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 쇼퍼 - Face Shopper
정수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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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봇 인간이 태어나기 전에 인간의 정형화가 실현될 위기에 처했다.

 

 틀에 박힌 여자들과 남자들이 하나 둘씩 태어난다. 엄마와 아빠에게서 받은 유전자는 이제 의미없다. 다만, 유능한 성형외과 의사 하나면 족하다. 탑 투 토(머리부터 발끝까지) 체인지가 가능한 시대가 도래되었다. 요즘 미디어를 보다보니, 정말 신기한 것이 보인다. 언젠가부터 연예인들의 가지런한 치아. 그리고 자체발광 희고 깨끗한 치아색, 눈물방울 맺히듯 아름답고 투명한 눈망울과 눈매. 닮고 싶은 오똑한 콧날과 앵두같은 입술까지...... 요즘 아이들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예쁘다.

 

 

 장동건과 김희선이 몇천년에 나올까말까하는 완벽 미남 미인이라 했던가? 황신혜의 양측 대칭의 얼굴은 있을 수 없는 얼굴이라며 감탄했고, 어느나라에서 미인이라고 생각되는 조각상을 만들어내라고 했더니 그 결과물이 채시라였다. 누구보다도 빛나보이고 아름다운 그들이다. 그들이 먹는 음식과 심지어 자주 먹는 음료까지도 아이템으로 부상하고, 그들의 몸매가 헬스장의 책자에 실릴 정도의 위력. 닮고 싶어 노력한들 그와 같을 수 없음에 아쉬우면서도 그 또한 우상화되는 것인데, 요즘 또다른 김태희 또다른 송혜교가 보인다.

 

 




 보톡스가 새로운 여성시대를 열었다. (아니, 요즘은 남성들에게도 많이 시해되어지는 시술이다) 보톡스란, 보튤리움 독소를 이용해 신경장애, 근육질환(목, 눈의 경련)을 치료하는데 사용되어지는 약물이다.미용적으로는 주름, 사각턱, 종아리군육의 축소등에 사용되어 진다. 주로 상한 통조림에서 생기는 독성 바리어스가 만드는 보튤리눔 독을 정제해서 만든다. 보톡스를 근육에 주사하면, 근육을 움직이는 신경전달 물질을 막아 주름살이 생기지 않게 한다.


이런 보톡스 시술은 몸에 쌓인다거나 특별한 부작용이 없어 신의 약이라고도 불리우는데, 단점이라면 그 효능이 일시적(3~6개월)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보톡스 시술을 했다면 지속적으로 맞아 주어야 하는 것. 결국 보톡스는 중독을 불러 일으킨다. 성형수술의 최대 부작용은 바로 중독이다.

 

정수현 작가의 <페이스 쇼퍼>'한국은 성형 왕국', '21세기는 튜닝 시대'라는 말에 발맞춰 미를 쫓는 현대인들의 욕망뒤에 건재하게 서 있는 '성형'에 대한 이야기이다. 누군가의 아름다움을 위해 바느질을 하는 그들, 성형외과 의사들이다. 현대인들의 미에 대한 갈망과 끝없는 욕심또한 중독이라 일컬으며, 그들이 자신을 튜닝하는 이야기를 숨김없이 담아내어 쇼킹한 성형세계를 풀어준다.

 

 



 

 

 

 란 성형외과의 정지은 의사, 그녀는 성형계의 핵이였다. 그녀의 손을 거친 모든 환자는 만족감을 토해내고, 뛰어나고 안정감있는 시술에 입소문을 타고 있었다. 그러다가 병원 맞은편에 생기는 소아과는 그녀의 신경을 거슬렀고, 소아과의 이한재 선생과 토닥거리는 언쟁과 신경전은 시작된다. 란 성형외과를 찾은 유명한 배우 주예나와 고보경. 두 여배우의 팽팽한 미모경쟁에 선 란 성형외과의 정지은 의사. 의사는 환자를 선택할 수 없다. 그녀는 두 배우의 페이스 튜닝을 맡게 되면서 사건이 터진다.

 

 

 정지은 의사의 어머니는 유명배우 이해정이다. 젊고 아름다웠던 그녀는 나이앞에서 무너지는 자신을 딸의 손을 빌려 유지해나간다. 얼굴 여기저기 보톡스와 필러를 보충하면서 지내다가 그녀가 딸에게 하는 말에서 미에 대한 광적인 집착을 옅볼 수 있다.

