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철아, 학교와 인생의 차이점이 뭔지 알아?" "뭔데?" "학교는 먼저 배운 다음에 시험을 보고, 인생은 먼저 시험을 보고 나서 배워 배운 것을 외워서 시험 보는 학교와 - P91
는 달리 인생에서는 마음먹기에 따라 의식을 확장하고 사고를 전환할 수 있다고 생각해." "말로는 그럴 수 있지만 대한민국 대부분이 나 같은 직장인이나 영세 상인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런 확장이나전환은 어려울 수밖에 없어." "많은 사람들이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을지 여러 바구니에 담을지, 어느 바구니에 담을지 고민을 하지. 하지만 달걀을 낳는 닭은 한 마리만 가지고 있어. 다시 말하면 달걀의 분배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닭의 생사라는 거야" - P92
처음 맡은 시공은 중소기업의 공장이었다. 원자재비, 인건비, 공사 기간 같은 중요한 것들을 놓치는 부분이 있었다. 자신의 잘못이었기에 추가로 청구하지 않고 적자를 봤다. 그제서야 전 회사 사장님이 얼마나 대단하셨는가를 알수 있었다. 첫 공사가 마무리되었다. 건축주는 결과에 매우 만족해하며 바로 두번째 공장 시공 계약을 했다. 그 건축주가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를 해주어 광수의 회사는 새로운 계약들을 연달아 맺을 수 있었다. 아무리 검토해도 설계와원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계속 실수가 있었고, 공사 기간 - P103
이나 순서에도 오류가 있었다. 허술한 이미지를 주지 않기위해 누락된 사실을 절대로 건축주에게 떠넘기지 않았고, 회사 비용으로 충당했다. 누구는 바보 같은 짓이라고 했지만 광수는 고객과의 신뢰를 만들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한 명이었던 직원은 칠십 명으로 늘어났다. 광수는 고객과의 신뢰뿐만 아니라 직원과의 신뢰를 쌓는 데도 공을들였다. 직원들에게는 각자의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주었고, 최대한 간섭하지 않으려 했다. 중소기업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고, 대기업에까지 소문이 나서 제법 큰 규모의 공장도 짓게 되었다. 설계를 하고, 밖에서 보이지 않도록 먼지가 날리지 않도록 소음이 들리지 않도록 펜스를 치고, 그 안에서는 고된작업들이 이루어진다. 기초가 다져지고, 골조가 세워지고, 서서히 형태를 드러내며 건물이 한층 한층 올라가는 과정을 보면 건축이라는 것은 한 사람이 부자가 되는 여정과깊은 상관관계가 있는 것 같았다. - P104
"에이, 나는 광수 사장보다 훨씬 돈 많은 친구가 있지만돈보다는 사람이 중요해요. 돈도 사람을 가려 가면서 따라가니까요." "돈이 사람을 따라간다고요?" "공사하면서 건물주들을 많이 만나볼 수밖에 없어요. 딱 두 종류로 나뉘어요. 어떻게든 최대한 부려먹고 끝내려는 사람과 배려해가면서 도와주려고 하는 사람" 소장은 까무잡잡한 손으로 종이컵에 담긴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말을 잇는다. "우리는 건물을 지으면 끝이고, 건물주들은 지어지는 순간이 새로운 시작이잖아요. 그래서 가끔씩 내가 지은 건물이 잘 있나, 그 회사는 잘 있나, 지나갈 일 있으면 한 번씩 들러요. 신기하게도 그렇게 쪼아대고 힘들게 하던 사람 - P108
의 회사는 금방 사라지고 없고, 잘해주던 사람의 회사는더 커져서 옆에 건물 또 올리고 있어요." "그렇군요......." "결국 ‘사람‘ 아니겠어요?" - P109
