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기쁨 - 내 책꽂이에서 당신 책꽂이로 보내고 싶은 책
편성준 지음 / 몽스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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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새워 책 읽는 재미, 책에 몰입한 사람만이 아는 즐거움을 나누고 싶어서 편성준 작가가 자신의 독서 노트를 공개했다. 자타공인 책 덕후이자 ‘놀듯이’ 책을 읽고 또 기록하는 작가의 독서 노트 속 수많은 책들 중 ‘읽는 기쁨’에 취하게 만든 책들을 고르고 고른 것이다. ‘작가다움’을 과시하기 위해, 구색을 갖추기 위해 어렵고 무겁고 우아한 책을 일부러 골라 넣는 수고는 하지 않았다. 책의 방향은 순전히 ‘읽는 즐거움’을 향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몰입의 즐거움을 줄 수 있을, 진심으로 빠져들었던 책들 위주로 고르고 보니 죄다 소설, 시, 에세이, 그림책 등 ‘거짓말을 통해 진실을 얘기하는’ 스토리텔링을 깔고 있는 책들이다.

‘살짝 웃기는데 눈물도 나는’, ‘밤새워 읽은 책이 뭐였어’, ‘몇 번 읽어도 좋은 얇은 책’, ‘제목보다 내용이 좋은 소설’ 등 위트 있는 제목으로 17개의 카테고리를 만들고 각 카테고리 별로 3권의 책을 골라주었다. 토마 귄지스의 「암소」, 조지수의 『나스타샤』 같은 ‘숨은 명작’은 물론 다시 읽어도 재밌는 노벨 문학상 작품들, ‘필독서’ 라는 이름이 오히려 지루하게 느껴지는 너무 재밌는 걸작 등 저자를 사로잡은 독서 목록들은 목차를 읽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책 추천의 이유’를 짤막한 글로 소개해줬는데 이 글만 봐도 편성준식 B급 감성과 특유의 위트, 자신감의 표현이 보인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이 짧은 이야기에 내가 그토록 매료된 이유는 뭘까. 누구에게나 불행은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 그 불행은 다 제각각의 고유한 슬픔이라서 당사자가 아닌 다른 사람의 적당한 언어나 돈으로는 절대 위로할 수 없다. 레이먼드 카버는 이런 인간사의 속성을 정확히 꿰뚫고 거기에 '갓 구운 롤빵'을 조심스럽게 올린다. 아무리 큰 불행이라도 결국은 누군가의 선의에 의해 조금씩 옃어지고 결국은 기운을 차리도록 해준다는 희망을 사소한 롤빵을 통해 전해주는 것이다. p24~25

일본의 유명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헤밍웨이의 동명 작품을 따서 『여자 없는 남자들』이란 책을 냈었다. 아마도 존경 하는 선배 소설가에 대한 오마주로 이런 제목을 지었을 것이다. 소설가, 저널리스트, 모험가로 멋진 삶을 누리다 간 헤밍웨이가 부러워진다. 하지만 이런 멋진 남자도 주기도문에 자조적으로 ‘허무’라는 단어를 집어넣은 걸 보면 왠지 마음이 놓인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공평하게 불행하고 인생은 대체로 허무하다는 걸 다시 확인할 수 있어서 그런가 보다. 가슴이 허하지 않은 사람이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겠지만 세상에 그런 결핍 하나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21세기에도 이 책이 널리 사랑받는 이유다. p36

김혼비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마침 거기에 맞는 소재를 만나면 얼마나 인상적인 글을 쓸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작가다. 김솔통 글이 그렇고 사전 이야기(정식 제목은「나만을 믿을 수는 없어서」)가 그렇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아무것도 아닌 일로도 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라고 했는데 작고 하찮은 것에서도 늘 새로운 깨달음을 건져 올리는 김혼비야말로 거기에 딱 맞는 작가가 아닐 수 없다. p70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읽기 전까지 소설가가 이렇게 역사의 현장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는 경우도, 인간이라는 존재를 이렇게 아프게 까발리는 소설도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이렇게 담담하면서도 명징하게 비극을 그려내는 작가를 만나본 적이 있던가. 한강은 자신이 쓴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소리 내어 읽으며 퇴고한다는 말을 들었다. 작가가 한 글자 한 글자 다 소리 내어 읽었을 문장들을 나는 눈으로만 읽는 게 미안할 지경이다. p141