" 얼굴이 확 녹더라도 새살이 돋아 예뻐질 수만 있다면 황산이라도 뒤집었는 게 여배우야. 아 - 젋음의 광채와 생기, 윤기는 어째서 사라져버리는 걸까." (page. 61)

 

 배우 이해정의 딸로 태어난 것이 무슨 죄라도 되는 듯, 이해정의 인생을 망친 장본인이란 암묵적인 시선을 받으면서 그녀는 엄마의 젊음을 유지하는 것으로 댓가를 치른다. 둘 사이의 오해와 갈등. 정지은 의사가 성형외과를 선택하게 된 트라우마, 소아과 이한재 선생이 소아과의사가 될 수 밖에 없었던 트라우마가 아이러니하게 엮이고 맞물린다.

 

 

 시크릿 성형 카페에서 벌어지는 음모들. 그 가운데 란 성형외과가 도마에 오르고 정지은 의사는 그 배후를 밝히는 데 지인들의 도움을 받게 된다. 연애도 모르고 주변엔 관심도 없으며 환자가 원하는 대로 의사의 손길을 내어주던 그녀가 소아과 이한재 선생을 만나면서 점차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드라마틱하다. 사람 사람마다의 얼굴을, 어찌보면 모두 다 똑같은 얼굴로 바느질해대는 성형외과의사는 보톡스로 마비되어가는 안면근육들처럼 매마르고 무감정적이였다. 그런 그녀가 성형외과들의 비리와 성형중독에 사로잡힌 사람들 사이에서 당황하며 서서히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갖는다. 고보경과 이한재의 과거, 그리고 시크릿 성형 카페의 브로커는 누구인가......

 

 



 

 

 

 보톡스는 한국에서 ' 페니실린 이후 제2의 기적의 신약'. '나이의 흔적을 지워주는, 아름다움의 유통기한을 늘려주는 마법의 약'이라고 불리며 여자들에게 가장 각광받는, 사랑받는 시술이다. (page. 260)

 

 

 보톡스외에도 피주사(혈청주사), 칵테일주사(혈청에 갖가지를 섞은 주사), 필러, 악센트 PPC, 등등 많은 성형수술과 시술이 있다. 단락마다 등장하는 주요 시술 혹은 수술에 대한 참고페이지를 담아 성형에 발조차 들여놓지 못했던 나에게 무한한 지식을 선사한다. 얼마전 나이 67세의 할머니(어머니뻘인가?)께서 팽팽한 얼굴을 자랑하며 자신있게 자신의 성형을 밝힌 자리에 함께 했다. 정말 이마와 뺨이 빵빵하게 부어올라 있었다. 좌르르 흐르는 페이스 오일하며, 기미하나 없는 얼굴이 꼭 마스크를 쓰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환갑을 넘기신 아버지는 그 분이 아름답다고 생각되지 않는단다. ' 주책없어!'라고 곁들이셨다. 내 눈에도 역시 나이를 뻔히 아는데, 주름조차 없는 얼굴로 웃는지 우는지 입을 벌리고만 있는 그 할머니가 이상하게 보이는건 어쩔 수 없었다.

 

 

 미의 기준이 어디 책에 딱! 정답처럼 나와 있으면 좋겠다. 코는 몇센티, 얼굴은 얼마만한 크기에 머릿결은 어떻고, 눈망울 색은 진갈색에서 흑갈색 사이의 몇프로, 입술은 콧망울 좌우 몇 밀리미터 경계까지이며 솜털은 얼굴 전반의 몇 퍼센드 등등등..... 계측해 놓은 책자는 없는걸까? 고대 조각상을 보면 아름다운 비너스의 아랫배는 볼록하며, 팔뚝은 아이낳은 나보다 더 굵던데, 지금의 아름다움이란 개미허리와 허벅지와 종아리가 구분없는 굵기며, 얼굴은 너도나도 똑! 같으니...... 친구말대로 언젠가 쌍꺼풀이 없는 여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엉뚱한 말이 일리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는 어이없음은 한숨나오게 한다. 모두 똑같은 얼굴이라면 지금 아름다운 여자의 페이스는 언젠가는 평범한 사람의 얼굴이 될 것이다. 그럼 어디를 더 수정할 것인가? 얼굴에 구멍하나 더 만들려나????

