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말을 거는 여행의 장소
우지연 지음 / 행복우물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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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공간 디자인학 박사인 저자는, 여러 대륙을 거닐며 마주했던 ‘공간과 장소’의 이야기를 따스한 문체로 풀어낸다. 때로는 맑은 영혼의 여행자의 시선으로, 때로는 웅숭깊은 디자이너의 시선으로 ‘여행의 장소’를 바라보면 드러나는 세상은 투명하게 빛나며, 독자들과 함께 ‘여행’과 이국의 ‘공간‘들을 통해 자신의 존재 목적을 찾아가도록 이끈다. 그리고 어느새 ‘어떻게 한 명의 여행자가 한 도시를 잊지 못할 장소로 만들어 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닿게 된다.

책의 처음은 지인들에게 각자의 상황에 맞는 여행의 장소를 소개해 주는 이야기들로 열린다. 배신의 아픔에 고통받는 친구에게는 마음의 온도를 높여줄 따뜻하고 눈부신 햇살이 있는 곳을, 열등감에 힘들어 하는 친구에게는 내면의 평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곳을 소개한다. 그들의 기억과 작가가 여행 중에 들었던 내면의 소리에 관한 기록은, 마치 잘 짜인 태피스트리를 보는 듯 감상하게 해준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진지한 여행자들은 그저 '와우'하는 경탄에 그치지 않고,

언제나 그다음으로 나아간다.

여행을 할 때면 언제나

그다음 단계로 나아감을 꿈꾼다. 그것은,

자신의 미해결 과제에 대한 새로운 자각과 각성이 있기도 하고,

더 큰 세상에 대한 책임을 느끼기도 하며,

나의 '살아있음'의 의미를 재발견하기도 한다.

공간이 물리적인 환경이라면, 장소는 이 공간에 사람의 정신, 관계, 기억과 경험들이 깊숙이 배어있는 곳, 마음의 풍경이 담긴 곳이다. 우리의 여행지는 내가 그곳을 방문하기 전엔 지도상에 표기된 지역명을 가진 물리적 공간에 지나지 않지만, 내가 그곳을 방문해 머물며 내 인생 어떤 시기에 특별한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면…, 그곳은 어느덧 내게 특별한 ‘장소’가 된다.


히브리 속담에 ‘당신이 사는 곳을 바꾸면 당신의 운도 바뀐다’는 말이 있다. 매주 마주하는 장소에 변화를 주면 나의 운명이나 행동도 변할 수 있을 만큼, 환경의 영향이 크다는 말이다. 잘 안 가던 동네 카페에 가보는 것, 잘 안 먹던 음식을 시도해 보는 것, 잘 안 읽던 분야의 새로운 책을 읽어보는 것들이 우리에게 신선한 효과를 줄 수 있다고 한다. 하물며, 먼 이국의 낯선 환경으로 들어가 보는 것이란, 얼마나 신선하고 큰 변화의 시도인가! 혹 나의 삶을 새롭게 바라보게 할지도 모를, 얼마나 기대되고 흥미로운 일인가.

보이지 않는 욕망으로 내가 점점 어두워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면,

나를 어둡게 하는 것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떠나야 한다.

소란한 소음으로 내 머릿속이 가득 찬 것을 느끼고 있다면,

한없이 산만하고 복잡스러운 마음이 사라지게 하는 곳,

그 어려운 평화를 줄 수 있는 곳을 찾아가야 한다.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 사람들을 가엾게 여기는 사람들의 당.

고통과 고난을 외면하지 않고 담담히 받아들이는 숭고한 이들의 땅.

욕망이 멈추는 이상한 나라로 가야 한다.

그 땅이 작고 세미하게 내게 말하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각기 다른 문화를 가진 여러 도시를 많이 다니다 보면, 그 안에서 내 마음에 딱 드는 도시가 있음을 알게 된다. 음악이든 요리든 정원이든 그림이든 자신의 취향에서 비롯되는 여행들이 쌓여가면 특별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최상으로 존재하는 ‘나의 취향인 도시’들이 보인다. 그 도시의 감성 안에 곧 내가 있다. 딱 나 같은 도시, 딱 나 같은 마을이 있다.

오랜만에(?) 동네 별다방에 왔다.

거의 매일 기말시험을 핑계로 출근도장 찍듯 했었는데

e-Frequency도 투웨이 파우치로 일찌감치 수령했고

이런저런 미뤄놓은 볼일을 보다보니 한참만에 방문이다.

울동네 별다방엔 덩달아 기분을 좋게 하는

늘 하이텐션의 웃음을 잃지 않는 명랑한 직원과

작은 일에도 친절을 잃지 않는 매니저가 있다.

