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은 정신을 사로잡는다. 배고픈 사람들이 오로지 음식만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어떤 종류의 결핍을 경험할 때마다 그 결핍에 흡수되어 버린다. 그리고 이때 정신은충족되지 않은 그 필요를 자동적으로, 그리고 강력하게 추구한다. 배고픈 사람에게 그 필요는 허기를 달래 줄 음식이고, 바쁜 사람의 필요는 빨리 끝내야 하는 어떤 프로젝트이다. 그리고 돈에 쪼들리는 사 - P21

람의 필요는 이번 달 방세일 수 있고, 외로운 사람에게는 마음을 함께 나눌 동반자의식이다. 결핍은 어떤 것을 매우 적게 가질 때의 불쾌함 그 이상이다. 결핍은 사람이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어 놓는다. 결핍은 사람의 정신을 그 자신의 무게로 무겁게 짓누른다. - P22

어떻게 보면 우리가 이 책에서 하는 주장은 매우 단순하다. 결핍이 사람의 주의를 사로잡는다는 것, 그리고 결핍이 주는 이익, 즉 절박한 필요를 보다 잘 통제한다는 이익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넓게 보면 우리가 치러야 하는 결핍의 대가는 매우 크다. 당연히 관심을 기울여야 할 다른 일들을 무시하게 되고, 일상생활을 할 때도훨씬 비효율적인 생활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장은 결핍이우리의 행동을 규정하는 방식을 설명하도록 돕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에게 어떤 놀라운 결론을 알려 준다. 나아가 우리에게 주어진 결핍이라는 조건을 어떻게 제어해야 할지 일러 주는 한 줄기 새로운 빛을 - P35

비춰 준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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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관계의 균형을 위해 찾은 방법은 ‘흐르게 두기‘
이다. 나를 대하는 사람의 감정을 좋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전전긍긍하지 않고 그 사람의 몫으로 내버려두기 호구가 됐든 오지랖이 됐든 나에게 악의가 없었고 내가 예의를 지켰다면 그 순간에 충실하도록 내 감정도 내버려두기. - P165

질투심을 지워버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질투를 들여다보는 연습을 더 열심히 한다. 감정이 나를쥐고 흔들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나의 감정을 살펴보고천천히 어루만지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질투도 나를좋은 방향으로 밀어주는 힘이 되어주리라 믿으며, - P178

일도 마찬가지다. 벼락치기로 처리한 일은 겉보기에완성됐지만, 정작 나 자신은 그 과정에 만족하지 못했다. 그걸 알게 되면서부터는 작은 것부터 시작하고 오래 들여다보려고 하고 있다. 더불어 지루해지지 않도록속도를 조절해 나가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렇게 조금씩 반복해 가는 일상들이 어느 순간 나의 리듬으로 정착하게 되고 그 리듬이 나를 다시 움직이게 만든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루해진 순간에도 계속 나아갈 수 있는 힘 아닐까. 서두르지 않으면서 멈추지 않는것. 걷듯이 달리는 슬로우 러닝처럼 말이다. 당장은 느리고 부족하더라도 하다 보면 언젠가 내가 원하는 길에 도착해 있으리라 믿으며, - P201

헤맨 만큼 내 땅이라는 말이 있다. 결국 말이 아닌행동이 그 사람을 만든다. 작은 발걸음들이 쌓이다 보면 누구에게 설명할 필요 없는 온전한 내가 만들어진다. 계속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말없이 움직이며 자신을 증명해 내는 사람 - P209

불행이 찾아오는 것은
내 힘으로 막을 수 없지만,
불행에서 빠져나오는
방식을 선택하는 건
온전히 나의 몫이다. - P222

아무리 선한 의도라도 타인의 삶에 깊숙이 개입하는 일은 조심스러워야 하며, 도움이 되고 싶다면 그 사람이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곁에 있어 주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방식이라는 것을 아주 천천히깨달았다.
누군가의 고민을 함께 나누는 걸 여전히 귀한 일이라 여기지만 이제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다가간다. 묻거나 재촉하지 않고 그 사람만의 속도로 답을 찾아갈때까지 조용히 옆에 있어 주는 일. 때론 그게 진짜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알게 되었다.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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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생이 유행하지만
나는 어쩐지 그 말에
조금 피로를 느낀다.
그래서 요즘의 내 삶에는
시간의 주인으로 사는 삶‘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싶다. - P93

책을 한 권 써본 다음에는 책을 대하는 자세가 또달라졌다. 한 권의 책을 완성하기 위해 작가는 자신이 가진 거의 모든 것을 쏟아낸다는 사실을 독자일 때는 모르다가 직접 써 보면서 알게 되었다. 단순히 글만 쓰는게 아니라 책이라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나의생각을 잘 정리해야 했다. 그래서 글을 쓰면 쓸수록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더 또렷하게 윤곽을 잡아갈 수있었다. 읽는 사람보다 책을 쓰는 사람이 많아지고 좀처럼 진중하고 좋은 책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말도 들어봤지만, 쓰는 과정을 한 번 겪고 나니 모든 책이 소중해졌다. 문장 하나에도 어떤 마음과 시간이 담겨 있는지 짐작하게 되면서 책이 귀해진다. - P101

