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지 않은 밥상 - 농부 시인의 흙냄새 물씬 나는 정직한 인생 이야기
서정홍 지음 / 우리교육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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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냄새 나는 길들이 어느새 새까만 아스팔트로 변했다. 돌담길이 어디에 있었던지, 내가 사는 지역엔 돌과 흙으로 만들어낸 돌담길도 없다. 그래서 돌담 사이에 풀한포기 자라는 것도 못봤다. 언젠가 시골에 갔을 때 기왓집이면서 대문없는 담벼락에 왠 풀한포기가 나 있는 걸 봤을때가 생각난다. 그땐 그 모습을 보면서 풀이 참 아무데나 잘 자란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젠 그런 광경이 희귀해져 버렸으니..... 도시 속에서 빙글빙글 돌듯이 살아가는 우리들.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 중에서 고층건물로 가는 사람이 없듯이, 우리들은 시골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느낀다. 내 몸이 휴식이라는 명목으로 발걸음을 떼어내면 흙을, 푸른 산을 찾는다. 우리는 흙에서 났다. 흙이 주는 양분을 먹고 자라고 결국엔 흙으로 돌아가는 인생살이. 100년도 되지 않는 인생을 살면서 우여곡절이 많아 책으로 엮어도 63빌딩이 될 것이라는 사람들의 말처럼 복잡하다면 최고로 복잡할텐데, 흙에서 나 흙으로 돌아가다니..... 이 단순한 원리를 알면서도 아웅다웅하며 살고 있는 것인지, 도데체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고 있을까?

 

성공, 명예를 위해? 아니면 우리 가족의 건강? 결국 모든 것은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행복을 이루기 위해 돈이 필요한 것이지 돈을 위해 행복을 쫓는 방정식은 없다. 그러면 행복을 위한 조건들을 좀 달리 생각해 보면 어떨까??? 여기 농부시인 서정홍이 이야기하는 <부끄럽지 않은 밥상>속에서 소박하면서도 진실된 행복을 볼 수 있다. 행복이라는 것이 로또처럼 당첨되는 것이라면 매일매일 로또를 구매하면 된다. 아니면 행복이 지구 반대편 어느 박물관에 있는 것이라면 그곳으로 가면 된다. 그러나 행복이라는 것은 스스로 찾아야 할 것이고 행복을 모르고 살았다 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보면 웃는 일이 반드시 하나 이상은 있다. 결국 행복이라는게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가깝고, 쉽고, 간단하다는 것.

 

 

 





 

 

농부시인이 무슨 말이지? 의야했다. 농부면 농부고 시인이면 시인이지 농부 시인은 뭔지..... 시인도 농부와 도시인 따로 있나? 곧이어 나는 책을 바삐 읽어 나갔다. 시인 서정홍은 사람은 모름지기 자연 속에서 자연을 따라 자연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삶이란 걸 깨닫고 생명을 살리는 농부가 되었다고 한다.

 

 

자연이 없는 교육은 죽음의 교육이고, 자연을 떠난 삶은 그 자체가 죽음이다.

 

 

그는 1996년 1월 ’생명공동체운동’에 첫발을 내딛고, ’우리말살리기운동’과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을 함께 하면서 ’경남생태귀농학교’를 만들었다. 2005년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그의 아내와 함께 황매산 기슭 작은 산골 마을에 작은 흙집을 짓는다. 적은 돈으로 집을 짓는다는게 쉽지 않았겠지만 아니, 집을 가진다는게 사치스러울 수도 있겠다 고민했지만 집한채 갖고 있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으로 누군가의 도움을 얻어 흙집을 정성스럽게 지었다. 동네 사람들이 몰려들어 그의 먹거리를 도와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으며 많은 사람에게 도움받아 지은 흙집. 그는 집을 짓고보니 사람은 혼자서는 절대 살 수 없는 존재라는걸 절실히 깨달았다고 한다. 크고 작은 돌과 흙으로 담을 쌓은 그의 집을 보고 있자니, 소박한 삶이라지만 왠지모르게 부럽다는 생각도 든다.





