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김정한)

너를 사랑하는 것은
나무가 뿌리 내린 자리에서 자라듯이
내가 네 가슴에 꽃씨를 뿌리고
꽃씨가 뿌리를 내려 예쁜 꽃이 피는 거겠지
너를 사랑하는 것은
내가 항상 네 마음속에 머무는 것
모르는 사람 속에서 너를 만나고
밤하늘의 별빛 속에서
사랑스런 너의 눈빛을 만나고
늘 네 안에서 살아가는 나를 발견하는 거겠지
너를 사랑한다는 것은
아무것도 모르던 나를
너의 가슴 안에 머물라 하며
너를 조금씩 알아가고 너를 이해하는 걸 거야
네 안에서 너의 체취에 취해버린 나
전생에 우린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아마도
그때도 우린 사랑하는 연인이었겠지
지금처럼・・・・・・
사랑하는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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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너의 말이 좋아서 밑줄을 그었다』에는 말의 빛과어둠과 열에 관한 글들이 담겨 있다. 별의 말, 꽃의 말, 죽은것들과 교감한 말이 들어 있다. 내가 귀 기울이지 못해 뼈아팠던 마음의 말도 있고, 차마 하지 못한 사이의 언어들도 있다. 좋아서 밑줄 친 말도 있고, 너무 아려서 반사해버린 말도 있다.
직업을 가리지 않고 스며들어 별처럼 반짝이는 이를 시인이라고 지칭하듯이, 모든 말에도 사랑이며 그리움이며비탄이며 하는 감정들이 스며들어 있다. 웃음 나고 눈물 나는 것들이 모두 말의 분비물이다. 무언가에 배어들어 섞인것들은 반드시 결합해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그래서 나의글들은 ‘언어의 화학‘을 기본 원리로 삼고 있다. - P7

내가 어떤 언어를 사랑했는지,
어떤 기억으로 아프고 기뻤는지
어떤 빛이 되고 싶어 했는지. - P16

제제의 말이 맞다. 사람은 자신의 운명으로 사는 게 아니다. 타인의 가슴속에서 죽으면 죽는다. 목숨의 길이는 생명공학 기술에 달려 있을지 모르지만 목숨의 깊이는 사랑의화학에 달려 있다. 누군가 당신을 흔드는 말을 한다면, 마음깊은 곳에서 천둥소리가 들린다면 그것은 다른 목숨 하나가 결합을 시도한 것이다. 떨림이 있고 울림이 있고 열이 나고 빛이 난다면 의심할 바 없다. 그것은 분명하고 진짜다. - P32

돌이켜보면 우리의 사랑이 실패한 이유는 상대방의 언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 원인이 있었다. 내가 쓰는 언어와 다르지 않다고 판단해 모든 것을 내 관점에서 말하고 내언어 체계로 이해하려 들었다. 상대의 말을 그만의 은어라고 여기지 않았다. 탐구하며 배우려 하지 않았고 시간과 인내가 소요되는 일임을 고려하지 않았다. 자꾸 다른 데서 관계의 하자를 찾으려 했으므로 실패를 반복했다. 그저 말이잘 통하는 성격 좋은 사람을 찾아 헤맸다. 생각해보라. 말이 잘 통한다는 것은 말을 잘 맞춘다는 이야기다. 맞춘다는것은 다르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다른 서로가 어긋나지 않게 조화를 도모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은어는 단지 구술하는 기술적인 언어가 아니라 학습과 탐구가 필요한 전공어에 가깝다. 둘만의 사적인 은어를 밀어(語)라고 한다. 은 - P36

어를 직역할 수준이 됐을 때, 드디어 우리는 속삭일 수 있게된다. 아주 낮은 목소리로도 몇 마디의 짧은 밀어로도 사랑의 본질에 닿을 수 있게 된다.

