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젊고 자유로워서 상상력에 한계가 없을 때나는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꿈을 가졌었다.좀 더 나이가 들고 지혜를 얻었을 때나는 세상이 변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그래서 내 시야를 약간 좁혀내가 살고 있는 나라를 변화시키겠다고 결심했다.그러나 그것 역시 불가능한 일이었다.황혼의 나이가 되었을 때 나는 마지막 시도로나와 가장 가까운 가족을 변화시키겠다고 마음먹었다.그러나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이제 죽음을 맞기 위해 자리에 누운 나는 문득 깨닫는다.만약 내가 내 자신을 먼저 변화시켰더라면,그것을 보고 내 가족이 변화되었을 것을.또한 그것에 용기를 얻어 내 나라를더 좋은 곳으로 바꿀 수 있었을 것을. - P198
그리고 누가 아는가, 세상까지도 변화되었을지.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된다.그리고 모든 것은 내 안의 문제다.이것은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어느 묘비에 적힌 글이다.묘지의 주인은 이제 세상을 떠나고 없다. 하지만 중요한 교훈을남겼다. 한걸음에 도착할 수 있는 인생은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저 한 발 한발 나아가다 보면 그 걸음들이 모여 커다란 성공으로 우리에게 돌아올 뿐이다.누구나 걱정되고 불안하다. 불확실한 세상을 확신할 용기도 대부분 없다. 하지만 해봐야 부질없는 고민, 걱정, 불안을 곰세마리처럼 어깨 위에 얻고 걷기란 너무 힘든 일 아닌가. 긍정도 부정도 아닌 가벼운 마음으로, 그냥 내 길을 떠나면 된다. 그렇게 나에게서 시작된 한 걸음은 결국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 모든 운이‘나‘로부터 시작된다는 의미가 바로 이것이다. - P199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백창우)내겐변변한 노래 하나 없지만민들레 꽃씨처럼 낮은 자리에 내려앉아봄날 환희 피어날 고운 시 하나 없지만아침이면 늘 새롭게 눈뜨는 그리움이 있어아직은 그런대로 살 만합니다추운 세상 곳곳에 어둠 들어차고사람들은 서둘러 불을 끄는데그대, 깨어 있는 이여한밤중에 잠들지 못하고 무엇을 꿈꾸는지요보고 싶습니다향기로운 차 한잔 달여 마시며사람 내음에 흠뻑 취하고 싶습니다
너를 사랑하는 이유(문향란)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유는 없다더듬어 보면 우리가 만난 짧은 시간만큼이별은 급속도로 다가올지도 모른다사랑도 삶도뒤지지 않고 욕심내어 소유하고 싶을 뿐이다서로에게 커져 가는 사랑으로흔들림 없고 흐트러지지 않는 사랑으로너를 사랑할 뿐이다.외로움의 나날이 마음에서 짖궂게 떠나지 않는다 해도내 너를 사랑함에는 변함이 없다그래도 이유를 묻는다면나는 말을 하지 않겠다말로써 다하는 사랑이라면나는 너만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나는 환한 마음으로 너에게 다가갈 뿐이다조금은 덜 웃더라도훗날 슬퍼하지 않기 위해선애써 이유를 말하지 않을 것이다
가난한 사랑의 노래(신경림)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너와 헤어져 돌아오는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두 점을 치는 소리방범대원의 호각 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 보지만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새빨간 감 바람 소리도 그려 보지만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겨울사랑(문정희)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머뭇거리지 말고서성대지 말고숨기지 말고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