 

 

시를 쓰지 않는 시인이란 소단락에서 그는 이런 말을 한다.

 

농사지으며 ’ 귀한 것은 천한 것을 근본으로 하고, 높은 것은 낮은 것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을 조금씩 깨닫고 있습니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니 그때부터 시를 쓴다는 게 부끄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가끔 누가 시인이라고 불러주면 부끄러워서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습니다.

이십 년 남짓 세상이 어쩌니 양심이 어쩌니 하면서 시를 쓰며 살았는데,

세상은 날이 갈수록 메말라 가고 아이들은 한없이 무거운 십자가를 짊어지고 비틀거리며 살고 있으니까요.

(P. 49)

 

 

농사지으며 눈도 귀도 없는 지렁이가 땅을 일구고, 물과 거름만 주었을 뿐인데 주인에게 커다란 결실을 주는 고추들. 심어 놓으면 저절로 쑥쑥 자라는 해바라기 같은 옥수수들은 어느새 영글어 알알이 노란 모습을 보인다. 저자는 옥수수가 자기 옆의 고추밭의 고춧대들의 비바람을 막아주는 모습을 바라보니 감동적이였나보다. 나도, 베란다에 채소를 키워보니 초보라도 너무 어설픈 내 손길에도 불구하고 주먹만한 피망을 선사하는 녀석들에게 감사했으며 감격했었다. 그래서 나는 농사가 제격이라며, 주변 사람들이 말하곤 한다. 농작물은 나를 배신하지 않으니까..... 사람보다 더 존경스러운 것이 농작물일 수도 있다는 과한 생각도 해본다.

 

 




 

 

저자가 어느날, 강연회에 초청받았다. 여성들 앞에서 무엇이 소중하냐고 질문을 던지는 페이지에서 나는 말을 잃었다. 우리나라 모든 은행의 돈과 지금의 남편과 바꿀 수 있느냐는 질문에 여성 청중 가운데 한 사람이 바꿀 수 있다고 대답했고 많은 사람들 웃었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는 웃지 못했다. 돈에 노예라는 말. 어질고 착한 남자보단 능력있는 남자. 돈이 더 좋다는 것이 안타까운건 나 역시 마찬가지다. 돈에 연연 하지 말자고 다짐을 해 봐도, 결국 마트에서 좀 더 싸면서 좋은 물건을 고르고 조금만 손해를 보는 일이 있어도 울컥 화가 오르니까 말이다. 무엇보다 착한 사람을 만나야 잘 산다는 어른의 충고에 선뜻 착하고 성실한 농촌 총각에게 시집 갈 수는 없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농촌이 사라지면 우리의 먹거리가 당장 어려울텐데.... 공급자가 없는데 수요자만 늘어난다. 저자의 <부끄럽지 않은 밥상>을 읽으면 농촌의 어려운 삶이 다 보인다. 그러면서도 저자의 귀농에 대한 강의는 읽는 내내 감동적이니..... 귀농한 사람의 이야기가 가십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일어난다.

 

 





 

 

 

"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의사 천명이 나오는게 좋습니까? 농약 안 치고 농사짓는 농부 한명이 나오는 것이 좋습니까?

아니면 판검사 천 명이 나오는 것이 좋습니까? 죄 안 짓고 살아가는 착한 사람 한 명이 나오는 것이 좋습니까? "

농부 시인 서정홍이 사람들에게 한 질문이다. 어떤가? 당신들의 생각은?