 



 

 

 보톡스의 남용은 현재 특별한 부작용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부작용이 바로 중독이다. <페이스 쇼퍼>로 저자가 하는 말은 아름다움을 위한 성형 남용은 절대적으로 멈춰져야 한다는 것. 남용을 멀리한다면 현대인들의 아름다움을 위한 성형은 정당하다는 이야기로도 들리지만, 만약 보톡스의 남용이 계속된다면, 태초에 부모님이 물려주신 나의 것이 모조리 사라지는 사태는 당연지사이고, 나를 잃어버린다는 망상도 생겨날지 모른다. 아편전쟁처럼 보톡스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의 끝은 털어버릴 수가 없다.

 

 여성의 아름다움을 위한 성형이 정당하다고는 하나, 무분별한 성형은 언젠가 새로운 정신병력을 추가할 것이다. 페이스 쇼핑중독. 미를 갈구하는 증후군들이 난무하기 전에 우리는 심각하게 성형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성형을 한 여성은 더 나은 미를 위해 또 어떤 시술을 감행할 것인가.....여자인 나이지만 사뭇 궁금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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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스캔들
고수현 지음 / 플럼북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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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직장에 합격해도 그곳에서 벌어질 텃새와 가로세로 딱딱 떨어져야 하는 생활이 두렵다. 그렇지만 그런 직장을 포기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자신이 편하게 일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드는 직장에 가더라도 그곳의 사람들과의 원만한 생활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사람은 이해와 불신을 넘나드는 감정의 도가니기에......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호주,스캔들>의 저자는 대기업의 합격을 뒤로 하고 Y인터넷 서점에 입사했다. 그리고 그곳에서의 2년. 그녀는 '애교 떨지 못하는 죄'로 마음고생을 하다가 퇴사하고 만다.

 

 애교가 없어서 회사에서 견디지 못해 퇴사를 한다? 누가 들으면 어이없다고 콧방귀 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것은 정말이다. 아주 사소한 무언가가 나를 옭아매고, 나의 전체 이미지인양 드리워져서 앞으로 나아가기 힘든 공황상태. 그녀는 아마도 그런 무엇인가를 느낀게 아닐까...... 내가 의도하지 않아도 일이 그리 굴러가는 것처럼 이 세상살이는 예측불허, 무면허운전이다.

 

 스무살때 딱한번의 연애를 뒤로하고 7년넘게 싱글주의, 큰키와 까무잡잡한 피부의 컴플렉스. 그런 것들이 자꾸만 그녀를 세상과 마주하는 거울앞에서 표정없는 사람으로 만들어간건 아닐지...... 25살 되던 때 그녀는 결심한다. ' 도대체 나는 누구인가' 를 고심하면서 뒤늦은 자아찾기에 돌입한다. 27살이 되어 오른 호주여행길. 그길에서 그녀는 인생의 짜릿한 반전을 경험하고, 어리둥절한 나날속에서 차츰 자신을 찾아간다.

 

 

 



 

 

 연애경험이 아주 간소한(?) 그녀는 호주여행에서 만난 영국 남자에게 빠져버렸다. 끝내주게 좋은 매너. 그저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외모를 찬사하는 그사람. ' 이건 작업이야.'라고 외쳐댈 만도 한데, '외국인에겐 우리 한국인이 매력적이겠지?'라는 설레발로 그의 호의에 반응하다가 결국, 우려하던 사랑에 빠지고 만다. 영국남자 '에이미'는 그렇게 저자(수현)에게 평행으로 수평으로 사랑의 골을 파놓는다. 저자는 에이미에게 손끝하나 저항할 수 없는 천부적인 '무능'을 갖고 있다. 여자를 울리는 나쁜남자에게 기꺼이 상처를 받는 순진한 여자의 배역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그녀가 안타까웠지만,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어째꺼나 그녀는 자신만의 뜨거운 사랑을 하니까. 스스로 불나방이 되기를 자처했다. 자신의 몸이 탈 지언정, 불에 다가가고 마는 불나방.