"너는 어떻게 시작했어?" "당장의 편안함, 안락함은 포기했어. 자존심을 내려놓고, 소비를 줄이고, 무엇이 자산이고 무엇이 부채인지 파악하고, 그때그때 밀려오는 인생의 풍랑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려 했어." "말만 들어도 피곤하다." 광수는 들고 있던 옥수수 수염차를 내려놓는다. "무인도에 갇혔을 때, 다른 사람들은 밤마다 모닥불을피고 빙 둘러앉아 서로를 위로해주는 동안 나는 큰 나무들을 하나씩 엮어서 뗏목을 만들려고 했어. 그 사람들은구조대가 올 것이기 때문에 그럴 필요 없다고 했지만 나는 계속 만들었지. 뗏목이 만들어졌을 때 모닥불 옆에 있던 사람들에게 같이 타고 가자고 제안했지만 위험해 보인다며 아무도 타지 않았어. 혼자서 뗏목을 타고 열심히 노 - P136
를 저어 가는데 저 멀리 돛을 달고 가는 배가 보였어. 활씬 편하고 빠르게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 그때부터 가지고 있던 옷과 이불을 최대한 넓게 펴서 돛을 만들기 시작했어. 추웠지만 더 빨리 내가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만 있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했지. 결국돛은 완성되었고, 생각보다 더 빨리 도착할 수 있었어" "무인도는 무엇을 뜻하는 거야? 직장을 뜻하는 거야?" "아니, 현재의 나." "그럼 뗏목은...... 그랜저?" "종잣돈, 지식, 지혜." "돛은?" "자산" "목적지는?" "자유" 영철이 멍하니 옥수수 수염차 페트병의 밑부분을 손에쥐고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린다. 광수는 말을 이어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욕망에 끌려가지만 부자가 되는 과정을 밟게 되면 욕망을 줄이는 방법을 알게 돼." - P137
"많은 사람들이 시작할 때 ‘어떻게 하면 잘 팔아볼까,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에 대해 먼저 생각하지. 그게 틀린 건 아니지만 순서가 잘못됐어." "그럼 뭐부터 해요?" "무엇을 줄 수 있을까‘부터 생각해야 해. 내가 먼저 상대방에게 줘야 상대방도 나에게 그에 합당한 것을 준단다." "선물을 돌리거나 아니면…………… 밥 사주는 거요?" "고객이 원하는 것 그 이상의 무언가를 줄 수 있어야해. 나는 늘 생각하지. 내가 해줄 수 있는 것 중에 무엇을줄 수 있는가. 고객들이 내게 비용을 지불한 게 아깝지 않다는 것을 넘어 감동을 주려면 무엇을 줄 수 있는지가 핵심이란다. 하지만 사람들은 ‘인‘대비 ‘아웃‘을 계산하면서 손해는 보지 않으려고 하지. 장사라는 것은 아주 단순한 원리야, 고객들이 돈을 쓸 때 아깝지 않다고 생각이들 정도의 가치를 제공하면 되거든." - P156
"나는 부자가 되면 엄청나게 기쁠 거라고 생각했어. 정착 많은 부를 이루고 나니, 그렇게 기쁘지는 않았단다. 내가 원래 부자였던 것처럼 아무렇지 않았어. 참 이상하지. 혹시 내가 더 많은 돈을 원하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봤지만 그건 아니었어." "왜 기쁘지 않으셨던 거죠?" "남들이 나를 부자라고 하고 스스로 자산이 많아졌다고 인식했을 그 시점의 나에게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 때였거든. 행동, 말투, 태도, 습관, 소비, 소득 다 비슷했어. 오히려 뭔가 해보려는 과정 속에서 더 큰 변화와 희열을 느낄수 있었어. 이 세상은 너무 결과 지향적이다 보니 과정은무시하는 경향이 있지. 하지만 우리가 부자가 되는 과정은러닝과 비슷해. ‘계획한 거리와 시간만큼 러닝을 했다‘라는결과적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라, 러닝을 하면서 상쾌한공기에 가쁜 호흡을 맞추며 체력을 끌어올리는 그 자체가더 중요한 거란다." 더 이상 질문이 없다. 영현과 광현 모두 말없이 조용하다. 광수는 두 청년을 따뜻하게 바라보며 말한다. "너희들은 100억이라는 돈을 목표로 삼지 말고, ‘100억을 벌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도록 하렴."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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