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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ㅣ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1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61973126626736.jpg)
늘 흥미진진함으로 꾸준히 사랑받는 의료 미스터리. 왠지 전문적인 분야에서 발생되는 미스터리는 허점을 드러내지 않으며 치밀하다는 장점이 있으면서 밀실 미스터리를 읽을 때 느끼는 것과 같은, 답답하면서 숨막히는 기분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세계에서 발생하는 미스터리는 다양한 분야가 접목되어 있기 때문에 풀어가는 과정에서 독자들은 큰 흥미를 얻고 있음이다.
지은이 가이도 다케루는 전직 외과의였고, 현재 병리의로 전환한 뒤 활발한 작가활동을 하고 있다. 이 책은 2006년에 출간되었고 상당한 인기를 끌었으며 제 4회 '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 대상 수상이라는 영예까지 얻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번역 출판되면서 많은 팬을 확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열광적이다. 책 속 주인공 다구치와 시라토리 콤비의 등장을 주제로 한 시리즈물이 연이어 출간되었다. <나이팅게일의 침묵>과 <제너럴 루주의 개선>인데 이 세 작품 중 가장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이 바로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이다.
신경내과의 만년 강사 다구치, 그리고 후생노동성의 괴짜 시라토리의 명 콤비. 이 두사람이 실마리를 풀어가는 부분은 조금씩 조금씩 넓어져가는 비밀방의 구멍을 보는 것처럼 흥미롭고 신선하다. 도조대학 의학부속병원의 기류 교이치는 미국에서 상당한 실력을 갖춘 심장이식 전문의다. 그런 그를 의학부 부속병원의 외과 조교수로 초빙하면서 심장이식 수술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새희망을 주는 '바티스타 수술'로 명성을 떨치게 된다. 성공확률이 상당히 높았던 이 수술. 그러나 연이어 발생하는 사망자. 이 시점에서 병원장은 다구치에게 사건을 의뢰하게 된다. 내부조사를 시작하는 다구치는 상담의 대가처럼 수술에 참여한 팀원들을 한명씩 불러 상담을 하게 되는데......
약간 괴짜스러운 시라토리의 날카로운 통찰력이 보이고, 답답하게만 보이는 다구치의 그런 모습이 오히려 내부조사때 실력을 발휘하게 되는 요소들이 흥미로웠다. 게다가 실제 의료계에 종사하는 사람의 글실력이라서 상당히 상세하고 뛰아난 묘사력으로 흐르는 화면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는 점이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특징이 아닐까 싶다. 더군다나 심장이식 대체 수술인 '바티스타 수술'이라는 것 또한 의료인인 나에게도 생소한 면이 있어서 식상하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가이도 다케루의 의료 미스터리 표지를 장식하는 이 독특한 그림마저 이젠 중독되는 듯 하다. 드문드문 보이는 삽화때문에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주는 듯, 이야기 흐름에 감초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의료과실인지 의도된 살인인지...... 끝까지 장담할 수 없었다. 분명 의도된 살인이다라고 생각하고 등장인물 하나하나 다구치가 상담할때 심적으로 범인을 점지하곤 했지만 엎치락 뒤치락하는 실마리들이 끝까지 읽지 않고선 모르는 흐름으로 엮어가고 있었다.
바티스타 팀원들간의 얽힌 관계들을 정리하는 다구치와 시라토리. 그 두 콤비사이에 독자인 나도 있었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빨려들어가는 사건의 미궁속에서 미스터리를 읽는 재미를 발견했다. 미스터리란 바로 독자의 몰입을 끌어내는 것, 그리고 책 속의 또다른 한사람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데서 매력이 있지 않나 싶다. 가이도 다케루의 작품들을 이 책을 시작으로 모두 섭렵할 정도였으니,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의 여운은 더 말하지 않아도 짐작하리라.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을 읽은 뒤 사람을 유심히 관찰하던 한때가 있었다. 설마, 바퀴벌레로 보이는 사람이 없나 하면서 말이다. 그의 다른 작품을 간절히 기다리는 것 또한 이 책의 영향이라 할 수 있다. 요즘처럼 쌀쌀하고 세상이 어지러울 땐 이열치열로 오싹한 미스터리 한편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