 

 저자, 수현이 멋졌다. 그 순간 만큼은 최고다. 플레이보이면 어떤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데...... 그의 상처를 끌어안아 줄 수 있는 그런 여자가 수현이다. 신체적 컴플렉스와 내성적 성격, 연애를 모르는 싱글등은 모두 만들어낸 것이다. 그것을 떨쳐버릴 줄 아는 시크한 짧은 미니 드레스를 입은 수현이 아름답다. 대기업에 들어가지 않은게 뭐 어떤가, 그녀는 호주에서 그리고 지금쯤 하고 있을 영국 여행에서 자신을 찾고, 행복을 쌓아가고 있는 걸......

 




 

 아웃백의 공기를 들어마실 때마다 강렬한 나의 존재감이 느껴졌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동안 내 안에 답을 두고 숱한 시간을 헤매왔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고요히 멈춰서 느껴야 하는 것이었다. 아웃백에서 얻은 가장 뜨거운 선물이었다.

(page.105)     




 우리가 여행을 하는 이유는 뭘까? 작게는 추억거리 만들기, 크게는 드넓은 자연 그리고 낯선 곳에서 내 인생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함이 아닐까. 수많은 여행서를 접했다. 그들은 길위에서 자신의 인생에 대한 답을 찾고, 혹은 자연속에서 해답을 얻고자 했다. 저자 역시 호주에서 답을 찾아야겠다는 일념으로 여행했다. 하지만, 답은 없었다. 그냥 두눈에 비치는 바위는 바위답게, 모래알은 모래알답게 침묵하고 있었다. 욕심이라고 한다. 답을 찾겠다는, 더 많은 것을 보고 깨달아보겠다고 발버둥 친 욕심. 욕심이 눈을 가려 답을 찾지 못하게 한 것이라고 말이다. 침묵속에서 '나'를 느껴야 하는 답을 얻은 그녀의 말에 책을 읽던 나도 눈을 감고 침묵했다......

 

 

 호주는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나라다. 신혼여행지로 선정하기 전부터 가고 싶었던 나라였고, 신혼여행으로 13시간의 비행시간을 뒤로하고 발을 딛자마자 한국으로 되돌아오는 15시간의 비행...... 찌는 듯 무더운 그 나라의 12월을 잊을 수 없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다시 가 보리라 마음먹었다. 무엇이든 얻지 못한다 하더라도 결심했었던 그 순간이 아직도 이리 뜨겁게 일렁거리는데, 잊고 살지 못할 바에야 다시 가보는게 낫다.

 

 상처투성이 저자가 호주에서 '플레이걸'이란 명성을 얻는 반전을 경험하듯이...그 안에서 자신의 존재를, 존재의 의미를, 삶의 방향을 찾아내듯이 호주이건 뉴욕이건 설사 대한민국의 어느 지역 안에서건 떠나보자. 떠나는 길 위에서 얻는 삶의 진행법은 뜨지 않는 자에겐 절대 보여지지 않는 것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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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린의 멜로디북 - Lovelyn's Melody Book
린 (Lyn) 지음 / 시드페이퍼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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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린의 '작가놀이'인 <러블린의 멜로디북>은 놀이치곤 제대로다. 멜로디북이라 해서 온통 노래가 가득할 줄 알았더니, 노란 표지부터 포근한 기운을 감싸주며, 소소한 그녀의 이야기와 가지런한 이를 드러내며 웃어주는 린의 모습이 나른한 오후와 잘 어울린다. 개인적으로 린을 무척 좋아한다. 그녀의 노래가 좋고, 그녀의 콜콜거리는 콧소리도 좋다. 반달눈이 매력있는데다, 부끄러우면 늘상 혀를 쏙 내미는 강아지같다. 그래서 정말, 그녀는 러블린이다.

 

 가수 린에겐 이름만 들어도 심장이 쾅쾅 방망이질 해대는 그가 있었다. 연예인은 베일에 싸여 있다고는 하지만, 그런 직업으로 인해 드러내지 못하는 그들의 고충도 이해된다. 사랑받고 싶고, 사랑 또한 주고 싶고...... 그를 향한 마음이 드러나기도, 그를 향한 마음을 걷어내기도 하는 아주 개인적이지만, 모든 부분이 상당히 공감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린. 사랑을 시작하려는 사람과 사랑앓이 중인  사람들, 사랑의 끝과 시작의 중간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함께 수다 떠는 또하나의 친구처럼 느껴질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은 여행길에 오르면서 자신을 되돌아본다고 한다. 자신을 다시 찾아보기 위한 여행. 린 역시 서른을 맞이한 기념으로 뉴욕으로 떠났다. 그녀는 그곳에서 어떤 것들을 느꼈을까? " 그래, 힘든 가수생활을 접고 새로운 삶을 살아보는거야."라는 결심으로  간 건 아닐꺼다. 다만, 누구나 그러하듯 자신을 지켜준 방지턱을 넘어 새로운 세계에 발 딛어보는 기분은 상당히 매력있다. 그냥! 가보는거다. 뉴욕이든, 도쿄든 어디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그 어디든...... 린처럼 나도 어디든 가보고 싶다.