머리로 하는 말과 가슴으로 하는 말이 다른 것을 느끼는가.......  의사와 판검사가 좋지만, 가슴으로는 정직한 농부와 착한 사람이 더 좋은 거라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정의와 진리가 머리와 마음을 하나로 만들어주는 그날, 그런 사람이 많아질 수록 우리의 세상은 아름다워 질 것 같다. 서정홍이 말하는 올곧고 약간 고지식하지만 아름다운 그런 인생이야기 한번 들어봄이 어떨지..... 읽고 나면 자기력 강한 도시 굴레에서 튕겨나갈지도 모르지만, 정말 그렇게 되보고 싶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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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의 행복론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알랭 지음, 이화승 옮김 / 빅북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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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랭이 누군지 몰랐다. 부끄럽지만 이건 사실이니까. 그래서 검색을 해 보았다. 19세기와 20세기에 활동한 프랑스 철학자이며, 이 책은 어느 산문집에 연재했던 칼럼 중에서 행복에 관한 글들을 모아 엮은 책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을 그의 제자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이라고 극찬 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100년 넘게 꾸준히 사랑받은 고전이라는 것이다. 처음 이 책을 사고 나서 '괜히 샀다. 이렇게 고리타분한 책을 내가 무엇때문에 샀을까' 하면서 몇주를 읽지 못했다. 첫 페이지에서 멈춰버린 읽기. 그래서 책장에 고이 모셔놓은, 소위 책장 진열용으로 <알랭의 행복론>이 전락하는 순간이였다. 그러다가 마음의 여유를 찾아보자 싶어 다시 꺼내 들은 <알랭의 행복론>이다. 읽기 정말 잘 한거 같다.


<알랭의 행복론>은 세계 3대 행복론으로 손꼽히는 책이다. 힐티, 러셀 그리고 알랭이 바로 3대 행복론자다. 이 책이 뛰어난 이유는 행복의 단상을 문학과 철학의 경지로 승화시킨 데 있다고 하는데, 처음엔 그냥 에세이같은 글들이 단숨에 읽혀지면서 상당히 깊이 있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책이다. 물가에 서 있다가 나도 모르게 그 중심에 흘러들어가는 그런 느낌. 행복이란게 막연한 것이 아닌, 손에 잡힐 듯 물결치는 그 무엇인것 같은 기분도 든다.


같은 현상이라도 달리 말해보라. 알랭의 행복론을 읽다 보니 누구나 아는 이야기 하나가 떠오른다. 컵안에 물이 반 차있다. 어떤 이는 '물이 반 밖에 안 남았구나.' 하지만 어떤 이는 '컵에 물이 반씩이나 남았구나.' 한다는 것. 그런 것처럼 알랭 또한 구질구질하게 비가 온다고 말하지 말고 근사한 비라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생각 하나로 근심이 생기고, 병을 얻는다는 말이다. 


알랭이 전하는 말들은 이제껏 만나온 자기계발서들에서 들어온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저서의 탄생시간을 따지고 본다면 내 삶의 처세서 중에서 으뜸이 아닐까? 알랭이 전하는 이야기들은 읽는 나의 마음을 긍정으로 끌고 간다. 끌려가고 싶어서 더욱 매진하는 나를 볼 수 있다. 나는 상당히 긍정적이고 싶다. 긍정적인 마음을 지닐때 그 댓가는 어마어마함을 이미 경험한 바가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래서 나는 자기계발서를 항상 가까이한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이렇게 좋은 글을 읽고 나면 어느덧 잊혀지는 게 속상하다. 다시금 녹쓴 쳇바퀴위에 발을 올려놓고 열심히 쳇바퀴를 굴리고 있다. 이렇게 살지 말자고 일탈을 시도하면 구심력에 의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고 마는 나다. 일탈의 기운이 좀 더 강했다면 쳇바퀴 밖으로 나떨어 질텐데, 그럴 용기가 없다.


