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 도노휴 지음, 유소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태어나서 한번도 방 밖에 나가지 못하고 화초처럼 자란 분재소년. 잭이 다섯살 되던 해 그들 모자는 탈출을 결심한다!

 

 

 

 오스트리아의 핫 이슈. 2008년 74세 아버지가 자신의 딸을 지하실에 감금하고 성폭행하면서 무려 7명의 아이를 낳게 한 사건이 터졌었다. 밀실강금사건.... 사실 미국드라마가 국내에서 성행하게 되면서 이런 성범죄라던가, 화려한 수사들을 접하게 되었는데 성범죄를 다루던 수사물에서 몇년동안 헛간이나 또다른 방 안에서 여자를 납치하여 강금하고 그에게 성폭행을 행하여 아이까지 낳게 하는 이야기를 자주 봤었다. 실제라고 한다면 ' 미친 짓이다 ' 라는 말이 절대 아깝지 않는 스토리가 아니던가.

 

 상상이 가능한 것들이 실제로 있었던 것이라면, 상상조차 싫을 정도로 두려운 것들이 있다. <룸>에서 만난 잭과 그의 어머니는 나에게 그런 두려움을 느끼게 하고, 어깨가 서늘하게 인간의 타락성을 볼 수 있게 했다. 이 책은 실제 오스트리아의 납치 강금사건을 모티브로 썼기에, 내용의 전반을 어느정도 이해하고 읽어갔지만 다섯살 잭과 그녀의 엄마의 탈출기는 읽는 내내 새로우면서 안타까웠다. 사실 읽으면서 납치범의 머리를 망치로 수천번은 두둘겨주었다. 잭이 텔레비젼의 세상을 믿는 것처럼, 창문도 없는 그 헛간의 방에서 처럼....세상 밖이란 것은 오직 텔레비젼인 것처럼, 나는 수없이 상상하며 납치범을 증오했다.

 

 

 

 " 한번도 못만났다고 해서 진짜가 아닌 건 아니야. 이 세상에는 네가 꿈조차 못 꿀 것들이 더 많이 있단다." (P.144)

 

 " 그래. 한데 엄마가 왜 슬펐냐 하면, 그건 방 때문이었어. 올드 닉 ……엄마는 그가 누구인지도 몰랐단다. 난 열아홉 살이었는데, 그가 날 훔쳤어." (P.161)

 

 

 

 

다섯살 잭에게 엄마는 설명한다. 그(올드 닉)가 그녀를 훔쳤다고. 잭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훔쳤다니......'. 사람을 훔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 것이다. 잭은 엄마에게서 들은 이야기 그리고 몇권 되지도 않는 책과 텔레비젼이 세상이다. 헛간 안에서 마주하는 것들은 그의 세상 전부다. 잠들기전, 집안의 것들에게 잘자라고 인사하는 잭. 가진거 별로 없는 그들에게 나는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지..... 나는 이 모자들처럼 내 방안에 있는 물건들에게 잘자라고 인사하다간 날을 홀딱 보낼지도 모른다.

 

 

훔친다는 것은 한 아이가 다른 아이의 물건을 가져가는 것이다. 책이나 텔레비전에서는 모든 사람이 자기만의 물건을 가지고 있어서 복잡했다. (P. 62)

 

 

 맞다. 나는 잭과 그의 엄마에 비해 가진 것이 너무 많다. 많아서 문제라는 잭의 말에 멋쩍어진다. 탈출을 하자고 제안하는 엄마는 잭에게 첫번째 계획과 두번째 계획을 모두 연습하게 하고 설명해준다. 그러자 잭은 " 그냥 여기 있자"라고 말한다. 엄마는 방이 점점 작아져 간다며 나가자고 한다. " 이 바이 너한테 무슨 짓을 하는지 넌 몰라." 라고 말하는 엄마의 심정을 나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제 다섯살하고도 몇일이 지난 잭에겐 얼마나 어려운 말일지.... 그것도 이해가 간다. 정말 침착한 엄마. 잭에게 상황설명을 차근차근하게 하는 엄마가 용감해보인다. 그리고 죽은척 연기를 해내는 잭. 그리고 계획대로 잭은 죽은 채(실은 죽지 않았지만) 트럭에 실린다. 트럭이 몇차례 멈추고 잭은 탈출! 우여곡절끝에 그들은 구출되는데, 세상을 처음 만난 잭은 힘겨워하며 그를 가둬 두었던 방을 그리워한다. 밤 9시만 되면 담요를 덮고 있어야 했던 벽장. 바닥에 늘 있던 깔개..... 그 모든것이 그리워진다.

 

 

 

 

 

 엄마와 잭은 드디어 세상 밖에서 함께 할 수 있지만, 잭은 깔개를 잊을 수 없다. 엄마에겐 끔찍한 그 방안의 물건들이 잭에겐 더없이 소중한 아이러니. 세상 밖에 나오면 무조건 방안보다 행복한 것일텐데, 현실은 너무 다르다. 곱지 않은 시선은 어쩔 도리가 없다. 아이가 어떻든 어떤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는 타이틀은 지울 수 없는 낙인이 아닐까..... 그런 삐뚤어진 시선은 어김없이 책 안에서도 볼 수 있다. 살인자의 부모 밑에 태어난 아이에겐 살인자의 유전자가 흐른다고 했던가? 그런 얼토당토않는 유전자설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이렇게 글을 쓰는 나도 사실 어느정도 그런거 아닌가? 하고 의심하고 있지 않은가. 나도 썩은 정신머리를 갖고 있다. 맑은 곳에서 났어도 결국 흐르고 흐르면 하수구물이 되어 버리는 건지......

 

 

 오늘 자폐아를 키우는 엄마 이야기가 방송되는 것을 봤다. 그리고 뉴스에서 나오는 지하철 칼을 든 시민 이야기. 만취상태에서 교도소 들락거리는 계급장으로 세상과 타협하지 못하고 칼을 휘둘더라. 자폐아인걸 알면서도 한 시민은 아이에게 사과를 거듭 강조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이런 것들이 바로 현실이다. 이런 사람들은 이 세상을 나와 함께 공정하게 나눌 자격도 없는 것처럼 매도되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내어줄 자리 한칸도 없는 세상 인심이라는게...... 눈흘기며 바라볼 자격도 없는 나일지도 모른다.<룸>을 통해 그런 일면을 다시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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