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너의 말이 좋아서 밑줄을 그었다』에는 말의 빛과어둠과 열에 관한 글들이 담겨 있다. 별의 말, 꽃의 말, 죽은것들과 교감한 말이 들어 있다. 내가 귀 기울이지 못해 뼈아팠던 마음의 말도 있고, 차마 하지 못한 사이의 언어들도 있다. 좋아서 밑줄 친 말도 있고, 너무 아려서 반사해버린 말도 있다.
직업을 가리지 않고 스며들어 별처럼 반짝이는 이를 시인이라고 지칭하듯이, 모든 말에도 사랑이며 그리움이며비탄이며 하는 감정들이 스며들어 있다. 웃음 나고 눈물 나는 것들이 모두 말의 분비물이다. 무언가에 배어들어 섞인것들은 반드시 결합해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그래서 나의글들은 ‘언어의 화학‘을 기본 원리로 삼고 있다. - P7

내가 어떤 언어를 사랑했는지,
어떤 기억으로 아프고 기뻤는지
어떤 빛이 되고 싶어 했는지. - P16

제제의 말이 맞다. 사람은 자신의 운명으로 사는 게 아니다. 타인의 가슴속에서 죽으면 죽는다. 목숨의 길이는 생명공학 기술에 달려 있을지 모르지만 목숨의 깊이는 사랑의화학에 달려 있다. 누군가 당신을 흔드는 말을 한다면, 마음깊은 곳에서 천둥소리가 들린다면 그것은 다른 목숨 하나가 결합을 시도한 것이다. 떨림이 있고 울림이 있고 열이 나고 빛이 난다면 의심할 바 없다. 그것은 분명하고 진짜다. - P32

돌이켜보면 우리의 사랑이 실패한 이유는 상대방의 언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 원인이 있었다. 내가 쓰는 언어와 다르지 않다고 판단해 모든 것을 내 관점에서 말하고 내언어 체계로 이해하려 들었다. 상대의 말을 그만의 은어라고 여기지 않았다. 탐구하며 배우려 하지 않았고 시간과 인내가 소요되는 일임을 고려하지 않았다. 자꾸 다른 데서 관계의 하자를 찾으려 했으므로 실패를 반복했다. 그저 말이잘 통하는 성격 좋은 사람을 찾아 헤맸다. 생각해보라. 말이 잘 통한다는 것은 말을 잘 맞춘다는 이야기다. 맞춘다는것은 다르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다른 서로가 어긋나지 않게 조화를 도모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은어는 단지 구술하는 기술적인 언어가 아니라 학습과 탐구가 필요한 전공어에 가깝다. 둘만의 사적인 은어를 밀어(語)라고 한다. 은 - P36

어를 직역할 수준이 됐을 때, 드디어 우리는 속삭일 수 있게된다. 아주 낮은 목소리로도 몇 마디의 짧은 밀어로도 사랑의 본질에 닿을 수 있게 된다.

매혹적이지 않는가. 은어처럼 맑은 자갈돌 속에 숨는 말이 그대와 나 사이에 있다는 것. 우리 둘이서만 알아듣고 붉어지는 은어가 있다는 것. 시니피앙과 시니피에가 분리되지 않은 궁극의 언어가 있다는 것. - P37

혼자 있을 줄 안다는 것은 자신을 돌보고 아낄 줄 안다는뜻이다. 혼자일 때도 완전히 혼자가 되지는 않는다. 그리워하느라 미워하느라 밀어내느라 누군가와 있기도 한다. 치열하게 자기를 부정하고, 애써 자기를 긍정하느라 사투를벌이는 혼자도 있다. 그래서 혼자가 되면 약해지고, 또 강해진다. 고독은 어쨌든 강렬하게 나를 느끼는 것이고, 그런 혼자의 느낌은 살아 있는 동안의 ‘선물‘이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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