유럽여행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내게도 동경의 장소가 몇군데 있는데
그중 하나가 프라하였다.
그토록 체코 프라하를 가고 싶었으면서
이상하게도 친구 아들의 군입대, 유람선 사고등
동유럽여행은 번번히 계획만으로 끝났었는데
이번엔 막내동생까지 조카가 대학에 입학하게 되어
교직에 있는 동생들의 겨울방학 일정에 맞춰 난생처음으로
해외에서 새해를 맞게 되었다.
아직 비상약없이는 서울나들이도 힘든 상태라
동생들에게 민폐가 되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되지만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그때까지 조금은 단단해진 마음으로
비행기에 오를 수 있길 기대해본다.
패키지여행이지만 비교적 자유여행시간이 있는 여행상품으로
예약을 한 상태라 저자가 이야기한 사소한 취향을 찾아
예쁜 카페에서 에스프레소 혹은 비엔나 커피를 마시거나
동네책방을 둘러볼 기회가 생기면 좋을 것 같다.
상상력을 동원해 저자가 소개한 공간과 장소를 함께 여행하다
마주한 죽음관련이야기에 멈칫할 수 밖에 없었는데
관계에 대해 그 누구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던 나지만
생각지도 못한 큰 수술을 겪으며
가까운 관계였지만 그 때문에 더 아픈 상처를 주었던 관계를 정리했다.
그리고 나도 무조건 내편 되어주는 친구들의 이름을 적어 본다.
죽은 나를 그리워할 이들을...
살1II다보면
꼭 그렇게 살 것처럼, 글로 적기까지 한 결심이
옅어지다 못해 하얗게 빛바랜 사진처럼 되어버리기도 한다.
그래도 가끔식, 이렇게
오래전 여행자의 결심을 다시 기억나게 하는 장소가 있어 다행이야.
그때마다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돌아가면 된다.
이발소에서 머리를 단정히 하듯
다시 마음을 단정히 하고 살아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