 

 


 

 

 나에게 한없이 사랑스러운 그녀, 린은 손글씨도 귀엽다. 아기자기한 손글씨에 글쓰는 재치까지 이 책은 소장가치까지 있다. 그녀를 좋아하는 그 누군가에게는 상당히 그럴 것이다. 그리고 린 역시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냥, 친구와 수다를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하며, 드라마에서 멋진 연기를 보여준 남길씨, ' 비담'을 좋아한다. 비담에게 고백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내가 하고 싶은 말 같아서 깔깔 웃었다. ' 거봐, 린도 나랑 다르지 않잖아?' 라는 말을 속으로 삭히면서 말이다.

 



 억울함

 

나는 가면을 쓴 채

 

손톱만한 구멍으로 컬러 톤의 세상을 바라보고

 

그들은 시들시들 잿빛 눈동자로 내게 의미 없는 시선을 던진다.

 

아, 몹시 억울하다.

 

이렇게 불공평할 때가 또 있을까. (page.121)

.

.

.

.

 

유캐 상쾌 통쾌

 

유쾌한 당신이 명쾌하게 선을 그어주셨으니

 

상쾌하게 정신차리겠습니다.

 

그동안 통쾌하게 약 올려주셔서 감사했어요! (page.147)

 



 

 



 

나만의 오해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 이름을 스치듯 듣는 순간, 빠른 맥박으로 가슴이 마구 뛰더니 이내 식은 땀이 나기 시작했다.

심장은 기억력이 참 좋은가 보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그랬는데.

 

page.155

 

 

 

 

 2001년 ' 사랑에 아파 본 적 있나요'라는 곡이 생각난다. 실연한 것도 아닌데, 노래방에만 가면 이 노래를 불렀다. 그냥 그 노랫말이 너무 좋았고, 린의 목소리가 나의 감성을 자극했다. 그녀의 노래는 나를 포함한 많은 여자들의 가슴을 절절하게 만들었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목소리가 울림이 되어 퍼진다는 게 얼마나 감동적인 것인지 그녀는 알까? 가수 린이기 보다 세상의 절반, 여자로..여자 이세진으로 서른이라는 기점에서 새로운 삶을 일궈보겠다는 당찬 깃발을 꽂았다. 자기 인생의 전환점을 정확하게 아는 것 자체가 시작의 반이라고 했던가? 그녀의 새로운 도전 <멜로디북>을 시작으로 그 누구보다도 멋진 인생을 이어나가길......그녀의 팬으로써, 그리고 그녀와 같은 여자로써 듬뿍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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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 세계문학의 숲 3
토머스 드 퀸시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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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편쟁이하면 어떤 장면이 떠오르는가?

내가 너무 비관적인지 모르겠지만 황폐하게 쩔은 얼굴로 초점없는 눈빛과 단내나는 입냄새가 연상된다. 일반적인 사용이 금기되어 있는 아편은 병원에서나 만날 수 있었다.(여기서 암시장은 제외하고 싶다.) 암환자들의 최후의 진통제. 그것이 바로 아편이였다. 아편으로 인해 연애인들의 구속을 보면서, 사실 아주 잠깐은 그 몽환적인 느낌을 상상해 보았다. 어떤 느낌일까? 도데체 어떤 세상이 펼쳐지기에 저토록 자신의 인생을 걸고 아편에 손을 대는 것일까......

