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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와 마법의 말 ㅣ 살림어린이 그림책 25
러셀 호번 글, 퀜틴 블레이크 그림, 정이립 옮김 / 살림어린이 / 2012년 12월
평점 :
러셀 호번과 퀜틴 블레이크
로지와 마법의 말
살림 어린이
아이들의 상상력의 크기가 어느정도라 생각하시나요?
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 질문을 한 사람은 아동학에 종사하는 전문가였는데..... 나는 문득, 그가 원하는 대답이 무엇일까 부터 생각하고 있다가 대답을 하려는 나 자신을 깨닳게 되었다. 왜....내 생각대로 말을 하지 못하고 상대방이 원하는 정답에 근접하고 싶어서 고민을 할까..... 순간 부끄러워졌다. 그래서 붉어진 얼굴로 천천히 대답했다. "글쎄요. 아이에게 그 상상력을 확인 할 만한 질문을 한 적이 없는 거 같습니다." 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 전문가님께서는 마구 웃으시면서 그윽한 눈으로 나를 바라봐 주셨다.
나의 속내를 눈치채신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웃음이 결코 비웃음으로 들리지 않았다. 갑자기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아이에 대한 생각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렇다. 우리 아이는 자신이 왜 날지 못하는지도 모르고, 늘 날고 싶어했다. 손가락을 좍 펴서..퍼덕 거리는 우리 아이가 떠올랐다.
그래서 말했다.
" 아! 우리 아이는 늘 날고 싶어했어요! 그래서 퍼덕퍼덕 두 팔을 퍼덕여요. 그리고 아이는 달까지 날아갈 수 있으리라 믿는 것 같아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그 전문가는 나에게 다가와, " 그러시군요. 아이들은 참 엉뚱하기도 하지만 참 현명하죠?"라고 대답하셨다. 그리고 잠시 침묵이 흘렀지만 나는 그순간 느꼈다. 나조차 그 어이없는 행동에 대해 말하면서 웃고 있다는 걸. 나 역시 그런 꿈을 꿨었다는걸 말이다.
아이의 상상력은 무궁무진하지만, 엄마인 내가 상상력을 한정시켜 그것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책을 많이 보여주면 아이가 좋아질 것이라는 결과를 두고 무조건적으로 책을 들이밀진 않지만..... 그 덕에 부작용을 앓고 있는 자연관찰책 또한 아이의 실제 경험보다도 더 크게 적용되게 되는 갇힌 경험으로 아이를 이끌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모든것이 혼란스럽지만, 어찌되었건 우리 아이들은 지금!! 꿈꾸고 큰 상상력을 마음껏 펼쳐야 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흔들림없는 사실이고 이론이라...이런 [로지와 마법의 말]과 같은 동화를 접하는 기회도 점점 늘려야 한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우리 아이가 갇힌 시선에서 살고 있다. 그것을 반항하고 싶지는 않다. 이 매체들이 없는 세상 또한 끔찍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산속에만 살았던 내가 군중과 자연스레 어울릴 순 없는 노릇. 그렇지만 이 삶속에서 아이의 상상력을 콕콕! 자극 시켜 줄 수만 있다면, 좋은 책 만한게 또 있으랴 싶다.
아이스크림 막대에 관한 이야기
길가던 로지가 버려진 아이스크림 막대를 수집하는 상자안에 주워담는다.
상자안의 오래된 막대들에게 새로온 막대는 희망을 심어준다.
말이 될 수 있을 거야....말이 되고 싶어!! 우린 아무것도 아닌게 아니야... 우린 쓸모 없지 않아...
그리곤 정말 그들은 말이 된다.
그 말을 타고 로지는 보물을 찾으러 나섰다.
아이스크림 산에 도착했던 로지.
말은 아이스크림의 막대시절을 생각하면서 보물은 바로
아이스크림 산일 것이라는 생각의 꼬리가 정말 재미났던 장면이다.
해적들의 보물을 한 상자 들고 말을 타고 돌아온 로지.
가족의 부채 해결을 할 수 있게 아버지에게 그 보물을 준다.
그리고......로지는 긴 여행을 했다고 말한다.
상자안에 있는 아이스크림 막대들도....긴 여행에 대한 만족으로 웃는 모습을 보인다.
처음 이 책을 읽어줬을때, 아이들은 아이스크림 막대를 쉽사리 떠올리지 못하다가 (실은 많이 사 먹어 본 적이 없다) 반복적인 책읽기로 내용을 서서히 이해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우리 아이들은 아이스크림 막대가 꿈꾸면 말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았다. 나는 책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서두의 말을 이렇게 했다. " 아이스크림 막대가 어떻게 말이되니? 말도 안되는 일이잖아. 그렇지? 그렇지만 어떻게 되었어?" 라고 시작했다. 상상력이 갇혀있고 닫혀있기에 전제부터가 아이스크림 막대는 결국...막대일 뿐이다....라는 것.
우리 아이들은 아이스크림 막대가 말이 되고 싶어하는 걸 보면서 어리둥절해 하지 않는다. 당연히!!! 말이 될 수 있을꺼란 생각을 한다. 공상이 너무 과한게 아닌가...현실을 이제는 어느정도 직시해야 하지 않을까하고 걱정도 되었지만, 생활 하는 것을 보면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아이들은 상상의 세계를 즐길 줄 아는 것 같다. 어린이집 생활에서건 뭐건.....예전처럼 날겠다고 뛰어내리지 않는 것처럼 아이들도 생활규율이나, 인지를 점점 넓혀가고 있기에....이런 책을 보면서 터무니없이 따라해보거나 하는 시행착오가 훨씬 줄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아이들은 꿈꾼다. 그 꿈꾸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던 책읽기 시간이였다.
오늘도 우리 아이들은 로지처럼 아이스크림 막대를 찾아 바닥을 두리번거린다. 그리고 나는 추억한다. 분홍 상자에 아이스크림 막대를 모았던 내 이린 시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