자기 삶을 무리 없이 감당하고, 누군가에게 기댈 필요 없이 자립할 줄 아는 어른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고민이 될 때면 엄마를 떠올린다. 그리고 내 딸이 어느날, 믿을 만한 어른을 떠올릴 때 나를 떠올릴 수 있도록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 이 생각의 시작이 내 엄마라는 사실이 감사하다. - P120

취향이 뚜렷한 사람은 설명하지 않아도 저절로 이해되는 무언가를 갖고 있다. 외적인 멋이나 화려함이 아니라 오랜 시간 자신을 들여다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내면의 무늬다.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도 괜찮다는 확신이 있다면, 그리고 그렇게 반복해서 행동하다 보면 언젠가는 나를 구구절절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나다움이 장착된 사람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 P129

자기 자신에게 꾸준히 투자하는 사람은 쉽게 함부로 살지 않는다는 것이 내 오랜 지론이다. 하나하나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나 자신에게 정성을 들이는 사소한 행동이 쌓여 결국 무의식적으로 스스로를 존중하게 만든다. 거울 속 나를 보며 ‘내가 나를 아끼고 있구나‘라는 뿌듯함을 느끼고, 내 삶이 단정하게 정돈되어 가고 있다는 안도감도 따라온다. 자기관리를 통해 어떤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 과정을 밟는 자체가 좋다. 조금씩,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분명히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어준다는 것을 아니까.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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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는 글라이더 능력과 비행기 능력이 있다. 수동적으로 지식을 얻는 것이 전자, 스스로 사물을 발견하고 발명하는 것이 후자다. 이 두 가지가 한 명의 인간에게서 공존한다. 글라이더 능력이 전혀 없으면 기본적인 지식도 습득할 수 없다. 또 아무것도 모르면서 혼자 힘으로 날아보려고 하면 어떤 사고가 날지 모른다. 따라서 두 가지 능력을 적절히 키워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는 글라이더 능력이 압도적이고, 비행기 능력은 전혀 없는 ‘우수한 인간이 많다. 그리고 그런 사람도 비상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학교는 글라이더형 인간을 만들기에 적합할 뿐, 비행기형 인간을 만드는 데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학교 교육이 정비되면서 점점 더 글라이더형 인간을 늘리는 결과를 낳았고 서로가 비슷한 글라이더형 인간이 되자 글라이더의 결점을 잊어버렸다. 자신이 날고 있다고 착각한다. - P19

프랑스의 문호 발자크는 이렇게 발효된 주제에 대해 재미있는 말을 했다.
"무르익은 테마는 제 발로 찾아온다."
제 발로 찾아오니까 우리는 쉽사리 주제를 얻을 수 있다. 그래도 계획이라는 게 있으니 언제쯤 찾아오는지 미리 어림짐작이라도 하고 싶을 테다. 먼저 재료와 효소의 힌트를 혼합한 날짜를 메모로 적어 둔다. 그리고 주제가 떠오르기 시작한 날짜를 적는다. 두 날짜의 차이가 재우는 데 필요한 시간이다.
이런 일을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어느 정도 재워야 발효가 진행되는지 알 수 있다. 논문을 쓸 때 그 스케줄에 맞춰 계획을 세울 수 있으면 매우 편리하지만 처음부터 기대하기는 어렵다. 역시 신의 가호를 비는 수밖에 없다. - P42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던 것에는 신비한 힘이 있다. 잠들어 있던 주제는 눈을 뜨면 엄청난 활동을 한다. 무슨 일이든 무턱대고 서둘러서는 안 된다. 인간에게는 의지만으로는 안 되는게 있다. 자연 속에서, 의식을 초월한 곳에서 쉬게 해줘야 한다.
노력하면 어떤 일이든 성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만이다.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 그럴 때는 시간을 들이는 수밖에 없다. 행운은 자면서 기다리는 것이 현명하다.
때로는 하룻밤 사이에 뚝딱 만들어지기도 하고 수십 년 동안잠들어 있다가 비로소 모습을 갖추기도 한다. 어쨌거나 우리는이런 무의식의 시간을 활용하여 생각을 만들어내는 일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 P48

앞서 말한 윌리엄 엠프슨이 그러하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나오는 독백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대사에도 예로부터 수많은 해석이 쏟아졌다. 그는 그중 어느 것이 옳은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모든 것을 포괄한 세계가 이 대사의의미라고 했다.
생각과 착상도 마찬가지다. 같은 문제에 대해 A에서 D까지의 설이 있다. 자신이 새롭게 X설을 얻었다고 해서 이것만을 귀하게 여기고 다른 것은 모두 무시해 버리면 만용으로 타락하기쉽다. X에 가장 가까운 B만을 긍정하려는 것도 여전히 아전인수격의 원한을 살 수 있다. A에서 D는 물론, X까지를 모두 인정하고 이를 조화롭게 절충해야 한다.
이렇게 써야 진짜 칵테일 논문이 완성된다. 훌륭한 학술 논문은 사람을 취하게 하면서도 독단에 빠지지 않는 견실함을 가지고 있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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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어른의 씨앗은 누구에게나 심겨 있는 게 분명하다. 조금 더 살았다고, 조금 더 경험해봤다고 경솔해지는 순간 그 씨앗은 빠르게 자라나는 것일 테다. 미리지나온 시간을 지혜롭게 활용해 경청하고 겸손해지려는 노력을 기본값으로 착장해야 그나마 품위 없는 어른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누구나 늙지만 누구나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므로. - P17