우리 삶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슬픔과 미묘한 어긋남이 있고 누구의 인생도 심플하지 않다. 어쩌면 소설가들은 이 얘기를 쓰려고 소설가라는 직업을 택했는지도 모른다. 그 섬세하고 애매한 지점을 귀신같이 잡아내는 앤드루 포터의 능력을 직접 경험해 보시라. 왜 세계의 많은 독자들이 그의 새 작품을 기다리고 있는지 단박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앤드루 포터는 작가가 되려고 하루 여섯 시간씩 글을 썼다고 한다. “읽다가 죽어도 창피하지 않은 책을 읽어라”라는 독서 격언이 있는데 내 생각엔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p194

철학자들이 죽음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한 이유는 역설적으로 죽음 앞에 서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가 더 잘 보이기 때문이다. 사노요코는 우울증으로도 큰 고생을 했던 사람이다. 솔직히 암보다 우울증이 더 괴로웠는데 아들 덕분에 자살하지 않을 수 있었다는 말도 했을 정도다. 그녀는 암에 걸린 뒤 항암제를 거부하고 하고 싶은 것 하며 자유롭게 살기로 결심한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갖은 고생을 다하다가 그림책 작가로 성공한 그녀에게 비로소 거칠 것 없이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그래서 "이제 죽는데 이런 인생을 보내도 괜찮을까"라고 하는 그녀의 글 앞에서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p210~211


보고 싶은 영화를 고를 땐

좋아하는 장르거나 믿고 보는 감독이나 배우일 때가 대부분이지만

책은 그 당시 내가 처한 상황에 따라 선택하는 책의 분야가 달라지는 듯 하다.

죽지 않는 다는 것을 알지만 마치 죽음을 마주하는 듯한

극심한 불안과 공포가 찾아오는 공황을 겪으며

어떻게든 살아야겠기에 한동안 심리학이나 철학에 관련된 책들과 가까이 지내오다가

이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다양한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길무렵

신간도서 목록에서 이책 '읽는 기쁨'을 발견했다.

놀듯이 책 읽는, 책 덕후 작가가 진심으로 고른 51권의 책에 대한 소개가

담겨있는 책으로 앉은 자리에서 후딱 읽어냈다.

'이 책에 끌린 이유는 따로 있다'를 시작으로

'사실은 친절한 글 쓰기 선생들'까지

다음으로 소개될 책이 궁금해 책 읽는 속도가 빨라진다.


시드니 쉘던, 무라카미 하루키 등

내게도 밤 새워 책을 읽던 시절이 분명 있었는데

근간엔 그토록 나를 매료시키는 책과 문장은 별로 만나지 못한 것 같다.

레이먼드 카버 '별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어니스트 헤밍웨이 '깨끗하고 밝은 곳'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백년의 고독'

김혼비 '다정다감'

박연준 '아버지는 나를 처제라고 불렀다'

무라카미 하루키 '토니 타키타니'

한강 '소년이 온다'

사노 요코 '사는게 뭐라고'


'지금 읽고 싶은 책을 읽어라'라는 저자의 뜻을 따라

이미 읽은 몇권의 책을 제외한 나머지 책 중에서 읽고 싶은 책의 목록을 만들었다.

저자가 '죽음'이라는 단어가 제목에 떡하니 들어 있어서

'선물해도 욕 먹지 않을 책' 목록에 넣지 못했다는 책

'죽는게 뭐라고'는 나도 읽었지만 리뷰를 쓰지 못하고 있는 탓에

사노 요코의 또 다른 책, '사는게 뭐라고'를 대신 넣었다.

적어도 다음달엔

책대신 서울나들이를 할 수 있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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