비교적 여유있던 오늘,

감사의 인사를 전했더니 오히려 고객님 덕분이라고 한다.

누구 덕분이면 어떠랴

덕분에 방문객도 직원도 한바탕 웃을 수 있었으니 그걸로 됐다.

여행을 사랑하는 이들을 더 깊은 여행으로 인도할 책

인생의 전환기에 새로운 꿈을 찾는 이들에게 선물할 책

'내게 말을 거는 여행의 장소'

이번에 고른 책은

저자 공간과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감성 넘치는 사진과 함께 풀어내는

여행에세이이다.


무려 9일이나 된다는 김씨의 여름휴가 결정으로

베트남을 비롯해서 제주도 등 여러곳을 알아봤는데

골드시즌이라 여행경비가 어마무시하다.

결국 고민끝에 김씨에겐 미안하지만 집근처 맛집투어하며

방콕(?)하기로 결정했다.

그과정에서 더 미안했던 일은

연말에 동생들과 동유럽여행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내게도 동경의 장소가 몇군데 있는데

그중 하나가 프라하였다.

그토록 체코 프라하를 가고 싶었으면서

이상하게도 친구 아들의 군입대, 유람선 사고등

동유럽여행은 번번히 계획만으로 끝났었는데

이번엔 막내동생까지 조카가 대학에 입학하게 되어

교직에 있는 동생들의 겨울방학 일정에 맞춰 난생처음으로

해외에서 새해를 맞게 되었다.


아직 비상약없이는 서울나들이도 힘든 상태라

동생들에게 민폐가 되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되지만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그때까지 조금은 단단해진 마음으로

비행기에 오를 수 있길 기대해본다.

패키지여행이지만 비교적 자유여행시간이 있는 여행상품으로

예약을 한 상태라 저자가 이야기한 사소한 취향을 찾아

예쁜 카페에서 에스프레소 혹은 비엔나 커피를 마시거나

동네책방을 둘러볼 기회가 생기면 좋을 것 같다.

상상력을 동원해 저자가 소개한 공간과 장소를 함께 여행하다

마주한 죽음관련이야기에 멈칫할 수 밖에 없었는데

관계에 대해 그 누구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던 나지만

생각지도 못한 큰 수술을 겪으며

가까운 관계였지만 그 때문에 더 아픈 상처를 주었던 관계를 정리했다.

그리고 나도 무조건 내편 되어주는 친구들의 이름을 적어 본다.

죽은 나를 그리워할 이들을...


살1II다보면

꼭 그렇게 살 것처럼, 글로 적기까지 한 결심이

옅어지다 못해 하얗게 빛바랜 사진처럼 되어버리기도 한다.

그래도 가끔식, 이렇게

오래전 여행자의 결심을 다시 기억나게 하는 장소가 있어 다행이야.

그때마다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돌아가면 된다.

이발소에서 머리를 단정히 하듯

다시 마음을 단정히 하고 살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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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송세월 - 김훈 문장 엽서(부록)
김훈 지음 / 나남출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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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어쩔 수 없는 비애와 아름다움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우리 시대의 문장가, 김훈. 시간과 공간 속으로 삭아드는 인생의 단계를 절감한다는 그가 “겪은 일을 겪은 대로” 쓴 신작 산문을 들고 돌아왔다. 생과 사의 경계를 헤매고 돌아온 경험담, 전쟁의 야만성을 생활 속의 유머로 승화해 낸 도구에 얽힌 기억, 난세를 살면서도 푸르게 빛났던 역사의 청춘들, 인간 정서의 밑바닥에 고인 온갖 냄새에 이르기까지, 그의 치열한 ‘허송세월’을 담은 45편의 글이 실렸다. ‘본래 스스로 그러한 세상’의 이치를 아는 이로서 그 어느 때보다 명료하고도 섬세한 문체로 생활의 정서를 파고든 《허송세월》은 김훈 산문의 새 지평이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나는 오후에 두어 시간쯤 햇볕을 쪼이면서 늘그막의 세월을 보낸다. 해는 내 노년의 상대다. 젊었을 때 나는 몸에 햇볕이 닿아도 이것이 무슨 일인지 알지 못했고, 나와 해 사이의 공간을 들여다보지 못했다. 지나간 시간의 햇볕은 돌이킬 수 없고 내일의 햇볕은 당길 수 없으니 지금의 햇볕을 쪼일 수밖에 없는데, 햇볕에는 지나감도 없고 다가옴도 없어서 햇볕은 늘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 온다. 햇볕은 신생하는 현재의 빛이고 지금 이 자리의 볕이다. 혀가 빠지게 일했던 세월도 돌이켜보면 헛되어 보이는데, 햇볕을 쪼이면서 허송세월할 때 내 몸과 마음은 빛과 볕으로가득 찬다. 나는 허송세월로 바쁘다. p43


시간을 시각과 시각 사이의 흐름이라고 억지로 말하는 말을 들을 때 나는 시간의 질감을 내 살아 있는 육신의 관능으로 느낄 수 있고, 한 개의 미립자처럼 또는 한 줄기 파장처럼 시간의 흐름위에 떠서 흘러가는 내 생명을 느낄 수 있다.