<알랭의 행복론>은 그렇게 나의 생각을 바꾸어 놓는다. 쳇바퀴의 녹을 닦아내자. 쳇바퀴 위에서 발굴림하는 지금 순간을 즐겨보자. 힘차게도 굴려보고 천천히도 굴려보자. 혹은 멈추어도 보자. 내가 쳇바퀴속에서 나올 수 없다면 그안에서 나름의 무엇인가를 찾으면 되지 않을까? 나의 의지와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행동들.....모든것은 나에게 달려 있음을 다시한번 깨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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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판타지
무라야마 유카 지음, 김성기 옮김 / 문학의문학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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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까지 녹아내릴 것 같은 섹스를 앞으로 몇 번이나 더 할 수 있을까.

그걸 위해서라면 누구를 배신하든 누구에게 상처를 주든 상관없다.

그 대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모두 자신이 져야 한다. (본문 내용 - 책 표지에 적흰 글......)

 

일본 대표 여류 3인방인 무라야마 유카(에쿠니 가오리, 요시모토 바나나와 함께 여류 3인방이라 불리운다.)의 장편소설 <더블 판타지>를 읽었다. 사실 표지부터 범상치 않았다. 소설을 요즘 자주 읽고 있지만 이런 관능적인 소설은 처음인거 같다. 무리야마 유카의 작품은 단 한번도 만나보지 못했었기에 나오키상 수상작가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작품이 아닐까 하는 기대심도 컸다. 그녀의 작품 <천사의 알>은 연상녀 연하남 커플의 운명적 사랑이야기로 스바루문학상을 수상하고 영화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별을 담은 배>로 나오키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더블 판타지>로는 중앙공론문예상, 시마세연애문학상, 시바타렌자부로상등 3개의 문학상을 석권했다. 이 작품의 수상경력만으로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강력하게 끌어당긴 이유가 될 수 있다.

 

 

남자의 엉덩이는 왜 이렇게 차가운 걸까. 그것만은 체격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똑같다. (프롤로그 첫번째 줄)

 

 

남자의 엉덩이가 차갑다는 말로 시작하는 글이다. 주인공 나츠란 여자는 글을 쓰는 작가고, 그의 남편은 글을 쓰는 그녀를 위해 직장까지 그만두고 외조하고 있다. 나츠는 남편과의 생활에 지루함을 느끼고, 다른 남자와의 한밤을 보내보곤 한다. 그런 그녀는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큰 성애를 갖고 있다고 알고 있으면서, 자신의 멘토인 시자와 이치로타 선생에게 메일을 주고받으며 고민을 털어 놓는다. 그리고 시자와에게서 ' 관능에 대한 작품을 써 보라'는 충고를 얻게 된다. 그녀는 과감한 연극을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시자와와의 메일을 통한 대화 끝에 그를 만나보기로 한다. 자신을 진정한 사디스트라고 칭하는 시자와와의 불같은 만남에서 나츠는 어느덧 그에게 연연하게 되고, 그녀를 결국 피하게 되는 시자와 때문에 힘들어하게 되는 나츠다.

 

남편과의 관계가 비정상적이라는 시자와의 충고 덕분인지 그녀는 남편과 별거를 하게 되고, 우연히 촬영차 떠난 홍콩에서 옛 선배 이와이를 만나게 된다. 지금까지의 나츠의 남자라면, 출장 호스트, 남편, 그리고 시자와, 홍콩에서 만난 이와이 뒤이어 시자와의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 오바야시...... 차가운 엉덩이를 가진 똑같은 남자들이지만, 나츠에겐 서로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남자들..... 남편과의 트러블은 이성적으로 대화한다면 틀림이 없어 보이지만, 결국 각자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목덜미가 유난히 뽀얀 아가씨가 혼자 옆으로 지나가자 오바야시가 나츠의 손을 잡은 채 슬쩍 고개를 돌려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나츠는 말없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달이 없었다. (중략) 아아, 왜 이렇게 외롭지? 자유롭다는 게 이렇게 외로운 거였나? (P.509)

 