매혹적이지 않는가. 은어처럼 맑은 자갈돌 속에 숨는 말이 그대와 나 사이에 있다는 것. 우리 둘이서만 알아듣고 붉어지는 은어가 있다는 것. 시니피앙과 시니피에가 분리되지 않은 궁극의 언어가 있다는 것. - P37

혼자 있을 줄 안다는 것은 자신을 돌보고 아낄 줄 안다는뜻이다. 혼자일 때도 완전히 혼자가 되지는 않는다. 그리워하느라 미워하느라 밀어내느라 누군가와 있기도 한다. 치열하게 자기를 부정하고, 애써 자기를 긍정하느라 사투를벌이는 혼자도 있다. 그래서 혼자가 되면 약해지고, 또 강해진다. 고독은 어쨌든 강렬하게 나를 느끼는 것이고, 그런 혼자의 느낌은 살아 있는 동안의 ‘선물‘이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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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직한 말은 아름답지 않고, 아름다운 말은 믿음직하지않습니다. 선한 사람은 변론하지 않고, 변론하는 사람은선하지 않습니다. 아는 사람은 박식하지 않고, 박식한 사람은 알지 못합니다.
성인은 쌓아두지 않습니다. 남을 위해 쓰는데 더욱더 갖게되고, 남에게 주었는데 더욱더 많아집니다.
하늘의 도는 이로울 뿐 해롭지 않고, 성인의 도는 행하되다투지 않습니다.
<도덕경>, <덕경 81장>

누구나 자기만의 관점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갑니다. 나와 생각이 같은 사람을 만날 때도 있고, 다른 사람을 만날 때도 있지요. 때로는 새로운 상황을 겪으며 기존에 가졌던 관점을 바꾸기도 합니다. 상대방이 처한 상황에 공감해 새로운 관점을 받아들이기도 하고요. 각자 살아온 나날들, 맞닥뜨린 현실이 다르니 경험도 지혜도, 감정도 모두 ‘다르게‘ 형성될 수밖에 없습니다. - P178

아무리 좋은 글을 읽고 훌륭한 곳에서 배우고 큰 뜻을 품으며 스스로를 갈고닦았어도 실생활에서 주변과의 조화를 깨뜨리는 일이반복된다면 아무 소용없습니다.
그래서 노자는 좋은 말, 훌륭한 공부, 세련된 행동보다 소박한 본바탕을 강조했던 겁니다. 머리로 따지기 전에 그저 당연한 듯 남에게 양보하는 상태. 남과 겨루거나 이겨보겠다는 감정적인 동요가없는 상태. 이런 소박함이 회복되면 자기가 맞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변명하고 논쟁하고 싸우는 일들이 사라질 겁니다. 자기를 내세우며 다투지 않으니 원망 살 일이 없고, 양보하며 조화를 이루니환영과 지지를 얻을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싸우지 않아도 이기고, - P180

쌓아두지 않아도 점점 더 많아지는 역설의 진리가 가능해지는 겁니다.

"남과 다투지 않는 사람은 하늘의 단짝이 됩니다."



도가에서 말하는 덕은 만물의 근원인 도로부터 만물에 부여된 본성을 말합니다. 만물이 지닌 생명력, 내재한 자연성, 타고난 능력을 뜻하지요. 덕은 도의 작용이고, 도의 결과이며, 도가 드러난 것입니다.
도가 뛰어난 추상성과 초월성을 지녔다면, 도의 작용인 덕은 구체성과 실용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도를 따라 살면 내가 얻게 되는 것(득得)이 덕이지요. 사사로운 욕심과 경쟁심을 버리고 무위자연의 삶을 터득하면 세상의 깊고 오묘한 도리 또는 깊이 간직하여 드러나지 않는 덕인 현덕을이루게 됩니다.
무위, 무욕한 자연의 흐름에 따르는 것이 덕을 얻는 길이며 동시에 도를 따르는 삶인 거죠. 이처럼 도와 덕은 하나로 결합되므로 어느 것이 도의 영역이고 어느 것이 덕의 영역인지 엄격하게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노자가 남긴 글을 ‘도덕경‘이라 불렀고, 도와 덕을 논하는 사람들을 ‘도덕가‘라 부르다가 줄여서 ‘도가‘로 칭했던 거죠. - P181