깊이 내려앉은 해가 빛과 색을 모두 거두어들이고 젊은 어머니들이 노는 아이들을 핸드폰으로 불러들이면 나는 집으로 돌아간다. 또 하루가 노을 속으로 사위어 간다. p48

장자는 순결한 삶, 자유로운 정신, 억압 없는 세상의 모습을 역동적 드라마로 제시한다. <노자는 사상의 원형이며 뼈대일 터인데, 여기에 판타지를 넣고 스토리를 엮어서 인간세에 적용하면 <장자>가 된다. 장자는 뛰어난 스토리텔러다. 장자는 인간의 수많은 질문에 직접 대답하기보다는 질문의 근거를 부수어 버림으로써 인산세의 끝없는 시비를 끝낸다. 질문이란 대체로 성립되기 어렵다. 인간은 짧은 줄에 목이 매여서 이념, 제도, 욕망, 언어, 가치, 인습 같은 강고한 말뚝에 묶여 있다. 짧은 줄로 바싹 묶여서, 괴로워하기보다는 편안해하고 줄이 끊어 질까 봐서 조심초사하고 있다. 장자가 마음의 도끼질로 이 목줄을 끊어 주는데, 줄이 끊어지면서 드러나는 세계의 질감은 가볍고 서늘하다.

공원에서 연꽃과 물고기를 들여다보면서 장자를 생각했다. 연꽃이 장자고 물고기가 책이었다. 아름다운 것은 본래 스스로 그러하다. 거꾸로 써도 마찬가지다. 내년 여름에는 또 새 매미가 울겠지. p129


살아있는 인간의 몸속에서 '희망'을 확인하는 일은 그야말로 희망적이다. 아마도 이런 희망은 실핏줄이나 장기의 오지 속과 근육의 갈피마다 서식하는 생명 현상 그 자체인것이어서, 사유나 증명의 대상이 아니라 다만 경험될 뿐이다. 몸의 희망을 몸으로 경험할 때, 우리는 육체성과 정신성의 간극을 넘어서는 행복을 느낀다. 나는 이런 행복을 '몸과 삶 사이의 직접성'이라고 이름 지으려 한다.

돈이나 수고가 드는 것은 아니지만, 이 직접성의 행복은 인가을 소외시키는 일상성(속도, 능률) 속에 매몰되어 있다. 추운 겨울 거리의 노점 식당에서 라면을 먹을 때나 태양이 작열하는 여름에 수박을 식칼로 쪼갤 때, 또는 개을 데리고 새벽 공원을 달릴 때 나는 때때로 그 직접성의 행복을 느낀다. 그 행복속에서는, 살아 있는 몸을 통해서 세계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일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 느낌은 사유라기보다는 생명을 보증으로 삼는 경험이다. p130~131

사람은 지나가지만 사람됨은 지나가지 않는다. 짓밟히고 억눌린 시대에도 사람은 사람다운 표정과 체취와 온도를 지니고 있었고 억압에 매몰되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의 그때'를 '사람의 지금'이라고 말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지나가는 것들이 다 지나간 뒤에도 지나가지 않는 것들은 남아 있다. 많은 것들이 지나간 뒤에야 지나가지 않는 것들이 있음을 알게 된다. p265~266


수학은 물적세계의 구조와 전개를 해명하려는 순수이론이지만, 인간 정신의 합리성에 바탕하고 있다. 시간과 공간의 속내가 정신에 의해 밝혀지게 되는 비밀을 나는 말할 수 없다. 음의 물질성 안에 희로애락의 정서가 들어 있을리가 없지만, 그 추상적 파동들을 모아서 편성한 음악이 인간의 사상과 정서를 감당하게 되는 비밀 또한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냄새도 음과 같아서 그 자체 안에 희로애락이 들어 있지 않지만, 냄새는 인간의 생애와 정서에 깊이 간여한다. 후각은 인간의 오감중에 가장 동물적이고 원시적이다. 냄새는 기호화할 수 없고, 개념화할 수 없고, 구조나 조직으로 계통화할 수 없다. 그래서 냄새는 사상이나 예술이 되지 않는다. 기억속에 남아 있는 냄새는 내 생애의 냄새이고, 내가 살아온 시간의 냄새다. P328

제목에 끌려 구입한 책

남한산성으로 유명한 작가 김훈의 5년만의 산문집 '허송세월'

기말고사를 끝내고 무기력해진 내게 김씨가 기어코 한마디 한다.