이 책은 아무리 서로 사랑해도 남자와 여자는 결국 전혀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다는 진실을 품고 있다고 한다. 여자는 사랑하는 남자에게 짧지만 진심어린 입맞춤만으로도 행복에 겨운데, 남자의 목표는 끝까지 가는 거다라고 종종 이야기 하곤 하지 않나? 남자의 사랑은 결론에 치닫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는데 여자는 왜 과정에 목메이는 걸까? 여자라고 성애에 관해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죄일까 싶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저자는 과감한 작품을 쓴 것이다. 사실, 성적인 개방정도가 서구화 되었다 하더라도 우리 나라 사람들이 눈쌀 찌푸리지 않고 읽어내리기엔 무리가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과감하게 관능적인 중년 여성의 성장소설과 같은 작품을 쓴 저자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런 작품을 여자 작가가, 그것도 이제까지 작품의 성격과 다른 과감한 성적 내용이 물씬 담겨 있는 글을 써냈다는 건 엄청난 도전이라고 한다. 나조차도 ' 이 작가, 경험을 바탕으로 한거 아니야? 어쩜 이리 실낯같이 벗은 듯 쓸 수 있지?' 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도전을 한 이상 철저하게 파 헤쳐보자는 신념이 있었으리라. 기왕 쓰기 시작한거 멋들어지게 제대로 써 보자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해냈다고 생각하는 이가 적지 않다. 섬세한 표현력에 많은 이들이 감탄했으며 결국 작품상 3개를 수상했다. 내가 이런 소설을 처음으로 접해 본 터라, 그녀의 작품이 다른 작품에 비해 어느 부분이 더 뛰어나다 말할 수 없음이 안타깝지만, 역자후기에서 한 말 ' 무라야마 유카는 여성만이 감지할 수 있는 쾌락적 부분을 섬세하게 묘사했다.'라는 말을 읽고 보니 이해가 된다.

 

 

관능을 떠나 중년 여성의 내면적 변화에 집중하고 읽는 것이 좋겠다. 다만, 자꾸만 생각하고자 하는 방향과 다르게 성애표현에 흠씬 놀라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드는 나를 때려주고 싶기도 했지만, 험! 수많은 평론가들에게 극찬을 받고, 이제까지 해 온 작품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의 전환에 성공한 저자 무라야마 유카의 도전은 박수쳐주고 싶다. 쿨럭! 아무래도 내가 즐겨 읽을 장르는 아닌 것 같다. 다가 보면 어느덧 두리번 거리게 되고, 가끔 흠씬 놀라면서 또는 나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리는 필름을 멋대로 돌리게 된다는 부작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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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러브 시드니 & 멜번 I Love Series 10
김희연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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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평생 딱 한번의 해외여행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연히 호주다. 만약, 딱 두번의 여행 기회가 있다고 한다면, 그래도 나는 호주로 갈 것이다. 호주에 대한 열망이라고 할까? 어린시절부터 호주의 오페라 하우스를 보고 홀딱 반한 나는, 배낭여행지로 혹은 신혼여행지로 더 나아가 내가 이민을 간다면 호주로 갈 것이라고 다짐하고 다짐했었다. 그리고 전공을 살려 해외에 나갈 기회를 얻고자 학교를 편입해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의 꿈은 가족의 슬픔으로 (엄마의 병환) 무산되었다.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고, 급하게 결혼을 하게 되는 인생의 급류를 타고 있었다. 호주로의 신혼여행을 강행있으나, 결국 발 들여놓은지 한시간 만에 한국으로 되돌아오게 되는 일도 있었다.

