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을 읽고 리뷰를 작성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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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 Just Stories
박칼린 지음 / 달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음악감독인가? 작가인가? 헷갈릴 정도로 박칼린의 <그냥>이라는 에세이는 범상치 않다. 안그래도 출간되자마자 큰 관심을 일으키면서 많은 사람들 손에 노란색에 박칼린의 어린시절의 사진이 걸린 이 책이 들려있었는데, 읽고보니 이 지워지지 않는 미소는 자꾸만 그녀를 떠올리게 하고, 기분좋게 한다. 이래서 나는 에세이를 좋아한다. 그리고 어떤 영향력있는 사람의 에세이는 내 인생의 특별한 계기를 불러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녀에게서 배울 점이 무엇일까? 하고 생각하다가 제목처럼 ' 그래, 그냥 한번 읽어보자.' 하고 책장을 넘겼다.
누구의 인생을 책으로 남겨도 이렇게 박칼린의 <그냥>처럼 한권이상이 될 것이다. 사연없는 사람없다고, 인생의 굴곡이 얼마나 크고 얼마나 더 횟수가 많은가는 중요치 않다. 다만 그의 인생 중에서 어떤 기회가 있었고 그 기회를 박칼린이란 여자가 어떻게 잡았는가가 궁금했다. 그녀의 인생 이야기는 지금의 '박칼린'을 올려놓기에 충분히 단단하고 따뜻했다.
한국인 아버지와 리투아니아인 어머니의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 어린시절 한국 부산에서 살았고, 첼로를 배웠다. 첼로리스트가 되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녀는 국악과를 전공하는 반전을 보여준다. 글쓰기를 좋아해서 작가를 꿈꾸기도 했다는데 결국 그녀는 무대 음악감독을 하고 있으니, 다재다능한 능력으로 여기까지 달려온 그녀가 내 앞에 나타나 준게 고맙다. 적어도 그녀 덕분에 ' 감동'이라는 한 부분을 채웠으니까.
처음맡은 뮤지컬 <명성황후>를 내가 언뜻 본 적이 있다. 뮤지컬이나 연극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라 이것저것 보러 다니긴 했었는데, 내가 봤던 작품 중 박칼린이 계획한 무대가 있었길 바라면서, 한편으로는 설레였다. 그녀가 어떤 식으로든 내 인생의 한켠에 가까이 있었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군단을 이끌고 구름투어를 다닌다고 한다. '구름투어'. 얼마나 이쁜 이름인지..... 구름의 그림자라는 말이 헛나와 구름자라고 말하는 바람에 그녀의 여행을 구름여행으로 그리고 구름투어로 변모했다는 이야기를 보니, 나도 따라 나서고 싶다. 멋진 여행이다. 함께하는 사람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떠돌듯이 그렇게 여행하는 그녀의 여행...... 여행에서 얻어지는 다양한 것들이 그녀가 작품을 하는데 있어서 분명 영감이 될 것이다. 그래서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호젓하게 여행을 떠나곤 하는가보다.
스승이 제자한테 밀려났던가 보다. 원하던 바이다. 그들이 나보다 더 나은 존재가 되기를…… 언제나 바라는 것이다. (P. 26)
그녀는 그의 군단이 자신보다 나음 을 혹은 뛰어넘기를 인정하고 바라고 있다. 멋있다. 이래서 나는 박칼린 그녀가 멋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그녀를 무서워하는 군단들이지만, 그런 그녀가 한없이 주는 사랑을 알기 때문에 믿고 의지하는게 아닐까 싶다. 뮤지컬 연습때, 어떤 동작, 혹은 어떤 연주가 되지 않는다고 힘들어하는 멤버에게 100번만 해보라고 충고한다. '진실되게, 진지하게'해 보라는 뜻이다. 나도 그녀의 에세이를 읽으며 이 부분을 첫번째 공감으로 얻었다. 유념하겠다며 메모지에 옮겨적었다.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그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그녀에게서 배웠다.
다양성은 이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 즉 인간 세상에 있어 그 어떤 것도 다 '가능하다'라는 것을 뜻하는 것 같다. 다양성은 눈앞에 펼쳐져 있는 아주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수없이 많은 서로 다른 문화, 국가, 언어, 지형, 인종, 사상, 이념 등이 바로 이 순간에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지 않은가. 그 존재만으로도 제각기 다른 인간의 모든 것들이 '가능하다'. 그것은 다양성에 대한 끊임없는 증명이다. 정도와 질의 차이는 있을 수 있되, 모든 존재는 그것으로 가치가 있다.
(P.263)
부모님의 직업 덕분에 다양한 나라와 다양한 사람을 만나본 그녀. 그녀가 전해주는 다양성과 모든것은 가능하다라는 주장이 설득력있게 다가옴은 물론, 또다시 갇혀있던 내 생각에 문을 두들기는 바보같은 일을 반복했다. 나는 늘, 어떤이의 글을 읽고 내 생각의 문을 두들기곤 하는데 박칼린에게서 얻은 이 많은 것들이 벅차올라 감동이라는 한 단어로 분수치고 있다. 그녀의 에세이로 그녀를 좀 더 잘 알게 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그녀에게서 긍정적인 마인드를 얻은 <남자의 자격>을 무시할 순 없으리라. 그녀의 부드러운 리더쉽. 넘치지 않고 절제된 카리스마를 보여준 한 프로그램이 대한민국을 들썩거리게 했음은 과언이 아니다.
그녀는 스스로 자유로운 인생의 여행자이며 숨은 보석을 캐내는 사람이라 말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이 진짜 보석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그녀는 신비롭다. 그래서 그녀를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기에 더 신비로운 사람. 진작 나왔어야 할 이 책이 지금에라도 나와줘서 참 반가운 일이다.
-조승우-
조승우의 말처럼 한마디로 그녀는 '신비롭다'. 신비롭다는 걸 조승우는 보석에 비유했는 것 같다. 나는 검은상자라고 말하고 싶다. 박칼린 그녀는 검은 상자다. 마법사들이 마법을 부릴 때 검은 상자안에 손을 넣어 물건을 꺼내보여준다. 검은 상자안에 손을 넣은 순간, 우리 모두는 숨을 죽이며 지켜본다. 그리고 어메이징 스러운 결과물을 보여주는 검은상자와 마법사. 박칼린 그녀가 이 검은 상자와 같은게 아닐까?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여전히 기대된다. 그냥 살고 있기에 모든 것이 그렇게 존재하고, 그냥 그곳에 있기 때문에 나 또한 그냥 그렇게 살고 있다. 그래서 그 모든것을 사랑한다...... 그녀는 그렇게 주장하고 있는 것 같다. 책 제목이 <그냥>이라서 참 좋다. 오늘따라 '그냥'이라는 단어가 그냥스럽지 않다. 박칼린, 그녀를 더 사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