 

 굳게 닫혀있는 문이였다. 그리고 표지판은 <절대 들어가지 마시요>라고 되어있다. 하지만 어느날, 문틈이 벌어져 밖으로 그 방안의 빛이 세어나온다면 어떻게 하시겠는가??? 나는 갑자기 빨라지는 심박동을 왼손으로 눌러잡고 그 문틈에 머리를 갖다 댈지도 모른다. 금지된 곳에 대한 열망을 어떻게 이겨볼 방법도 모른체 말이다. 아편의 그러한 특성때문에 < 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이란 이 고전은 문틈으로 세어 나오는 빛이 나의 동공을 두드리게 하고 싶은 것 처럼 읽혀지기 시작했다.

 

 시공사에서 고전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기획한 ' 세계문학의 숲' 시리즈 중에서 한권인 이 책은 토머스 드 퀸시가 자신이 경험한 아편을 1822년 <고백>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당시 영국에선 돈만 있다면 아편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그는 1804년 치통으로 아편을 접하게 되면서 그의 인생에서 아편을 빼고는 논하기 힘든 인생을 살아왔다. 아편 복용의 시작은 통증을 걷어내기 위한 것이였으나, 점차 그는 쾌락을 위해 아편을 마셨다. 치통으로 시작한 아편과의 만남은 그 이후, 소년시절의 극단적인 굶주림 때문에 생긴 위장병의 통증을 견디기 위해 지속적으로 접했다.

 

그리고 기나긴 고통의 후반부가 시작되었다. 그것은 내 고통이 더욱 격렬해진 단계라고 말해도 지나치게 과장된 표현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이제 나는 16주가 넘도록 굶주림의 고통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고통의 강도는 다양했지만, 아마 사람이 죽지 않고 견뎌낼 수 있었던 가장 혹독한 고통이었을 것이다. (page39)

 

 

 20일 넘게 이어진 치통으로 친구가 권하는 아편팅크(아편을 알코올에 녹인 것)를 마셨다. 아편 팅크를 사러갔던 장소, 샀던 시간, 그리고 저자에게 아편을 건낸 약종상...... 드퀸시는 그 순간의 모든 것들을 세상의 그 어떤 기억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천상의 것이라고 표현한다. 이 부분에서 나는 그의 고통이 얼마나 극심했던가를 함께 느끼고 있다. 온 턱을 마비시키고, 정수리부터 턱까지 껍질을 벗겨내는 듯한 고통. 나는 그 치통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러나 나는 그 어떠한 이유에서건 아편은 만나지 못 할 것 같다. 아편이란 이렇듯 현대인들에겐 범접할 수 없는 존재이다.

 

 

 하지만 절망적이든 아니든, 1813년에 발버둥친 결과는 지금 말한 대로였다. 이때부터 독자들은 나를 아편에 인이 박힌 어엿한 아편쟁이로 생각해도 좋다. 이런 사람에게 몇 월 며칠에 아편을 마셨느냐 안 마셨느냐고 묻는 것은 그날 당신의 허파는 숨을 쉬고 있었느냐, 당신의 심장은 기능을 수행하고 있었느냐고 묻는 거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page. 115)

 

 

 병원에서 근무할때, 전립선암으로 고생하며 살다가 돌아가신 환자 하나가 생각난다. 그는 암으로부터 얻은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그리고 또다른 보상, 쾌락을 위해 간호사들에게 마약(모르핀)을 요구했다. 뼈위에 가죽만 덮어놓은 듯 마른 그에게 모르핀을 주사하는 것 자체도 걱정스러웠다. 그리고 불안전한 심박동. 나는 무엇을 위해 그에게 모르핀을 달라는 요구를 철회했을까. 모르핀으로 인한 부작용이 걱정스러웠지만, 그에겐 고통을 걷어내 줄 모르핀이 남은 삶을 더 잘 살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그가 말했다. 의사의 오더는 필요시 모르핀 주사였다. 모르핀을 철회했던 나는 결국 그에게 모르핀을 주사했다. 마른 가지같은 손으로 내 손을 잡으며 그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 고맙소. 나를 살렸소. "

그 후 그는 삼일 뒤 임종을 맞이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임종 곁을 지켜주던 그날의 근무를 잊지 못한다.