 

그래서 나에게 호주란, 여전히 꿈으로 존재하고 있는 나라다. 어느 특정한 나라에 이렇게 끌리는 건 무엇일까? 사랑이라도 하는 것인지......신혼여행지로 정한 호주를 충분히 알고 갔더라면 단 한시간이라도 즐거웠을텐데 하는 생각도 했다. 12월의 날씨는 정말이지 숨이 막히도록 더웠다. 게다가 벌레는 어찌나 많은지...... 다행히도 응급약품을 충분히 가지고 간 터라 별 탈은 없었다. 다만 정말 답답했던 부분이 바로 현지인들의 느긋함이였다. 나는 당장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한국으로 급하게 돌아와야 했으니까) 그들은 자꾸만 기다리라고 했다. 통역하시는 분이 가족이 돌아가셨다고 계속적으로 말하였지만, 그들은 그저 기다리라고만 했다. 그런 부분이 우리의 정서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았고, 화병이 날 정도로 화가 났었지만 나의 화급한 상황을 배제하고 본다면 얼마나 부러운 일인지 모른다. 그들의 생활엔 느긋함이 있었다. '빨리빨리'를 외쳐대는 우리나라 일상의 어느 한 부분이 휘리릭 지나가는데, 그에 비해 호주란 나라는 자유와 여유를 머금은 매력적인 나라인 것 같다.

 

다시 찾을 호주의 시드니를 위해 랜덤하우스 출판의 <아이러브 시드니&멜번>을 만났다. 정말 내가 찾던 책이다. 딱!!! 그 책이다. 가이드가 침튀기며 몇날 몇일 설명해야 할 것들이 모두 들어있다. 게다가 현지인들의 이야기까지 수록되어 있으니 이런 가이드북이 또 어디 있으랴 싶다. 게다가 내가 가고 싶어하는 시드니에 대한 세세한 부분까지 나와 있어서 꼼꼼하게 포스트잇 적어가며 읽었다.



 



 

 

책을 펼치자마자 시드니 전도를 만난다. 책의 가장 뒷쪽엔 멜번 전도가 있다. 이런 전도를 보고 나니, 다음엔 가이드없이 떠나보는게 어떨까 한다. 남편과 내가 살면서 반드시 다시 찾아가야할 곳이 바로 호주이기 때문에, 이런 전도는 갖고 있음이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책의 도입부에 지도 보는 법까지 상세하게 기록해 놓아서 초보자인 내 눈을 안심시켜준다. 이런 책이 또 어디 있으랴...... 아이 러브 시리즈를 처음 만난 나의 눈은 사실 시골토박이에 버금간다. 처음 제대로 된 여행서를 만나서 호강하고 있는 눈이다.

 



 



 

 

이 책의 특징은 내 취향대로 가 볼 수 있도록 안내하는 '테마여행'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보를 2011년 1월 기준으로 편집해 놓아서 이 책을 읽은 올해 당장 떠난다 해도 일정에 차질이 일거나 하지 않을 것이다. 호주에 관한 책을 몇권 만나 보았는데 그 책을 쓴 저자는 한국에서 몇달 여행갔다가 오면서 적은 것들이였다. 그러나 <아이 러브 시드니&멜번>의 큰 장점은 바로 현지에 거주하고 있는 작가의 발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점이다. 현지인이기에 누구보다도 세세하게 담아놓았을 것이고, 여행자들이 모르는 그런 소소함까지도 만나 볼 수 있다. 여행서적에서 익히 알려져 있는 명소와 여행루트 소개는 물론 가는 방법, 차편, 그 장소마다 필요한 체크물품들, 개인적인 추천지까지......책을 펼친 그 자리에서 왼쪽 상위 모서리부터 오른쪽 하위 모서리까지 놓치지 않고 봐야만 할 것 같은 책이다. 꼼꼼하게 사이사이 유익한 것들을 담아놓아서 사실 이 두꺼운 책을 오랫동안 붙들고 있기도 했다. 실려있는 사진 한장 한장을 눈도장 찍어가며 읽었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초보 여행자를 위한 호주 입분이라던가 숙박에 관한 정보도 잊지 않고 실어 놓았고, 시드니와 멜번 근교까지 소개해 주어 번외로 가까운 지역에 여행을 가 볼 수 있게도 한다. 가장 압권이였던 부분은 바로 ' 페스티벌 캘린더'였다. 시드니와 멜번의 1월 부터 12월의 주요행사 시기와 특징을 간략한 설명과 함께 사진으로 볼 수 있게 해서 좋았다. 이런 건 여행사에 가도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몇페이지 넘기지 않고 매번 마주하게 되는 노란 바탕의 저자만의 'Tip'은 어디 스크랩을 따로 해 두어야 할 만큼 알찬 정보들이다. 이 책의 저자가 얼마나 많은 정성으로 책을 완성했는지 알 수 있다. 이런 작은 팁들은 혼자 가는 여행이라던가 초보 여행자들에게 호주 여행을 더 멋진 추억으로 완성하게 해줄 것이다.