'무슨 도움이 된다고 고생을 사서 하냐고....'

그냥 집에서 쉬거나 놀아도(?) 아무도 뭐랄 사람없는데

스트레스 받아가며 때아닌 공부를 한다는 내가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이다.

그래서일까?

노작가의 세월이 담긴 이 책이 궁금해졌던건....


늙어간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슬픈일임에 공감한다.

겁많은 나는 얼굴에 점을 빼는 일외엔 시술을 받아보지 못했지만

점점 내려오는 눈꺼풀과 심술보처럼 보이는 처진 볼살이

가끔은 병원에 가서 견적이라도 받아볼까 싶은 것이

뭘꾸미는데 별관심없는 나였으나 세월을 정통으로 맞은 얼굴을 보는 것이

그리 유쾌하진 않다.

지난주에도 장례식장에 다녀온 꼬맹이가

지난 월요일에도 직장동료의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며

퇴근후 저녁에 장례식장을 다녀왔다고 한다.

99년생 신입사원이라는데 외동이라는 어린 직원이 눈물을 흘리니

안쓰러움에 덩달아 눈물이 났다고

연달아 이런일이 있으니 마음이 안좋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흔히들 가는데는 순서가 없다고 한다.

호상이라고 슬프지 않을 일이 없으며,

이별후엔 좀더 함께 하지 못함을 아쉬워하며 후회가 남지 않을까?!...ㅠ.ㅠ

걷기예찬속에 나오는 이야기는 많은 공감을 끌어냈다.

햇빛속의 호수공원을 걷는 일은 내게도 희망을 확인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햇볕을 쪼이면서 허송세월할 때 내 몸과 마음은 빛과 볕으로가득 찬다.'는 저자처럼

나도 허송세월로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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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류의 탄생 - 늙어도 낡아지지 않는,
허은순 지음 / 현암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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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남편과 사별 후 귀촌하고 세상과 담을 쌓고 살던 허은순 작가가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2년간 기록한 생각의 단편들을 엮어 모은 에세이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공황장애와 PTSD로 고통받던 그가 어떻게 다시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는지, 50대 후반의 나이에 어떻게 직접 영상을 편집해서 릴스를 만들 수 있었는지 등등을 다룬다.

지금 그는 마리에 부띠끄 패션 디렉터부터 건축, 사진, 작가, 파이널컷 쓰는 시니어 유튜버, 1일 1릴스 하는 인플루언서까지 그 영역이 넓어졌다. 종잡을 수 없는 그의 에너지와 생각들은 아내이자 엄마, 며느리로서 살아온 경험 덕에 더욱 깊이 있게 릴스에서 풀어졌고, 세대를 불문하고 다양한 이들 특히 여성들에게 큰 호응을 일으켰다.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에서 물러나 공동체의 변두리로 물러날 나이에 그는 다시 사회구성원으로 다양한 역할을 하며 시니어 생산자로 활동한다. 그의 움직임은 많은 이에게 용기를 줬고, 그의 말은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있다.

나이 듦과 노년에 대한 이미지와 고정관념을 깬 그의 액티브하고 멋진 삶은 앞으로 남은 날들을 살아갈 동년배의 시니어는 물론 새로운 나이 듦의 지형을 감지하는 젊은 세대들에게도 큰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으리라 본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앞으로의 현실에서 이 책은 궁극적으로 이전에 그 어디에도 없던 새로운 유형의 인간상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나이 들수록 필요한 힘은

남들에게 치대지 않기.

나 심심하다고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면서

이말 저말 내뱉으면

점점 고립되는 거다.

나이 먹어도 나사 풀고

마음 내려놓으면

서운할 것도

섭섭할 것도 없다.

내 마음이 충만하면

나눈 눈것이 많아지니

외롭지 않을 것이다. p29

잘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잘하려고 할수록 힘들다.

릴스를 지속하려면

꺾이지 않는 마음이 아니라

있는대로 하는 마음,

그냥 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칼이 없으면 이빨로 씹어먹겠다는 마음,

곤소금이 없으면 굵은 소금을 부숴먹겠다는 마음으로.

