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 대유행으로 가는 어떤 계산법
배영익 지음 / 스크린셀러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전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소재로 한 영화가 많았다. <전염병>을 읽고 나니 영화 ' 아웃 브레이크'가 생각난다. 어떤 한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가 있었으나 변이를 일으켜 많은 사람을 죽게하고 숙주를 찾아내 치료제를 만들어 내지만 결과적으로 인류를 위험에 빠뜨렸던 이야기. 그런 면에서 이 전염병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바이러스의 대 재앙을 불과 반년전쯤? 우리 모두 공포에 떨었지 않은가. 독감과 비슷한 사망률을 보였다고는 하나 그 위협은 정말 대단했다. 모든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킨 장본인 신종플루가 있다. 손씻기는 물론, 마트에서 너도나도 마스크를 쓰고 있고 인터넷 주문이 폭주하였으며 손세정제가 날게 돋힌 뭐처럼 팔려나갔다. 세태가 엉망인 시국에 장사할려고 덤비는 인간이 꼭 있었듯이, 암울한 배경을 뒤로하고 이익을 탐하는 인간의 이야기는 소설속의 꼭 필요한 요소인양 등장한다.

 

 

북태평양 러시아 배링해에서 조업을 하던 문양호. 명태를 잡던 선원 중 한명이 유빙과 충돌한 배의 진동으로 물속에 빠진다. 그리고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게 되지만, 선체의 충돌로 급속 냉각 장치가 고장이 나게 된다. 냉동 시스템을 방편으로 유빙을 건져올려 어창을 채웠다. 그리고 해심호를 만나 어업했던 명태를 넘겨주었다. 작업을 끝낸 문양호는 부산 감천항을 목적지로 맞추고 귀항하고 있었지만 울릉도 남서쪽에서 침몰했다.

 

그리고 늦여름, 서울에서 북서쪽으로 약 30분거리에 위치한 고양시 일산에서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 최정원이 발견된다. 신종 바이러스의 이름은 문 바이러스(= 엠 바이러스1, Moon V.)다. 달처럼 생긴 바이러스로 열을 동반한 홍반과 부종, 점막조직 출혈, 폐혈관에 집중적인 혈종, 복부와 대퇴부, 허벅지등의 근육조직에 궤양과 함몰이 진행되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였다.

 

역학조사를 맡은 질병관리본부 소속 전 헌병대 장교출신인 강주헌은 숙주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질병관리본부 센터장 박주희,  불미스러운 일로 자신의 분야를 버린 윤규진교수를 다시 영입해서 본격적인 백신개발에 착수한다. ' 족보없는 괴존재 ' 엠 바이러스의 출몰, 그리고 엠1과 엠2의 등장. 무생물의 괴기스럽기까지한 효율적 생존법을 읽고 보니 섬뜩해서 숨쉬기를 멈추고 싶을 정도다. 바이러스에 지능이 있을 수 있을까? 감기에 걸린 사람은 재채기를 함으로써 타인에게 옮기기도 한다. 재채기는 내가 살기 위한 반사이지만, 결국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전달하는 행위가 되어버린다. 이 엠 바이러스의 전염경로는 혈액이 상처나 점막을 통해 전달되기도 하지만, 결국엔 공기중 감염이 가능한 것을 밝혀내고, 엠 바이러스의 변이로 엠1과 엠2 바이러스의 혼란속에 백신의 발견은 미궁에 빠지게 되는데 끝까지 책을 놓을 수 없는 흥미진진함으로 해가 지고 뜨는 것은 문제도 아닌 몰입감을 주었다.

 

등장인물이 상당한데, 이름이 지극히 평범하여 기억해내느라 조금 엇박자를 일으키곤 했다. 그리고 책속의 전문 용어들(그리 엄하게 어려운 전문용어는 아니지만)은 전혀 낯설지 않은 내 직업분야로 인해 이 책이 더욱 쉽게 읽혀졌으리라. 그런걸 감안한다 하더라도 <전염병>은 무척이나 재미있다. 신선한 주제라고는 말 못하겠지만 변이된 바이러스가 인류를 위협하는 것과 숙주를 찾아내 백신을 개발하려는 과정 등이 과거 헐리우드 영화와 많이 닮아 있다는 점이 있더라도, 현재 지구 온난화에 발맞춰 북극의 얼음이 녹아내리는 사태와 눈이 내리는 나라 혹은 폭우가 쏟아지는 나라로 세상이 흉흉한 이때에 딱! 떨어지는 소설인거 같기도 하다.

 

 

앓는 건 지구가 아니라 인류였다. 전 인류가 남김없이 쓰러지더라도 행성은 변함없이 빛나리라. (P. 460)

 

 

북극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바이러스 연구가 실제 어느정도인지도 궁금해졌고, 또다시 신종플루와 같은 바이러스가 세상을 뒤덮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생긴다. 저자 배영익은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고, 모 회사의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모 영화사에서 영화기획자로 근무했다고 한다. 그의 다양한 경력에다가 <전염병>의 소설을 조합하니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인데, 바꾸어 생각하면 다양한 분야에 박식한 그가 대단해 보이기도 했다.

 

미생물학에 관심이 많은 나는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의 오래된 가설을 알게 되고, 잊고 있었던 역학조사의 과정을 다시한번 지식방에서 끄집어내여 들여다보는 계기를 얻었으며, 소설이 주는 데미지로 자연이 주는 경고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단지 소설일 뿐이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늘 소설은 우리의 시대를 머금고 있을 수 밖에 없다. 현실이 아니지만 읽은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충격을 안겨주고 있는 책 <전염병>. 미생물학을 전공한 사람처럼 타이트하고 설득력있는 전개로 끌어가는 스토리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 놀라워, 영화제작을 목표로 하는 스크린셀러 펴냄을 간과할 수가 없다. 어떤 영상으로 다시 태어날 것인지 나의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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