 

 

 1813년 극심한 위염을 앓고 아편 중독에 속도감있게 빠져든 드퀸시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종종 자기 변명을 한다. 극심한 통증의 위염을 잠재울 수 있는 것은' 아편 뿐이였다'라는 말을 하지만, 사실 그 당시엔 그의 처지에 스스로가 우울하여 아편에 의지하고픈 마음이 녹아 그리 치부해 버렸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경험한 것을 글로 써 독자들에게 고백을 하는 드 퀸시는 자기 스스로를 아편쟁이라고 말한다. 아편에서 얻을 수 있는 '쾌락'을 갈망하면서도 뒤어어 오는 '아편 고통'에 대해 독자들에게 강력하게 어필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경험한 그 고통스러운 시간을 반성하는 듯, 혹은 그 기억을 추억하는 듯 독자들에게 고백한다. 그 고백이 자칫 변명스럽게 들리더라도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해주고 싶었다.

 

 

 

 <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이 아편에 대한 편견을 버려라, 아편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아편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나를 이해해달라는 책이 아니다. 다만 아편으로 인한 두가지의 보상 '쾌락' '아편 고통'이 아편을 손대는 당신이 원하는 그것이냐고 되물어 보는 것 같다. 19세기 초 아편에 대해 너그러웠던 시대인들에게 그의 에세이가 어떤 의미로 다가갔을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아편으로 인한 쾌락과 고통, 환각등에 대한 느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유려한 문체속에 솔직한 고백을 읽는 즐거움은 확실히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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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입맛이 내몸을 망친다 - 살찌는 입맛, 병을 부르는 입맛을 바꾸는 생활 개선 프로젝트
박민수 지음 / 전나무숲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생활개선 프로젝트 - 살찌는 입맛, 병을 부르는 입맛을 바꾸자.

 

생활이 풍요로워지면서 늘어나는 문제점들. 너도나도 두르고 있는 배의 튜브, 뱃살이다. 뱃살이 늘어나는 만큼 성인병도 가까워져 온다. 남들보다 건강에 관한 지식이 더 있다한들 그들과 다를 것은 없었다. 아는 만큼 멀리할 줄  알았던 잘못된 것들은 그저 강건너 불구경이다. 그래서 여전히 이 책의 저자와 같은 의도로 책이 쏟아져나오는 것일 수도 있다. 그처럼 교정이 힘든 것이 바로 식습관이다.

 

 

 나의 지인 중 한 언니는, 아이의 아토피가 걱정되어 여기저기 병원을 다닌다. 그러던 어느날, 그 언니집에 찾아간 나는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언니가 입안 가득 햄버거를 물고, 콜라를 들이키면서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모습이 왜 그리 탐욕스러워 보였을까. 아이는 엄마 젖을 먹겟다고 데롱거리는데, 언니는 그런 아이 밑에 베개를 고와넣고서 한손엔 햄버거, 한손엔 차가운 콜라를 먹고 있으니...... 모유를 먹는 아토피 아이를 둔 엄마라면 필시 피해야 할 음식중 하나가 바로 인스턴트인데, 언니는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먹으면서 아이의 아토피에 화를 내고 있다. 모유로 넘어가는 인스턴트들이 아이의 아토피를 자꾸만 악화시킨다. 그런 것을 알고나 있는지...... 저렇게 무심한 엄마가 또 있을까 싶었다.

 

 

 

 그 언니는 햄버거가 먹고 싶었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햄버거와 시원하고 자꾸만 들이키고 싶은 콜라. 한끼 식사로도 그만이고, 아이 키우면서 집안일 하기도 쉽지 않은데 맛있는 음식 먹고 기분도 좋단다. 우리의 입맛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는지......한번에 알아 차릴 수 있는 대목이다. 아이 얼굴에선 짓물이 흐르는데, 언니 입가엔 햄버거 육즙이 고였다. 참, 아이러니 한 장면이였다.

 

 

 



 

 

 

양 중심의 음식은 인생을 불행하게 만든다. ( page. 28)

 

맛을 음미하는 식사로 건강을 챙겨라! 때마침 다이어트 중인( 굶는 다이어트가 아닌 식단조절 다이어트) 나에게 이 책의 타이밍은 절묘하다. 늘상 소고기 혹은 돼지고기 주물럭종류를 먹고, 생선을 양념에 졸여 먹고, 뭐든 기름에 구워먹는 식단. 된장째개가 심심하면 맛없고, 짭짭해야 맛이 있다는 나의 짠지스러운 입맛을 길들여보고자 요즘 부단히 노력중이다. 과식을 주로 하는 저녁시간에 양을 줄이는 노력으로 위도 좀 줄어 든 편이지만, 이 책의 표지를 보니 육즙가득 베인 저 고기를 당장 씹어버리고 싶은 충동도 일어난다. 하지만 그때마다 양치질을 하면서 혓바닥의 미란들을 밟아주고 있다. 개운한 치약의 향이 입맛을 똑! 떨어뜨리곤 했다.