사진도 몇 장 남지 않은 여행이었다. 하지만 그때 며칠 동안이나 입고 다녔던 얇은 흰 블라우스의 감촉이라든가 무료 개방일을 기다려 들어간 앤디 워홀 전시에서 본 "미래엔 누구나 5분은 유명해진다" 같은 명언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거리 공연장에서 들었던 <이즌 쉬 러블리Isn‘t She Lovely>의 노랫말과 가수의 황홀한 표정 그리고 바다를 배경으로 반짝이던 젊은 몸은 지금까지도 내 기억 속에 ‘젊음‘이라는 그림으로박혀 있다. 아마도 그건 내가 그 순간에 온전히 머물렀기 때문일 것이다. - P25

‘킨츠기‘라는 도자기 수리 기법이 있다. 깨진 조각을 밀가루 풀이나 옻칠로 원래 자리에 붙인 뒤 금가루나 은가루로 금이 간 부분을 따라 장식, 보수하는 방식이다. 그렇게 수리된 도자기는 때로 깨지기 전보다 더 높은 가치로 평가받기도 한다. 금이 가고 깨졌다는 사실이 그 도자기만의 고유한 특성이자 시간을 품은 서사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킨츠기를 보며 나의 지난 실수를 떠올렸다. 내 잘못은 나를 쓸모없는 깨진 도자기로 만든 것이 아니라 완벽하지 않기에 단단하게 반짝이는 서사를 만들었다고. 금이 간 흔적은 부족하고 부끄러운 점이 아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살아가려 했던 나의 흔적이라고. 흉터가 남았다는 건내가 그만큼 치열하게 상처를 회복하며 살아왔다는 증거니까. - P30

나의 삶도 이제는 조금 줄일 때가 되었다. 일도, 관계도, 그리고 ‘나‘라는 사람 자체도 더 깊고 선명하게 다져가고 싶다. 완벽해지고 싶은 마음으로 인한 불안 때문에 도망치고 싶을 때, 그 도망칠 구석을 ‘관심사로 포장하는 게 아니라, 진짜 내가 집중해야 할 것에 집중하며 굳건하게 나를 세워가고 싶다. - P37

효율만 추구하며 살다 보니 요즘 가장 아쉬운 건 어떤 것에 푹 빠져드는 감각 자체가 사라진 것 같다는 점이다. 지금의 나는 일정 안에서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 - P51

하고 살아남는 데는 익숙하지만, 무언가를 그저 즐기려면 별도로 노력을 들여야 할 지경이 되었다. 순수한 즐거움은 점점 더 먼 세계의 것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이제는 의미 없어 보이는 것에 기꺼이 진심을 쏟고 싶다. 그건 시간을 낭비하는 게 아니라 나라는 존재를 다시 조율하는 것이 될 테니까. 누군가는 그걸 허송세월이라 부를지 모르지만 내 기준에서는 오히려 인생을 만끽하는 법에 가장 가깝다. - P52

깊이 있게 산다는 건 결국 결과보다 과정을 더 오래붙잡는 태도일 것이다. 드러나는 결과에만 치중하거나 눈앞의 효율을 따지기 전에, 지금 이 행위가 내 안에 어떤 울림을 남기는지를 묻는 일. 천천히 밥을 짓는 일처럼 사람을 오래 곁에 두는 일처럼 결과를 서두르지 않고 과정을 감내하는 일처럼 말이다.
지금의 나는 얕게 반짝이고 있는가, 아니면 깊게 머 - P56

물며 단단해지고 있는가. 그 질문을 놓지 않는 것이야말로 깊이 있는 삶의 시작일지 모른다. - P57

자신을 증명하려 애쓰지 않고 존재로 보여주는 사람.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 말하기보다 조용히 나 자신을 주인공처럼 다루는 삶. 무엇이 되어야 하냐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계속 던지기보다 지금 이걸 쓰고 있는 내가 어떤 마음인지 잘 아는 것. - P66

선우용여 배우님이 80이 넘은 나이에 유튜브를 시작해서 "누워 있지 말고 밖으로 나가라고 말하시는 걸 보며 밖으로 나갈 결심을 해본다. 열심히 살아가는 누군가의 표정과 말투가 나에게 스며들면 나도 잘살아 보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다.
나는 더 이상 가라앉은 나를 가볍게 넘기지 않으려고 한다. 삶의 어느 지점에서든 멈추는 감각이 느껴질 때 외면하지 않고 바라보는 것. 다시 나를 살피는 마음가짐만으로 이미 회복을 시작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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