중요한건 뭐다?

되는데로 하는 마음, 그냥 하는 마음. p148

나이 먹는 걸 두려워하는 건

돈 떨어지고 아프게 되는 걸 걱정해서일 거다.

돈은 내 맘대로 벌 수 없지만

몸은 내 의지로 만들 수 있다.

몸 만들어 놓으면 가난에 대한 공포도 줄어든다.

없던 자신감도 생긴다.

이 몸뚱이로 무슨 일이든 못하랴 싶어서 용기가 솟구친다.

지금 고통스러워도 운동하면

누워서 눈만 뜨고 있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해보고

그래도 안 안되는 건 내 소관이 이아니다.

죽는 그날까지 걷자. p177

사람일은 알 수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이후의 일은 하나님께 맡긴다.

내 몸 관리 내가 못 해서 자식들 고생시키기 싫다.

한가해서 운동하는 게 아니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기에 감당할 체력이 필요하다.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 없지만

시간을 거슬러 살 순 있겠지. p194

나이 먹을수록 친구를 만나기 어려운 건

모두가 비슷할 거다.

늦은 나이에 새로운 사람들에게 스스럼없이

마음을 열게 된 비결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거다.

바라는게 없으니 서운한 것도 없다.

뭔가 바라는 마음 대신 뭘 해줄 수 있을까 생각한다.

나를 존중해 주면 고마운 일이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괜찮다.

현재의 나를 만나는 건

지나간 나의 시간이 만들어온 결과를 나누는 것.

이렇게 결이 맞는 사람들이 만나면

인연이 우연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되어 있다.

시간이 지나보면 안다.

시간이 지날수록 깊은 향과

풍부한 맛이 나는 차처럼

인연도 그렇다.

그래서 세월 지나 봐야 안다. p282~283

“지금까지 살아보지 않았던 세상이 온다.

그 안으로 뛰어들 것이다.”

이제껏 보지 못한 새로운 유형의 인간상이 등장하다!

죽는 날까지 제 발로 화장실 가는 게 목표인

67년생 허은순의 인생 2막 에세이

늙어도 낡아지지 않는 신인류가 온다

한학기를 잘 보내고 기말고사까지 무사히 치룬건 분명 좋은 일인데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진 듯 다시 무기력해진듯 하다.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 책

'신인류의 탄생'

비슷한 연배의 저자의 에너지 넘치는 이야기들을 마주하니

그 에너지가 전달된 듯 힘이 나는 것 같다.

어젠 근무하던 학원에서 연락이 왔다.

예전 같으면 분명 은퇴할 나이지만

아직도 강의 의뢰가 들어오는 것도 감사하고

가고 싶은 미술 전시가 많지만

'스웨덴 국립미술관 컬렉션'에서 심한 공황을 겪은 이후

엄두를 내지 못했던 미술관 나들이...

동생의 초대로 함께 다녀온 '베르나르 뷔페' 전시도 좋았다.

이제 슬슬 그림도 다시 시작해 볼 생각이다.

엽서크기의 작은 그림이면 어떠랴.

'사람일은 알 수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이후의 일은 하나님께 맡긴다.'라던 저자의 말처럼

좋아하는 일을 하며

그렇게 살아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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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 - 활자중독자 김미옥의 읽기, 쓰기의 감각
김미옥 지음 / 파람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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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서평가 김미옥. 자신을 ‘활자중독자’로 소개하는 그녀의 첫 단독 저서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는 꿋꿋한 ‘책 덕질’의 기록인 동시에, 이름난 ‘서평 덕질’의 아카이빙이다. 책을 애정하고 기억한다는 것이 얼마나 개인의 영혼과 사회적 관계 맺기에 도움이 되는지를 설파하는 ‘책덕’의 ‘성덕(성공한 덕후)’ 간증서이기도 하다. 그녀가 책읽기에 빠진 구체적인 사연과 독서 취향을 다듬게 되는 계기, 활자중독자의 중독적 일상사를 소개한다. 아울러 그간의 서평들 가운데 강력한 임팩트를 남긴 ‘최애 책’ 리뷰들을 정성껏 모아 정리했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나만의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학창시절 백일장에서 상을 곧잘 받으니 커서 작가가 될 거란 덕담도 들었다. 모두 당연히 내가 문학을 전공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작가가 아닌 독자가 되리라 결심했다. 여고시절이었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읽고 나는 나무에 기대어 울었다. 혹독했던 그녀의 시대가 나의 시대에도 별반 달라질 게 없다는 절망감 때문이었다. ‘돈과 자기만의 방’이 없는 가난한 여자가 무슨 글을 쓰겠는가? p14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고, 신을 찾고, 농담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며 분노를 삭이지만, 순간적 위안은 삶의 의미와는 다르다. 최종적으로 삶이란 살아남기 위해 시련 속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실존주의적 주제와 부딪혀야 한다. 그는 수용소 체험에 대한 글에 이 책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절망적인 순간, 삶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저자는 불이 환하게 켜진 따뜻하고 쾌적한 강의실 강단에 선 자신과 푹신한 의자에 앉아 자신의 강의를 경청하는 청중들의 모습을 상상하기 시작하면서 현실의 상황과 고통을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미래에 대한 기대가 삶의 의지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p191

