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 - 활자중독자 김미옥의 읽기, 쓰기의 감각
김미옥 지음 / 파람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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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서평가 김미옥. 자신을 ‘활자중독자’로 소개하는 그녀의 첫 단독 저서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는 꿋꿋한 ‘책 덕질’의 기록인 동시에, 이름난 ‘서평 덕질’의 아카이빙이다. 책을 애정하고 기억한다는 것이 얼마나 개인의 영혼과 사회적 관계 맺기에 도움이 되는지를 설파하는 ‘책덕’의 ‘성덕(성공한 덕후)’ 간증서이기도 하다. 그녀가 책읽기에 빠진 구체적인 사연과 독서 취향을 다듬게 되는 계기, 활자중독자의 중독적 일상사를 소개한다. 아울러 그간의 서평들 가운데 강력한 임팩트를 남긴 ‘최애 책’ 리뷰들을 정성껏 모아 정리했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나만의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학창시절 백일장에서 상을 곧잘 받으니 커서 작가가 될 거란 덕담도 들었다. 모두 당연히 내가 문학을 전공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작가가 아닌 독자가 되리라 결심했다. 여고시절이었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읽고 나는 나무에 기대어 울었다. 혹독했던 그녀의 시대가 나의 시대에도 별반 달라질 게 없다는 절망감 때문이었다. ‘돈과 자기만의 방’이 없는 가난한 여자가 무슨 글을 쓰겠는가? p14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고, 신을 찾고, 농담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며 분노를 삭이지만, 순간적 위안은 삶의 의미와는 다르다. 최종적으로 삶이란 살아남기 위해 시련 속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실존주의적 주제와 부딪혀야 한다. 그는 수용소 체험에 대한 글에 이 책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절망적인 순간, 삶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저자는 불이 환하게 켜진 따뜻하고 쾌적한 강의실 강단에 선 자신과 푹신한 의자에 앉아 자신의 강의를 경청하는 청중들의 모습을 상상하기 시작하면서 현실의 상황과 고통을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미래에 대한 기대가 삶의 의지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p191

저자는 개인의 공포와 사회적 집단광기를 설명함에 경제학과 심리학, 공학과 뇌과학 이론을 적용하는데 아주 적확하다. 기억이 어떻게 신체와 장애로 나타나는지 수천 건의 사례를 들어 몸을 치유하는게 아니라 기억에 집중할 것을 주문한다. 나쁜 기억을 사라지게 하는 방법은 부딪히며 맞닥트리고 좋은 기억들로 덮는 것이다. 삶을 흔들고 인생의 방향까지 바꿔버리는 대인공포증, 결정 장애, 불안과 공포 등등을 치유하다 보면 우리의 뇌는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 책은 '기억을 바꾸는 삶;이 핵심이다. p223


나는 글을 읽다가 ‘아주 가정적’이란 표현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카프카는 가끔 나를 웃게 하는데 특유의 진지한 유머 때문이다. 무표정한 얼굴로 진지한 농담을 하는 사람을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친구의 집 식탁에서 우연히 마주 앉은 못생기고 매력없는 아가씨, 펠리체 바우어. 그녀가 그의 삶에 들어온 것은 대화를 나누면서였다. 첫 만남 후 카프카는 창작열을 불태우는데 하룻밤 사이에 단편소설 '판결'을 써서 그녀에게 바쳤다. 두 사람이 주고 받은 편지는 그 자체로 문학인데 카프카가 그녀에게 보낸 편지와 엽서는 모두 545통이다. p260

누군가 내게 쓸쓸한 표정으로 이 가을에 혼자 듣기 좋은 곡을 들으라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글렌 굴드의 바흐입니다. 가능하다면 인적이 드문 산길이나 호숫가로 가세요. 그리고 벤치에 앉아 눈을 감고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들으세요. 가을 햇살이 그의 손가락을 빌려 당신의 상처를 치유할 것입니다. 반드시 글렌 굴드의 연주여야 합니다." p263


이 글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천국으로 들어가는 신자에 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 모태신앙으로 어릴때부터 신실한 자와 죽기 전 회개하고 천국에 들어간 자와 같은 대접을 받는 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었다. 러스킨을 경제적 효율을 앞세워 능력이 떨어지는 인간을 비참하게 만드는 당시 사회를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려 비유를 따왔다. 그런데 성직자인 저나는 이 '라느님의 셈법'을 동정과 연민으로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으로 해석했다. 정당한 품삯은 모든 이가 존엄을 가지고 살 수 있는 것을 의미하며 인간의 경제 논리를 넘어선다는 것이어서 나는 잠시 울컥했다. 신앙의 얘기가 아니었다. 바로 이 시대에 더 필요한 덕복, 연민이었다.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무능하고 쓸모없다 버려진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셈법'이다. P268

기말고사가 코 앞에 다가왔는데 교재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가끔은 철학책 같고

어떨땐 세계사책 같고 외우는거 젬병이라 이과를 선택한 내가

방대한 사회복지의 서사앞에 손발이 묶여 꼼짝을 못할 지경이다.


이럴땐 전혀 다른 얘기를 들려줄 책이 필요하다.

그동안 나름데로 꽤많은 책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스스로 활자 중독자라고 표현하는 저자의 책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엔 내가 평소 접하지 못한 많은 책들과

이야기들이 흡인력있게 다가온다.

때때로 쓸데없는 강박으로 뭔가 해야겠다며

자꾸 일을 벌리던(?) 내가 바람이 잘 들어오는 산밑자락에 터를 잡고

책만 읽고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탓인지 우연히 본 tv방송에서 실버타운을 소개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친구 어머님이 계신 건대앞 그곳과 용인의 실버타운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데

고창은 처음이다.

푸르른 산과 호수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며 노년을 저런곳에서 보내면 좋겠다 싶어졌다.

퇴근한 김씨에게 내 의사를 밝혔더니 늙을수록 병원 가까운 도시에 있어야 한다며

본인은 이곳이 좋다고 하더라.

문득 입주자중 한분이 인터뷰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누군가는 응급실이 없다고 다시 도시로 떠났지만 본인은 그래서 여기가 좋다고...'

누구나에게 죽음은 두려운 존재이지만 어찌보면 이또한 생각하기 나름이지 않을까?!...

최선을 다해 오늘을 행복하게 보내고

후회없이 맞을 내 마지막날...

기말고사도 스트레스로 받아들이지말고

힘들었지만 한학기 잘 마무리함에 감사하기로 하자.

그후

여행도 가고

읽고 싶은 책 실컷 읽고

영화도 보고

그림도 그리고...

이번 읽고 싶은책 목록은 평소에 접하지 못한 낯선 내용들로

더디게 읽혀지겠지만

도서관 산책이 더 흥미롭고 즐거운 시간이 되리라 믿는다.

이젠 다시 공부를 해야겠지... >.<


버지니아 울프 : 자기만의 방

빅터 플랭클 :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최연호 : 기억 안아주기

케빈 바자나 : 뜨거운 얼음






최대환 : 당신이 내게 말하려 했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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