 

언젠가 친구가 호주에 가서 크루즈 여행을 했었는데 그 낭만을 잊을 수 없어 화급히 호주로의 이민을 결정하고 떠났다. 그리고 그곳에서의 생활에 만족하며 살고 있다. 그런 친구를 보니, 이민도 쉬운 호주로 나 역시 떠나고 싶어 공부를 결심했었는데...... 이미 무산 된 일이지만 여전히 호주로의 멋진 여행을 꿈꾼다. 눈앞에서 오페라 하우스를 보고 말 것이라며 다짐하고, TV에서건 길에서건 호주와 관련된 책자나 영상을 보면 눈이 꽂히는 버릇(?)도 유지하고 있다. <아이러브 시드니 &멜번>과 같은 가이드북을 만나고 나니 괜스레 자신감이 생긴다. 여행사를 통해 가이드를 동반한 여행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꼭! 자유여행을 해 봐야 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럴려면 이 책을 더 꼼꼼하게 봐 두어야겠지? 뚜렷한 계획이 선 건 아니지만, 호주여행의 성공을 확신한다. 제대로된 여행지를 느끼고 싶다면 ' 아이러브'시리즈의 가이드북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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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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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꽁지 작가, 공지영이 지리산에 사는 친구들을 만나러 다니다가 그들의 에세이를 대신해 준 책을 펴냈다.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가 그것이다. 지리산을 등에 지고 옹기종기 모여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공지영 작가 자신이 지리산에 사는 것은 아니지만, 도시 생활이 역겨워 지리산자락 아래로 스며든 그들의 이야기를 소소하고 정감있게 읊는다. 소단락 읽기를 끝낼때마다 웃음이 절로 나는 나를 어쩔 수 없었다. 그 어떤 미사어구도 필요없다. " 기분 좋아 죽겠다."라는 말이 제격인 듯 싶다. 처음엔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나, 이런 식의 진행이라면 이 책엔 공지영 작가의 이야기가 아닌 남의 이야기로 가득한 에세이가 되겠구나 하면서 겸연쩍은 실소를 내비치곤 했는데, 단숨에 읽어버릴 정도로 재미가 있는 책이다. 

버들치 시인, 낙장불입 시인의 이야기로 초반을 달리는 이 책은 한동안 버들치 시인의 얼굴이 궁금해 책에 실린 사진만 모조리 훑게 하는 괴력을 발휘한다. 얼마나 잘 생긴 외모이길래, 혼자사는 시인을 못살게 구는 수십의 여성이 등장하는가..... 나도 버들치 시인 뒷집에 이사가고 싶다. 낙장불입의 아내 고알피엠 여사가 한 말인데, 그녀의 말 끝에 '나도.....'라고 동조해버렸다.수많은 여자들이 버들치시인에게 갖다주는 음식으로 굶어 죽을 일 없겠다 싶었다. 버들치 시인은 정말 여린 사람이다. 그리고 상당히 느리다. 냇가의 버들치들을 밥알과 쌀뜨물로 키웠지만, 전깃대를 들고 온 덩치 큰 남자들에게 모조리 죽임을 당하고 잡혀가는 모습을 본 후에 낙담하며 슬픔에 잠기는 그의 이야기를 보며 손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한편으론 황당하기까지 했다. 정주는게 무서워 짐승을 키우고 싶지 않다는 그. 행복을 느끼는 건 시인에겐 죄악이라 생각하는 그. 외롭고, 슬퍼야만 시인이 될 수 있는건가? 얼마전 읽은 <길 위의 시대>라는 중국소설을 통해 시인의 고충을 알고있긴 하지만, 정말 버들치 시인은 꼭 한번 만나보고 싶은 인물이다. 