 

바른 입맛을 되살리는 것은 몸을 살리는 일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양과 자극 중심의 식사에서 벗어나 맛을 음미하고 몸을 만족시키는 식사로 바꾸는 것 외에는. (page 31)

 

 



 

(다양한 음악, 추천음식, 입맛변화를 위한 환경 구성법, 
스트레스 제거법 등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는 팁이 가득하다)

 

 

 나쁜입맛의 흔적을 지워라. (page. 61)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이 생각날때, 혹은 과식을 하고 싶은 욕구를 느낄때 양치질하면서 혀를 털어내듯이, 이 책의 저자도 입맛소독을 권한다. 식욕을 싹 가시게 하는 치약 역시 저자가 추천하는 방법 중 하나였다.

 



 입맛을 소독하는 6가지 방법

 

1. 아침을 미지근한 물 한잔과 함께 시작하라.

 

2. 하루에 2리터의 물을 마셔라.

 

3. 커피를마신 후에는 반드시 물 2컵으로 이를 보상하라.

 

4. 음식이나 음료수를 먹고 나면 반드시 이를 닦아라. 여러 가지 치약을 써보고 식욕을 싹 가시게 하는 치약을 써라.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양치하면 효과가 크다.

 

5. 조리하지 앟은 채소로 입맛을 중화시켜라.

 

6. 혀로 입술과 이를 닦아라. 침은 강력한 면역물질이자 소독 물질이다. 뭔가에 집중하다 보면 입이 바짝 마를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선 안 된다. 혀로 입 안 곳곳을 닦아보아라. 물을 충분히 마셔 침의 분비량을 늘려도 좋다.

 


 


 

 

 유독 짜게 먹는 버릇이 있는 나때문에 남편은 한동안 곤욕을 치뤘다. 서서히 소금의 양을 줄이고는 있지만, 요리를 전적으로 맡아서 하는 나는 ' 소금통을 든 지배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남편은 단맛에 쩔어 있다. 나는 달큰해서 마시지도 못하는 쥬스를 아무렇지도 않다며 벌컥거린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입맛습관을 제대로 들여야 한다.

 

 입맛변화를 위한 준비부터, 프로젝트를 꾸려 실천에 옮기는 것까지 제대로 제시해 주는 책 < 잘못된 입맛이 내몸을 망친다>이다.  난 우선 하루 세끼 식사를 하는 것부터 수정해야 한다. 하루 한 두끼만 먹고, 날을 꼴딱 넘기는 일도 허다하니까 말이다. 저자가 제시한 처방대로 습관 교정한 많은 사람들의 사례처럼, 나 또한 그의 트레이닝의 도움을 받아볼까? 거친음식으로 입맛을 단련하고, 무염음식으로 나의 짠맛에 대한 민감도를 측정해보자. 요요현상이 뒤따르는 다이어트들은 이제 저리가라~하고 외칠 수 있을 것이다. 체계적이고 순차적인 단락의 나눔부터, 증거자료제시와 다양한 통계, 대안제시등 입맛훈련에 필요한 모든 것을 요연하게 정리해 둔 책이다.

 

 정상체중자 혹은 과체중자를 위한 각각의 입맛훈련법이 부록으로 들어 있다. 2주동안의 트레이닝을 독한 마음으로 실천해보고 싶다. 요즘 하고 있는 나 스스로의 트레이닝에서 좀 더 발전되고, 좀 더 단단한 스케줄이다. 저자가 추천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이용해서, 즐거운 입맛혁명을 이룩해보고 싶다. 정말이지, 이젠 내 건강을 챙겨야 할 때이다. 내가 건강해야 내가 그토록 꿈꾸던 가족들의 행복이 보장된다. 숲을 돌아보는 마음으로 입맛 훈련에 임하라(page.152)는 말처럼 조급해 하지 말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입맛훈련에 임해볼 것이다. 그러면 나의 입맛이 언젠가는 나를 병들게 했던 것들에게서 멀어지는 기쁨으로 만족감과 건강을 선물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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