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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에 읽는 생명의 역사 - 137억 년간의 생성과 소멸 그 순환의 기록
하랄트 레슈.하랄트 차운 지음, 김하락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언제부터 우리가 지구에 살게 되었을까? 아니다. 지구란 별은 언제부터 생겨난 것인지, 태양을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는 다른 행성들은 어째서 태양곁을 못 떠나고 있는지...... 예전에 얼핏 들은 기억이 있다.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있는 이 행성들처럼 또다른 태양계가 존재한다고. 지구처럼 오존이 있고, 적정한 온도를 가질 수 있는 행성이 또 다른 어느 태양계에 있다면서, 우리는 지구가 명을 다 할때 우주선을 타고 그곳으로 이주해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들.
<하루만에 읽는 생명의 역사>는 빅뱅이 일어난 그때부터 지금까지, 연대순으로 독자를 시간여행 우주선에 탑승하게 하고, 유연한 설명을 들으며, 창밖을 내려다 보는 기분으로 생명의 역사를 훑는다. 갑자기 머리 지끈거리던 역사와 과학시간이 떠오른다. 무슨말인지 도통 모르고, 졸다가 책상 틱틱! 두드리는 소리에 흠씬 놀라 일어나면 눈앞이 그렇게나 초롱할 수가 없었다. 그 명료함으로 기억하는 글은 잊기도 어려웠는데, 그 단어 중에서 한가지,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생각난다. 뭔가 특별함이 없으면 기억하기 힘든 역사와 과학을 바탕으로 추리 혹은 증명해 낸 그 시간들은 그 어떠한 미사어구를 갖다 붙여도 머리에 붙은 반사판에 튕겨져 나갔거늘... 십몇년이 지난 지금 쉽게 읽혀지는 책 한권을 만나니, 감회가 새롭다.
열심히 태그지를 붙이며 읽었는데, 정말 분야가 분야이다 보니 읽혀지는 건 쉬울지 몰라도 지나간 내용이 머릿속에 쉽게 자리잡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분명 쉽고 빠른 생명의 역사를 읽는 건 맞다. 저자는 거대하고 방대한 분량의 역사를 짧고 흥미롭게 풀어내었다.
빅뱅이 일어나 우주가 생성되었을 때 그 이전이라는 것은 없었다.
그 이전에는 어떤 시간도, 어떤 공간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137억 년 전에는 뭐라고 정의할 수도 없고, 측정할 수도 없는 작은 점 같은 것 속에 시간과 공간이 엄청나게 큰 에너지 밀도와 높은 온도의 형태로 존재했다. (page. 15)
생명이 시작되었던 그 시점을 137억 년 전이라 단정지을 수도 없지만, 거슬러 올라가봤자 시간이라는 개념이 없었기에 무의미하다. 빅뱅의 시작은 곧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해 준 것이고, 내가 살아가는 이 지구를 만들어 준 어머니이다.
외계의 침입자가 공룡을 멸종시키는 대 사건이 일어났다. 약 6,500만 년 전 소유성이 초속 15킬로미터로 지구에 내리 꽂힌 후 지구 모습이 이와 같을지도 모른단다. 그 증거로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칙술루브 분화구가 치명적인 우주 파편이 떨어진 곳이다. 이 충돌로 엄청난 지진, 대규모 화산 활동, 전 생태계의 교란이 뒤따라 일어났다. 당시 지구에 살고 있던 동식물의 4분의 3이 죽었다.(page. 122) 그 가운데 특기할 만한 동물이 바로 공룡. 공룡은 1억 5천만 년간 지구를 지배했단다. 공룡의 갑작스런 멸종( 대멸종 )으로 진화는 새로운 물고를 텄다. 사실 공룡은 종류와 수가 많기는 했지만 생존 기간 내내 다양성과 독창성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므로 공룡의 멸종이 지금의 시대를 열게 했을 지도 모른다.
화석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구엔 지난 6억 년간 지질학적 또는 생물학적 대재앙이 적어도 6번은 있었고, 그때마다 동식물 종의 반 이상이 사라졌다고 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때 이러한 대 재앙을 통해 자연은 더욱 복잡한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대멸종은 다음 진화를 위한 단계인 것처럼...... 아무튼 공룡의 멸종은 지금의 인류를 만들어내는데 필수였을지도 모른다.
공룡의 종말로 포유동물 시대가 도래된다. 추위, 더위, 지나친 광선으로 부터 보호하고자 포유동물은 몸속에 성숙한 수정란을 두게 된다. 그리고 포유동물은 유선을 가지고 있으면서, 후손에게 젖을 물리는 영양선을 확보한다. 어미가 새끼에게 젖을 먹이기에 포유동물이 아니던가, 이러한 진화과정은 지금 우리가 알기론 그럴듯해 보여도 당시 상황을 들여다보면 정말 드라마틱하다. 마치 예정되어 있었던 것처럼, 혹은 풀리지 않는 이야기의 조각을 맞추는 것처럼 직립보행이 이루어지고, 사고력이 발달하고, 파피루스까지...... 이 드라마틱하고 파라만장한 연쇄반응들이 드디어 우리를 이 자리에 있게 했다.
극적으로 만들어진 오존이 점점 파괴되어 가고 있다. 뜨거운 자외선을 피할 길이 없어 생기지 않던 동식물들. 오존이 생기게 되면서 동식물들의 번식을 도왔는데, 오히려 동식물들은 오존을 파괴하고 있다. 스스로 자기 살갗에 자외선을 쏘아대고 있으니...... 갑자기 두렵다. 지구상에 특별한 진화를 보이지 않고 오랜시간 지배했던 공룡이 갑작스럽게 대 사건을 만나면서 사라졌다. 아주 싸악 다.... 그럼, 지구를 오랫동안 주물럭거린 우리 인류도 그렇게 없어져버리는 건 아닐런지, 예정되어 있는 행보라면 말이다. 다행히도 우리는 그 멸망을 막을 수 있다. 백악기의 멸망처럼 외계의 침입( 소유성과 같은)이 없다면 말이다.
생명의 역사를 흥미롭게 만나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였다. 이 과학 보고서를 찬찬히 읽고 현재의 우리를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지구란 곳에 우리가 처음부터 존재 했던 것이 아님을, 그리고 어떠한 이유에서건 이 지구를 파괴한다는 것은 스스로의 살을 불에 태우는 것과도 같음을 말이다. 생명체 발달의 경이로움을 만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