 

최도사가 말하는 '내비도'의 철학은 상당히 일리가 있음을 느끼면서 흥미롭게 읽었다. '그냥~ 내비도~~~' 라는 그 말이 뭐 그리 도사같은 말인가 싶어도 괴짜같은 최도사가 좋다. 아마 꽁지작가(공지영작가)도 그 내비도의 매력에 빠져 최도사를 마주하는 것은 아닐까? 돈 50만원으로 1년을 버텨낸 낙장불입 시인의 사연을 보니, 순간! 나도 지리산자락으로 스며들어보고 싶다. 그곳의 인심과 그들이 있다는 그 곳에 가는 것만으로도 뭔가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다. 다른 세상이 아니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의 한켠인데, 어쩜 이리 나의 생활과 다른 것인지...... 이 '마음'이라는 것은 도데체가 어떻게 다루어 줘야 하는 것인지 또다시 갈피를 못 잡겠다. 그 정답은 늘, 책에서 마주하지만 나는 그것을 실천하지 못한다. 머리와 마음이 따로 놀고 있다는 증거다. 지리산 행복학교에 사는 이들이 그것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보면 분명 '마음'을 제대로 놓는 법은 실천가능한 일임을 확인하는 순간이지만, 나는 여전히 이 도시에서 아옹다옹하면서 살고 있다.  

 

 굳이 그들이 누군지 알려고하지 않으시면 더 좋겠다. 다만 거기서 사람들이 스스로를 사랑하고느긋하게 그러나 부지런히 살고 있다는 것, 그래서 서울에 사는 나 같은 이들이 도시의 자욱한 치졸과 무례와 혐오에 그만 스스로를 미워하게 되려고 하는 그때, 형제봉 주막집에 누군가가 써놓은 시구절처럼, '바람도 아닌 것에 흔들리고 뒤척이는'도시의 삶이 역겨워질때, 든든한 어깨로 선 지리산과 버선코처럼 고운 섬진강 물줄기를 떠올렸으면 싶다. -공지영- 

 

지리산으로, 혹은 시골속으로 들어가 사는 것이 인생의 진도가 아니다. 최소한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알고 있다면 실천하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것 쯤은 알고 있다. 지리산 행복학교의 사람들 이야기로 훈훈한 마음 채워넣고, 어떻게 사는 인생이 참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인지도 가늠했다. 나는 행복 가득한 이들의 이야기를 뒤로하고 일상으로 젖어들지만 결국엔 시골생활로 복잡하고 넌더리 나는 도시생활을 뒤로한 채 눈을 돌리게 될 것이라는 걸 예감한다.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를 읽고 나처럼 행복학교로 등교하고 싶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시작이 어렵지, 막상 닥치고 보면 못하는 것이 없을 종족이 '인간'이란다. 디지털의 편리함보다 아날로그의 추억이 더 소중하다는 우리 아빠처럼, 손바닥만한 땅에 푸성귀를 심어 밥상을 차리며, 작은 것이라도 나누고 지는 태양에 감사해 하며 지내는 소박한 삶이 진정 인간의 행복에 가까이 닿는 것은 아닐까하고 착각아닌 착각에 이르게 되는 글인 것 같다. 자연에서 태어난 우리들이 안식을 찾을 곳은 결국 자연이 아닌가 싶다. 엄마처럼 나를 품어주는 지리산과 내가 먹고 자랄 젖줄기와 같은 섬진강. 그 속에서 그들은 분명 자연에게서 모성애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들이 오늘만큼 또! 부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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