자기를 낮추고남보다 뒤에 서면 평안해집니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습니다(상선약수上善若水). 물은 만물을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모두가 싫어하는 곳에 머물니다. 그러므로 도에 가깝습니다.
낮은 곳에 머물고, 마음을 깊고 고요하게 하고, 사람을 어질게 대하고, 말을 믿음 있게 하고, 바르게 다스리고, 일할때 능력을 발휘하고, 행동은 때에 알맞아야 좋습니다. 다투는 일이 없으니 허물도 없습니다.

<도덕경>, <도경 8장> - P186

강과 바다가 모든 골짜기의 왕이 될 수 있는 까닭은 스스로 잘 낮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든 골짜기의 왕이 될수 있습니다. 백성의 위에 있고자 하면 반드시 스스로를낮추어 말하고, 백성의 앞에 서고자 하면 반드시 자신을그들의 뒤에 두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성인은 위에 있어도 백성이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앞에 있어도 해롭게 여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이 즐거이 받들고 싫어하지 않습니다. 다투지 않으니세상에 아무도 그와 다툴 수 없습니다.
<도덕경>, <덕경 66장>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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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조절을 못하고 감정에 압도되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우선, 감정이 안 풀리면 쓸데없는 에너지가 많이 소모돼 항상 지친느낌이다. 인식의 제한이 생겨 올바른 판단도 어렵다.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없다. 심지어 감정을 억압하면 몸이 아프고 신체 일부가마비되기도 한다. 삶이 고통스럽다. 그러나 감정이 풀리면 인생이풀린다. 삶의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 P13

‘어린이날 약속을 안 지켰을 때도 기천 씨가 이유를 설명했지만설명을 들을 생각도 하지 않고 나를 무시한다고만 생각했구나. 그래서 그렇게 화가 났었구나.‘
새로운 깨달음과 더불어 진영 씨는 급속도로 화가 가라앉는 경험을 했다. 진영 씨는 부모의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가정에서 자랐다. 자기 일을 알아서 잘하는 것이 부모에게 인정받는 유일한 길이었다. 결혼해서도 남편의 인정을 받지 못하면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영 씨가 미처 알지 못한 무의식의 외로움이 진영 씨에게 속삭이는 말이었다. 진영 씨로서는 견딜 수 없는 느낌이었다. 이 느낌이 남편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는데실은 자신의 외로움 때문이란 것을 깨닫게 되자 남편에게 화를 낸것이 미안해졌다. 진영 씨 편에서 보면 두 사람의 부부관계는 이제한 고비를 넘겼다. - P41

평소에 얌전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잘맞추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분노를 폭발시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기천 씨가 이런 사례였다. 반면, 분노의 에너지가 밖으로 표출되지 못하면 자신을 공격하는데, 그게 바로 우울증이다.
무의식 속에 분노가 많으면 세세한 감정을 느끼기 힘들다. 공격성 강한 분노 에너지는 계속해서 나오려고 하고, 이를 막으려면 또다른 에너지가 필요하다. 전쟁이 따로 없다. 전쟁터에서 살아남기위해 사람들은 자신을 마비시킨다. 그래서 분노가 많은 사람들은분노 이외의 다른 감정들을 잘 느끼지 못한다. 인간관계의 중요한요소인 세심함이 약화되고 세심함을 바탕으로 한 친밀한 교제나대화의 즐거움을 잃어버리게 된다. - P48

일로 도피하는 사람들의 유형도 억압된 감정의 종류에 따라 다양하다. 분노가 많으면 일할 때도 전투적으로 한다. 분노는 공격성을 띠기 때문에 모든 것을 전쟁과 비슷한 상황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 P50