저자는 개인의 공포와 사회적 집단광기를 설명함에 경제학과 심리학, 공학과 뇌과학 이론을 적용하는데 아주 적확하다. 기억이 어떻게 신체와 장애로 나타나는지 수천 건의 사례를 들어 몸을 치유하는게 아니라 기억에 집중할 것을 주문한다. 나쁜 기억을 사라지게 하는 방법은 부딪히며 맞닥트리고 좋은 기억들로 덮는 것이다. 삶을 흔들고 인생의 방향까지 바꿔버리는 대인공포증, 결정 장애, 불안과 공포 등등을 치유하다 보면 우리의 뇌는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 책은 '기억을 바꾸는 삶;이 핵심이다. p223


나는 글을 읽다가 ‘아주 가정적’이란 표현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카프카는 가끔 나를 웃게 하는데 특유의 진지한 유머 때문이다. 무표정한 얼굴로 진지한 농담을 하는 사람을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친구의 집 식탁에서 우연히 마주 앉은 못생기고 매력없는 아가씨, 펠리체 바우어. 그녀가 그의 삶에 들어온 것은 대화를 나누면서였다. 첫 만남 후 카프카는 창작열을 불태우는데 하룻밤 사이에 단편소설 '판결'을 써서 그녀에게 바쳤다. 두 사람이 주고 받은 편지는 그 자체로 문학인데 카프카가 그녀에게 보낸 편지와 엽서는 모두 545통이다. p260

누군가 내게 쓸쓸한 표정으로 이 가을에 혼자 듣기 좋은 곡을 들으라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글렌 굴드의 바흐입니다. 가능하다면 인적이 드문 산길이나 호숫가로 가세요. 그리고 벤치에 앉아 눈을 감고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들으세요. 가을 햇살이 그의 손가락을 빌려 당신의 상처를 치유할 것입니다. 반드시 글렌 굴드의 연주여야 합니다." p263


이 글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천국으로 들어가는 신자에 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 모태신앙으로 어릴때부터 신실한 자와 죽기 전 회개하고 천국에 들어간 자와 같은 대접을 받는 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었다. 러스킨을 경제적 효율을 앞세워 능력이 떨어지는 인간을 비참하게 만드는 당시 사회를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려 비유를 따왔다. 그런데 성직자인 저나는 이 '라느님의 셈법'을 동정과 연민으로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으로 해석했다. 정당한 품삯은 모든 이가 존엄을 가지고 살 수 있는 것을 의미하며 인간의 경제 논리를 넘어선다는 것이어서 나는 잠시 울컥했다. 신앙의 얘기가 아니었다. 바로 이 시대에 더 필요한 덕복, 연민이었다.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무능하고 쓸모없다 버려진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셈법'이다. P268

기말고사가 코 앞에 다가왔는데 교재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가끔은 철학책 같고

어떨땐 세계사책 같고 외우는거 젬병이라 이과를 선택한 내가

방대한 사회복지의 서사앞에 손발이 묶여 꼼짝을 못할 지경이다.


이럴땐 전혀 다른 얘기를 들려줄 책이 필요하다.

그동안 나름데로 꽤많은 책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스스로 활자 중독자라고 표현하는 저자의 책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엔 내가 평소 접하지 못한 많은 책들과

이야기들이 흡인력있게 다가온다.

때때로 쓸데없는 강박으로 뭔가 해야겠다며

자꾸 일을 벌리던(?) 내가 바람이 잘 들어오는 산밑자락에 터를 잡고

책만 읽고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탓인지 우연히 본 tv방송에서 실버타운을 소개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친구 어머님이 계신 건대앞 그곳과 용인의 실버타운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데

고창은 처음이다.

푸르른 산과 호수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며 노년을 저런곳에서 보내면 좋겠다 싶어졌다.

퇴근한 김씨에게 내 의사를 밝혔더니 늙을수록 병원 가까운 도시에 있어야 한다며

본인은 이곳이 좋다고 하더라.

