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판타지
무라야마 유카 지음, 김성기 옮김 / 문학의문학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뇌까지 녹아내릴 것 같은 섹스를 앞으로 몇 번이나 더 할 수 있을까.

그걸 위해서라면 누구를 배신하든 누구에게 상처를 주든 상관없다.

그 대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모두 자신이 져야 한다. (본문 내용 - 책 표지에 적흰 글......)

 

일본 대표 여류 3인방인 무라야마 유카(에쿠니 가오리, 요시모토 바나나와 함께 여류 3인방이라 불리운다.)의 장편소설 <더블 판타지>를 읽었다. 사실 표지부터 범상치 않았다. 소설을 요즘 자주 읽고 있지만 이런 관능적인 소설은 처음인거 같다. 무리야마 유카의 작품은 단 한번도 만나보지 못했었기에 나오키상 수상작가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작품이 아닐까 하는 기대심도 컸다. 그녀의 작품 <천사의 알>은 연상녀 연하남 커플의 운명적 사랑이야기로 스바루문학상을 수상하고 영화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별을 담은 배>로 나오키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더블 판타지>로는 중앙공론문예상, 시마세연애문학상, 시바타렌자부로상등 3개의 문학상을 석권했다. 이 작품의 수상경력만으로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강력하게 끌어당긴 이유가 될 수 있다.

 

 

남자의 엉덩이는 왜 이렇게 차가운 걸까. 그것만은 체격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똑같다. (프롤로그 첫번째 줄)

 

 

남자의 엉덩이가 차갑다는 말로 시작하는 글이다. 주인공 나츠란 여자는 글을 쓰는 작가고, 그의 남편은 글을 쓰는 그녀를 위해 직장까지 그만두고 외조하고 있다. 나츠는 남편과의 생활에 지루함을 느끼고, 다른 남자와의 한밤을 보내보곤 한다. 그런 그녀는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큰 성애를 갖고 있다고 알고 있으면서, 자신의 멘토인 시자와 이치로타 선생에게 메일을 주고받으며 고민을 털어 놓는다. 그리고 시자와에게서 ' 관능에 대한 작품을 써 보라'는 충고를 얻게 된다. 그녀는 과감한 연극을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시자와와의 메일을 통한 대화 끝에 그를 만나보기로 한다. 자신을 진정한 사디스트라고 칭하는 시자와와의 불같은 만남에서 나츠는 어느덧 그에게 연연하게 되고, 그녀를 결국 피하게 되는 시자와 때문에 힘들어하게 되는 나츠다.

 

남편과의 관계가 비정상적이라는 시자와의 충고 덕분인지 그녀는 남편과 별거를 하게 되고, 우연히 촬영차 떠난 홍콩에서 옛 선배 이와이를 만나게 된다. 지금까지의 나츠의 남자라면, 출장 호스트, 남편, 그리고 시자와, 홍콩에서 만난 이와이 뒤이어 시자와의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 오바야시...... 차가운 엉덩이를 가진 똑같은 남자들이지만, 나츠에겐 서로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남자들..... 남편과의 트러블은 이성적으로 대화한다면 틀림이 없어 보이지만, 결국 각자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목덜미가 유난히 뽀얀 아가씨가 혼자 옆으로 지나가자 오바야시가 나츠의 손을 잡은 채 슬쩍 고개를 돌려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나츠는 말없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달이 없었다. (중략) 아아, 왜 이렇게 외롭지? 자유롭다는 게 이렇게 외로운 거였나? (P.509)

 

이 책은 아무리 서로 사랑해도 남자와 여자는 결국 전혀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다는 진실을 품고 있다고 한다. 여자는 사랑하는 남자에게 짧지만 진심어린 입맞춤만으로도 행복에 겨운데, 남자의 목표는 끝까지 가는 거다라고 종종 이야기 하곤 하지 않나? 남자의 사랑은 결론에 치닫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는데 여자는 왜 과정에 목메이는 걸까? 여자라고 성애에 관해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죄일까 싶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저자는 과감한 작품을 쓴 것이다. 사실, 성적인 개방정도가 서구화 되었다 하더라도 우리 나라 사람들이 눈쌀 찌푸리지 않고 읽어내리기엔 무리가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과감하게 관능적인 중년 여성의 성장소설과 같은 작품을 쓴 저자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런 작품을 여자 작가가, 그것도 이제까지 작품의 성격과 다른 과감한 성적 내용이 물씬 담겨 있는 글을 써냈다는 건 엄청난 도전이라고 한다. 나조차도 ' 이 작가, 경험을 바탕으로 한거 아니야? 어쩜 이리 실낯같이 벗은 듯 쓸 수 있지?' 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도전을 한 이상 철저하게 파 헤쳐보자는 신념이 있었으리라. 기왕 쓰기 시작한거 멋들어지게 제대로 써 보자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해냈다고 생각하는 이가 적지 않다. 섬세한 표현력에 많은 이들이 감탄했으며 결국 작품상 3개를 수상했다. 내가 이런 소설을 처음으로 접해 본 터라, 그녀의 작품이 다른 작품에 비해 어느 부분이 더 뛰어나다 말할 수 없음이 안타깝지만, 역자후기에서 한 말 ' 무라야마 유카는 여성만이 감지할 수 있는 쾌락적 부분을 섬세하게 묘사했다.'라는 말을 읽고 보니 이해가 된다.

 

 

관능을 떠나 중년 여성의 내면적 변화에 집중하고 읽는 것이 좋겠다. 다만, 자꾸만 생각하고자 하는 방향과 다르게 성애표현에 흠씬 놀라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드는 나를 때려주고 싶기도 했지만, 험! 수많은 평론가들에게 극찬을 받고, 이제까지 해 온 작품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의 전환에 성공한 저자 무라야마 유카의 도전은 박수쳐주고 싶다. 쿨럭! 아무래도 내가 즐겨 읽을 장르는 아닌 것 같다. 다가 보면 어느덧 두리번 거리게 되고, 가끔 흠씬 놀라면서 또는 나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리는 필름을 멋대로 돌리게 된다는 부작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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