있다. 전투적으로 일하며 상대방을 쓰러뜨리는 재미를 느끼고 싶어한다. 죽기 살기로 일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외로움이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인정받으려고 한다. 열심히 일해서 인정받아 단체나 사람에게 소속되려고 한다. 자신이뭘 원하는지는 관심 없고 오로지 상대방이 원하는 것에 맞춘다. 이때문에 자칫 이용당하기 쉽다.
두려움이 많은 사람들은 최대한 갈등을 피하는 방향으로 일한다. 자신이 일을 도맡아서라도 (희생) 갈등을 해결하길 원한다. 사람들과의 관계에 적용되면 이 사람도 저 사람도 실망시키기 싫고 갈등을 만들고 싶지 않아 자주 삼각관계에 빠진다.
하지만 일로 자신의 감정을 해소하는 것은 어느 정도까진 성공하는 듯 보이나 결국엔 실패하게 돼 있다. 왜냐하면 감정은 억압하거나 회피하는 것으로는 결코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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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담은 말은
다른 누군가의 인생으로 가서
기적이 된다." - P6

말에도 마음이 있습니다.
‘말의 소리‘는 멀리 가지 못하지만,
‘말의 마음‘은 어디든 날아가
그걸 느낀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죠.

힘들었지만 말이 나를 구했고,
아팠지만 말이 나를 치유했습니다.
마음을 담아 말할 수 있다면, - P7

당신은 자신은 물론
모든 사람의 삶을 구할 수 있습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 P8

비난하고 트집만 잡으려고 하면 세상 모든 것의 단점만 보인다. 세상은 보는 자의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세운 말의 길이없는 사람은 아무리 좋은 것이어도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한다.
세상에 길이 있는 것처럼 말에도 나름의 길이 있다. 제대로된 길을 발견하지 못한 사람은 평생을 방황하며 살고, 제대로 된길을 찾는 사람은 모든 걸음에 축복이 함께한다. 박수를 받고 걷는 사람과 비난과 야유를 받으며 걷는 사람, 누가 더 강한 자존감을 갖고 맡은 일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까? 그게 바로 나만의 말의 길을 찾아야 할 이유다.
한 가지만 더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면, 암기만 하는 사람은 지식은 쌓을 수 있겠지만, 자기만의 공식을 만들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이해한 사람만이 공식도 만들 수 있다. 예쁜 말과 다정한 말도 마찬가지다. - P23

이때 언제든 스위치를 누르면 돌아갈 수 있는 ‘나만의 위치‘를 만들어 놓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공감을 이끌어 내는 말을 할 수 있다. 상처를 받고 감정을 소비하고 분노로 사라지는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나만의 위치‘를 ‘사색훈‘이라고 생각하며 실천하고 있다. 기업에는 사훈이 있고, 교실에는 교훈이 있다. 마찬가지로우리 삶에도 ‘사색‘이 필요하다. 사색훈이란 삶에 대한 철학과사색을 바탕으로 성립된 자신만의 가치관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 개념인데, 내가 이름 붙인 말이다.
나의 사색훈은 ‘세상과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자‘다.
대화를 나누며 분위기가 고조되거나 부정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나는 바로 스위치를 눌러 나만의 위치로 돌아가생각한다. ‘지금 내가 나누는 대화는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에서나오는 표현인가?‘, ‘나는 왜 지금 상대와 감정싸움을 하고 있는가?"라는 식으로 말이다. - P27

우리가 원하는 것은 따뜻한 공감이지, 냉혹한 평가가 아니다. 우리는 상대의 말을 평가하는 심판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 - P30

해야 한다. 만약 냉혹한 평가가 아닌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말을 했다면 상대는 두 가지 좋은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하나는
‘원피스 입은 내 모습이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구나‘라는데서 오는 안도감이고, 다른 하나는 ‘그 옷을 입은 내 모습을 보려는 좋은 마음을 갖고 있구나‘라는 생각에서 생겨나는 상대를 향한 호감이다.
적절한 관심과 호감이 사라진 표현은 상대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관계는 생물이다. 살아 있는 두 사람이 엮여 있기 때문이다. 숨소리 한 번에도 관계는 요동친다. 마음을 다치면 당연히관계도 아픔을 겪는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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