문득 입주자중 한분이 인터뷰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누군가는 응급실이 없다고 다시 도시로 떠났지만 본인은 그래서 여기가 좋다고...'

누구나에게 죽음은 두려운 존재이지만 어찌보면 이또한 생각하기 나름이지 않을까?!...

최선을 다해 오늘을 행복하게 보내고

후회없이 맞을 내 마지막날...

기말고사도 스트레스로 받아들이지말고

힘들었지만 한학기 잘 마무리함에 감사하기로 하자.

그후

여행도 가고

읽고 싶은 책 실컷 읽고

영화도 보고

그림도 그리고...

이번 읽고 싶은책 목록은 평소에 접하지 못한 낯선 내용들로

더디게 읽혀지겠지만

도서관 산책이 더 흥미롭고 즐거운 시간이 되리라 믿는다.

이젠 다시 공부를 해야겠지... >.<


버지니아 울프 : 자기만의 방

빅터 플랭클 :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최연호 : 기억 안아주기

케빈 바자나 : 뜨거운 얼음






최대환 : 당신이 내게 말하려 했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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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기쁨 - 내 책꽂이에서 당신 책꽂이로 보내고 싶은 책
편성준 지음 / 몽스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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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새워 책 읽는 재미, 책에 몰입한 사람만이 아는 즐거움을 나누고 싶어서 편성준 작가가 자신의 독서 노트를 공개했다. 자타공인 책 덕후이자 ‘놀듯이’ 책을 읽고 또 기록하는 작가의 독서 노트 속 수많은 책들 중 ‘읽는 기쁨’에 취하게 만든 책들을 고르고 고른 것이다. ‘작가다움’을 과시하기 위해, 구색을 갖추기 위해 어렵고 무겁고 우아한 책을 일부러 골라 넣는 수고는 하지 않았다. 책의 방향은 순전히 ‘읽는 즐거움’을 향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몰입의 즐거움을 줄 수 있을, 진심으로 빠져들었던 책들 위주로 고르고 보니 죄다 소설, 시, 에세이, 그림책 등 ‘거짓말을 통해 진실을 얘기하는’ 스토리텔링을 깔고 있는 책들이다.

‘살짝 웃기는데 눈물도 나는’, ‘밤새워 읽은 책이 뭐였어’, ‘몇 번 읽어도 좋은 얇은 책’, ‘제목보다 내용이 좋은 소설’ 등 위트 있는 제목으로 17개의 카테고리를 만들고 각 카테고리 별로 3권의 책을 골라주었다. 토마 귄지스의 「암소」, 조지수의 『나스타샤』 같은 ‘숨은 명작’은 물론 다시 읽어도 재밌는 노벨 문학상 작품들, ‘필독서’ 라는 이름이 오히려 지루하게 느껴지는 너무 재밌는 걸작 등 저자를 사로잡은 독서 목록들은 목차를 읽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책 추천의 이유’를 짤막한 글로 소개해줬는데 이 글만 봐도 편성준식 B급 감성과 특유의 위트, 자신감의 표현이 보인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이 짧은 이야기에 내가 그토록 매료된 이유는 뭘까. 누구에게나 불행은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 그 불행은 다 제각각의 고유한 슬픔이라서 당사자가 아닌 다른 사람의 적당한 언어나 돈으로는 절대 위로할 수 없다. 레이먼드 카버는 이런 인간사의 속성을 정확히 꿰뚫고 거기에 '갓 구운 롤빵'을 조심스럽게 올린다. 아무리 큰 불행이라도 결국은 누군가의 선의에 의해 조금씩 옃어지고 결국은 기운을 차리도록 해준다는 희망을 사소한 롤빵을 통해 전해주는 것이다. p24~25

일본의 유명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헤밍웨이의 동명 작품을 따서 『여자 없는 남자들』이란 책을 냈었다. 아마도 존경 하는 선배 소설가에 대한 오마주로 이런 제목을 지었을 것이다. 소설가, 저널리스트, 모험가로 멋진 삶을 누리다 간 헤밍웨이가 부러워진다. 하지만 이런 멋진 남자도 주기도문에 자조적으로 ‘허무’라는 단어를 집어넣은 걸 보면 왠지 마음이 놓인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공평하게 불행하고 인생은 대체로 허무하다는 걸 다시 확인할 수 있어서 그런가 보다. 가슴이 허하지 않은 사람이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겠지만 세상에 그런 결핍 하나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21세기에도 이 책이 널리 사랑받는 이유다. p36

김혼비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마침 거기에 맞는 소재를 만나면 얼마나 인상적인 글을 쓸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작가다. 김솔통 글이 그렇고 사전 이야기(정식 제목은「나만을 믿을 수는 없어서」)가 그렇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아무것도 아닌 일로도 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라고 했는데 작고 하찮은 것에서도 늘 새로운 깨달음을 건져 올리는 김혼비야말로 거기에 딱 맞는 작가가 아닐 수 없다. p70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읽기 전까지 소설가가 이렇게 역사의 현장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는 경우도, 인간이라는 존재를 이렇게 아프게 까발리는 소설도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이렇게 담담하면서도 명징하게 비극을 그려내는 작가를 만나본 적이 있던가. 한강은 자신이 쓴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소리 내어 읽으며 퇴고한다는 말을 들었다. 작가가 한 글자 한 글자 다 소리 내어 읽었을 문장들을 나는 눈으로만 읽는 게 미안할 지경이다. p141

우리 삶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슬픔과 미묘한 어긋남이 있고 누구의 인생도 심플하지 않다. 어쩌면 소설가들은 이 얘기를 쓰려고 소설가라는 직업을 택했는지도 모른다. 그 섬세하고 애매한 지점을 귀신같이 잡아내는 앤드루 포터의 능력을 직접 경험해 보시라. 왜 세계의 많은 독자들이 그의 새 작품을 기다리고 있는지 단박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앤드루 포터는 작가가 되려고 하루 여섯 시간씩 글을 썼다고 한다. “읽다가 죽어도 창피하지 않은 책을 읽어라”라는 독서 격언이 있는데 내 생각엔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p194

철학자들이 죽음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한 이유는 역설적으로 죽음 앞에 서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가 더 잘 보이기 때문이다. 사노요코는 우울증으로도 큰 고생을 했던 사람이다. 솔직히 암보다 우울증이 더 괴로웠는데 아들 덕분에 자살하지 않을 수 있었다는 말도 했을 정도다. 그녀는 암에 걸린 뒤 항암제를 거부하고 하고 싶은 것 하며 자유롭게 살기로 결심한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갖은 고생을 다하다가 그림책 작가로 성공한 그녀에게 비로소 거칠 것 없이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그래서 "이제 죽는데 이런 인생을 보내도 괜찮을까"라고 하는 그녀의 글 앞에서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p210~211


보고 싶은 영화를 고를 땐

좋아하는 장르거나 믿고 보는 감독이나 배우일 때가 대부분이지만

책은 그 당시 내가 처한 상황에 따라 선택하는 책의 분야가 달라지는 듯 하다.

죽지 않는 다는 것을 알지만 마치 죽음을 마주하는 듯한

극심한 불안과 공포가 찾아오는 공황을 겪으며

어떻게든 살아야겠기에 한동안 심리학이나 철학에 관련된 책들과 가까이 지내오다가

이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다양한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길무렵

신간도서 목록에서 이책 '읽는 기쁨'을 발견했다.

놀듯이 책 읽는, 책 덕후 작가가 진심으로 고른 51권의 책에 대한 소개가

담겨있는 책으로 앉은 자리에서 후딱 읽어냈다.

'이 책에 끌린 이유는 따로 있다'를 시작으로

'사실은 친절한 글 쓰기 선생들'까지

다음으로 소개될 책이 궁금해 책 읽는 속도가 빨라진다.


시드니 쉘던, 무라카미 하루키 등

내게도 밤 새워 책을 읽던 시절이 분명 있었는데

근간엔 그토록 나를 매료시키는 책과 문장은 별로 만나지 못한 것 같다.

레이먼드 카버 '별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어니스트 헤밍웨이 '깨끗하고 밝은 곳'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백년의 고독'

김혼비 '다정다감'

박연준 '아버지는 나를 처제라고 불렀다'

무라카미 하루키 '토니 타키타니'

한강 '소년이 온다'

사노 요코 '사는게 뭐라고'


'지금 읽고 싶은 책을 읽어라'라는 저자의 뜻을 따라

이미 읽은 몇권의 책을 제외한 나머지 책 중에서 읽고 싶은 책의 목록을 만들었다.

저자가 '죽음'이라는 단어가 제목에 떡하니 들어 있어서

'선물해도 욕 먹지 않을 책' 목록에 넣지 못했다는 책

'죽는게 뭐라고'는 나도 읽었지만 리뷰를 쓰지 못하고 있는 탓에

사노 요코의 또 다른 책, '사는게 뭐라고'를 대신 넣었다.

적어도 다음달엔

책대신 서울나들이를 할 수 있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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